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家' 정몽구·정의선, 40년째 이어간 '양궁 사랑'…도쿄서도 결실 맺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우리나라 남녀 양궁 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며 양궁 단체전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무대에서 국격을 높였다. 이처럼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37년간 양궁을 지원한 영향이 컸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한국 양궁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면 정의선 회장은 금전적인 지원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혁신 기술 지원이 선수의 기량을 한차원 끌어올리는데 주요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도쿄대회 석권'을 목표로 추진된 기술지원 프로젝트는 정의선 회장(대한양궁협회장)의 주도로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접목하면 선수 기량을 한 단계 더 향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2016 리우대회 직후부터 양궁협회와 다양한 기술 지원방안을 논의했고, 그 결과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 자동 기록 장치 ▲심박수 측정 장비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 ▲선수 맞춤형 그립 등 5개 분야에서 기술을 지원했다. 고정밀 슈팅머신 -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 먼저 선수들이 우수한 품질의 화살을 선별할 수 있도록 기존 장비보다 정밀도와 정확도를 개선한 슈팅머신을 신규 제작했다. 선수들이 70m 거리에서 슈팅머신으로 화살을 쏘면 힘, 방향, 속도 등 동일한 조건에서 불량 화살을 솎아내는 식이다. 정밀 센서 기반의 전자 과녁을 이용해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저장하는 점수 자동 기록 장치에도 현대차 기술이 적용됐다. 무선 통신으로 점수를 모니터 화면에 실시간 표시해 효과적으로 점수를 확인하고 화살 탄착 위치까지 저장해 빅데이터로 활용하도록 했다. 점수 자동 기록 장치-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 베이스화 현대차그룹은 비전 기반의 심박수 측정 장비를 선수단에 지원,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나 훈련 중 접촉식 생체신호 측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첨단 비전 컴퓨팅 기술을 활용했다. 주변 노이즈를 걸러내는 별도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방송용 원거리 고배율 카메라도 적용했다. 코치진은 훈련 과정에서 축적된 심박수 정보와 점수 데이터를 연계해 선수의 심리적 불안 요인을 없애는데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명상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전문 업체와 협력,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을 위한 '명상 앱'을 별도로 제작해 지원했다. 현대차그룹 인공지능 전문조직 에어스 컴퍼니가 보유한 AI 딥러닝 비전 기술을 활용,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분석에 용이하도록 자동 편집해주는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도 역할을 했다. 에어스 컴퍼니는 수천개의 양궁 동작 이미지를 통해 영상에 등장하는 선수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딥러닝 비전 컴퓨팅을 활용했다. 비전(Vision)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 -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 측정 선수와 코치는 최적화된 편집 영상을 통해 평소 습관이나 취약점을 집중 분석할 수 있었고, 이는 곧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현대차그룹은 전했다. 통상 선수들은 활의 중심에 덧대는 그립을 자신의 손에 꼭 맞도록 직접 손질한다. 하지만 올림픽처럼 장기간 경기가 벌어지는 도중에 그립에 손상이 가면 새 그립을 다시 다듬어야 하는 애로가 있다.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2016 리우 올림픽부터 3D 스캐너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이번에는 알루미늄과 폴리아미드를 혼합한 알루마이드, 방수성 등으로 자동차 부품 소재로도 활용되는 PA12 등 신소재를 활용해 그립 재질을 다양화했다. 선수 기호에 따라 우레탄이나 원목 등의 그립도 제공했다. 현대차그룹과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시작됐다.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정 명예회장부터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된 정의선 회장까지 현대차그룹은 37년간 비인기 종목이었던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다. 양궁과 인연을 맺은 정 명예회장은 미국 출장 중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 등을 직접 구입해 양궁협회에 선물로 보내고 선수들이 해외 대회에서 물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위스에서 물을 공수해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힘입어 한국 양궁은 1984년 LA 올림픽부터 2020 도쿄올림픽 남자단체전까지 금메달 26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를 획득하며 양궁 종목 전체 금메달의 70%를 차지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1978년 방콕 대회를 시작으로 2018년 자카르타 대회까지 금메달 42개, 은메달 25개, 동메달 16개를 차지했다. 맞춤형 그립 - 선수의 손에 최적화된 그립을 3D 스캔해 3D 프린터로 제작 정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정 회장도 한국 양궁발전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앞서 2019년 도쿄 올림픽 양궁 테스트 이벤트 대회 현장을 찾아 양궁 경기장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과 선수촌 시설을 꼼꼼하게 둘러봤다. 이후 진천선수촌에 도쿄 양궁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만들고 모의 대회를 열도록 했다. 작년 초 선수들이 7월 말의 도쿄와 유사한 기후인 미얀마 양곤에서 기후 적응을 위한 전지 훈련을 할 때도 직접 전지훈련장을 방문해 선수들의 훈련 과정을 살펴봤다. 지난 4월 부산에서 열린 국가대표 1차 평가전도 관전했다. 코로나19로 국제 대회 경험을 할 수 없고 이전처럼 야구장에서의 훈련도 불가능하자 정 회장은 올해 5월과 6월 4번에 걸쳐 스포츠 전문 방송사 중계를 활용해 실제 경기처럼 미디어 실전 훈련을 하게 했다.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정 회장은 2008년 '한국 양성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도록 지시하고, 양궁협회가 원칙을 지키는 투명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도록 했다. 한국 양궁이 지연, 학연 등 파벌 없이 철저하고 공정한 경쟁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원동력이다. 또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체계를 구축하고, 국가대표와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무료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로 양궁 저변 확대와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주 미국 출장을 끝내고 곧바로 양궁 응원을 위해 일본을 찾았다.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대회에 참석했지만 바쁜 일정에도 양궁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자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관중석에 앉아 열띤 응원을 펼치며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