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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대치동 外

◆대치동 조장훈 지음/사계절 국내 사교육의 중심지이자 전국의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부동산 시장의 골칫덩어리, 대치동은 대한민국 욕망의 최전선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시와 부동산은 365일 24시간 뜨거운 이슈다. 수능 점수와 출신 대학이 평생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취업과 승진, 소득은 물론 한 사람의 모든 가능성을 한정 짓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대학 입시에 경쟁적으로 매달린다. 교육 열망이 모이는 곳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자녀 입시를 위해 이주를 감행한 부모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는다. 대학 입시와 부동산간의 복잡한 셈법이 얽힌 대치동의 중심에 이 시스템을 움직이는 학원가가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20여년간 일한 입시전문가인 저자가 명문대 간판을 따기 위해 이곳에 몰려드는 사람들과 그 열기 속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이들이 어지럽게 뒤엉킨 대치동 내부의 풍경을 써내려 간 책. 416쪽. 1만8000원. ◆알고리즘의 블랙박스 오세욱 지음/스리체어스(threechairs) 현대인은 미디어에 잠식됐다. 혼밥을 할 땐 유튜브를 시청하고, 틈틈이 짬날 때 눈에 들어오는 뉴스 기사를 클릭하고, 자기 전엔 SNS에 접속해 랜선 친구들과 소통한다. 알고리즘은 수많은 매개를 자동화해 인간이 가상현실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뒷덜미를 잡고는 놓아주질 않는다. 사람들은 기술이 세분화된 사적 취향을 일정 수준 고려해 준다는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의 단절과 고립을 용인했다. 편향된 정보로 구축한 세계관은 건강한 파편화가 아닌 부족주의를 낳는다. 일상의 상당 부분이 미디어에 종속된 현대인에게 모사된 표상은 실재에 버금간다. 자동화된 미디어 기술이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맞닥뜨려야 하는 정보를 선제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무서운 이유다. 책은 이 같은 알고리즘의 문제점을 까발리고 인간이 기술에 길들여지지 않을 대안을 제시한다. 128쪽. 1만2000원. ◆메타버스 스쿨혁명 김은형 지음/서사원 인간의 상상력이 디지털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가상현실의 시대를 열었다. 인공지능(AI)은 빅데이터로 인간의 행동을 알고리즘으로 조종한다. 저자는 Z세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에게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생필품이 된 지 오래고, 디지털 메타버스는 이제 아이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책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도구의 인간으로 아이들을 진화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속한 메타버스는 현실과 동일시되기 때문에 교육 목표를 뚜렷이 하고 유아기부터 단계별로 철학과 인성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344쪽. 1만6800원.

