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총수없는 대기업집단'… 대기업집단 71개로 대폭 확대
정부로부터 각종 규제를 받는 공시대상기업(대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1년 사이 대폭 확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이 크게 증가해 자산가치가 급등한 결과다. 작년 자산총액이 5조8000억원으로 급증한 쿠팡은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으나 실질적인 지배자인 김범석 의장 대신 법인인 쿠팡(주)가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을 5월1일자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집단 수는 전년 64개에서 7개 증가했고, 소속회사 수는 전년(2284개)보다 328개 증가했다. 쿠팡을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화재보험, 중앙,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엠디엠, 아이에스지주 등 8개가 신규로 지정됐고 KG는 지정제외됐다. 공정위는 같은 날 대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40개 집단(소속회사 1742개)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키로 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수는 지난해 34개보다 6개 증가했고, 소속회사 수는 전년(1473개)보다 269개 늘었다. 셀트리온, 네이버, 넥슨, 넷마블, 호반건설, SM, DB 등 7곳이 신규 지정됐고, 대우건설은 지정제외됐다.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규모내부거래공시·비상장회사 중요사항공시·기업집단현황공시 및 주식소유현황신고 등 공시와 신고 의무가 부여되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의 경우는 여기에다 상호출자 금지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이 추가 적용된다. ◇ 기업 자산총액 증가했지만 경영실적은 악화 코로나19와 자산가격 급등에 따라 전체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2336조4000억원로 1년 전보다 160조3000억원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57조1000억원 감소한 1344조5000억원, 당기순이익은 4조5000억원 감소한 43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제약·IT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집단이 급성장했다. 특히 제약을 주력으로 하는 셀트리온이 주식가치 상승, 주식 출자를 통한 회사 설립, 매출·당기순이익 증가로 자산총액이 8조8000억원에서 14조9000억원으로 자산총액 기준 순위(45위 → 24위)가 가장 많이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시장이 급성장해 IT업종 주력 기업집단 성장세도 뚜렷했다. 쿠팡 자산총액이 작년 한해동안 3조1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카카오(14.2조 원→19.9조 원)·네이버(9.5조 원→13.6조 원)·넥슨(9.5조 원→12.0조 원)·넷마블(8.3조 원→10.7조 원)의 자산총액도 급증했다. 반면, 자산총액 순위가 가장 많이 하락한 집단은 이랜드(36위 → 45위), 대우건설(34위→42위), 오씨아이(35위→43위) 순이다. 전체 대기업집단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3.6%포인트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가장 많이 감소한 에이치엠엠(-189.6%p), 한진(-58.5%p), 대우건설(-40.9%p) 순이다. 부채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한국투자금융(+150.5%p), 한국지엠(+56.3%p), 금호아시아나(+34.1%p) 순이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2019년 이후 상승추세로 전환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전체 대기업집단 매출액은 1344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조1000억원 감소했다. 매출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삼성(+11.3조 원), 셀트리온(+1.7조 원), 부영(+1.6조 원) 순이다. 반대로 매출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에스케이(-21.8조 원), 지에스(-13.6조 원), 현대중공업(-9.2조 원) 순이다. 전체 대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은 4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5000억원 줄었다.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엘지(+3.3조원), 에스케이(+1.9조원), 케이씨씨(+0.9조원) 순이다.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현대자동차(-4.2조 원), 롯데(-3.2조 원), 두산(-2.0조 원) 순이다. ◇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 지정 … 공정위 "동일인 지정 제도 개선할 것" 쿠팡의 경우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설립자 김범석 의장 대신 법인인 쿠팡(주)가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 자체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대기업집단 중 총수 있는 집단은 전년 대비 5개 증가한 60개, 총수 없는 집단은 2개 증가한 11개가 됐다. 총수 없는 집단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포스코, 농협, 케이티, 에쓰-오일, 케이티앤지, 대우조선해양 등 6개이고, 대기업 집단 중에는 쿠팡을 포함해 대우건설, 에이치엠엠, 한국지엠,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5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는 '사실상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자'로 쿠팡의 경우 김범석 의장이 맞다. 김 의장은 미국 본사인 쿠팡Inc 지분 10.2%를 보유하지만 차등 의결권이 부여돼 실질 지분은 76.7%로 사실상 쿠팡 오너다. 공정위도 이날 김 의장을 "사실상 쿠팡을 지배하는 자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그간 외국계 기업이 대기업 집단이 되면 법인을 총수로 지정해왔다. 공정위가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미국에 있는 쿠팡Inc를 규제할 수 없어 실효성이 없어서다. 공정위는 "쿠팡은 그간의 사례, 현행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쿠팡(주)를 동일인으로 판단했다"며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요건, 동일인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연구용역 등을 통해 동일인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는 동일인 정의·요건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의 투명성이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아울러 역대 최대의 기업집단을 지정해, 효과적인 규제 집행 방안, 동일인 관련자 범위의 현실 적합성 등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공정위는 올해 처음으로 지정자료 제출 전에 동일인 확인 절차를 시행한 결과 총 3개 기업집단에서 동일인 변경 신청을 했고, 현대자동차는 정몽구→정의선으로 효성은 조석래→조현준으로 동일인을 변경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의선 회장 취임 후 대규모 투자 결정이 이뤄졌고 현 동일인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실질적 지배자가 바뀐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특히 정몽구 회장의 건강진단서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