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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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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대형 유통사의 비극적 자화상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서 한때 삼성물산의 저력과 영국 테스코(Tesco)의 선진 시스템이 결합해 '유통의 신화'를 썼던 홈*러*가 이제는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과 영국 테스코측에서 합작법인으로 출범했다. 물류·상품 전략등 테스코의 글로벌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여 유통 노하우를 국내에 전면 도입하는게 목표였다. 이후 테스코가 추가 증자·매입을 통해 지분을 꾸준히 늘려 2011년 완전 인수하였고 삼성물산이 유통사업을 정리함에 따라 삼성 홈*플*스에서 삼성테스코 홈*플*스를 거쳐 '홈*플*스'로 브랜드가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 홈*플*스는 MBK파트너스 사모펀드 소유로 오래전부터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많이 잃은 상태로 적자의 수렁은 깊어지고, 부채비율은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시장 관계자들은 쿠*으로 대변되는 이커머스의 공세를 실적 악화의 1순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이는 현상을 피상적으로만 바라본 결과다. 홈*러* 부실의 본질은 내부에서 시작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외국계 자본의 '수탈적 경영 구조'가 맞물려 발생한 구조적 인재(人災)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명줄은 고객의 신뢰다. 하지만 홈*러*의 역사는 고객의 신뢰를 기만한 사건들로 얼룩져 있다. 과거 전국민을 분노케 했던 '경품 사기' 사건은 홈*러* 내부 기강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억 원대의 외제차와 고가의 상품을 경품으로 내걸고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대대적으로 수집했지만, 정작 당첨자는 자사 직원이나 그 지인들이 차지하는 기막힌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고객이 경품 응모를 위해 기재한 소중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건당 수천 원을 받고 팔아치운 행태는 이 기업이 고객을 '동반자'가 아닌 '사냥감'으로 여겼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도덕적 불감증은 단순히 특정 임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전체에 흐르는 '성과 지상주의'와 윤리 의식 결여가 만들어낸 암세포였다. 내부 기강이 무너진 조직에서 진정성 있는 서비스 혁신이 나올 리 만무하다. 홈*러*의 비극을 완성한 또 다른 축은 재투자의 부재다. 영국 테스코 시절부터 현재의 사모펀드 체제에 이르기까지, 홈*러*의 의사결정권자 대다수는 한국 유통산업의 장기적 발전에는 관심이 없었다. 특히 외국계 고위 임원진과 대주주들은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국내 유통 생태계 강화에 재투자하기보다, 해외 본사나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홈*러*가 고질적인 영업손실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경영 자문료, 배당, 그리고 각종 금융 비용의 명목으로 상당한 자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개연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매장 리뉴얼과 물류 시스템 고도화에 쓰여야 할 돈이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엑시트 발판으로 사용되면서, 홈플러스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처참하게 노후화되어 버렸다. 이는 결국 경쟁사들이 앞다투어 미래형 매장을 선보일 때 홈*러*가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현재 홈*러*가 단기 재무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선택한 '세일 앤 리스백(S&LB, 매각 후 재임차)' 방식은 전형적인 시한부 경영의 단면이다. 자산을 매각해 당장의 차입금을 상환하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듯 보이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막대한 임대료 부담이라는 독배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국내 유통 시장의 미래와 고용 안정에 대한 책임감 없이, 오로지 '매각 가치를 높여되팔기'에만 몰두하는 외국계 자본의 시각에서 홈*러*는 혁신해야 할 기업이 아니라 짜낼 수 있을 만큼 짜내야 하는 '현금 인출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익*프*스 부문의 분리 매각 추진 역시 이러한 '쪼개기 팔기'를 통한 자본 회수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의구심이 짙어진다. 홈*러*의 사례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자본과 기업 경영진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기업 윤리가 실종되고 재투자가 멈춘 조직은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 국내 소비자를 정보 판매의 대상으로 보고, 국내 점포를 자금 회수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경영 방식은 결국 유통 공룡의 몰락이라는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했다. 지금 홈*러*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마케팅 수사가 아니다. 뼈를 깎는 인적 쇄신과 함께, 수익의 상당 부분을 국내 시장에 다시 쏟아붓는 '선순환 구조'의 복원이다. 한국 유통산업에 대한 진정성 있는 애정과 책임감을 가진 경영 주체가 등장하지 않는 한, 홈*러*의 추락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껍데기만 남은 유통 거인이 다시 일어설지, 아니면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는 오로지 '책임 경영'과 '재투자'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 달려 있다. /연윤열 기술사·칼럼니스트

2026-05-11 10:54:3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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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마라탕 중독과 균의 습격(하)

이번 조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수치가 나온 곳은 '샹*마라' 아주대직영점이다. 땅콩소스에서 대장균이 210/g 검출됐는데, 이는 기준치(10/g 이하)의 무려 21배에 달하는 수치다. '소*마라' 가재울점의 경우도 땅콩소스에서 대장균이 470/g 검출돼 기준치 대비 47배를 기록했다. 그냥 "균이 나왔네" 수준이 아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소금 농도가 높은 환경이나 건조한 상태에서도 저항성이 강해 식품에서 수개월간 생존할 수 있고, 평균 3시간 후 발병해 구토·설사·복통·오심 증상을 유발한다.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는 냉장·진공 상태에서도 증식할 수 있는 저온성 세균으로, 임신부가 감염되면 유산이나 사산, 면역 취약자에게는 수막염·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더 섬뜩한 대목은 따로 있다. 한 매장에서 조리 음식(마라탕)과 소스(땅콩소스)에서 동시에 균이 검출된 사례는 교차오염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단순 부주의가 아니라, 주방 전체의 위생 시스템이 무너져 있다는 방증이다. 마라탕은 조리 후 바로 섭취하는 음식이고, 땅콩소스 역시 별도 가열 없이 먹는 경우가 많아 위생 관리가 미흡할 경우 소비자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문제를 단순히 특정 업체의 '불량'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구조적 문제를 봐야 한다. 마라탕 매장의 특성상, 수십 가지 재료가 동시에 진열·보관된다. 날것과 익힌 것이 뒤섞이고, 셀프 서비스 방식으로 손님이 직접 재료를 담는 과정에서 교차오염 위험이 상시 존재한다. 게다가 가맹점주들의 식품위생 교육 수준이 들쭉날쭉하고, 조리 과정의 표준화가 미흡하다. 식약처가 2019년 마라탕·마라샹궈 음식점 63곳을 점검했을 때, 37곳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전체 매장의 60%다. 이번 조사에서도 20곳 중 3곳(15%)이 걸렸다. 수치는 줄었지만, 7년이 지나도록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다. 땅콩소스가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도 있다. 소스는 한 번 만들어 두고 장시간 상온에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냉장 보관과 제조 후 빠른 소진이 이뤄지지 않으면, 리스테리아균 같은 저온성 세균이 냉장 상태에서도 번식한다는 사실을 많은 업주가 간과하고 있다. 마라탕을 앞으로 먹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똑똑하게 먹자는 얘기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라고 무조건 믿어선 안 된다. 이번에 적발된 곳들이 모두 알려진 브랜드다. 반대로, 정기적으로 위생 점검 결과를 공개하고 인증을 받은 매장을 선호하는 것이 현명하다. 땅콩소스 상태를 확인하자. 소스가 실온에 오래 방치돼 있거나, 색이 이상하거나, 분리가 심하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소비자원은 "음식을 받은 즉시 포장 용기의 파손 여부와 오염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온도로 배달됐는지 확인하라"며, 배달·포장 식품은 바로 섭취하고 즉시 먹기 어려운 경우 냉장 보관 후 충분히 재가열해 먹을 것을 권고했다. 임신부나 면역 취약자는 이번 사태를 특히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리스테리아균은 건강한 성인에겐 가벼운 식중독으로 끝나도, 임신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마라탕은 이미 '유행 음식'이 아니다. 탕후루가 한철 장사로 끝나 급격히 쇠락한 것과 달리, 마라탕은 202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확실한 스테디 음식으로 자리잡아 꾸준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위생 관리도 스테디하게, 꾸준하게,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1000억~2000억 원 시장을 굴리는 업계가 아직도 '땅콩소스 기준치 47배 초과'를 용납하고 있다면, 그 성장은 모래 위의 성이다. 맛은 혀를 흥분시키지만, 위생은 생명을 지킨다. 마라탕 업계 전체가 이 기본을 다시 새겨야 할 때다. /연윤열 기술사, 칼럼니스트