2021-11-18 15:06:57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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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지음/박종성 옮김/에코의서재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건물 출입구에 있는 문을 여닫을 때 손을 사용하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가 만진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대기가 찝찝해서다. 대신 문 한가운데를 어깨로 힘겹게 밀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문이 왜 이렇게 무거워? 개떡같이도 만들어놨네'라고. 창조적 사고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 '생각의 탄생'에도 이와 비슷한 일화가 나온다. 저자가 대학에 다닐 때 전 과목 성적이 늘 상위권인 존이라는 총명한 벗이 있었다. 둘은 함께 기계학 강의를 들었는데 학기가 끝나고 몇 주가 지났을 때 존이 그를 실망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존이 물리학과동을 빠져나오려 강의실의 육중한 참나무 문을 힘껏 밀었는데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옆에 있던 친구가 손잡이 부분을 살짝 밀자 문이 활짝 열렸다. 존은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문을 열었지?" 친구는 "지금, 농담하냐? 얼마 전 기계학 수업에서 토크(돌림힘)를 배웠잖아!"라며 그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토크는 물체를 회전시키는 힘이다. 문을 열 때 경첩이 달린 쪽에서 먼 쪽을 밀수록 문이 쉽게 열리는 지렛대의 원리와 비슷하다. 존은 문의 크기를 x로 회전축에서부터 힘이 가해지는 지점까지의 거리를 y로 놓고 계산을 시작하더니 한참 뒤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저자는 "문제는 존이 머릿속에 있는 이론과 자신이 겪는 실제세계의 물리학적 경험을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다"며 "그는 물리학 시험에 나온 토크 문제를 수학공식을 이용해 풀긴 했지만, 그때는 그저 토크방정식의 '환상'을 본 것"이라고 꼬집는다. 불행히도 많은 학생들이 공부와 실제생활을 연결짓지 못해 학문 수양에 어려움을 겪는다. 저자는 "교육에서 '무엇'과 '어떻게'의 결별은 곧 어떤 것을 '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이 분리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학생들은 이해함으로써 앎에 이르는 게 아니라 외움으로써 알게 된다. 그들의 지식은 실로 허약하며 쓸모없다. 이 교육적 실패의 결과물은 겉만 번지르르한 '학문적 성취'의 외장일 뿐이다"고 일갈한다. 책은 실재와 환상을 결합하는 일이 교육자의 임무라고 강조하며 창조성이 뛰어난 이들이 둘을 어떻게 엮어냈는지 알려준다.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라는 13가지 생각의 도구들로 외워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닌 이해로 체득하는 법을 일깨우는 책. 455쪽. 2만7500원.

2021-11-18 14:00:32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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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오버타임 外

◆오버타임 카일 루이스, 윌 스트런지 지음/성원 옮김/시프 시간은 금이다.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래 시간을 둘러싼 갈등과 긴장, 투쟁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자신을 일정 시간 회사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 생계를 이어간다. 책은 일에 매인 노예 상태가 아닌 자유를 누릴 시간이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동시간은 오랜 화두였음에도 우리는 장시간 노동하는 문제에 대해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 다른 선택지를 상상해 볼 겨를 없이 일에 치여 살아왔기 때문이다. '오버타임'은 노동시간 단축이 인간에게 가져올 영향을 다룬 책이다. 여성을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고 탄소 발자국을 줄여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현케 하는 주당 노동시간 단축의 장밋빛 미래. 160쪽. 1만4000원. ◆물이 몰려온다 제프 구델 지음/박중서 옮김/북트리거 해수면 상승의 경고 수위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2013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5차 평가 보고서는 2100년까지 해수면 상승이 최대 96.5cm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녹아내리는 남극 빙상의 영향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아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현재는 그 2배에 달하는 1.8m, 더 나아가 최대 2.7m의 해수면 상승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상습 침수를 겪는 운하 도시 베네치아부터 매년 18m씩 해안선이 잠식되고 있는 알래스카의 원주민 마을, 해수면 상승이 가세한 탓에 허리케인 샌디에 의해 광범위한 지역이 초토화된 뉴욕까지 책은 물의 세계가 되어 가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며 해수면 상승이 가져올 기후 재앙을 예고한다. 480쪽. 2만1000원. ◆오인된 정체성 아사드 하이더 지음/권순욱 옮김/두번째테제 책은 극우의 부상과 그것이 야기한 공격에 대한 사회운동의 실망스러운 대응과 분열에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미국 흑인운동의 역사와 정체성 정치의 부상을 논하며, 운동의 분열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다. 저자는 정체성 정치가 보편적 해방을 표방한 사회운동에 분리주의적 시각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차이만을 중시하고 연대와 공통을 찾는 노력을 멈추게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책은 백인종의 발명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미국에서 1960년대 이후 전개된 정체성 운동, 문학 논쟁을 분석한다. 저자는 인종주의에 맞선 투쟁이 정체성에 기반할 것이 아니라 실제 구체적인 현실에서 시작해 해방이라는 보편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200쪽. 1만4000원.

