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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안광복 지음/어크로스 필자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독서경시대회'라는 연례행사가 있었다. 시험 범위가 없으면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학교 선생님들은 독서경시대회 전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알려주면서 대회 참여를 독려했다. 가정통신문에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몽실 언니',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괭이부리말 아이들', '국가론' 같은 과학, 문학, 철학 분야의 책을 읽고 시험에 임할 것을 당부하는 말이 쓰여 있었다. 아쉽게도 대회에서 상을 받진 못했지만, 소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철학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필독서 목록에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가 끼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나온 문제 10개를 다 맞혔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런 재능이 있으면 나중에 철학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는데 거장들의 저작을 읽다가 착각이었단 걸 알게 됐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부터 라캉의 에크리,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까지 모두 10페이지도 읽지 못한 채 "현상체, 가상체, 형성자, 변형태, 현존재··· 웩!"하고 책을 덮었다. 틀에 박힌 사고를 깨는 건 재밌는 일이다. '철학이 어렵다'란 고정관념도 부술 수 있을까?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는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저자는 "철학을 알려면 철학만 바라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문제를 모르면 답도 못 찾는다는 것이다. 책은 철학 사상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서양 철학사를 대표하는 철학자 40인의 삶을 들려준다. 철학자들이 왜 그런 고민을 했는지 캐묻고, 그들의 고뇌를 내 고민처럼 느끼고 아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철학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무엇'이 된다는 것이다.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철학은 삶을 지탱하는 무기였다. 책에 따르면 잔인하고 황량한 전쟁터에서 아우렐리우스는 끊임없이 이성을 일깨우고 마음의 고요를 찾는 철학자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인생은 투쟁이고 세계는 낯선 이를 위한 임시 수용소일 뿐이며, 죽음 뒤에 얻은 명성은 허무하다. 그런 우리에게 유일한 버팀목은 철학이다. 철학은 우리 자신 속에 거룩한 정신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고 가르치고 우리가 당하는 모든 일은 악이 아니라 우리의 운명일 뿐이라고 말해준다. (중략) 우주적 이성에 따라 일어나는 일은 결코 나쁜 일일 리 없다"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을 훈계하기 위해 쓴 '명상록'의 일부를 소개하며 저자는 "아우렐리우스의 삶은 철학적 반성을 거듭하는 성숙한 개인이 훌륭한 사회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아우렐리우스처럼 항상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자신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보자"고 독자에게 제안한다. 456쪽. 1만5800원.

2021-09-16 13:37:4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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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배우 송중기·박소담 선정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배우 송중기와 박소담이 확정됐다. TV 브라운관과 스크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국내는 물론 세계를 사로잡은 배우 송중기와 박소담이 오는 10월 6일 수요일 저녁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게됐다. 배우 송중기는 올해 영화 <승리호>(2020)부터 드라마 [빈센조](2021)까지 연이은 흥행으로 이유 있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는 2008년 <쌍화점>으로 데뷔 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 [태양의 후예](2016), [아스달 연대기](2019), 그리고 영화 <늑대소년>(2012), <군함도>(2017) 등을 통해 연기력과 대중성 모두 증명하며 명실상부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현재 촬영 중인 영화 <보고타>(2021)까지 그는 캐릭터와 장르, 시대를 넘나들며 배우로서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펼쳐내고 있다. 영화 <상의원>(2014),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4) 등 매 작품마다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박소담은 지난 2015년 <검은 사제들>로 대중들에게 독보적인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듬해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자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충무로 대세로 자리매김한 그는 이후 연극 무대, 스크린, TV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영화 <기생충>(2019)에서 반지하 집에 사는 막내딸 '기정'으로 분해 영화에 밀도를 더하는 인상적인 연기로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천만 영화 필모그래피까지 갖추게 됐다. 이렇듯 대중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은 배우 송중기와 박소담을 개막식 사회자로 선정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개최될 예정이다.

