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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발암공포에 떠는 10만명

당뇨 환자가 주변에 많다. 증가폭이 가파르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발병하는 추세다. 환자라기보다는 당뇨인이라고 자연스레 부를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요즘의 생활습관이나 식단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발표된 '2013 지역사회 건강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덜 걷고 술은 더 마신다"가 조사의 주내용이다. 이 때문에 당뇨와 고혈압 환자가 늘고있다는 분석이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합병증을 두려워한다. 그 때문에 그들은 운동이나 식생활 개선에 적극적이다. 철저하게 혈당체크등 자기관리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절박함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걷잡을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당뇨환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히 약 복용이다. 정기적인 의사처방으로 약을 복용하며 만성질환을 극복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최근 당뇨인들은 미국법원의 당뇨약 '액토스(성분명 피오글리타존)'의 '발암가능성' 은폐에 따른 징벌적 배상판결에 언짢아 한다. 미국에서는 발암 위험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논란이 일뿐 다른 조치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 약이 과거에 문제가 됐고 그 당시 경고대응등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특별히 다른 후속책을 취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판결이 액토스와 방광암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생산업체인 다케다제약이 발암위험 가능성을 환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를 인정했다는 사실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알고있는 사실일뿐 새로운 것이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당뇨 환자나 가족들은 찜찜한 심정을 애써 억누르며 한숨쉰다. 액터스는 제2형 당뇨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는 약물로 국내에서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10만명이 매일 암에 대한 공포에도 불구 마지못해 약을 먹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의사가 처방하면 불안에 떨며 먹어야 하나. 만약 10만명이 식중독이라도 걸렸으면 우리 사회가 조용할까? 하루 10만명이 발암 위험성을 되뇌며 약을 넘기고 있는 현실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하는지 .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료거부까지 했던 전국의 의사들이이런 환자들의 아픔과 불안감을 헤아려본적이 있는지 묻고싶다. 이충건

2014-04-13 15:56:2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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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글로 밥벌이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문화체육관광부의 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분야별 종사자 중 월 수입 100만원 이하의 비율 가장 높은 분야는 '문학'이었다. 무려 문학 종사자 전체 중 91.5%가 월수입 100만원 미만이란다. 이러니 글만으로 밥벌이하는 글쟁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이런 냉혹한 통계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여전히 작가를 꿈꾸는 사람은 많아 보인다. TV의 여러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았나 놀라지만 작가 업에 있어서도 글에 대한 욕망―그것이 간절한 자기표현이든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든―은 사그라질 줄 모른다. 그러나 꿈이 작가인 것과 목표가 '글로 밥벌이하기'는 사뭇 다른 얘기다. 취미로 글을 쓰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이것이 직업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예술이 줄 것만 같은 자유는 없다. 백여 명의 창작자의 일하는 방식을 인터뷰한 책 '리추얼'만 봐도 이름을 남긴 창작자들의 엄격함과 성실함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글을 쓴다'는 말은 사실 얼마나 한량 같고 겉멋 들린 허세처럼 들리는가. 그러나 안을 들쳐보면 결과물이 제대로 나올지, 반향이 있을지 그 어떤 기약이 없어도 자기만의 규율을 만들어 1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예술가면 밤늦게 술과 담배를 하면서 글을 쓰거나 글이 안 풀리면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영감을 받아서 쓸 것 같지만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아침형 인간으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엄수했다.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말한다. "비가 오나 날이 맑으나 숙취에 시달리든 팔이 부러졌든, 그 사람들은 그저 매일 아침 여덟시에 자기들의 책상에 앉아 할당량을 채우지요. 머리가 얼마나 텅 비었건 재치가 얼마나 달리건, 그들에게 영감 따윈 허튼 소리." 통계 수치에서 문학 부문이 꼴등을 먹었다고 '원래 글 쓰는 건 돈이 안 돼'라며 낭만적 체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난한 예술가 vs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양극단의 이분법으로 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입견이나 기존 통계를 전복시킬 만큼 더 부지런히 더 재미있는 글을 '프로'의 자세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4-13 10:25:5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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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127년만에 사라지는 백열구