2021-11-11 14:31:5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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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본능의 과학

레베카 하이스 지음/장혜인 옮김/윌북 올해 연차가 8일이나 남았다. 와하하하하 신난다. 휴가를 자린고비마냥 아낀 보람이 있다. 도움닫기 없이 공중제비 돌기를 3회 정도 할 수 있을 만큼의 기쁨이 차올랐다. 대학 동기들에게 자랑했더니 템플스테이를 같이 가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정말이지 구미가 눈곱만큼도 당기지 않았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모여 있는 다른 단체 카톡방에 가서 '휴가 기간 동안 갈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또 템플스테이가 나왔다. 한 친구는 재작년에 템플스테이를 했던 경험이 인생에 약이 돼 이후로도 3번을 더 찾았다고 했다. 자네 꿈이 수도승이었던겐가. 절에 가면 돼지고기, 소고기를 못 먹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곳은 스마트폰도 거둬가고, 담소도 못 나누는 묵언 수행을 해야 한다는데 대체 왜?! 동년배들 사이에서 부는 템플스테이 붐의 원인이 궁금했는데 '본능의 과학'이란 책을 읽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우리의 몸은 본능에 따라 행동하도록 설계됐는데 문제는 이러한 본능이 21세기를 살아가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구식 프로그램이 됐다는 점이다. 책은 인간의 뇌가 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는 탓에 우리가 낡아빠진 본능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다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한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사람의 뇌가 실제 위협과 가상의 위협을 구별하는데 서툴다고 이야기한다. 배고픈 사자가 한밤중에 침실로 뛰어드는 것은 진짜 위협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는데도 인간의 뇌는 위협이라고 인식한 사건에서 우리를 보호하려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거나,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거나, 즉시 답장해야 하는 이메일 알람이 울리면 뇌는 생존 본능을 발동시켜 우리가 굶주린 호랑이 100마리를 만난 것처럼 반응하게 만든다. 생존 모드에 갇힌 뇌는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나 빵집에서 흘러나오는 갓 구운 빵 냄새가 주는 기분 좋은 순간을 만끽하지 못하게 한다. 주변의 위험을 살피려면 즐거움이라는 사치를 부릴 여유 따위는 없다. 저자는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여 위험을 새롭게 평가하면 생존 본능이 당신의 시간을 빼앗거나 주변의 풍요로움을 놓치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선조들이 생존을 위해 의존했던 본능을 현대 환경에 맞게 이용할 제어 전략을 제시하는 책. 248쪽. 1만5800원.

2021-11-11 13:27:0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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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법정의 얼굴들 外

◆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지음/모로 2019년 말 카카오톡으로 자살 방법을 논의하던 20대 청년들이 '자살방조 미수'로 법정에 섰다. 사건 기록을 받아든 판사는 덜컥 겁이 났다. 그들이 다시 자살을 시도할 이유는 차고 넘쳤고, 전환점이 없다면 위험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는 일 말고는 잘하는 게 없는 형사재판장이라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청년들을 살리는 작은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생각했다. "생의 기로에 선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은, 그저 그에게 눈길을 주고 귀 기울여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판사는 판결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법정에 선 어린 피고인들은 눈물을 흘렸다. 구속, 유죄, 선고, 징역, 재판, 형량··· 형사법정에 올라온 사건을 정리하는 무심한 말들 뒤, 세상의 바깥에 존재하는 뭉개지고 흐려진 얼굴들에 대한 이야기. 384쪽. 1만7000원.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지음/서해문집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에서 '사람의 가치'는 그가 가진 '노동의 가치'로 매겨진다. 값비싼 노동자는 촉망받는 인재로, 각광받는 결혼 상대자로, 존경받는 부모로 삶을 살아가기 쉽다. 반면 노동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저임금 노동자는 최소한의 권리와 존엄조차 누리지 못할 때가 많다. 책은 들어갈 자격(공채 정규직)과 일할 자격(숙련된 비정규직)의 다툼에 숨은 차별의 구조를 묻는다. 내가 하는 노동이 다른 이의 노동과 같을 때 적용돼야 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왜 작동하지 않는지 묻는다. 쿠팡과 타다 같은 신산업의 총아들이 뽐내는 '혁신'이 '약탈'의 다른 이름이 아닌지 묻는다. 기술이 일자리를 잠식하며 숙련공들을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 때 공동체가 지녀야 할 태도와 처신에 관해 묻는다. 왜 일터에서 날마다 명복을 빌어야 하는지 묻는다. 그 죽음들을 멈추기 위해 만들어진 법과 제도의 공과를 묻는다. 플랫폼 노동부터 중대재해처벌법까지 21세기 일터의 의미를 9가지 질문으로 엮어낸 '밀레니얼 한국의 노동여지도'. 312쪽. 1만5000원. ◆누가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 문우진 지음/후마니타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을 둘러싼 논란과 공방이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을 뒤덮고 있다. 날이 갈수록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피로감과 부정적 이미지가 차곡차곡 쌓여 나가고, 민주주의에 대한 원칙과 믿음도 소멸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누가 누구를 대변해야 하는 걸까. 민주주의는 다수 지배와 소수 보호라는 서로 상충하는 원리에 기반해 작동한다. 다수가 소수를 지배하면 소수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반면, 소수가 다수를 전적으로 견제할 수 있으면 다수 입장을 효율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워진다. 다수 지배와 소수 보호, 둘 중 어떤 것을 얼마나 더 반영하는 제도가 바람직한 것인가. 책은 대의 민주주의와 정치제도의 작동 원리에 관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국민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제도를 모색한다. 320쪽. 1만7000원.