2026-04-27 14:16:4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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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마라탕 중독과 균의 습격(上)

지난 4월 중순, 한국소비자원이 마라탕에 대해 폭탄 발표를 했다. 국내 마라탕 프랜차이즈 20곳을 대상으로 위생실태를 점검한 결과, 3개 매장의 마라탕과 땅콩소스에서 황색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대장균이 무더기로 검출됐다는 것이다. '춘*마라탕' 명동본점, '샹*마라' 아주대직영점, '소*마라' 가재울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브랜드들이다. 그런데 단순히 "불결하니 먹지 마라"는 경고로 끝낼 이야기가 아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마라탕이 어디서 왔고, 왜 우리가 이토록 빠져들었으며, 위생 문제가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마라탕의 출생지는 중국 쓰촨(四川)성 러산(樂山)이다. 수백 년 전, 쓰촨의 뱃사공들이 배를 강가에 정박한 뒤 주위에서 구한 재료들을 한 솥에 넣고 돌 위에서 끓여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 험한 강바람을 온몸으로 버티며 일하던 이들에게, 강렬한 향신료와 기름진 국물은 몸을 데우고 기운을 북돋우는 생존식이었다. '마라(麻辣)'라는 말 자체가 이 음식의 정체성을 요약한다. '마(麻)'는 혀가 얼얼하게 마비되는 느낌, '라(辣)'는 매운맛이다. 이 두 감각을 동시에 폭발시키는 비밀 병기는 화자오(花椒), 즉 중국 산초다. 일반 고추의 캡사이신과 달리, 화자오의 히드록시알파산쇼올 성분은 혀의 감각 신경을 직접 마비시켜 그 독특한 얼얼함을 만들어낸다. 너무 자극적이어서 필자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음식이 한국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2010년 무렵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전문 음식점이 생기면서 시작되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얼얼한 매운맛이 여성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주요 번화가에 마라탕 프랜차이즈가 속속 문을 열었다. 성장세는 눈부시게 빨랐다. 마라탕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2020년 13개에서 2022년 106개로, 불과 2년 만에 715%나 폭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마라탕 시장 규모는 약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매년 20~30%씩 성장한다고 보면, 지금쯤 시장 규모는 가히 2000억 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라탕의 조리 방식은 독특하다. 손님이 양푼에 먹고 싶은 재료를 직접 담아 카운터에 내면, 무게에 따라 가격을 매긴 후 주방에서 재료를 넣고 탕을 완성해 가져다 주는 방식이다. 사용하는 재료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채소류로는 청경채, 숙주, 팽이버섯, 시금치, 콩나물이, 면류로는 납작당면, 옥수수면, 마라탕면이, 두부류로는 건두부, 대만유부, 두부피(푸주)가 기본이다. 여기에 소고기, 돼지고기, 새우, 어묵, 게맛살, 완자 같은 단백질 재료들이 더해진다. 소비자가 직접 재료를 고른다는 점에서 마라탕은 일종의 '식탁 위의 커스터마이징 경험'을 제공한다. 육수의 핵심은 마라 소스다. 고추기름, 두반장(豆瓣醬), 화자오, 마늘, 생강, 각종 향신료를 오랜 시간 볶아 만든 소스를 육수에 녹여낸다. 매운맛 단계는 보통 0단계(백탕)부터 4단계까지로 나뉘고, 마지막에 제공되는 땅콩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정통 방식이다. 마라탕 한 그릇의 칼로리는 어마어마하다. 재료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700~1200kcal에 달한다. 나트륨 함량은 하루 권장량(2000㎎)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포화지방 함량도 상당하다. 건강 측면에서 보면 결코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찾는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화자오의 마비 효과다. 혀가 얼얼해지면 뇌는 이를 일종의 자극 신호로 받아들이고, 엔돌핀과 도파민을 분비한다. 얼얼하지만 계속 땡기는 기이한 쾌감, 그것이 마라의 중독성이다. 둘째, 커스터마이징 쾌감이다. 혼자서 자기가 원하는 형태로 재료를 조합해 먹을 수 있는 혼밥 친화적 음식이라는 점이 다양한 취향을 한 번에 충족시켜 준다. MZ세대의 개인화 욕구와 정확히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화 로컬전략의 성공이다. 중국 현지와 달리 국물까지 마실 수 있도록 향신료를 줄이고 기름을 적게 쓴 것이 한국화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물의 민족"에게 맞게 현지화된 것이다. 넷째, SNS 확산력이다. 마라탕의 빨간 국물과 형형색색 재료의 비주얼은 인스타그램을 타고 폭발적으로 퍼져 나갔다. 여성·2030 세대가 마라탕 검색을 주도하고 있으며, 배*의민족이 공개한 검색어 순위에서 마라탕이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연윤열 기술사, 칼럼니스트

2026-04-20 13:52:1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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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픽셀라이프

최근 마트나 온라인 식품관을 둘러 보면 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교*마*, 도*, 밀*, 타*미* 같은 명품 베이커리 6곳의 식빵을 작은 조각으로 나눠 담은 '식빵 취향 찾기 샘플러'가 눈길을 끈다. 한 덩어리 식빵을 구입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소비자들은 여섯 조각을 동시에 맛보고 싶어한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맥주 펍에서는 500㏄ 한 잔 대신 250ml 잔 4개에 각기 다른 맥주를 담은 '비어 샘플러'가 테이블을 채운다. 한 잔에 올인하지 않는다. 네 가지 맛을 홀짝홀짝 비교하며 "오늘의 취향"을 찾는다. 커피는 드립백으로, 화장품은 쁘띠 사이즈로, 심지어 세제도 6개입 캡슐로 쪼개진다. 이런 소비패턴이 바로 2026년 식품 트렌드의 핵심인 '픽셀라이프'다.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화소 단위 '픽셀'처럼, 우리 식탁도 작고 많고 빠르게 쪼개지고 있다. 한 브랜드에 충성하지 않고, 한 끼에 머무르지 않으며, 한 가지 맛에 만족하지 않는다. 찰나의 경험을 탐닉한 뒤 미련 없이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러한 '식품 소분' 문화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경제·사회적 요인이 얽혀 있다. 첫째, 선택지가 너무 많다. 마*컬*만 해도 수십 종의 명품식빵이 입점해 있다. 전부 맛보려고 한다면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샘플러는 합리적 탐험의 도구가 된다. 편의점 C*의 '단백질 음료 16종 샘플러'처럼 헬시플레저 건강식품 분야로까지 이 트렌드가 확장되고 있다. 둘째, 실패비용에 대한 경제적 공포로 선택에 대한 실패가 두렵다. 2만원짜리 식빵 한 덩어리를 샀는데 입맛에 안 맞으면 버리기엔 아깝고, 억지로 먹기엔 괴롭다. 하지만 샘플러는 위험을 분산시킨다. 여섯 개 중 하나만 맞아도 본전이다. 셋째, 1인 가구의 증가와 사회적 고립이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에게 대용량은 폭탄과도 같다. 먹다 남은 식빵이 곰팡이 피우는 광경을 누가 보고 싶겠는가. 소용량 소분포장은 신선함을 보장한다. 넷째, FOMO(Fear Of Missing Out)심리 현상이다. '두쫀쿠' 광풍 현상처럼 남들은 다 먹어 봤다는데 나만 모르면 소외감이 든다. 하지만 전부 사기엔 부담스럽다. 샘플러는 이 불안을 달래주는 진정제다. 흥미로운 건, 이 트렌드가 단순한 소비 패턴을 넘어 우리의 미식 문화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엔 "이 식당 맛집이야"라고 하면 그 집 대표 메뉴 하나를 먹었다. 이제는 '이 동네 빵집 투어'를 하며 여섯 곳의 식빵을 조금씩 맛본다. 깊이보다 넓이, 몰입보다 샘플링이 미덕이 된다. 다*소는 VT 리들샷 미니 화장품으로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L*생*건*은 세제 향 4종을 캡슐로 쪼개 향 테스트를 제안했다. 현대인은 선택하기 전에 경험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마*컬*의 식빵 샘플러는 상자 안에 "시식 순서 가이드"와 "취향 발견 퀴즈"까지 넣었다. 단순히 먹는 게 아니라 "내 취향을 발견하는 여정"으로 포장한다. 소비가 자아 탐구가 되는 순간이다. 화장품 역시 식품처럼 '내 피부에 맞는지',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실패 비용이 커서 쁘띠 사이즈 제품들은 소비자가 부담 없이 제품을 '픽셀' 단위로 경험하게 해준다. 샘플러 문화는 즉각적이다. 주문하면 내일 도착한다. 여섯 가지를 한 번에 맛본다. 효율적이지만 애착은 생기지 않는다. 어느 빵이 맛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픽셀은 작고 빠르지만, 흩어지면 이미지가 사라진다. 샘플러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지만, 동시에 선택의 부담도 가중시킨다. 여섯 가지 식빵을 맛본 후 "진짜 내 취향"을 골라야 한다는 압박이 생긴다. 맛있는 건 알겠는데, 뭐가 제일 맛있는지 모르겠다. 비교의 늪에 빠진다. 또한 작은 조각들로 쪼개진 경험은 깊이를 희생한다. 한 덩어리 식빵을 일주일간 먹으며 그 빵과 친해지는 시간은 사라진다. 첫 만남의 설렘만 수집하고 익숙함의 편안함은 놓친다. 식품업계 입장에서도 고민이다. 소분포장은 비용이 더 든다. 풀콜드체인 유통망을 갖춰야 하고, 개별 포장재도 늘어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개별 포장으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급증은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하지만 픽셀라이프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픽셀은 작고 빠르지만, 흩어지면 이미지가 사라지듯 우리의 식문화가 파편화되어 기억에 남지 않는 휘발성 소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픽셀라이프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우리는 큰 결정을 유보하고 작은 실험(샘플링)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신품종을 알리는 '윈윈' 전략이 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균형감이다. 수많은 픽셀(조각)들 속에서 나만의 온전한 그림을 완성해 나가기 바란다./ 연윤열 식품기술사,푸드테크 칼럼니스트