경복궁 뒤쪽 깊숙한 곳에 '향원지'라는 연못이 하나 있다. 한 가운데에는 '향원정'이라는 멋드러진 육각 정자도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곳이 왕가의 휴식처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지난 1887년 이땅 최초의 발전기를 설치했던 곳이자, 그 전기로 백열구를 밝혀 역시 이땅 최초의 전깃불을 켠 곳이기도 하다. 에디슨이 백열구를 발명한 지 8년만의 일로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도입 시기가 빨랐다. 다만 당시의 발전 기술이라는 것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발전기가 돌아갈 때 나는 열을 향원지 물로 식혀줘야만 했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어찌나 큰지 마치 천둥이 치는 듯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전깃불은 재미난 별명을 얻기도 했다. '찔 증'자에 '물고기 어'자를 쓰는 '증어(蒸魚)'가 그것이다. 향원지 물을 발전기 냉각수로 쓰다 보니 자연히 수온이 올라갔고 결국 향원지에 살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데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또 발전기가 종종 꺼지고 유지비도 많이 들어가는 통에 '건달불'이라고도 불렸고, 향원지 물로 불을 켠다고 해서 '물불', 너무 묘하고 괴이한 불이라고 해서 '묘화(妙火)'나 '괴화(怪火)'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그렇게 다양한 명칭이 존재했다는 건 당시 사람들이 전깃불을 그만큼 신기하게 생각했다는 방증일 텐데, 오늘로부터 만으로 꼭 114년 전인 지난 1900년 4월 10일부터는 서울 종로에서도 첫 민간용 백열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마치 플로피디스크나 CD가 사라져가듯 백열구를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올초부터 국내에서는 백열구를 생산하지도 또 수입하지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때는 신기술의 대명사와도 같았지만 백열구야말로 전기에너지 가운데 고작 5퍼센트만 빛을 내는 데 쓸 뿐 95퍼센트는 열로 낭비해버리는 대표적인 저효율 조명기기인 탓이다. 정부에서는 그 대신 에너지 효율이 좋은 LED전구 등을 보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한반도에 백열구가 들어온지 127년만에 일어나는 변화….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야 없지만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를 극빈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는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싶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4-10 14:02:5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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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약방의 감초, 주방의 파

한약에 감초가 빠지지 않는 이유를 동의보감에서는 72종류의 광물성 약재, 1200가지의 식물성 약초와 조화를 이루며 약효를 더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방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이 파다. 음식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양념이기에 별명이 '화사초(和事草)'다. 모든 종류의 음식과 조화를 이루어 좋은 맛을 내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송나라 때 문헌인 청이록에 보인다. 물론 감초가 모든 약에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요리를 할 때 파를 넣지 말아야 하는 음식도 있다. 예컨대 미역국에는 파를 넣지 않는다. 미역과 파는 음식궁합이 맞지 않아 영양분이 상충하고, 맛 역시 서로를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고기에는 파가 어울리는데 특히 봄에는 고기와 함께 파를 먹으라고 했다. 고대 중국의 예법을 적은 예기(禮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회를 먹을 때 봄에는 파, 가을에는 겨자를 곁들여 먹으라는 것인데 여기서 회는 굳이 생선회가 아니라 주로 육회를 뜻한다. 약간 응용하자면 요즘 고깃집에서 파 무침을 내오는 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예법을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예기에는 또 군자를 맞이해 파와 마늘을 준비할 때는 양쪽 끝을 가지런히 다듬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소중한 손님을 맞을 때 파는 빼놓을 수 없는 채소였을 뿐만 아니라 사소한 반찬 하나도 정성껏 깨끗이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쪽파가 제철이다. 쪽파로 담근 파김치도 맛있고 파절이 한 접시에도 입맛이 살아난다. 옛날 선비는 파를 인생의 청춘에 비유했지만 봄 파는 임금님께 바치는 진상품이었다. 그만큼 생명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4-09 11:25:5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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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메디치가문의 카트린 드 메디시스

