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사 모두 낙찰자 '이상한 입찰'…공정위, 신용카드 제조 6개사 과징금 140억원
신용카드사가 실시하는 카드 공급업체 선정 입찰에서 카드 플레이트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일부 제조사들만 모두 낙찰되는 이상한 입찰이 약 7년간 이어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페이 등 다양한 모바일카드가 등장하면서 실물 카드 수요가 줄자, 위기감을 느낀 실물 카드 공급 업체들이 독점적으로 가진 플레이트 공급 능력을 이용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자 담합한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신용카드사가 실시한 카드 공급업체 선정 입찰에서 담합한 카드 제조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40억7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담합에 가담한 카드 제조사는 코나아이, 유비벨록스, 바이오스마트, 옴니시스템, 아이씨케이, 코나엠 6개사로 2011년~2017년까지 20건의 카드 공급업체 선정입찰(총 계약금액 2424억원)에 참가하며 사전에 낙찰 예정자, 투찰 가격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들 중 코나엠은 코나아이의 계열사, 옴니시스템은 바이오스마트의 계열사로 이들 2개 계열사는 2015년 입찰부터는 계열사간 중복 입찰이 불가해져 나머지 4개사만 입찰에 참가해 담합을 벌였다. 담합 품목은 '카드 플레이트'와' IC칩'이 결합된 IC카드였는데, 카드 플레이트와 IC칩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각각 비자와 마스터 등 국제카드사 등과 금융결제원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은 국내에서 카드 플레이트 제조시설을 갖추고 제조인증을 받은 독점적 업체로 2015년 1월경 국민카드 입찰에서 광화문역 인근 카페 등에서 모임을 갖고 국내 신용카드사에 향후 입찰과 관련해 요구할 사항에 관해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개별 입찰에서 4개사를 모두 낙찰자로 선정할 것'과 'IC칩과 플레이트를 분리해 각각 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두 품목을 묶어서 1개 입찰로 실시하되, 입찰참가자격을 국내에 플레이트 제조시설을 갖춘 업체'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런 요구사항이 관철되면 국내 카드 플레이트 제조시설을 갖춘 이들 4개사만 입찰참여가 가능하고 모두 낙찰자로 선정되게 된다. 카드 공급업체들은 이런 합의사항을 신용카드사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입찰 참가를 거부하기로 합의했고, 실제 2015년 국민카드 입찰에서 2번의 유찰 끝에 결국 국민카드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3차 입찰을 실시, 실제로 이들 4개사만 입찰에 참여해 모두 낙찰받았다. 결국 1,2차 입찰에 'IC칩' 품목에 대해 참여했던 솔라시아, 코아게이트, 성우앤아이티 등 업체들은 3차 입찰에서 배제됐다. 이처럼 2015년 이후 신용카드사들이 이들 4개사 요구를 수용하며 신용카드 공급 입찰시장은 이들 4개사가 독점하게 됐고, 투찰가격(안)을 만들어 공유하는 등 가격담합으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코아게이트 등 IC칩사는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악화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IC칩사와 플레이트사 간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 삼성페이 등 다양한 모바일카드가 등장하며 실물 카드 수요는 2012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 사건 담합업체들은 자신들이 독점적으로 가진 플레이트 공급 능력을 이용해 IC칩사를 입찰에서 배제시키고 안정적 물량 확보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플레이트 제조사들의 담합을 확인하고, 지난 3월 국민카드 등 국내 8개 신용카드사와 함께 입찰방식, 입찰참가자격 등에 관한 개선방안을 논의한 결과, 카드사들은 이 사건 담합으로 경쟁이 제한된 현 입찰제도를 개선해 올해 하반기 입찰부터 개선된 입찰제도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국내 또는 해외로부터 플레이트 공급이 가능한 업체도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되며, 플레이트 입찰과 IC칩 입찰을 분리 또는 통합 실시할지 카드사가 결정하되, 통합입찰을 실시할 경우 플레이트사뿐 아니라 IC칩사도 입찰에 참여가 가능해진다. /세종=한용수기자 hy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