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커버스토리] 대내외 역풍 직면한 韓…경제성장률 1.5%
이른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1970년대 평균 10.5%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7.4%에서 2010년대 3.5%로 떨어졌다. 그리고 2020년대 절반을 지나는 지금,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0%다. 고도성장 시대를 지나 감속 성장의 시대를 걷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수(소비·투자)가 얼어 붙고, 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까지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한은 전망치(1.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KDI·1.6%) 등보다 낮은 수준이다. ◆ 내수 발목 잡은 비상계엄 고금리·고물가에 지쳐 있던 소비자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끝끝내 지갑문을 닫아버렸다. 지난해 11월 소비심리지수는 100.7에서 12월 88.4까지 떨어졌다. 소비심리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 성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100 미만이면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이용액을 살펴보면 비상계엄이 없었을 때와 비교해 약 5670억원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숙박(-4.2%포인트), 음식(-2.9%포인트), 여가(-4.5%포인트) 등 외부 활동을 중심으로 줄었다. 연말 대목을 기대하던 소상공인은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이 절반 넘게 줄었다는 소상공인이 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50% 감소(25.5%) ▲10~30% 감소(21.7%) ▲10% 미만 감소(5.2%) 순이었다. 한은은 민간소비가 올 하반기에 들어서야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1.1% 증가했다. 금리인하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연간 1.4%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투자도 감소하고 있어 내수 회복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건설투자는 2023년 1.5% 증가했지만 지난해 2.7% 감소했다. 한은은 올해 건설투자가 상반기(-6.6%) 어려울 수 있지만, 하반기(1.1%) 소폭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 연간 건설투자로 보면 2.8% 감소로, 지난 해보다 감소폭이 더 크다. 한은 관계자는 "건설수주가 상당 기간 감소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구조조정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의 연간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지난해보다 축소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건설투자는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수출도 믿기 어렵다 문제는 믿고 있던 수출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주 만에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이달부터 모든 상품에 관세 10%를 추가하고, 캐나다와 멕시코는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달부터 최대 25% 관세를 부과한다.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관세의 도입시기가 빠르고, 관세 증가폭이 커 우리나라의 피해도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금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1189조3820억달러로 수출비중의 약 20%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관세대상으로 지목되는 자동차·반도체 등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대체수출처를 찾지 않는 이상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돼 중국이 상품을 과잉 생산하고, 다른 국가들로 수출할 경우 수출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협상을 통해 관세율이 낮아지고 무역마찰이 저강도로 나타날 경우 올해 성장률은 전망한 것보다 0.1%포인트 오른 1.6%, 내년 성장률은 2.1%까지 오를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미국과 여타국간 상호 보복 조치가 반복될 경우 수출과 투자가 크게 위축돼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1.4%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