2021-11-04 14:51:2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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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빵 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 지음/김석희 옮김/열린책들 5살인가 6살 때 세뱃돈으로 받은 만원권 지폐로 종이접기 놀이를 하다가 흥미가 떨어져 갈기갈기 찢어 머리 위로 흩뿌린 적이 있었다. 자주색, 주황색, 초록색 지폐 중 어느 것이 더 비싼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나이였지만, 잘게 잘린 돈을 엄마한테 들키면 된통 혼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고사리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종이 가루들을 싹싹 긁어모아 장롱 뒤에 숨겼다. 커가면서 궁금했던 점은 '왜 어떤 종이는 다른 종이보다 더 특별한 취급을 받는가'였다. 본질적으로 따져보자면, 지폐는 그림과 숫자가 인쇄된 종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종이 쪼가리를 우상처럼 숭배하고, 종이를 더 얻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며 하루 대부분을 날린다. 어떤 사람은 종이 뭉치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폴 오스터의 자전적 소설 '빵 굽는 타자기'에는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려 경제 혁명을 일으키려 하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 '박사'가 나온다. 박사는 거리의 부랑자다. 부친이 세상을 떠나면서 유산으로 남겨준 1만5000달러로 미국 정부를 타도하는 게 그의 목표다. 박사는 "돈은 허구다. 많은 사람이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가치를 얻을 뿐, 실제로는 종잇장에 지나지 않는다. 이 체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돌아간다. 집단 믿음. 그 믿음이 허물어지고, 많은 사람이 시스템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체제가 무너질 것이다"고 떠들고 다닌다. 그는 은행에서 수표를 50달러짜리 지폐로 바꿔 낯선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되도록 빨리 쓸 것을 요구한다. 박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남에게 줘 버려. 그리고 그들에게도 똑같이 하라고 말해"라고 외쳤다. 그러면 하룻밤 사이에 연쇄반응이 일어나 수많은 50달러짜리 지폐가 공중을 날아다니게 되고, 체제는 고장을 일으켜 엉망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작가로 살면서 늘 돈에 쫓겨 허덕였던 폴 오스터는 박사를 통해 자본주의의 전복을 꿈꾸었던 듯하다. "그는 의식의 얕은 여울에 좌초해 약탈당하고 불타버린 작가였지만, 삶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기력을 북돋우기 위해 이 광대극을 만들어냈다" 대포에서 튀어 나간 인간 탄환의 삶. 300쪽. 1만2800원.