오는 13일은 이탈리아 중북부 토스카나주에서 르네상스를 주도한 메디치 가문의 후계자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태어난 날이다. 유년시절 부모를 잃고 어려운 성장기를 거친 후 프랑스의 앙리 2세에게 시집가 왕비가 된 인물이다. 토스카나의 주도 피렌체가 주무대였던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를 이끈 동시에 상공업 진흥을 선도함으로써 봉건주의 유럽에 상업자본주의를 일구고 퍼뜨린 주역이기도 하다. 와인의 역사에서도 메디치 가문은 큰 획을 긋는 역할을 한다. 와인은 중세 유럽 흑사병의 창궐 이후 전염병을 피하기 위한 일상의 음료가 되었지만 생산은 수도원에 의해 주도되는 양상이었다. 이를 파티 문화와 결합시킨 주역이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와인과 요리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의 호화로운 궁정 파티는 바로 메디치 가문으로부터 비롯되었고 그 시작점에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존재한다. 상공업으로 번영을 구가하던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프랑스에 시집갈 때만 해도 프랑스는 여전히 봉건주의가 압도하고 있었다. 문화적인 후진국이었다. 메디치 가문은 카트린 드 메디시스를 시집 보내면서 그녀가 문화적 괴리로 인해 고통 받지 않도록 요리사를 비롯해 수백 명의 시종을 동행시킨다. 앙리 2세가 즉위해 왕비로 지위가 격상된 카트린 드 메디시스는 왕과 더불어 파리에서 연일 성대한 연회를 개최하고 프랑스 궁정요리와 파티 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와인과 음식을 매칭시키는 관행이 만들어지고 파티가 생활화됐다. 프랑스 국왕은 봉건 영주들을 초청, 화려한 궁정 파티를 자주 열어 그들의 위상을 과시했다. 연회의 규모와 화려함은 영주들의 질투심과 경쟁심에 불을 지른다. 영주들은 국왕이 파티를 열 때마다 요리사 등 수행원을 대동해 그들로 하여금 요리와 파티 양식을 배우게 하고 자신의 영지에서 유사한 파티를 개최한다. 이렇게 해서 파티 문화는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와이너리가 번성하고 귀족들이 와이너리를 소유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프랑스의 큰 궁전은 거대한 정원 너머에 본궁이 자리하고 양 측면에도 규모가 큰 부속 건물들이 있다. 이 부속건물은 당시 봉건영주들이 대동한 수행원들의 숙소로 쓰였다. 프랑스의 궁전 구조는 와인과 파티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카트린 드 메디시스 왕비는 그래서 와인과 음식문화에 역사적으로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된다. 역으로, 연일 이어지는 파티와 극심한 낭비로 인해 귀족의 타락과 재정의 피폐를 초래, 결국 프랑스 혁명을 야기하는 동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014-04-08 09:36:46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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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소비가치의 기본은 희소성

라네즈의 립스틱 핑크가든이 떴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송혜교가 사용한 덕분이었다. 지역 유통업자들은 폭발적 수요를 감안해 주문을 외쳤다. 물건을 손에 쥐기도 전에 된서리를 맞았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바른 립스틱 때문이었다. 입생로랑의 틴트 103호를 비롯해 아이오페 워터 핏 포에버핑크 44, 샤넬 루즈 알뤼즈 136번까지 잇달아 화제가 됐다. 그러나 누구도 소위 '대박'난 업자는 없다. PPL의 성공신화가 무색해진 셈이다. 1999년 스타벅스가 한국에 들어왔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의 정체를 알기도 전에 세련된 매장과 소품, 커피와 디저트에 빠졌다. 텀블러를 들고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프리미엄 소비라 여겼다. 커피빈이 등장했고 까페베네가 토종이란 명분으로 시장에 뛰어 들었다. 커피 시장은 순식간에 식음료 부문의 1등 영역으로 자리매김했고 골목마다 양질의 커피와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소규모 카페가 넘쳐났다. 이제 커피전문점은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머무는 장소로 전락했다. 웰빙 열풍과 함께 헬스클럽이 동네마다 생겨났다. 어느 순간에는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인이 직접 경영하는 고액의 클럽이 줄을 이었다. 기구 운동에서 유산소 운동으로 콘텐츠의 중심도 바뀌었고, 근력 운동에서 필라테스처럼 맞춤화를 통한 고급운동으로 진화했다. 그러는 동안 이용 가격은 하염없이 떨어졌다. 고급 헬스클럽 역시 골프·스쿼시 등 종목은 늘리고 기간 회원의 이용료는 대폭 낮췄다. '몸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시들해졌다. 인위적인 육체보다 자연스러운 몸매를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패드(Fad)의 시대다. 업종이나 상품별로 최소한으로 '이만큼은'이라 여겨졌던 인기 시한이 짧아진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과잉 공급과 과당 경쟁. 반도체와 같은 산업도 아닌데 시장 안에서 가격을 무기로 하는 치킨게임으로 점유율을 다투니 소비자에게 폄하되는 게 당연하다. 소비 가치의 기본은 희소성이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도 희소성이 사라지면 매력을 잃기 마련이다. 희소성이란, 상품이나 서비스를 왜 판매하느냐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가치 있는 희소성은 당신이란 사람의 의식·행동·경험에서 비롯된다. 당신의 생산은 72억2400만 분의 1의 희소가치를 가졌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4-07 11:18: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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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일목요연(一目瞭然)