2026-04-13 09:17:4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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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테슬라 다이너의 출현

전세계적인 화제의 인물 일론 머스크가 2025년 7월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인근 산타모니카에 다이닝 식당을 오픈했다. 다이닝 이름은 '테슬러 다이너(Tesla Diner)'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다이너'는 단순히 전기차 충전소에 레스토랑을 결합한 부대사업으로 그치지 않는다. 머스크가 트윗을 통해 예고했던 미래형 충전소 개념의 완성체이자, 기술과 인간의 경험이 접점에서 만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테슬라 다이너가 할리우드와 산타모니카라는 상징적인 장소를 선택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곳은 단순히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라 글로벌 문화와 미디어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이러한 상징적 공간을 무대로 삼아 자사의 혁신적인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가장 효과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테슬라 다이너는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에너지, 이동장치, 그리고 생활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하려는 테슬라의 의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테슬라 다이너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고객의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 있다. 기존 외식업계가 고객의 대기 시간을 '줄여야 할 비용'이나 '불편함'으로 인식했다면 테슬라는 이를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과 소비 시간'으로 재정의했다.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30~40분은 고객이 해당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는 '확보된 체류 시간'이다. 머스크는 이 '필수 불가결한시간'을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아닌 브랜드를 깊이 있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가치 있는 시간으로 전환했다. 이는 병원 대기 시간이나 영화 상영 전 대기 시간 등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필수적인 대기 시간'을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포착해야 한다는 강력한 시사점을 준다. 테슬라 다이너가 여타 프랜차이즈 식당과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방대한 데이터의 활용이다. 테슬라는 이미 전 세계 4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통해 고객이 선호하는 음악, 자주 방문하는 장소, 차량 내부의 설정값 등 상세한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테슬라 다이너는 다음과 같은 생태계 기반의 고객관리 CRM을 다음과 같이 구축하고 있다. 고객의 과거 주문 패턴과 선호도를 분석하여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를 통해 맞춤형 메뉴를 제안한다. 단순히 식당에서의 경험에 그치지 않고, 차량과 인간의 생활 패턴 전체를 연결하는 통합적인 경험을 설계한다. 테슬라 소유자들에게 프리미엄 회원 클럽과 같은 독점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와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고 충성도를 높인다. 이는 한국의 외식 기업들이 단순히 포인트 적립 수준의 CRM에 머물고 있을 때, 테크기술을 통해서 브랜드가 고객의 삶의 일부가 되게 만드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테슬라 다이너의 메뉴 구성은 의외로 미국의 전통 다이너의 친숙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 햄버거, 핫도그, 샌드위치, 튜나 멜트, 치킨 앤 와플 등 대중적인 메뉴를 선택한 것은 보수적인 메뉴 선택을 통해 오히려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하지만 그 내용물은 평범하지 않다. 머스크는 모든 메뉴가 "에픽(Epic)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LA의 유명 셰프 에릭 그린스 팬을 영입하여 주방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지역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여 고품격 가치를 창출하며, 이는 테슬라의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와도 궤를 같이 한다. 올데이 브렉퍼스트, 와규비프 칠리, 키즈 메뉴 등을 통해 1인 고객부터 가족 단위 고객까지 폭넓게 포용한다. 테슬라다이너의 진정한 혁신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의 완전한 통합에서 나온다. 차량이 다이너 반경 15분 이내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주문 알림이 발송되고, 운전자는 차량 내 앱으로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다. 이는 고객이 도착하자마자 준비된 음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완벽한 시간 최적화 시스템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팝콘 서빙 등에 참여하며 미래 지향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시각화한다. 이는 단순히 화제성을 노리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외식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테슬라 다이너의 출현은 국내 외식업계에 다음과 같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첫째, 공간과 시간을 재설계 해라.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 급급하기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가치 있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소규모 생태계를 구축해라. 단일 매장의 효율성을 넘어 O2O 플랫폼, 유통망, 콘텐츠 제공자와의 제휴를 통해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해라. 셋째, 브랜드 철학을 공간화해라. 단순한 인테리어를 넘어서 브랜드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낙관'과 같은 철학이 담긴 총체적인 공간디자인이 필요하다. 넷째, 보여 주기가 아닌 실질적인 ESG 경영을 실천해라. 친환경 운영을 마케팅 도구가 아닌 사업 모델의 핵심으로 삼아 환경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다섯째, 경계를 파괴해라. 경쟁상대는 옆집 식당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과 주의를 끄는 모든 플랫폼이다. 기술, 데이터, 스토리텔링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한국 외식 산업 역시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읽고 기술과 인간의 따뜻한 경험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연윤열/기술사, 칼럼니스트

2026-03-16 14:19:3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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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봄이 왔을 때 봄을 먹자