2021-11-04 14:08:42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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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권력의 미래 外

◆권력의 미래 조지프 S. 나이 지음/윤영호 옮김/세종서적 세계화와 정보혁명으로 유례없는 권력의 분산이 이뤄진 21세기, 보이지 않는 힘의 흐름은 더없이 복잡해졌다. 오늘날 세계 권력은 군사력, 경제력, 비국가적 행위자들로 다층 구성된 3차원 체스 게임과 유사한 형태로 분포됐다. 상단 체스판에서는 군사력이 단극 체제를 이루며 한동안 미국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듯하다. 중단 체스판에서는 경제력이 10년 이상 다극 체제로 지속되는데 유럽, 일본, 중국이 주요 세력으로 활동하고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하단 체스판의 비국가 세력이다. 이곳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국경을 초월한 국제관계의 영역이다. 하단 체스판에는 국가 예산보다 많은 자금을 전자거래로 운용하는 투자가들, 위험한 살상 무기를 다루는 테러범들, 보안이 취약한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협하는 해커들과 같은 다양한 비국가적 행위자들이 속해있다. 책은 강력한 권력으로 통제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리더가 어떻게 세상을 리드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400쪽. 2만원. ◆대한민국,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영환, 이기동, 최수 지음/앵글북스 책은 그동안 서양의 시스템을 모방하며 성장해온 한국이 기술부터 환경, 문화, 철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바뀌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추종자'의 한계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리더'가 됐음을 일깨운다. 저자들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대한민국의 신화와 역사의 균열, 정신과 물질의 충돌,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만들어낸 문제들을 짚으며 해결책을 모색한다. 유학자인 이기동 교수는 반복되는 역사의 흐름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사적 틀'을 제공한다. 경제학자인 이영환 교수는 경제·사회·심리학을 통해 현재의 시스템을 분석한 '최신 학문의 틀'을, 기업인인 최수 회장은 실제 경험을 토대로 그 둘의 대안을 현실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실현 가능성'의 틀을 제시한다. 잃어버린 것과 금지된 것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세계를 위한 삶의 지혜. 456쪽. 2만원. ◆공정한 리더 베로니카 후케 지음/최은아 옮김/마일스톤 직원은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 단지 사장을 떠날 뿐이다.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이직을 하는 이유로 '보스'를 꼽는다. 상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직원마다 가치를 존중받는 공평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장애물을 극복하게 도와주며, 책임감을 심어주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며, 회사를 위해 자신의 정보를 이용해서 편견 없는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사람. 이러한 덕목을 갖춘 자가 진정으로 '공정한 리더'이며, 훌륭한 보스 아래서 직원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시행착오를 극복해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변화의 시동을 거는 리더들을 위한 책. 328쪽. 1만6000원.

2021-10-28 14:49:4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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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크로스 1·2

크로스 1·2 정재승, 진중권 지음/웅진지식하우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전 고막이 '지겹다'며 짜증을 낼 정도로 많이 듣던 노래가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니. 모차르트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환생한 것이나 다름없군. 이 예술 작품이 왜 빌보드 차트에 들어가 있지 않은 거지? 아티스트가 미국이나 영국 태생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환대받았을 텐데.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천추의 한이로다"라고 할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노래가 다른 외국 작곡가의 음악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오, 이 싱어송라이터 천재 아니야? 정말 대단한데?'라고 생각했던 작품들 대부분이 표절 시비에 휘말려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받았다. 아티스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대중이 무지해 샘플링의 개념을 모르고 표절이라 떠드는 것이다"는 창작가(?)가 있었고, 원작자에게 거금을 주고 공동작곡가로 이름을 올린 '선 표절, 후 수습' 사례도 나왔다. "양심에 손을 얹고 표절한 적은 없으나 예전에 잠시 스쳐 지나가며 들었던 작품의 영향을 받았을 순 있겠다"는 모순적인 발언을 쏟아낸 이도 있었다. 표절 논란은 음악뿐만 문학 작품에서부터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논문, 예능, 상표권, 영화, 심지어는 아이스크림 제품까지 전 분야를 막론하고 벌어진다. '창작'이란 단어의 뜻이 '들키기 전의 상태'였던가. 미학자와 과학자가 '스타벅스', '구글', '20세기 소년', '개그콘서트', '위키피디아' 등 문화현상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묶은 책 '크로스'에서 진중권 작가가 정의한 창작의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모던 예술가들의 입을 빌려 "새로움은 요소가 아니라 배치에 있다"고 말한다. 진 작가는 "인터넷에 들어가 보라. 당신이 쓰고 싶은 글은 이미 누군가 써놓았다. 당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은 이미 누군가 그려놓았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거기에 물 한 바가지 더 들이붓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정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하는 것이다"고 주장한다. 창작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각 342쪽·391쪽. 각 1만4000원.