일본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란다. 한쪽 눈이 없는 어느 정치인이 상대 정당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자 반박할 근거를 대지 못한 쪽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눈도 하나밖에 없는 주제에…." 그러자 공격을 받은 의원이 "네, 저는 한쪽 눈밖에 없어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꿰뚫어볼 수 있지요"라고 응수했다. 폭소가 터지고 인신공격을 한 쪽은 완패한 꼴이 됐다. '일목요연'의 본래 뜻은 한눈에 척 봐도 명쾌하게 드러난다는 건데, 그걸 이 눈 하나밖에 없는 정치인은 멋진 반격의 부메랑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존엄한 사회의 감정사회학을 제창하고 있는 김찬호 교수가 최근에 펴낸 책 '모멸감'에 소개된 실례다. 링컨이 선거 중에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는 모함에 대해 "그게 사실이면 감히 이 얼굴을 내놓고 다닐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모멸의 대상을 도리어 그 사람만이 가진 장점으로 역전시킨 발상의 유쾌함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재치로 대응하는 능력을 갖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대개는 모멸의 언사나 행위로 해서 마음과 영혼에 상처를 받는다. 좌절과 분노, 또는 슬픔은 모멸이 가하는 학대의 결과다. 힘이 없거나 출신이 처진다고 여겨지거나 가난하거나 행색이 남루하다거나 하는 것들은, 사람들에게 이런 가해행위를 별 부담 없이 하게 만드는 조건들이 된다. 다들 그 저주의 목록에서 빠져나오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그 경쟁은 또 다른 상처와 모멸의 무대가 된다. 악순환이다. 박재동 화백이 전시회를 하고 있다. 벽에 걸린 그림 하나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사람들은 어디서 사는가? 자기가 인정받고 사랑받는 곳에서 산다. 그렇지 못하면 살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죽고 싶어 한다. 이것이 사람이다." 인간의 존재 이유를 관계 속에서 명쾌하게 토로하고 있다. 모멸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사회나 관계는 죽음의 병을 키워가는 곳이다. 상대를 밟고 행복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우월감은 행복이 아니다." '모멸감'의 한 대목에 적힌 글귀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춰내거나, 자기의 권세로 약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에게 행복의 이유가 되는 사회는 비루하다.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 이는 한눈에 척 봐도 그 얼굴빛이 남다르다. 일목요연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한쪽 눈이 없는 경우일지라도. /성공회대 교수

2014-04-06 15:58:3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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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단골의 조건

아침에 아이를 초등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카페로 '출근'해 오전에 바짝 글작업을 한다. 몇 달 전까지는 집 앞 길 건너 언덕의, 오십대의 과묵한 남자 주인장이 혼자 성실하게 운영하는 카페에서 글작업을 했다. 그런데 그 카페가 몇 달 전 문을 닫게 돼 한동안 망연자실. 일단 집주변부터 대안을 찾으려했지만 어떤 카페는 산만했고 어디는 음악 선곡이 별로였다. 어디는 테이블이 불편했고 어디는 주인이 말을 너무 많이 걸었다. 그러다가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가야할 만큼 멀지만 나같은 사람이 작업하기 최적인 카페를 알게 돼 어느덧 나는 그 집의 단골이 됐다. 단골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우선 내가 그 곳의 주인과 인간적인 궁합이 맞아야 한다. 자주 봐서 불쾌하거나 불편하다면 왜 가겠는가. 서로 많은 대화를 할 필요도 없이 가게 인테리어나 손님들을 다루는 모습, 최소한의 대화만 나눠봐도 취향과 가치관의 궁합을 알 수 있다. 둘째, 주인이나 가게에 대해 호감을 갖고, 만나면 호상간에 반가워하지만 주인과 손님이라는 선을 절대 넘지 않고 거리 감각을 조절할 만큼 '어른'이어야 한다. 친해졌다 해서 주인이 손님을 친구 대하듯 해도 곤란하고 손님이 주인에게 가게의 규율을 무시한 무리한 요구를 해서도 안 된다. 셋째, 단골의 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티 안 나게 서로를 배려하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가령 단체손님이 한꺼번에 들어왔다면 넓은 테이블 구석에서 일하던 나는 그들이 가기까지 다른 뒷구석 자리로 비켜간다. 역으로 갑자기 비가 오면 주인은 내게 슬며시 우산을 내밀고 내가 끼니도 거른채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일하고 있으면 아무 말 없이 요깃거리를 내주기도 한다. 한국에는 얼마나 챙겨야 할 인연들이 많은가. 학연·지연·혈연 등 의무가 움직이는 인연들에 비해 나와 참 잘 맞는 공간과 사람들을 자신의 예민한 안목으로 찾아내고 그것을 잘 유지하는 일은 얼마나 삶을 질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지 모른다. 똑같은 소비라 하더라도 판매자와 소비자 관계에서 그저 내가 돈을 지불하니까 '고객님'으로 겨우 매뉴얼대로 대접받고 있다는 건 조금 쓸쓸한 게 아닐까. /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4-06 12:04:5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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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재벌총수들은 국민정서를 외면하고 있다