2월 말 땅이 풀리기 시작하면 냉이가 먼저 고개를 든다. 아직 바람이 찬데 냉이는 이미 나와 있다. 대담한 녀석이다. 냉이의 향이 가장 진한 시간은 딱 3주다. 3월 초에서 3월 말. 이 때가 지나면 냉이는 꽃을 피우고, 뿌리의 향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꽃 핀 냉이는 그냥 잡초에 불과하다. 3월 중순, 냉이가 절정에 달할 무렵 쑥이 본격적으로 올라온다. 쑥은 냉이보다 호탕하다. 어디서든 자란다. 아스팔트 틈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먹을 수 있는 어린 쑥의 계절 역시 4월 초가 한계다. 그 이후 쑥은 키가 커지고, 줄기가 굵어지며, 쓴맛이 너무 강해져서 입에 넣기 불편해진다. 4월에는 두릅이 나오고, 그 뒤를 취나물이 따른다. 이렇게 봄나물의 릴레이는 마치 누군가 시간표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정밀하게 짜여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시간표를 잊어 버렸다는 것이다. 마트에 가보면 12월에도 냉이가 있다. 7월에도 취나물이 있다. 연중 내내 두릅이 진열대를 지킨다. 냉동이거나, 수입산이거나, 하우스 재배 심지어 스마트팜에서 재배한다. 이것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재배 기술의 발전이요, 유통의 혁명이다. 그러나 12월의 냉이와 3월의 냉이는 이름은 같지만 전혀 다른 식물이다. 냉이 향의 핵심 성분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자연광과 일교차 속에서 극대화된다. 노지에서 겨울 추위를 버티며 올라온 냉이와 온도 조절된 하우스 안에서 자란 냉이의 향 성분 차이는 연구에 따라 최대 2~3배까지 차이가 난다. 소비자가 "요즘 냉이는 맛이 없다"고 하는 건 미각의 쇠퇴가 아니다. 재배 환경이 바뀌었으니 냉이 맛이 없어진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마트는 당신에게 봄나물을 1년 내내 제공하면서 친절하게 웃는다. 그 친절함 뒤에서 봄나물의 진짜 맛은 조용히 증발하고 있다. 봄나물을 망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식당에서, 가정에서, 심지어 호텔 주방에서도 봄나물은 종종 비극적으로 다루어진다. 가장 흔한 실수 세 가지를 알아보자. 첫째, 미리 손질한다. 냉이를 전날 다듬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순간, 향의 절반을 이미 포기한 것이다.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세포가 파괴될 때 효소 반응으로 생성된다. 즉, 칼을 대는 순간부터 시계가 돌아간다. 손질 후 시간이 지날수록 향은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조리 직전에 손질하라. 이것 하나만 지켜도 냉이 요리의 수준이 달라진다. 둘째, 오래 끓인다. 쑥국을 처음부터 쑥을 넣고 끓이는 사람이 있다. 쑥의 엽록소와 향 성분은 80℃ 이상 장시간 가열하면 급격히 파괴된다. 국이 탁해지고 쓴맛만 남는다. 쑥은 불 끄기 30초 전에 넣어야 한다. 남아 있는 잔열로 익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셋째, 양념을 많이 한다. 쑥과 냉이에 참기름, 마늘, 깨소금을 한꺼번에 퍼붓는 순간 봄나물은 '나물 무침'이 아니라 '양념 무침'이 되어 버린다. 봄나물의 생명은 쌉쌀함과 독특한 향이다. 양념은 나물을 도와주는 조연이 되어야지 나물 본연의 풍미를 덮어서는 안 된다. 좋은 봄나물일수록 양념을 줄여야 한다. 냉이무침에 소금 한 꼬집과 참기름과 들기름 몇 방울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진짜 고수다. 봄 시즌 계절 메뉴에 두릅 전채와 쑥 리조또를 올리는 호텔 쉐프라면 실력을인정할 만하다. 플레이팅에 공을 들이는 만큼, 식재료 입고 날짜에도 같은 에너지를 쏟아라. 봄나물의 향은 24시간마다 달라진다. 봄나물 정식이라는 메뉴를 연중 운영하는 오너 쉐프라면 겨울 냉이와 봄 냉이는 같은 가격을 받으면 안 된다. 제철 식재료에 제값을 매기는 용기가 결국 단골을 만든다. 식품기업 경영자라면 쑥 라떼, 쑥 아이스크림, 냉이 된장국 간편식 시장에 눈을 돌려라. 제품 뒷면 원재료명을 보면 쑥 분말이 0.5%인 제품이 '쑥 성분 함유'라고 전면에 크게 쓰여 있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훨씬 현명하다. 성분 함량에 솔직한 브랜드가 결국 오래 살아 남는다. 냉이의 향은 산지에서 서울 마트까지 오는 36~48시간 동안 30% 이상 휘발된다. 콜드체인은 온도만 관리하지 않는다. 습도, 에틸렌 가스 차단, 진동의 최소화 이러한 조건들이 봄나물의 향을 최대한 유지하는 관건이다. 유통업계 종사자라면 봄나물 유통은 꽃 배달만큼 섬세해야 한다. 봄나물은 타이밍의 식재료다. 시기가 너무 이르면 아직 나오지 않았고, 너무 늦으면 이미 억세져 버린다. 딱 그 사이에 있을 때만 진짜 봄나물의 풍미를 니타낸다. /연윤열 푸드칼럼니스트

2026-03-09 10:04:3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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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포모(FOMO)가 빚어낸 디저트 광풍

지금 대한민국 디저트 시장은 7500㎞ 가량 떨어진 중동의 향기에 취해 있다. '두바이 쫀득쿠키(두쫀쿠)'를 구입하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오픈런이 이어지고, 진열대는 입고와 동시에 비워지기 일쑤다. 마치 금값의 폭등과 경쟁이라도 하듯이 웬만한 식사 한 끼 값을 훌쩍 뛰어넘는 사악(?)한 가격표를 달고 있다. 주재료인 피스타치오는 미국산 작황 부진과 기후 변화로 인해 1년 사이 국제 시세가 무려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린 골드'라 불리는 피스타치오와 수입에 의존하는 카다이프의 수급 불안이 급기야 '디저트플레이션'을 유발했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었다. 카다이프는 튀르키예와 아랍 지역의 전통적으로 굵기가 가느다란 소면으로, 오스만 제국 시대부터 즐겨 먹었다. 흰색인 면을 버터에 노릇하게 볶으면 식감이 바삭해진다. 마치 기름에 튀긴 라면과 같은 유탕면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현지에는 '두쫀쿠'가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두쫀쿠' 광풍으로 인해 중동에 수출하는 기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두쫀쿠'의 탄생은 두바이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를 마시멜로의 쫀득한 식감과 결합해서 만든 K-디저트의 변종품이다. 마시멜로는 쫀득한 식감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는 초코파이로 이미 친숙해 있다. 마시멜로는 설탕과 물엿을 끓여서 시럽을 만든 후에 달걀 흰자로 만든 머랭에 천천히 부으면서 고속으로 휘핑하면서 젤라틴을 넣어 섞은 후에 실온에서 굳힌 것이다. 따라서 달걀 알러지가 있거나 비건인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영양학적으로 볼때 '두쫀쿠' 한 개의 열량은 약 400~600㎉로 쌀밥 두 공기와 맞먹는 고칼로리 폭탄이다. 두바이 초콜릿의 열풍은 두바이에 거주하던 영국계 이집트인 여성 사라 함무다(Sarah Hamouda)의 아주 개인적인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그녀는 기존의 평범한 초콜릿보다 특별한 디저트를 갈망했고, 중동의 전통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캔트 겟 크나페 오브 잇(Can't Get Knafeh of It)'이다. 이 초콜릿은 아랍의 전통 디저트 '크나페(Knafeh)'에서 영감을 받아, 바삭한 카다이프와 고소한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초콜릿 안에 가득 채운 필링(Filling) 초콜릿이다. 초기에는 일주일에 단 몇 개만 팔릴 정도로 미미했지만, 2023년 12월 유명 틱톡커의 ASMR 시식 영상이 1억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두바이 초콜릿 신드롬'을 일으켰다. 필자가 늘 강조해온 '자발적 불편함' 관점에서 볼 때 단순당과 포화지방으로 농축된 이 초가공식품은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고 염증 사령관인 'NF-κB(Nuclear Factor-kappaB)'를 활성화한다. NF-κB는 세포안에서 억제 단백질과 결합해 있다가 스트레스나 감염 등 외부 자극을 받으면 억제 단백질이 분해되어 염증 및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핵심 물질이다. 정부에서 최근 국민 건강과 세수 확대라는 이율 배반적인 정책 논쟁 거리가 되고 있는 설탕세와 관련된 설탕 등 과다한 시럽의 섭취는 치아 표면에 달라붙어 충치균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며,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염증 제조기' 역할을 한다. 심리학적으로 유행에 뒤처지거나 남들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적 현상을 소외불안 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라고 한다. 집단주의와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현상으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 시장에서 단기 급등주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나'를 잃어버리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무조건 희생하거나 과도한 멀티태스킹적 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미래를 위한 막연한 인내보다, 오늘의 즐거움과 내가 진정 추구하는 삶의 목표를 찾아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는 멀티태스킹의 강박감에서 벗어나 한 가지 일과 생각에 몰입해야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 '선택과 집중'을 실천하는 것이다. 유행과 흐름에 조금 뒤처지더라도 나만의 행복을 찾는 JOMO(Joy Of Missing Out)의 태도를 지향해야 한다. 마케팅학에서는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한정 수량', '마감 임박' 등의 유희적 언어로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타인의 삶과 나를 지나치게 비교하지 말고 현재의 삶에 집중 함으로서 스스로의 목표와 가치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불황 속에 '작은 사치'라는 명분은 달콤할 수 있으나 내 몸의 망가진 대사 균형과 장내 환경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이제는 무분별한 '소외불안 증후군 소비'에서 벗어나 내 몸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는 '자발적 불편함'을 선택해야 할 때이다. 맛이라는 본질적 가치보다 장기적인 만성 염증의 씨앗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되물어야 한다. /연윤열 식품기술사·푸드테크 칼럼니스트