2021-09-16 10:51:42 김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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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빚는 남자' 서승준, 'NATURAL INTENTIONS' 전시

24~28일 삼청동 갤러리 마롱에서 개최 도예작가 서승준의 국내 두 번째 전시인 'NATURAL INTENTIONS'이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삼청동 갤러리 마롱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각자가 지닌 도자기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본질에 초점을 맞추며, 그 본질은 바로 자연으로의 회귀임을 알리고 있다. 도자기가 지닌 특성과 본질에 대한 고찰을 바라는 작가의 시선이 깊이 개입되어 있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우리 역시 오랜 시간 환경에 길들여진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자각하게 하고 다시 자연으로 회귀시키려는 의도다. 자연 요소인 흙과 불로 만들어진 작품은 자연을 구성하는 하나의 오브제다. 그것은 다시 자연으로 회귀하는 형태를 취한다. 이것은 일상을 살아가며 망각하는 구성의 본질,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알리고 정화하거나 순환시키는 작업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서승준 작가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내며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사진작가 콜린 킴의 영상협업이 더해져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상과 도자기, 설치요소의 기물들 하나하나가 완벽한 시퀀스를 이루며 실험적이고 차별화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 서 작가가 과거 하와이로 이주하면서 국내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설치 미술 작가로 활동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2021-09-15 12:21:57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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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공개!

오는 10월 6일(수)부터 15일(금)까지 열리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공식 포스터를 전격 공개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는 한국 전통 모시천의 실사를 바탕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영문 표기를 손글씨로 흘려 쓴 디자인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색인 붉은 색 계열 모시천을 실사 촬영해 다양한 색으로 변주했다. 다채로운 색의 모시천을 겹쳐 색을 변주한 이번 포스터 배경은 세계 영화를 선보이는 '축제의 장'이 된 '영화의 도시' 부산을 나타낸다. 포스터 하단의 짙은 보라와 자주색은 부산의 밤바다를, 포스터 중앙에 여러 색깔의 모시천이 겹쳐지는 부분은 영화제가 펼쳐지는 하늘과 그 아래 공간을 의미한다. 화면 중앙을 둘러싸는 형태로 배치된 7가지 색상의 정사각형은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제작된 각국의 다양한 영화를 상징한다. 한국의 전통 유산인 '모시 짜기'는 모시풀을 모시천으로 완성하기까지 보통 석 달 정도가 꼬박 걸리는 고난의 작업이다.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이 일을 나누어 맡아야 완성되는 '모시천'은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영화인들의 노고를 대변해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는 제2회부터 부산국제영화제 미술감독으로 활동한 최순대 부산현대시각디자인협회장이 제작했다. 올해 공식 포스터를 공개하며 기대를 모으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수)부터 오는 10월 15일(금)까지 열흘간 개최된다.

2021-09-14 15:07:34 김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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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이름이 법이 될 때 外

◆이름이 법이 될 때 정혜진 지음/동녘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가 된 이름들이 있다. 지난 2018년 겨울 한국발전기술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재가 분명했지만, 원청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하청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면 원청이 책임질 것', 이 당연한 말을 법에 새기기 위해 김용균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세상에 내어줬다. 어떤 이름들은 산재 위험에서 노동자를 지키는 법이,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구하는 법(태완이법)이, 어린이 같은 약자를 보호하는 법(민식이법)이 되기도 한다. 김용균, 태완이, 구하라, 민식이, 임세원, 사랑이, 김관홍···. 책은 법이 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써 내려간 르포르타주 에세이로, 우리가 타인의 이름에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알려준다. 252쪽. 1만5000원. ◆기본소득, 지금 세계는 최인숙, 고향갑 지음/구름바다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 코로나 팬데믹으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등 세계는 지금 인간의 초라함을 목격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20세기 자본의 논리에 따라 사람들은 땀 흘려 노동하고, 대가로 돈을 지불받았다. 하지만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인간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게 됐다. 돈을 벌지 못하면 소비를 할 수 없게 돼 경제가 마비된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을 때 국가가 나서서 무상의료를 펼치지 않았다면, 재난지원금을 풀지 않았다면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됐을까? 지금보다 더 많은 이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처참하게 죽었을 것이다. 책은 위기에 직면한 세계가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는 지점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한다. "훌륭한 생각은 처음에는 조롱받고 공격받지만 결국 받아들여진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처럼, 기본소득 역시 받아들임의 여정을 걸어가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236쪽. 1만5000원.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 지음/북드라망 백수는 단순히 '노는 사람'이 아니다. 놀면서 배우는 사람이다. 세상이 스승이고, 인생이 학교인 청년 백수는 네 가지 기본기를 익혀야 한다고 책은 주장한다. 노동이 아닌 활동을 통해 자기 삶의 매니저가 되기, 고립이 아닌 공감으로 우정의 기예 연마하기, 방황 아닌 탈주를 위해 노마디즘으로 무장하기, 반복에 빠진 삶이 아닌 생성하는 삶을 위해 지혜의 파동에 접속하기가 바로 그것. 책은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오늘날 청년 백수의 삶과 18세기 조선 시대 연암 박지원의 청년 시기 삶과 사유를 교차시키며 풀어낸 인문학적 백수론이다. "일하지 않아도 굶주리지 않고, 거기다 100세를 살 수 있다니, 그야말로 인류사의 축복이다. 그럼 그 기나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가? 배우면 된다. 이것이 백수 시대에 백세 인생을 살아가는 최고의 전략이다. 단언컨대, 이보다 더 좋은 삶은 없다. 고로 백수는 미래다"고 저자는 말한다. 304쪽. 1만6000원. /김현정기자 hjk1@metroseoul.co.kr