재벌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된 후 파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굴지의 그룹총수들이 받고 있는 연봉이 상식을 벗어난 거액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4곳의 등기이사로 지난해에 모두 301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131억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140억원을 받았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 연봉 공개대상에서 제외돼 실제 얼마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러한 연봉 규모는 선진국 기업과 비교하면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 정서로 보아 이러한 재벌총수의 연봉이 합당하다고 수긍할 사람은 드물다. 최태원 회장만 해도 회사 돈 450억원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구형받고 법정 구속됐고, 김승연 회장 역시 2012년 8월 징역 4년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다가 지난 2월에야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 이들은 대부분 교도소에서 시간을 보내 회사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없었다. 일부 총수들은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연봉을 챙기기도 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GS에서 21억6500만원, GS건설에서 17억2700만원을 받았다. GS건설은 지난해 8273억원의 적자를 낸 회사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427억원의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42억4100만원이나 타갔다. 재벌총수들은 경영 성과에 따라 주식배당금으로 부를 얼마든지 축적할 수 있는 입장이다. 미국의 '글로벌 스타'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해 단돈 1달러의 연봉을 받았으며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도 그랬고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10년 동안 1달러만 받았다. 우리나라 재벌총수가 이들을 반드시 닮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반기업정서가 강해지는 국민들의 마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나라들도 최고 연봉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부결되기는 했지만 최고 연봉 규제를 놓고 국민투표에 붙여진 일이 있다. 우리도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재벌총수의 연봉이 정해져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등기이사가 아닌 경우와 비공개법인도 일정규모 이상은 공개해야 마땅하다. /언론인

2014-04-06 11:45: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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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이제 그만

오늘로부터 정확히 9년 전인 지난 2005년 4월 4일 밤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강원도 양양 낙산사까지 밀어닥친 산불이 전각들을 하나둘 집어삼키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되고 있었다. 헬기 10여 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바짝 마른 풀과 나무, 그리고 강한 바람 때문에 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특히 천년고찰 낙산사는 그 자체가 목조 문화재들의 집합소였기에 불은 그야말로 치명적이었다. 결국 낙산사 대부분이 불에 타버리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보물로 지정된 동종은 불에 녹아 아예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 사실 당시 산불은 규모가 엄청났다.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고온 건조한, 게다가 강력하기까지 한 바람 앞에서 현대의 소방시설조차 속수무책이었다. 낙산사가 제아무리 화재방지 노력을 했어도 당시 산불은 끄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자연재해 앞에서 마냥 두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당시 강원도소방본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도내 46개 전통사찰 4곳 중 1곳은 소방펌프차가 진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요즈음 들어서는 자연재해 외에 방화에 의한 화재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08년에 숭례문이, 2010년에는 부산 범어사 천왕문이 방화로 큰 피해를 입었다. 또 흥인지문을 비롯해 혜화문과 동묘, 그리고 수원 화성행궁과 성공회 강화성당을 대상으로 한 방화 시도도 잇따랐다. 다시 4월이다. 언제 화마가 닥칠지 모를 목조 문화재들을 더 없이 극진하게 살필 때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4-03 11:22:34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