2026-02-19 11:00:11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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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설탕과 밀가루는 죄가 없다

아침에 마시는 달콤한 커피 한 잔, 점심의 국수 한 그릇, 간식으로 빵과 과자 한 봉지. 설탕과 밀가루는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됐다. 그런데 이 평범한 식재료들이 자주 뉴스에 등장한다. 이유는 늘 비슷하다. 가격담합 의혹이다. 국내 설탕과 밀가루 시장은 몇몇 대기업이 70% 이상 차지하는 전형적인 과점구조다. 이런 시장구조 하에서는 가격이 움직일 때마다 소비자의 시선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20여 년간 설탕과 밀가루 제조업체들은 여러 차례 담합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고 과징금도 부과됐다. 그런데도 비슷한 논란은 반복된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원재료 가격과 완제품 가격 사이의 괴리다. 국제 원당 가격이 떨어지고, 밀값이 내려가도 설탕과 밀가루 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반대로 국제 시세가 오를 때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오를 때는 같이 오르고, 내릴 때는 안 내리는지"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다. 과점 시장에서는 명시적인 담합이 없어도 '눈치 게임'이 가능하다. 누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폭으로 따라간다. 법적으로는 증거가 없으니 담합이 아니지만, 소비자가 보기에는 너무 정교한 우연처럼 보인다. 공정위가 "직접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할 때마다, 소비자의 체감 신뢰는 조금씩 깎인다. 문제는 하방 경직성이다. 원당 가격이나 밀값이 오를 때는 즉각 반영되지만, 내려갈 때는 조용하다. 기업은 "재고", "환율", "인건비" 같은 이유를 댄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가격은 내려오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공정위의 사후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증거를 잡기 어렵고, 처벌이 있어도 시장 구조는 그대로다. 담합을 잡는 것보다, 담합이 필요 없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설탕과 밀가루 가격은 단순한 생활물가를 넘어 국민건강과도 직결돼 있다. 설탕 섭취증가는 비만과 당뇨병으로 이어지고, 실제로 국내 당뇨병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설탕세" 또한 국민 정서 측면에서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세금을 더 걷겠다는 말이냐"는 반응이먼저 나온다. 영국은 당류 함량이 높은 음료에 단계별로 세금을 부과했고, 그 결과 제조사들은 경쟁하듯 당을 줄였다.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이라는 직접적인 부담을 주기보다, 기업의 레시피를 바꾼 것이다. 밀가루도 마찬가지다. '글루텐 프리'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밀가루 자체가 마치 건강의 적처럼 취급되지만, 정작 국내에서 글루텐이 반드시 문제 되는 사람은 극소수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선택지가 부족하고,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비싼 대체식품이 넘쳐난다. 이 역시 시장 구조와 정보의 비대칭이 만든 병폐다. 결국 설탕과 밀가루가 문제라기보다, 가격을 둘러싼 구조와 제도가 문제다. 원가 하락이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 반복되는 담합 의혹에도 실효성 있는 제재가 어려운 제도, 그리고 건강 문제와 가격 정책이 따로 노는 정책 환경이 맞물려 있다. 해법은 단순하지 않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과점 시장에 대한 가격 모니터링과 정보 공개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설탕세와 같은 건강 연계 가격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했을 때 이를 소비자에게 환원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설탕과 밀가루는 죄가 없다. 그 위에 얹혀있는 가격과 구조가 문제이고 그 구조를 오래 방치해 온 우리의 무관심이다. 달콤함과 편리함을 즐기되 그 가격이 정당한지 한 번쯤 따져보는 사회가 될 때, 식탁 위의 선택도 조금은 건강해질 것이다. 대안은 경쟁을 늘리고 구조의 투명성이다. 수입 다변화, 중소 제분·제당 업체의 시장 진입 지원, 공공 비축물량의 가격 완충기능 강화 같은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담합을 막겠다고 외치는 것보다 담합할 이유를 줄이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다. 원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원재료비 외에도 인건비, 물류비, 마케팅비, 설비 투자비가 얽혀 있다. 이를 모두 공개하면 기업의 경영 전략이 노출되고,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가의 세부 항목 비율, 원재료 가격 변동이 최종 가격에 반영되는 방식 정도만 공개해도 소비자의 이해는 크게 높아진다. 식약처와 한국식품기술사협회와 같은 비영리 전문가 단체에서 민관공동으로 저당식품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정부나 공공기관이 중립적인 가격 분석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한다면 신뢰도는 더 올라간다. 원가 공개는 가격을 내리기 위한 수단이지, 처벌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투명성은 협박이 아니라 설득의 도구여야 한다. 설탕세, 가격담합, 원가 공개는 각각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문제는 가격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그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으려 했던 구조에 있다. 제도 개선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설탕과 밀가루는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의 무관심이다. /연윤열 식품기술사·푸드테크 칼럼니스트

2026-02-04 15:52:5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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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2026년 새해 결심을 망치게 하는 장내 미생물

[연윤열의 푸드톡톡] 2026년 새해 결심을 망치게 하는 장내 미생물 2026년 1월 새해 결심의 80%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내 몸 안에 장내 미생물 군집(마이크로바이옴)들이 나에게 직접 항의를 한다면 아마 "올해에도 또 새해 결심이 다이어트야? 작년에도 1월에만 하고 포기했잖아"라고 이렇게 투덜댈 것 같다. 내가 섭취한 음식을 단순히 칼로리(열량) 측면에서 계산하던 시대를 지나서 대사체(metabolomics)와 유전자 그리고 AI까지 끌어들여 '정밀영양(precision nutrition)'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한 끼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유전체, 대사 프로필, 장내 생태계를 실시간으로 바꾸는 '개인화된 메디푸드'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이제는 단순히 "맛 있으면 됐지"라는 개념으로는 충분치 못한 시대이기도 하다. 식품영양학이 대사체학과 연결되어 정밀영양으로 직진하면서, 우리의 한 끼가 개인의 유전자, 대사 프로필, 장의 건강까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를 방증하기라도 하듯이 최근 국내 바이오식품기업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전 생애주기에 걸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구조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건강한 한국인 정상인 코호트를 기반으로 연령별로 장내 미생물의 구성, 핵심적인 균주, 기능적 특성 및 생태 구조 변화를 종합적으로 규명하였다. 예를 들어, 똑같은 아보카도 한 개를 먹어도 김씨는 혈당 스파이크가 거의 없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살짝 올라가 김씨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좋은 지방 섭취에 감사합니다~" 라고 반응하는 반면, 박씨에게는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포도당 대사체가 요동치고 염증 마커가 슬금슬금 상승해서 "또 지방 덩어리를 먹고 있잖아~" 라며 불만을 표시할 것이다. 똑같은 김치찌개 한 그릇을 먹어도 인슐린 민감성 높은 김씨의 혈당은 안정적이어서 장벽에 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따라서 다음 날 아침에도 에너지가 폭발하고 컨디션 역시 최고조에 달한다. 반면 FTO 유전자 변이가 있는 박씨는 혈당 스파이크로 인해 지방이 축적되고 피로감이 급상승하여 "왜 이렇게 피곤하지? 김치찌개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하게 된다. FTO 유전자는 비만과 가장 관련이 깊은 유전자 중 하나로, 이 유전자에 FTO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은 운동을 해도 체중 감량 효과가 적고, 운동 부족 시 고혈압 등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정 변이가 발생하면 식욕 조절도 어려워지고 지방 축적이 쉬워져 비만 위험이 높아진다. 이 차이가 바로 개인의 대사체 지문(metabolic fingerprint)의 차이다. 대사체와 관련된 최근 연구들을 보면, 동일하게 식사한 후에 혈중 대사체 300~500개 중 30~40%가 사람마다 다르게 변한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즉, 같은 김밥 한 줄이 누군가에겐 에너지 충전, 누군가에겐 염증 충전이 되는 셈이다. 결국 정밀영양의 핵심은 '맞춤'이 아니라 '균형 잡힌 쾌락'으로 귀결된다. 데이터는 도와줄 수는 있지만, 마지막 한 입은 여전히 내 혀와 마음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2026년의 진짜 개인맞춤영양이다. 모두 동일한 방법으로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방식으로 최적화 해야한다. 하버드 정밀영양 심포지움에서 동일하게 식사한 후에 혈중 대사체 500개 중 40%가 사람마다 완전히 다르게 변한다고 발표하였다. 지중해식 식단을 먹어도 유전자형에 따라 LDL 콜레스테롤 반응이 2배나 차이가 난다. 누군가에겐 심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지만 누군가에겐 '그냥 맛있는 저녁식사'가 될 뿐이다. AI가 "평생 브로콜리만 먹어라"고 한다면 실천이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데이터는 가이드일 뿐 건강한 개인맞춤 식단은 '균형 잡힌 쾌락'을 선택하거나 "자발적 불편함"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초콜릿 좋아 한다면 다크 초콜릿과 아몬드를 조화롭게 섭취함으로서 폴리페놀 섭취를 늘리고 유익한 장내 미생물이 조성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균형 잡힌 3가지 쾌락 식단'을 추천한다. 첫째, 염증 제어 혈당 안정형 식단으로 구운 연어(오메가3), 퀴노아(식이섬유), 아스파라거스, 올리브오일이다. 둘째, 항 스트레스 에너지 부스트형 식단이다. 템페(콩을 쪄서 발효시킨 인도네시아 전통식품), 현미밥, 김치, 아보카도 등이다. 셋째, 항 산화 다이어트형 식단이다. 닭가슴살, 브로콜리, 귀리, 중쇄지방산 MCT 커피, 김치(옵션)이다. /연윤열 식품기술사·푸드테크 칼럼니스트

