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더 나이 들기 전에 떠나요"⋯'은퇴 부부의 42일 자유여행'
'버킷리스트' 위해 스페인등 3개국·12개 도시들 다녀 화려한 수식어 없이 담백 솔직한 어조로 찬찬히 소개 영어도, 지도 보는 법도 서툰 은퇴 부부가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위해 유럽 여행을 떠났다. 무려 42일간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3개 국가, 12개 도시를 동분서주, 좌충우돌했다. '은퇴 부부의 42일 자유여행'(글·사진 김연순, 종이책)은 스무 살 무렵의 막연한 다짐으로부터 시작했다. 기타 연주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처음 들었던 그때, 알람브라 궁전에 꼭 가보고 말겠다는 꿈을 간직해오다 마흔 살 무렵에는 '스페인 한달살이'의 꿈까지 더해졌다. 그 꿈을 이루기를 고대하며 숨 가쁘게 살다보니 어느덧 은퇴를 맞이하게 됐다. 이제 꿈을 실현할 때가 온 것이라 여겼지만 혼자서라도 떠나길 원했던 여행은 코로나19로 인해 보류됐고, 코로나19가 끝나서야 남편이 은퇴하면서 그 꿈을 함께 이룰 수 있게 됐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은 남편의 버킷리스트까지 더해지면서 모로코까지 이어졌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전생에 황량한 사막에서 모래 바람을 맞으며 살았을 거라며 모로코의 붉은 모래가 자꾸 떠오른다는 것이다. 물론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든 이야기였지만 그렇게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3개 도시를 향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42일간 남편과 단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내야 한다는 것은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경험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산세바스티안, 파란 도시 포르투를 거쳐 리스본으로, 붉은 땅 모로코, 그라나다를 거쳐 다시 바르셀로나에 이르는 부부의 42일간의 여정에는 풍경, 소리, 맛, 촉감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저자는 건축물, 예술작품, 요리,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화려한 수식어나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고 솔직한 어조로 독자에게 찬찬히 소개해준다. 이 책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면서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단체관광도 아닌 자유여행을 떠난 은퇴 부부의 용기에 대한 응원이자 감탄이기도 했다. 부부싸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조회수가 급상승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 여행에서 돌아온 부부에게 주변 사람들은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부분 나이 들어 그 힘든 배낭여행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 영어도 능숙하지 못한 마당에 자유여행이라니 가당키나 하겠냐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야기한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떠나요!"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김연순은 20대 후반부터 지역, 여성,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지역여성운동에 뛰어들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행복중심 생협에서 성평등과 인권,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 복지와 협치 분야에서 활동하고, 10년 단위로 지역과 중앙을 오가며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았다. 그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사랑의열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함께 수립하고 적용하며 사회변화를 위해 힘썼다. 3년의 임기를 마친 후에는 오래도록 꿈꿔 온 제주도에 정착해 살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제주의 아픈 역사인 4·3, 그리고 기후위기의 최전선인 제주 바다의 온전한 회복과 농촌 지역의 성평등 이슈에 관심을 갖고 여전히 활동가의 삶을 살고 있다. 저서로는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공저), '여성운동 새로쓰기'(공저), '여성, 녹색세상을 말하다'(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