2021-09-09 13:48:3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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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이상한 성공

윤홍식 지음/한겨레출판사 8일 저녁 가족들과 쇼파에 참새처럼 나란히 앉아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시청했다. 처음엔 깔깔대고 웃었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갈 때쯤 엄마, 아빠, 나, 동생 넷 다 꺽꺽대며 울었다. 고시원에 살던 20대 청년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을 출연자로 나온 유품 정리사가 들려줬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슬펐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전 세계 모든 가난한 나라가 꿈꾸는 부유한 국가가 됐는데도 국민 개개인을 찬찬히 뜯어 보면 행복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 '이상한 성공'은 빛나는 성취를 이뤘음에도 불행한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를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 가난했던 나라는 지금도 가난하고, 부자였던 나라는 지금도 부자다. 그런데 한국만은 유일하게 가난을 탈출해 부자 나라가 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7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래 개도국이 선진국으로 바뀐 사례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하니 기적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믿을 수 없는 성공에도 한국인들은 항상 불안에 시달린다. 저자는 '사회가 없는 세상'을 불행의 원인으로 꼽으며, 마거릿 대처 집권 기간의 영국을 예시로 든다. 사람들이 문제의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처는 복지국가를 축소하고 국가의 힘을 이용해 시장의 역할을 확대하려 했다. 그 결과 대처 정권 막바지엔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지니계수, 팔마비율)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사회가 없는 세상'을 만든 대처 이야기가 '성공의 함정'에 빠진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대한민국의 성공은 사회란 없고 개인이 각자의 안락한 삶을 위해 행동한 기적인 노력들이 모아진 결과로 보인다"면서 "한국이 사회적 연대를 통해 서로 돕는 일에 인색해진 이유는 공적 복지의 확대 없이 성장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고 불평등을 낮췄던 놀라운 성공의 경험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안타깝게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사회는 과거와 같은 경제 성장의 기적을 일으키기 어려워졌다. 저자는 "우리의 비극은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제 성공의 덫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좋은 일자리와 돌봄 역할 분담,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 조성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가자"고 독자를 설득한다. 416쪽. 2만원. /김현정기자 hjk1@metroseoul.co.kr

2021-09-09 12:54:1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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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사진가 이호준 작가 '걸으면 보이는' 출간

뚜벅이 사진가 이호준 작가 '걸으면 보이는' 출간 멈추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듯이 찬찬히 걸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버스와 지하철, 승용차로 출·퇴근 하는 도시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걷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와 풍경이 그것이다. 이호준 사진가가 지난 10여 년 간 두발과 자전거로 세상 곳곳을 누비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 사진과 글을 담아 '걸으면 보이는'을 출간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걷는 사진가'인 이호준 작가는 지금까지 차를 운전해 본 경험이 없는 말 그대로 뚜벅이다. 평일 새벽이나 주말에는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혼자 세상에 나선다. 그에게 걷기는 '관능의 세계로 들어가는 의식'이자 '모든 감각을 동원해 세상을 느끼는 방법, 좋은 피사체로 이끄는 안내자'이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가 '벼락같은' 장면을 만난다. 도시가 아직 잠에서 깨기 전 혼자 강가를 걸으며 발견한 풍경, 추운 겨울 건물 옥상에 올라 바라본 도시의 모습, 한강변을 배회하던 가마우지 한 마리가 어느 건물 옥상에 앉던 순간. 그 모든 순간, 그곳에 작가와 카메라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작가의 예민한 시선이 닿으면 흘러가버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시간을 붙잡듯' 사진으로 기록해 두었다. 우포늪 사진가로도 유명한 정봉채 작가는 추천사에서 "이호준 작가는 사진놀이를 하는 진정한 사진가다. 그가 가는 곳은 사진이 된다"고 적었다. 사진을 직업으로 삼은 프로 사진가가 아닌, 우체국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에게 전문 사진가가 보낸 최고의 찬사다. 사진 놀이를 하듯 순수한 '몰입의 즐거움'으로 찍는 이호준 작가의 사진에서는 상황과 시선에 집중한 소박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이 보인다.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로 건강의 적신호가 오던 때부터 산책과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 작가는 어느 날 문득 들어온 아름다운 풍경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후부터 차곡차곡 일상의 풍경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프로 사진가는 아니지만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것, 피사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표현이 가능한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목표다.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방송위원회 등을 거쳐 현재 우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호준 사진가는 40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찍기를 시작해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을 했고, '서울을 걷다', '남도를 걷다', '나주를 걷다' 등 '걷기'를 테마로 한 사진 개인전 열었다. 'SW중심사회', '트래비' 등의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하는 등 사진찍기와 글쓰기로 활기찬 중년을 보내고 있다.