2021-10-28 14:14:5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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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기술 한자리에! 신기술 전시의 장, '2021 부산·울산·경남 스마트팩토리 컨퍼런스&엑스포'

최첨단 기술 한자리에! 신기술 전시의 장, '2021 부산·울산·경남 스마트팩토리 컨퍼런스&엑스포' '2021 부산·울산·경남 스마트팩토리 컨퍼런스&엑스포'가 지난 20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서 개막했다. 스마트제조혁신이 본격 제조데이터 시대를 열고 있는 가운데, '2021 부산·울산·경남 스마트팩토리 컨퍼런스&엑스포'가 지난 20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서 개막했다. 컨퍼런스와 엑스포가 함께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인공지능, VR,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신기술이 접목된 제조혁신의 현주소와 데이터화에 따른 미래 먹거리 산업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오후 2시 개막식에는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박한구 단장, 중소벤처기업부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김우순 청장,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안남우 청장, 부산광역시 산업통상국 신창호 국장, 한국전기연구원 김남균 부원장, 부산테크노파크 김형균 원장, 울산테크노파크 권수용 원장, 경남테크노파크 노충식 원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박한구 단장은 개회사를 통해 "앞으로 50년은 정부의 지원정책에서 소외됐던 중소, 중견기업을 위한 지원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새로운 제조업시대, 어떤 제품을 개발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할 것이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김우순 청장은 축사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팩토리 지원과 함께 인공지능 제조 플랫폼을 도입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효과적인 연결에 힘써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SK가스·메트론, 엘에스일렉트릭, 비엠티, 위즈코어, 스트라타시스, 비앤에프테크놀로지 등 분야별 스마트제조 혁신기업들의 5G, AI 등 신기술이 접목된 한층 업그레이드된 최첨단 솔루션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제조혁신 분야 동남권 최대의 지식정보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한 '2021 부산·울산·경남 스마트팩토리 컨퍼런스'에서는 전문강연이 이어진다. 주요 강연주제로는 △제조데이터 기반의 스마트공장 도입 사례와 그 효과 △스마트팩토리의 실현요건 - IoT의 도입과 데이터의 활용방안 △양산을 위한 3D 프린팅 기술 - 적층제조 2.0 시대로의 진입 가속화 △AI기반 공장의 에너지 통합관리 & 효율화 서비스 △기계/요소부품 제조기업을 위한 육안 검사 대체 AI 비전 검사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등이 편성됐다. 특히 첫날에는 개막식 직후 중기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의 박한구 단장이 직접 '앞으로 50년, 스마트제조혁신 방향'을 주제로 향후 정책 방향을 짚는다. 한편 2021 부산?울산?경남 스마트팩토리 컨퍼런스 & 엑스포'와 함께 '2021 스마트팩토리 어워드 코리아' 시상식이 함께 열리며, 스마트팩토리 구축 바이어 상담회, 공급기업 및 수요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상담관 등도 운영해 실질적인 정보 교류는 물론 비즈니스 매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본 행사는 22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진다.

2021-10-21 17:17:47 최규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