2026-01-26 15:43:4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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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2025년의 '현상'이 2026년의 '표준'이 된다

2025년은 전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의 등장과 고물가 상황에서 가치소비가 식품업계를 강타한 해였다. 기업들은 급변하는 소비패턴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도입하고, 성분을 재설계하느라 분주한 한해였다. 2026년은 이러한 과도기적 시도들이 정교한 라이프스타일로 정착하는 해가 될 것이다. 글로벌기업 네슬레(Nestle)는 비만치료제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 바이탈 퍼슈트브랜드를 론칭했다. 식사량이 줄어든 소비자를 위해 소량으로도 필수 영양소를 채우는 제품군이다. 국내에서는 매*유업, 남*유업 등 유업계가 성인용 단백질 라인업을 혈당관리와 근감소증 예방목적으로 세분화하여 출시했다. 2026년에는 일반 대중에게도 적게 먹고 완벽하게 채우는(Nutrient Density)개념이 확산될 것이다. 단순히 단백질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장내미생물(Microbiome)을 관리하는 차전자피, 치커리 식이섬유, 저항성 전분이 첨가된 기능성 HMR(가정간편식)유형이 성장할 것이다. 제조현장에서는 기존의 저당(Low-Sugar)설계를 넘어 용량 대비 영양밀도를 높일 수 있는 농축된 영양기술이 중요하다. 미국 홀푸드(Whole Foods)와 틱톡(TikTok)에서는 식물성 종자유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어, 소기름(Tallow)을 활용한 감자튀김이나 스킨케어 제품이 품절현상을 초래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저탄고지 트렌드의 연장선에서 버터와 라드(Lard)를 사용한 프리미엄 베이커리와 고깃집이 MZ세대에게 '힙'한 장소로 각광을 받았다. 2026년도에는 가공되지 않은 순수 지방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마가린이나 쇼트닝 대신 우지, 라드, 기(Ghee) 버터 등 전통적인 동물성 유지를 사용한 제품이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될 것이다. 고온조리 시 산화 안정성이 높은 동물성 지방이 튀김 및 베이커리 산업의 핵심 원료로 복귀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회귀현상이 아니라 가공유의 염증유발 논란을 피하기 위한 클린 라벨(Clean Label) 전략의 일환으로 유지방 함량을 높인 가공식품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다. 미국의 트레이더 조 냉동김밥이 2025년 완판되면서 'K-스트리트 푸드'가 냉동식품의 이미지를 '싸구려'에서 '트렌디한 한 끼' 프리저 파인 다이닝(Freezer Fine Dining)으로 격상시켰다. 국내에서는 유명 맛집의 RMR(레스토랑 간편식)이 급속냉동 기술과 결합해 마*컬*리, 쿠* 등에서 외식매출을 앞지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냉동식품은 단순히 얼려 먹던 시대를 넘어서 냉동 요리(Culinary Freezing)개념으로 진화되어 '시간을 얼리는 기술'로 정의된다. 2026년에는 전채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풀 코스를 냉동으로 구현한 세트상품이 예상되고 CAS(Cell Alive System)와 같은 초저온 급속동결 기술이 적용되어 해동 후에도 셰프의 손맛(식감)을 99% 재현하는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콜드체인 물류의 고도화와 함께 포장재 또한 전자레인지 조리 시 수분을 유지하는 스팀벤트 기술이 보편화될 것이다. 2025년은 글로벌 이상기후로 인해 카카오, 올리브유, 커피 원두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PB 상품 가격 방어를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국내 역시 사과, 배 등 신선식품의 가격 폭등으로 인해 '냉동 과일'과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급증했다. 2026년은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대체원료를 상용화하는 기후 플레이션에서 AI 기반 회복 탄력성 원료(Climate-Resilient Ingredients) 개발로 푸드테크 기술이 본격화 될 것이다. 푸드테크의 핵심기술중 AI 원료 소싱은 보야지푸드(VoyageFoods)처럼 카카오 없이 특수한 발효기술로 초콜릿 향을 낸다거나 커피 찌꺼기를 업사이클링하는 등 기후 영향을 덜 받는 대체 원료가 대기업 제품에 더욱 확대 적용될 것이다. ESG경영을 기반으로 단순히 '착한 소비'를 넘어, 원가절감을 위한 경제적 생존전략으로서 대체원료기술(푸드 업사이클링, 정밀발효)이 지속가능한 주요산업으로 편입될 것이다. 2025년 글로벌시장은 틱톡 등 숏폼에서 스트레스 해소용 매운맛, 수면유도 음료(Sleepy Girl Mocktail)등 기분과 정신상태를 조절하는 기능성식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탕후루' 등 자극적인 단맛유행 이후 혈당 스파이크를 우려하며 애사비(애플 사이다 비니거)나 마그네슘 젤리를 챙겨 먹는 반작용 소비가 일어났다. 2026년에는 식품의 기능이 신체건강을 넘어 정신건강으로 확장되어 Mood & Mind Food 제품군이 형성될 것이다. 2026년에는 집중력 강화(누트로픽스), 스트레스 완화(아쉬와간다, 테아닌), 수면 질 개선 등 구체적인 뇌 기능 향상을 표방하는 뉴로 뉴트리션음료와 스낵이 편의점 매대를 점령할 것으로 예측한다. 카페인이 없는 에너지 드링크나, 진정효과가 있는 차(Tea) 베이스의 RTD 음료에 주목해야 한다. 2025년이 고물가에 맞선 처절한 생존기였다면, 2026년은 푸드테크 기술과 본질의 결합을 통한 현명한 적응기가 될것이다. 푸드테크 기업은 ①식이섬유 기반의 영양 설계 ②전통 유지(Fat)의 과감한 사용 ③냉동 기술을 활용한 프리미엄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반드시 기억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연윤열 기술사, IFTA사무총장, IFSIS 식량안보연구센터장

2026-01-07 10:46:3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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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135도에도 살아있는 김밥 속 시한폭탄