2021-09-09 09:37:00 김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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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아랍영화제, 전 회차 매진…시네토크 예정

아랍의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제10회 아랍영화제(ARAB Film Festival)가 오는 5일까지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아랍영화제는 한국-아랍 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아랍 중심 영화제다. 이번 영화제에선 레바논, 모로코, 수단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랍 10개국 8편의 화제작을 선보인다. 영화제는 인기에 힘입어 상영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개막작으로는 튀니지의 여성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피부를 판 남자(The Man Who Sold His Skin)'가 선정됐다. 피부에 타투를 새기는 예술가의 작업을 거쳐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 되는 시리아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고찰한다. 동시대 아랍의 삶과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아라비안 웨이브' 섹션과 지난 영화제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ARAFF 10주년 기념 앙코르' 섹션도 마련돼 있다. 영화 제작진과 직접 온라인으로 만나 아랍 영화와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온라인 '아라비안 시네토크' 이벤트도 이어진다. '너는 스무 살에 죽을 거야'를 연출한 암자드 아부 알알라 감독이 함께하는 시네토크는 사전에 참가를 신청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9월 4일 밤 10시부터 온라인 줌(Zoom)을 통해 진행된다. 또한 온라인 인터뷰 형식의 '피부를 판 남자' 시네토크에는 주연 배우 야흐야 마하이니가 게스트로 참여한다. 사전 문답 영상은 영화제 기간 중 온라인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랍영화제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사무국으로 문의하면 된다.

2021-09-04 12:45:24 양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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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外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마야 괴펠 지음/김희상 옮김/나무생각 생존을 위협해오는 기후 문제,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갈등, 현 사회의 양극화는 해온 대로 계속하는 게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가 아님을 일깨운다. 성장 우선주의 정책으로 만들어낸 물질적 풍요는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 문제를 일으켰다. 자연은 이제 인간에게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책은 성장을 지향하는 경제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한계에 직면한 지구를 회생시키기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모색한다. 외면이 아닌 분담과 책임으로 미래를 바꿔 나가자고 저자는 말한다. 264쪽. 1만5800원. ◆죽고 싶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유규진 지음/북랩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코로나19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1명(10.2%)은 최근 2주 내 자해나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회는 이런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책은 청소년 자살 예방법으로 '감시방법론'을 제시한다. 저자인 SNS자살예방감시단 유규진 단장은 청소년들이 개인 SNS에 올린 글, 그림, 사진, 영상 속에 보이는 자살 암시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아이들이 남긴 흔적으로 심리 상태를 파악해 위험 수준에 처해 있으면 구조 작업에 나선다. 20년간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애써 온 저자는 이 책이 청소년들의 소중한 생몀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304쪽. 1만4800원. ◆늦가을 억새바다 김이환 지음/도훈 드넓은 들판에서 억새처럼 우리는 살아왔다. 건조하고 메마른 들판, 거세게 밀려드는 바람. 다 견디고 되돌아본 것은 바다처럼 물결치는 은빛 억새이다. 이것이 인생 아닐까. '늦가을 억새바다'는 시인 김이환이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에 이어 두번째로 펴낸 시집이다. 김이환 시인의 시어에는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이 실렸다. 박수빈 문학평론가는 "세상은 변화무쌍하다. 뉴스는 이런저런 모양의 동정을 실어 나른다. 산다는 건 이런 하루하루를 겪는 것. 시집을 일별하면 김이환 시인은 하루하루의 일상성을 다루면서 금생에 감사한 마음을 담고 있다"고 했다. 112쪽. 1만원.

2021-09-02 14:22:45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