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싱글슈머 잡아라…상품 크기 줄이고 가격 낮춰
'싱글슈머'가 늘어남에 따라 유통업계 전반에 변화가 많아지고 있다. 대용량보다는 소용량 상품을 늘리고 편의성 좋은 상품을 선보이면서 싱글슈머 사로잡기에 나선 것. 싱글슈머란 1인 가족의 형태로 살아가면서 자신들만의 생활 패턴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주민등록상 전체 세대 수는 2391만4851개로 집계됐다. 이 중 1인 세대는 993만5600개로 전체의 42%에 달한다. 이는 통계청에서 추산한 지난해 1인 가구 비중인 3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가구 수의 경우 실제로 함께 살지 않아도 생계 등을 같이 하면 1인 가구로 집계하지만, 세대는 주민등록 주소지를 기준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즉, '나 홀로 삶'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는 데 있어서는 1인 세대 비중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싱글슈머는 소비에 있어서 실용성과 접근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집에서 거리가 먼 대형마트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고 소용량으로 포장된 제품을 선호한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특성에 맞춰 소비 주체를 3~4인에서 1인으로 세분화하고 소용량,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선보이며 가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은 1~2인 가구를 주 타깃으로 삼아 근거리 유통 채널로 성장해왔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의 업태별 매출(상품 및 서비스 거래금액)에 따르면 편의점의 비중은 16.6%로 대형마트(13.3%)보다 높고 백화점(17.6%)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로 외식이 줄면서 편의점 간편식품 판매가 급증했다. 대표적으로 CU의 최근 3개년간 식재료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을 살펴보면 2021년 21.4%, 2022년 19.1%, 2023년 24.2%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 또 식재료의 매출은 1~2인 가구의 비중이 높은 20, 30대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식재료 매출에서 20대, 30대의 비중은 각각 32.8%, 30대 30.9%로 전체 63.7%를 차지했다. 이에 CU는 1~2인 소인 가구의 수요에 맞춰 대용량 포대 쌀, 채소, 생선, 과일, 신선육 등 식재료 구색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정육 상품군도 확대한다. 지난해 11월 180g으로 소포장한 1인용 호주산 부채살 스테이크와 척아이롤 스테이크가 인기를 끌자 오는 11일에는 미국산 부채살 큐브 스테이크와 척아이롤 큐브 스테이크 2종을 출시한다. 식품업계도 1인 가구의 밀키트 구매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보다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초반 밀키트 시장은 특별한 날에 즐길 수 있는 양식과 스테이크 위주의 구성이 대부분이었다. 이후에는 주부들이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2~3인분 용량을 중심으로 상품 라인업이 확대됐다. 현재는 1만원 미만의 1~2인분 밀키트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5260억원으로 6년새 5배 성장할 전망이다. 제조업체 프레시지의 25~44세 밀키트 구매 비율은 57.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객 수요에 따라 1인분용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수요와 상황을 고려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1인가구를 고려한 메뉴를 대거 선보이면서 수익성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피자알볼로는 합리적인 가격에 적당한 양을 선호한다는 시장조사 결과를 반영해 지난해 6월 피자 도우 크기를 L사이즈 기준 13인치, R사이즈 기준 10인치로 조정했다. 피자 가격도 평균 4000원 내렸다. 크기와 가격을 조정한 이후 평균 주문 건수가 20%가량 증가했고, 매출도 10% 증가했다. 기존 피자의 크기와 가격에 부담을 느끼던 1인 가구의 주문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인 피자로 유명한 '고피자'가 현재 순항 중인 것도 1인 가구를 제대로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6년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고피자는 2017년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피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는 물론, 2019년부터는 인도를 시작으로 2020년 싱가포르와 홍콩, 2022년 인도네시아에 진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대표적인 K-푸드로 사랑받고 있으며, 현재 국내외 7개국에서 2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앤푸드가 운영하는 굽네는 치킨과 함께 곁들이기 좋은 싱글 피자와 파스타 각각 2종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1인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메뉴들에 변화를 줬고,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이다"라며 "혼자 사는 소비자들이 부담없는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