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희비 엇갈리는 산업계…반도체·車등 '악재', AI·바이오등 '호재'
반도체, 전체 수출 22% '핵심'…대중국 규제 심화 영향 '주목' 자동차, 한국産 수입 축소 불가피…보편관세 영향 예의주시 2차전지, 美 IRA 지원 축소…전기車 수요 감소→2차전지 ↓ '당근(보조금)에서 채찍(관세)으로,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공급망 다변화)에서 온 쇼어링(on shoring·대미투자)으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본격 출범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트럼프 2.0 시대'의 산업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으로 1330억 달러, 미국으로 1278억 달러 어치를 각각 수출했다. 자동차, 일반기계, 반도체 등이 미국에 많이 나갔다. 이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미국의 산업정책 변화에 상당히 민감할 수 밖에 없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0 시대'엔 인공지능(AI), 우주산업, 바이오, 조선 등의 업종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반면 2차전지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은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일PwC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무역 관세 증대(보호무역 강화) ▲법인세 인하(자국 기업 친화적 정책 강화) ▲불법이민 억제(노동력 자유로운 이동 제한) ▲미국 우선주의(글로벌 리더→거래 기반 동맹 관계) ▲화석연료 관련 산업 확대(친환경 정책 후퇴)를 꼽았다. 그러면서 IT(특히 AI), 헬스케어, 우주·방위산업, 조선, 석유화학을 수혜 업종으로, 철강,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를 피해 업종으로 각각 구분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 오선주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정부는 과거 1기에 비해 더욱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 간 관세 전쟁으로 격화 시엔 글로벌 무역량 감소로 이어져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 무역협정 재협상과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더욱 가속화되는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재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트럼프 2기는 해외에서의 아웃소싱을 중단하고 철강, 자동차, 방위, 에너지, AI 등 주요 (자국내)핵심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며 법인세를 감면하는 등 친기업적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프라 투자 확대 및 국내 실물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반도체·2차전지 등 韓 수출 주력업종 '고전' 예상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 반도체, 내연기관 자동차, 전기차, 2차전지 등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2%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2년에 제정한 일명 '미국 반도체 지원법'이라고도 불리는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의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해외 기업에 대한 보조금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또 고관세를 통해 외국 기업들이 미국내에 반도체 공장을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반도체 관련 대중국 규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 계획이 트럼프의 귀환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중국에 대한 견제 심화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성능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서 위치 선점 여부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의 기존 반도체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 따른 대응방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도 주시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중 관계를 이용해 대만의 TSMC에 미국의 생산 로드맵을 앞당기라고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만 정부는 강하게 대응하고 TSMC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가격을 고객(미국)에게 전가할 수 있다. 이같은 이슈가 불거지면 AI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편관세·IRA, 車 연관산업 '복병' 될 듯 자동차는 지난해 미국에만 342억 달러 어치를 보내며 수출 품목 1위에 올라섰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 2023년 기준으로 미국 수출 비중이 42%로 절대적이다. 220만대 가운데 92만대가 미국에서 팔렸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를 대한국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자동차 수입 축소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보편관세가 대표적이다. '보편관세'란 미국내 제조업의 일자리를 보호하기위해 품목, 국가에 상관없이 전 세계 수입품을 대상으로 10~2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에 보편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앞서 S&P글로벌은 한국산 자동차에 20%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기아차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최대 19% 감소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2025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산업 관련 정책은 보편적 관세 부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연비규제 폐지 등으로 우리 자동차산업의 수출 및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며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며 "보편적 관세 부과는 FTA 체결국으로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관세 부과 시 우리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대응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 및 수출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추가 관세를 우려해 과도하게 차량 가격을 내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수출시장 다변화도 중국 업체의 경쟁력 상승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2차전지는 사방에서 복병을 만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후퇴, IRA 지원 규모 축소는 전기차 수요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같은 악영향이 2차전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내 전기차 과잉공급도 한국 기업들에게는 적신호다. 전기차 수요도 둔화세다. 설상가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IRA의 경우 전면 폐기보단 지원 규모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선주 수석연구위원은 "2023년부터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IRA 수혜까지 소멸될 경우 2차전지 업체들의 수익성 부진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태호 교수는 "미국 현지에 이차전지, 전기자동차, 태양광패널 등 분야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은 동 분야의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폐지 또는 축소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올해 세계 실질GDP 성장률을 지난해와 같은 2.7%로 전망한 세계은행(WB)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계 성장률이 0.3%포인트(p)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