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책과 함께]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外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한승혜 외 7명 지음/문예출판사 '말괄량이 길들이기', '달과 6펜스', '안녕 내 사랑', '위대한 개츠비', '나자', '그리스인 조르바', '날개', '메데이아' 앞서 언급된 작품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여성을 모욕해 '예술적 성취'를 이룬 걸작이라는 것이다. 책은 위 8개 작품을 비판적으로 재독해하면서 고전과 걸작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문학을 지배하는 시선은 누구의 것인가. 문학 작품 속에서 여성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저자들은 이들 작품에서 여성들이 대개 악녀, 속물, 거짓말쟁이, 정신질환자, 마녀, 억압자, 예술적 객체로 재현됐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책은 이 모든 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영향을 끼치고 자신의 관점을 재생산하는 '예술'이란 이름으로 용인됐다는 점을 비판하며, 모욕당한 여성들을 위한 문학적 진혼굿판을 열자고 제안한다. 256쪽. 1만6000원. ◆정보의 지배 한병철 지음/전대호 옮김/김영사 책에서 저자는 '인포크라시(Infokratie)'라는 개념을 발굴해 다룬다. 이는 정보체제 내에서 민주주의(Demokratie)를 대체하고 있는 새로운 지배 형태를 의미한다. 본래 민주주의의 정치적 공론장 형성에는 책이라는 미디어가 중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대중매체의 등장 이후 지배 형태는 텔레크라시와 씨어터크라시로 변질했으며, 여기에서 또 변화한 인포크라시의 형태를 띠게 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책은 공론장의 구조변동과 의사소통 행위에 관한 하버마스의 이론을 비롯해 루소·니체·벤야민·푸코·아렌트·쇼샤나 주보프·해리 프랭크퍼트 등의 이론을 경유해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정보체제가 우리의 감각과 인지를 어떻게 분열시키며 그것이 민주주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 106쪽. 1만2800원. ◆언박싱 코로나 조화순 외 9명 지음/페이퍼로드 '언박싱 코로나'는 정치부터 선거, 커뮤니케이션, 경제, 사회, 복지, 노동, 심리, 환경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전 지구적이고 복합적인 변화상을 다룬 책이다. 미국에서는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의 확산 속에 제때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고위험군에 속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중국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통제해 사회적인 약자들이 방치됐다. 저자들은 인류가 감염병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전 세계의 사례를 분석해 국가의 제도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어떻게 달라지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설명하는 책. 340쪽.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