"날씨가 이렇게 춥고, 손이 시릴 정도인데 식중독이라니 도무지 납득이 안 됩니다." 급식 현장에 나가보면 조리원(여사님)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다. 겨울철 학교 급식실과 교실의 평균 온도는 대략 23~26℃ 범위다. 조리 종사원들과 아이들 입장에선 따뜻하겠지만, 세균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생육환경이 된다. 더운 여름철엔 식중독에 모두가 예민해진다. 음식이 상태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냉장고부터 찾는다. 하지만 겨울엔 상황이 달라진다. "날씨가 춥잖아." "금방 먹을 거야." "겨울엔 괜찮겠지." 이 '괜찮겠지'가 김밥 식중독 사고의 출발점이다. 김밥은 간단한 간식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상하기 쉬운 예민한 음식이다. 식중독의 위험요소를 김밥 한 줄에 모아 놓은 종합메뉴라고 할 수 있다. 김밥을 구성하는 밥은 수분과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계란·햄·어묵은 단백질 덩어리이며, 채소는 세척과 절단 과정에서 교차오염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자동말이 김밥기계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 손으로 직접 만든다. 정성은 많이 들어가지만, 오염원과 접촉 기회도 그만큼 많아진다. 그래서 김밥은 '맛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식중독 사고는 늘 비슷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겨울철 김밥 식중독 사건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김밥에 들어가는 필수재인 계란 지단을 살펴보자. 살짝 깨졌지만 버리기 아까워서 사용된 계란, 겉은 익었지만 속까지 완전히 살균되지 않은 지단, 김밥제조부터 섭취단계까지 이르는 시간이 관리 포인트다. 학교 급식처럼 대량의 김밥을 짧은 시간내에 조리하는 경우 김밥은 새벽에 조리를 시작해서 실온에 대기, 이동, 급식장소 대기, 섭취과정을 거치는데 이 시간 동안 김밥은 난방된 공간을 떠돌며 점점 위험해 진다. 김밥은 가만히 놔둔다고 안전해지는 음식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해진다. 밥 속에는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라는 내열성 포자균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포자 단계의 세레우스는 끓는 물 수준의 가열로는 완전 사멸이 어려워, 한 번 조리된 밥이나 지단 속에 그대로 버티다가 온도가 떨어지면 발아해 번식한다. 게다가 이 균은 열에 비교적 안정된 독소를 만들 수 있어 나중에 다시 데워 먹어도 이미 만들어진 독소는 그대로 남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135℃ 고온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이 녀석이 김밥 속에서 시한폭탄처럼 숨어 있다가 상온에 방치하거나 보온 보관을 하게되면 한 번에 폭발하듯이 증식해 식중독을 일으킨다. 즉, "한 번 익혔으니 안전하다"는 믿음은 김밥 앞에선 통하지 않는다. 데웠으니 괜찮겠지라는 착각도 금물이다. 학교와 급식현장은 늘 선의로 움직인다. "아이들이 먹는 거니까 더 신선하게." "직접 만들어야 마음이 놓이지." 하지만 위생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편의점 김밥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 대신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맛은 평범할지라도 사고 확율은 적어진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대표 간식인 김밥을 급식에서 없앨 필요는 없다. 다만, 만드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김밥용 원재료는 김밥전용 표준매뉴얼이 필요하다. 모든 급식소에는 급속 냉각 장비를 필수적으로 보급하고, 조리한 후부터 판매까지 각 단계별로 시간·온도 자동기록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보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영세한 소규모 김밥 전문점부터 지원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급식장소나 행사장 ·체험학습용 김밥은 즉석조리 또는 전문 생산공정을 활용하고 손맛으로 평가하기 보다 위생기록 여부로 평가해야 한다. 이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다. 김밥 한 줄에 정성만 있고 과학이 없다면, 식중독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겨울 김밥 사고가 사라지는 날, 우리는 비로소 식품위생 정책이 한 단계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연윤열 기술사, IFTA사무총장, IFSIS 식량안보연구센터장

2025-12-29 09:39:3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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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치킨 한 마리말고 '10호' 주세요"

닭은 보통 삼계와 육계로 구분하는데 삼계는 주로 삼계탕 용도로 사육된 도체 중량 400~500g의 어린 닭을 말한다. 육계는 고기용으로 개량되어 성장이 빠르고 살코기가 많다. 가슴 부위는 지방이 적고 조단백질 함량이 높아 담백하고, 다리 부위는 쫄깃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튀김, 구이, 닭볶음탕, 닭갈비, 닭개장, 백숙 등 닭고기를 이용한 대부분의 요리에 사용된다. 우리가 즐겨 찾는 치킨은 육계를 말하는데 오래 전부터 닭의 중량 대신에 '호수'라는 그들만의 은밀한 용어를 사용해 왔다. 예를 들어 도체중량이 가장 작은 451~550g은 5호라고 칭하고 업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크기인 10호는 951~1050g, 11호는 1051~1150g, 가장 큰 30호는 2951g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육계는 사육 기간이 35~40일 정도인데 계절에 따라 출하일령이 조금씩 차이가 있고 육계 사육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출하일령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다가불포화지방산(PUFA)의 일종인 EPA는 5호부터 10호까지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11호부터 16호까지는 0.27~0.43%가 검출되었다. 다가불포화 지방산(PUFA)은 세포막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세포막의 유동성 조절 및 체내대사의 생리적기능인 혈압, 호르몬분비, 면역계 계통의 조절에 관여하는 착한 지방산이다. 치킨을 주문할 경우 "치킨 한 마리에 닭이 얼마나 들어 갔어요?"라고 일반적으로 묻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치킨 중량이 가장 중요한 확인 사항이 되었다. 12월 16일부터 본격 시행된 '치킨 중량 표시제'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약처,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마련한 치킨 중량 표시제는 B*C, B*Q, 교*치킨, 처*집양념치킨 등 주요 10대 치킨 브랜드에 우선 적용된다. 이들 브랜드는 매장이나 배달 주문 메뉴판에 조리 전 닭고기 중량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그램(g) 단위로 표기하는 게 원칙이며, 한 마리 메뉴의 경우 '10호(951~1050g)'와 같은 호 단위 표기도 허용된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제도 시행 후 약 6개월 간은 시범적으로 시행하되 적발 시 처벌보다 올바른 표시 방법을 안내하는 계도 기간으로 운영된다. 계도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당장 프랜차이즈의 메뉴판이 확 달라질 것이다. '후라이드 치킨 2만원'이라고 표시된 메뉴판옆에 반드시 '조리 전 중량 950g' 이나 '10호(951g~1050g)' 와 같은 정보가 함께 병행해서 표시되어야 한다. 그동안 막연히 '한 마리'로 통용되었던 거래단위가 투명한 '숫자'로 바뀌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 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곳은 시스템을 바꿀 여력이 있는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약 1만2560개 매장이다. 당장 모든 점포에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첫 단계 조치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만 믿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소비자가 직접 시장을 감시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점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내년부터 분기마다 주요 치킨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해 중량과 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더욱 강력한 것은 '중량 꼼수 제보센터'의 운영이다.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중량이 줄었다고 의심되는 사례를 제보하면, 소비자단체가 검증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나 식약처에 통보해 조사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이 제도에도 명백한 빈 틈이 존재한다. 중량을 표시하는 것은 의무이지만 기존보다 중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린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고지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 치킨 집이 '후라이드 2만원(조리 전 1㎏)'에서 '후라이드 2만원(조리 전 900g)'으로 바꾼다 해도, 이를 크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메뉴판의 숫자만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비자가 세심하게 비교하지 않으면 변화를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업계의 '자율적 공지'를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의 역사는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꽤 오래되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비단 치킨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감자칩 한 봉지, 아이스크림 한 통, 심지어 화장지 길이까지 은밀히 줄어드는 사례가 보고 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물가 부담 속에서 기업이 선택한 '꼼수'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치킨중량 표시제는 그 꼼수를 막기 위한 첫 걸음으로 한국인의 치킨사랑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고 중량 측정이 비교적 명확한 치킨을 시작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소비자에게 '알 권리'와 '선택할 도구' 를 넘겨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제 치킨 소비자는 '한 마리'라는 추상적인 말보다, '얼마나 큰 한 마리'인지 데이터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브랜드 간 '그램 당 가격'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다. 업체들은 더 이상 몰래 양을 줄이는 '꼼수'보다 맛, 품질, 서비스, 그리고 정직함으로 대표되는 '공정한 경쟁'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부터 치킨을 주문할 때 한 번쯤 메뉴판에 표시된 그 숫자를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그 작은 숫자가 당신의 지갑을 지키는 첫 번째 방패가 되기 때문이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글로벌비건인증원장, 인천푸드테크협회사무총장, 식량안보연구센터장

