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시리즈]위기의 바이오, 상장사 65%가 수익 못내..삼바사태 이후 투자위축 우려
바이오 기업들에 회계 처리 기준에 대한 문제는 고질적인 '악재'가 됐다. 투자심리는 얼어붙었고, 바이오업종 주가는 올해 고점대비 40% 가까이 추락했다. 금융감독원의 지난 4월부터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적정성에 관한 테마감리를 벌였다. 제약·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비를 과도하게 자산으로 인식해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금감원 지침에 따라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했고, 일부 기업은 대규모 영업손실을 입었다. 지난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바이오업종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삼성에피스의 가치를 4조8000억원으로 부풀려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이 문제가 됐다. 바이오 업종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가치로 평가받는 성장주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도 쉽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바이오를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지속되는 회계 처리 논란이 결국은 토종 바이오업종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릴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바이오업종 한파, 언제 끝나나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오는 28일 정례회의에서 제약·바이오 기업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테마감리 결과에 따른 제재조치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 심판대에 오를지 여부도 이번주 판가름 난다. 업계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긴장감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다. 바이오 업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현재 실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미래 가치에 대한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삼성바이오는 현재 전세계 최고 생산능력을 보유한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기업이다. 거래정지 직전, 삼성바이오 시가총액은 22조1322억원으로 코스닥시장 시총 7위를 차지하는 초대형 상장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지난 3분기 까지 969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보다 적자폭을 키웠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6년 이후 3개년간 지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중이다.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장주인 삼성바이오와 셀트리온을 제외하고 코스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 중 65%가 지난 3개년간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도 심하게 흔들렸다. 삼성바이오와 셀트리온의 주가는 모두 연중 최고가 대비 43% 가량 하락했고, 바이오 업종 전체 주가도 올해 최고점 대비 40% 가까이 추락한 상태다. 바이오 업종에 불어닥친 한파가 코스닥 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주는 전체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업종의 절반(46%)가 바이오업종인 만큼 그 비중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바이오주 몰락이 코스닥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점차 커지는 셈이다. ◆"이렇게 불안한데 투자하겠나" 신약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오랜 적자를 지속하는 바이오 기업들은 시장에서 투자자를 찾고,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신뢰를 잃고 주가가 하락하면 결국 신약개발 지연이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 사태가 회계법인과 금융당국 간 책임 공방으로 번지면서 장기화 되자 업계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건, 얻을 것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결국 상장폐지 까지는 가지는 않겠지만 이번 분식회계 논란이 법적 소송으로 번지면서 한국 회계처리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외국인투자자들이 이탈할 것이고, 앞으로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를 찾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받을 타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삼성바이오 사태로 이후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감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를 키웠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업계 회계처리에 대한 테마감리가 이루어지고, 간판 기업인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 판정을 받으면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며 "IPO도 어려워지고, 자금조달이 안되면 초기 투자가 정말 중요한 중소 바이오기업이나 바이오벤처들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산업이 성장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속적인 회계처리 문제를 제기한다면 정부의 바이오 산업 육성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불확실성을 하루 빨리 해소하고, 바이오 기업들이 가치가 저평가 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