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외식업계, 봄부터 뜨거운 맵부심 경쟁
식품업계가 봄 시즌부터 각기 다른 개성과 취향으로 매운 맛 경쟁을 시작하면서 소비자의 입맛 공략에 나섰다. 먹방 유투버나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매운맛 챌린지' 영상이 SNS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식품업계가 매운 맛 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러한 '맵부심(매운 맛을 즐기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트렌드에 힘입어 매운맛 국물라면 시장은 2021년 1905억원에서 2023년 2076억원으로 2년 동안 7% 빠르게 성장했으며, 2022년 매운맛 국물라면은 7160억원 규모의 전체 국물라면 시장에서 2680억원을 차지하면서 매운 맛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있다. 매운맛 열풍은 국내만이 아니다. 2021년 유럽 시장에 이어 2022년 미국 스페셜티식품협회(SFA)에서 식품 트렌드로 선정할 만큼 매운맛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라면업계, 더 맵고 다채롭게 1일 업계에 따르면 매운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라면업계는 매운 맛을 강화한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림은 최근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을 출시하며 매운 라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부트졸로키아, 하바네로, 청양고추, 베트남고추 등 매운 맛으로 유명한 세계 4대 고추를 엄선해 최적의 비율로 조합했다. 매운 맛의 강도를 수치화한 스코빌 지수를 보면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 8000SHU에 달한다. 이는 농심이 앞서 선보인 '신라면 더 레드' 스코빌 지수보다 높은 수치다. 농심은 지난해 7월 신라면보다 2배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의 매운맛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점을 고려했다고 개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신라면 정체성인 '맛있는 매운맛'을 지키기 위해 매운 맛의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소고기와 표고버섯 등 재료를 보강해 진한 국물의 맛도 한층 끌어올렸다. 지난해 8월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선보인 삼양식품은 올해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스트레스 해소, 해장, 기분전환 등 각 상황에 적합한 매운맛을 완성하기 위해 화끈함, 칼칼함, 알싸함, 은은함 등 다섯 가지로 매운맛을 세분화해 선보였다. ◆특유의 얼얼함 '마라' 제품도 쏟아져 마라는 매운맛을 내는 중국 사천 지방의 향신료로 '저릴 마(麻)', '매울 랄(辣)'을 의미하는데,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육두구, 화자오, 후추, 정향, 팔각 등이 사용되며 얼얼하면서 독특하고 이국적인 매운맛이 특징이다. 마라맛은 2010년대 후반, 10대와 20대 사이에 마라탕이 유행하기 시작하며 대중화됐다. 신한카드가 자사 고객의 마라탕 전문점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9월 마라탕 전문점을 방문한 신한카드 이용자가 전년 대비 25% 증가했는데 이는 마라 트렌드 열풍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팔도는 이달초 '팔도마라왕비빔면(이하 마라왕비빔면)'을 출시했다. '마라왕'은 팔도가 새롭게 선보이는 자체 라면 브랜드다. 비빔장의 특유의 감칠맛과 함께 혀끝에 남는 알싸한 매운맛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마라맛에 대한 시장 수요도 앞서 검증했다. 올해 초 출시한 '킹뚜껑 마라맛' 한정판 70만 개는 출시 1개월 만에 완판됐다. SPC삼립은 지난 14일 '고단백 닭가슴살바 마라맛'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기존에 선보였던 블랙페퍼, 청양고추, 갈릭 맛에 이은 신제품으로 젊은 소비층의 니즈를 반영했다. 국내산 냉장 닭가슴살을 8시간 저온숙성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며 달걀(특란) 한 알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피자알볼로도 지난 13일 '마라 치즈오븐스파게티'와 '마라 윙&봉'을 출시했다. 4월 중 쿠팡이츠, 요기요를 통해 출시 기념 이벤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1020세대를 중심으로 맵부심과 마라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기존 한국적인 얼큰함과 더불어 얼얼함까지 더한 매운맛의 카테고리가 넓어지고 있다"며 "업계도 변화하는 식문화에 반응, 고객의 니즈를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신메뉴 출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