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참혹한 실패
개구리는 중탕으로 끓인다고 한다. 뜨거운 물에 넣으면 개구리가 놀라 도망가지만, 물 온도가 서서히 오르면 알아채지 못하고 죽기 때문이다. 요즘 자영업자가 딱 개구리 꼴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 빚을 낸 자영업자는 40만명, 상반기에만 70조원을 빌렸다. 6월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자그마치 755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운 '핀셋 방역'이 문제였다. 사회·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락다운(봉쇄) 대신 위험 시설을 선별해 문을 닫게 한 것이다. 뚜렷한 근거도, 형평성도 없었다. 카페는 포장만 허용했지만 브런치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은 버젓이 장사를 했고, PC방, 오락실은 밤 9시까지 문을 열지만 학원은 갈 수 없었다. 킥복싱, 태권도장은 집합을 금지했지만 복싱과 무에타이는 허용했다. "핀셋 방역이 아니라 7, 80년대 학생주임 단속과 다를 바 없다" "책상 머리에서 내뱉은 결과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자영업자들이 원성으로 가득찼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연일 1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3단계로 격상되면, 이번엔 미용실, 백화점,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 이미 영업을 중단한 점주들은 언제 다시 장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최근 7년 운영하던 카페를 내놓은 점주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게 먼저라는 생각으로 기꺼이 버텨왔다"며 "하지만 이제와보니 내 희생과 노력도 아무 의미없었다는게 너무 속상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정부는 지난 11개월간 대한민국 전체를 중탕으로 달궜다. 봉쇄 없이 지켜낸 방역 정책을 동네방네 자랑하는 사이,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서서히 죽어갔다. 그러나 그 희생도 무색하게, K방역은 참혹한 실패로 끝날 판이다. 언젠가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그들이 남기고 간 엄청난 부채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참 혹독한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