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본격화…'반도체·2차전지·자동차' 주목"
증시 전문가들은 2022년 국내 코스피 지수가 2700~3400선에서 박스권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되며, 유동성이 축소돼 주식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지수보다 9%가량 하락하거나 호재를 만날 경우 14% 안팎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유망업종으로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등을 꼽았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의 완화로 해당 업종의 공급망 재편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메트로신문은 2일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가나다순)에게 2022년 증시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코스피, 상고하저 2곳 vs 상저하고 3곳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연고점 3300선을 뚫었지만 3000선을 지키지 못한 채 하락 마감하는 '상고하저(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낮아짐)'의 모습을 보여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며,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다.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해선 상반기부터 상승하는 상고하저 2곳(SK·신한금융투자), 하반기부터 상승하는 상저하고 3곳(유안타·하이투자·메리츠증권)으로 서로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상고하저'를 전망한 곳은 2~3분기 사이 코스피 지수가 고점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감소와 상반기 대선 등을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공급망 차질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상반기 주가에 선반영될 것"이라며 "더불어 대선 이벤트로 정책 기대감과 함께 친환경, 메타버스 등 미래 트렌드에 대한 기대감이 코스피의 멀티플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에는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종료 이후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 주식양도세 과세도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통화정책 경계심을 대비해 보수적인 대응 전략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증권사 3곳의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사의 실적 개선, 공급망 병목 완화 등을 이유로 '상저하고'를 전망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3~2007년, 2009~2013년, 2016~2018년 3번의 국내증시 레벨업 구간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1년 차 실적기대에 따른 랠리, 2년 차 실적 레벨 업에 대한 의구심 확대로 인한 박스권 흐름, 3년 차 레벨업 확인에 따른 상승추세 복귀의 과정을 거쳤다"며 "올해(3년 차) 1분기를 변곡점으로 매크로 변수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하며,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 회복에 따라 코스피 지수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가총액 비중을 감안했을 때 지난해 한국 증시의 부진 요인 중 하나는 삼성전자의 부진"이라며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 저점 시기는 빠르면 1분기 늦어도 2분기로 전망한다. 이익 사이클 저점 통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회복 국면 도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2022년 증시 관전 포인트는? 전문가들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기조, 글로벌 공급 체인의 정상화 여부 등을 향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단, 시장과 연준 사이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기조에 따른 통화정책이 예상돼 있어 관련 정책변수가 주식시장의 급격한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경수 센터장은 "1960년 이후 추세적 약세장은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으며, 리세션(recession·경기후퇴)이 아닐 경우 순환적 조정(고점 대비 10% 수준)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며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의 경우 주식시장의 추세 이탈 변수가 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재정지출이 축소된 상황에서 재화소비는 피크아웃하고 글로벌 경기는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다만 큰 폭의 경기 하락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센터장은 국내 제조업 지수나 수출금액지수, 이익 전망치들의 상승 흐름이 재개되는지 등을 통해 글로벌 공급 체인의 정상화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 국면의 장기화에 따라 가격 지표들의 왜곡과 물동량의 회복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제조업 베이스의 한국 증시에 우호적인 글로벌 경제 환경은 글로벌 벨류체인이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양적인 회복이 진행될 때"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반도체 랠리 2022년 투자 유망 업종으로는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등이 꼽혔다. 투자 유망국으로는 신흥국(한국·중국)보다는 선진국(미국·유럽) 증시가 유망하다는 조언이다. 2021년 3분기 이후 12개월 선행 이익 추정치 흐름을 비교했을 때 주로 선진국 대비 신흥국에서 하향조정이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투자 유망 업종으로 '반도체'를, 추천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윤 센터장은 "반도체는 조정 국면에서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합리적"이라며 "삼성전자의 코스피 대비 상대수익률은 바닥을 탈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승현 센터장도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를 설명하며, 유망 업종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꼽았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 국면의 정상화 수혜로 인해 경쟁력이 확보된 호텔·레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우 센터장은 반도체, 자동차, IT·HW를, 이경수 센터장은 미국 공급망 대표 업종인 반도체, IT 가전, 2차전지와 무형자산 공급망 대표 업종인 소프트웨어(플랫폼, 게임,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또 고태봉 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IT, 반도체, 소재 등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 하단에 다다른 섹터의 반등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서비스 소비 회복에 따라 다시 성장주의 가치가 부각되며 배터리 및 자동차, 메타버스 등 성장주의 랠리를 기대해도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2020~21년과 같이 자산가격의 끝없는 랠리, 몇 개의 테마가 주도하는 시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트레이딩 대응을 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가연계증권(ELS), 탄소배출권 등 새로운 자산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승현 센터장은 "이익 정체 및 기존에 비해 변동성이 축소되는 상황을 전제한다면 소수의 유망 종목들을 묶어 상품화시킨 ELS도 주목해야 한다"며 "환경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탄소배출권, 농산물 등 친환경 기조하에서 상승 동인이 존재하는 자산군에 대한 관심도 유효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