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숨나오는 경제성적표
미국 정권교체 탓인지 지구촌이 어수선한 모습이다. 한반도 주변국 시곗바늘도 바삐 돌아가는 느낌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 주도의 관세전쟁 소용돌이에 휩쓸려 있다. 이들 경제대국끼리 맞닥뜨리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일본 총리가 이번 주말 미국 대통령 만나러 워싱턴 D.C.를 찾는다. 한국 대통령은 구치소와 헌재를 오간다. 트럼프의 2기 취임 전부터 예견된 상황이지만 씁쓸한 기분은 떨쳐 내기가 어렵다. 지난 2023년 한국과 일본 경제성장률이 엇비슷해졌다는 소식으로 언론사들 지면이 떠들썩했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당할 수 있다는 전망 등이 파다했다. 다행히 우리가 연간 기준 추월은 허용하진 않았지만, 그 이후에도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수치에서 종종 뒤지고 있다. 성장률에서 한국은 작년 2분기와 3분기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밑돈 데다, 해당 2개 분기 연속으로 일본에 뒤처졌다. 2분기 한국 -0.2%(역성장), 일본 0.5%에 이어 3분기 한국 0.1%, 일본 0.3%로 집계됐다. 한국 GDP는 4분기에도 고작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2분기에 0.2%만큼 줄었다가 3~4분기 다시 도합 0.2% 늘었으니 4월부터 12월까지 거의 제자리걸음에 머문 것이다. 일본의 4분기 수치는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줄곧 우리에 앞서 있다. 최근에도 작년 2분기 0.7%, 3분기 0.8%, 4분기 0.6% 등이다. 아직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인 중국도 아니고 일본·미국과 비교해 성장률이 엎치락뒤치락하거나 밀리는 상황은 문제가 커 보인다. 미국은 세계 1위 경제대국이고 일본은 경제규모가 우리의 갑절이 넘는다. 우리와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의 경우 2~4분기 3개 분기 성장률이 각각 0.8%(도합 2.4%)에 달했다. 전 세계 10위권에 드는 캐나다도 같은 기간 0.5%, 0.3%, 0.4%를 기록했다. 국제무대 성적표가 참 초라하다. 12·3 사태에 따른 사건들을 조기에 수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년 3분기만 봐도 한국 성장률(0.1%)은 주요 7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평균인 0.5%에 한참 못 미친다. 또 유로존국가 평균(0.4%)보다도 밑에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