공인회계사회장 누가 출마하나, 회계주권, 도덕성, 외감법 이슈
1만8000여명에 달하는 공인회계사 수장을 뽑는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전이 뜨겁다. 이번 선거전의 최대 이슈는 회계법인 수입감소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새로운 수익원 발굴, 회계주권 확보 등이 될 전망이다. 또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여 회계업계의 현안이 되고 있다. 2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다음달 22일 서울 종로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제43대 회장을 선출한다. 이번 선거에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김광윤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민만기 공인회계사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동국대 석좌교수인 최 전 장관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세계은행 상임이사, 기획재정부 제1차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행정고시(22회)에 붙기 전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해 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하다가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이 교수는 한국세무학회장, 한국회계학회장을 역임하고 금감원 감리위원,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으로 활동했다. 삼일회계법인 등 실무 현장을 거쳐 학계에 투신한 김 교수는 한국세무학회장, 한국회계학회장을 거쳐 현재 한국감사인연합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민 공인회계사는 인천공인회계사연합회장, 공인회계사회 감사, 한공회 부회장을 맡아 쌓아온 실무능력, 청년회의소(JCI) 회장을 지낸 조직관리 능력이 최대 장점이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보통 선거는 경선으로 치러지지만 올해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 등 회계법인 업계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전의 최대 이슈는 회계법인 수입감소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새로운 수익원 발굴, 회계주권 확보 등이다. 외부감사대상 기업이 자산규모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외부감사대상 기업 증가세가 둔화 됐고, 회계법인들의 먹거리도 줄어든 상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부감사대상 회사는 총 2만4951사로, 전년(2만4058사)과 비교해 893사(3.7%)가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부감사대상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외부감사대상의 자산 총액이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상향조정되면서 증가율은 2014년 7.7%에서 지난해 3.7%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옥시'사태를 계기로 유한회사 문제도 이슈 중 하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올해 3월 27일,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공시의무를 지게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다"며 제동을 걸면서 무산됐다. 이 개정안은 2014년 10월에 입법예고된 법안으로 규율 대상을 현행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행정규제기본법상 모든 중앙행정기관은 법령 제·개정 시 규제사항에 대해 대통령 직속 규개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유한회사도 주식회사 처럼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유한회사, 비영리법인 등은 회계감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고,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는 다수 이해관계인 등 상장사에 준하는 회계 투명성이 요구되나, 소규모 비상장사 수준으로 규율되는 것이 문제"라고 밝힌바 있다. 특히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 대표에게 책임을 더 철저히 묻도록 한 '회계법인 대표 징계안'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에 업계의 우려가 크다. 국내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 외감법 개정안이 회계 투명성 차원에서 재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부실 감사의 책임을 회계법인 대표에게 지우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사에 대한 무너진 신뢰도 차기 회장이 해결야 할 과제다. 국내 최고의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11월 전대미문의 추문에 휩싸인 뒤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피감 회사의 미공개 정보로 주식 투자를 한 삼일 소속 회계사 총 26명이 검찰에 적발됐고 이 중 두 명이 구속됐다. 또 동양그룹 사태로 피해를 본 소액 투자자들이 동양네트웍스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삼일에 집단소송을 낸 건도 현재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한누리 측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2011년 동양네트웍스가 부실계열사의 기업어음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총 4668억원 규모의 부당지원을 하였음에도 이듬해 재무제표에서 이를 누락하고 은폐했다. 안진회계법인(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 부실회계 사건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대우조선의 외부감사인인 안진은 지난 4월 "2조 원대의 회계 오류가 있었다"며 회사 측에 재무제표 수정을 요구했다. 안진은 2013~2014년 대우조선해양이 2조원대의 손실을 숨기고 수 천 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을 때 이를 적발하지 않았다. 삼정KPMG도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있다. 삼정KPMG 소속 7명의 회계사가 회계 감사의 독립성 규정을 위반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한편 투표는 오는 6월 22일 서울 총회장과 부산ㆍ대구ㆍ광주ㆍ대전ㆍ전주 등 각 지회의 각 투표장에서 실시한다. 선거를 앞두고 이달 28일부터 내달 6월 1일까지 후보 등록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