2025-12-22 10:10:3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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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지방, 건강의 적이 아닌 관리의 대상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식품학자의 관점에서 지방은 맛의 풍미를 살리는 중요한 물질로서 지방이 주는 부드러움과 풍미는 제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 준다. 더 중요한 사실은 지방이 우리 몸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핵심 에너지원으로 지용성 비타민(A, D, E, K)의 흡수를 돕는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특히 60대 이후에는 뇌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에도 양질의 지방 섭취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지방의 양이 아니라 어떤 지방산(Fatty Acid)을 섭취 하는가에 있다. 쉽게 말하자면 착한 지방과 나쁜 지방을 구별하는 '지방산'의 성질을 알면 혈관을 살릴수 있다는 뜻이다. 주로 육류의 비계나 버터, 팜유 등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산은 상온에서 고체 형태를 나타낸다. 가공식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할 때 보기 좋게 제품의 형태를 유지하고 바삭한 식감을 구현하기에 탁월하지만, 과다하게 섭취할 겨우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여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육류를 섭취할 때는 가급적 비계와 같은 기름기를 제거하고 삶거나 찌는 조리법을 선택하는 것이 포화지방산 섭취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과자, 튀김, 마가린 등 초가공식품에 사용된 트랜스지방이나 과도하게 정제된 기름은 가능한 멀리하고 호두, 아몬드, 땅콩 같은 견과류나 아보카도, 생선 등 착한 지방이 포함된 지방 원물(原物)을 선택함으로서 맛에 탐닉하기 보다 약간의 자발적 불편함을 선택하자.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불포화 지방산은 주로 식물성 기름과 등푸른 생선에 풍부하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오메가-3와 오메가-6 같은 '필수 지방산' 이다. 이는 체내에서 합성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 해야 한다. 오메가-3는 혈행 개선과 뇌 건강에 도움을 주며 특히 들기름,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 있다. 오메가-6를 적정량 섭취하면 면역력에 도움을 주지만, 옥수수 기름나 콩기름 등 가공식품을 통해 과다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오메가3 : 오메가6 섭취 비율을 1:4로 균형을 맞추는 식습관이 중요하다. 한편 나쁜 지방의 대표 주자격인 트랜스 지방산은 현란한 유지가공 기술의 뒤에 숨어있는 인간이 만든 일종의 '변종 지방'이다. 지난 칼럼에서도 여러번 강조 했듯이, 이러한 변종 지방은 식물성 액체기름에 수소를 강제로 첨가해서 의도적으로 굳힌 경화유로서 트랜스 지방은 우리 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공적인 나쁜 지방산이다. 이는 심장병 발병률을 높이는 주범으로 작용하므로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영양성분표를 확인해야 한다. 조리법에 따라 '기름'(식용유)도 골라 써야 한다. 산업체와 대학에서 필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아무리 좋은 착한 지방산도 발연점(Smoke Point)을 넘기면 독(毒)이 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확인 한 바 있다. 샐러드나 무침류는 오메가-3가 풍부한 들기름이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그대로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이들은 열에 약하므로 발연점이 낮아 고온에서의 가열은 피해야 한다. 볶음이나 전과 같은 부침류는 발연점이 비교적 높은 카놀라유나 해바라기씨유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불포화 지방산은 공기와 햇빛에 노출되면 빠르게 산패(산화)된다. 기름은 반드시 어두운 곳에 보관하고, 대용량보다는 소용량을 구입 해 빨리 소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지방산은 우리 뇌의 60%를 구성할 만큼 중요한 영양소이기에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신선한 원재료를 통해 양질의 불포화 지방산을 섭취 함으로서 건강한 노후를 위한 최고의 투자 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 오늘 저녁 식탁에 들기름 한 방울을 곁들인 나물이나 고등어 한 토막을 올려볼 것을 권장한다. 지방은 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지방이 곧 건강한 노후를 결정한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식량안보연구센터장

2025-12-15 09:26:5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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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압력이 만든 간편식의 맛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맛있다'라는 감정은 단순히 미각의 만족을 넘어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젓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운 탄력, 씹을 때마다 입안 가득히 번지는 육즙, 달착지근한 양념이 고기 결 사이로 스며들어 형성하는 풍미는 중독에 가깝다. 한식은 원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조리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동력으로 비교하면 가성비 측면에서 매우 열세다. 압력 밥솥은 밀폐된 내부 공간에 열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서 온도가 올라가면 수증기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120도까지 올라가 2기압으로 밥을 짓는다. 평상시에는 1기압으로 100도에서 물이 끓지만 밀폐된 공간에서는 120도까지 올라가서 2기압이 되는 것이다. 압력밥솥은 밥을 더 빠르고 고르게 익히기 위해서 내부 압력은 일반적으로 70~80 kPa (킬로파스칼)정도로 유지된다. 레토르트 식품은 압력 밥솥처럼 완성된 음식을 특수 재질의 파우치 용기에 담아 고온, 고압으로 미생물을 멸균하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레토르트 식품은 국, 탕, 찌개는 물론 카레, 짜장, 볶음밥, 면류, 디저트, 이유식, 캠핑용, 군용식량까지 매우 다양해서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의 간편식 시장은 작년 기준 5조 원을 넘어섰고, 레토르트 간편식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그러나 이 분야는 늘 한가지 난제를 갖고 있다.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고온으로 살균하기 때문에 신선함은 사라지고 풍미와 조직이 무너진다. 한식의 탕류처럼 단맛, 감칠맛, 육향이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제품은 열처리로 인한 단점을 피해 가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푸드테크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듯 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의 중심에 바로 고압살균(HPP) 기술이 있다. 고온으로 처리하는 경우 고기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 분자구조는 몇 분 안에 쉽게 변성되고 지방의 미세한 풍미 성분은 소실된다. 심한 경우 고기의 육질이 물러 지거나 양념의 균형이 깨져 집에서 만든 맛과 다르게 된다. 간편식 시장이 확대될수록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에 대한 기대치는 그와 비례해서 상승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살균은 뜨겁게 가열해서 유해균을 없애는 방식이다. 하지만 고압살균은 가열 대신 600MPa(메가파스칼) 안팎의 강한 압력을 식품에 균일하게 전달하여 미생물을 비활성화하는 기술이다. 해양 최대 수심이라고 하는 마리아나 해구의 깊이가 약 11㎞라고 하는데 600MPa 압력은 60㎞ 수심에 해당한다. 고압살균은 야채나 고기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고온으로 가열 처리하는 방법처럼 단백질을 과도하게 변형시키지도 않는다. 조리 직후의 탄력과 육즙을 손상시키지 않는 점이 프리미엄 요소로 작용한다. 유해한 세균의 세포막을 고압으로 수축시켜 생존이 불가능하게 만든다. 현미경으로 보면 미생물만 손상되고 고기 섬유나 양념 성분은 거의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리가 간편식의 품질을 완전히 바꾸기 시작했다. 열처리 방식에서는 고기 속에 함유되어 있는 수분이 빠져나가고 단백질이 빠르게 굳는다. 반면 압력 처리는 수분 유지력을 지키기 때문에 조리했을 때 촉촉함이 남는다. 핵산계 조미성분, 아미노산, 지방등 휘발성 향미물질은 비교적 열에 약한데, 고압살균은 이를 해치지 않는다. 덕분에 집에서 바로 볶은 맛과 유사한 풍미 프로파일이 유지된다. 양념은 단맛, 염도, 산도가 미세하게 균형 잡혀야 한다. 고압은 이러한 조합을 흔들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다. 따라서 양념의 깊이와 조화가 그대로 살아나 소비자 만족도가 올라간다. 고압으로 병원성 미생물을 억제할 수 있어 클린라벨 설계가 가능해진다. 고온에서 처리한 음식에서 많이 생성되는 최종당화산물 (AGEs)의 생성을 감소할 수 있고 고열처리 식품에서 기인하는 마이야르 반응 결과 부산물의 생성이 적다. 이는 염증이나 노화의 지표 증가 가능성을 낮춘다는 의미가 된다. 압력은 지방과 단백질을 과도하게 변형시키지 않기 때문에 소화 과정의 스트레스가 적다. 양념의 당질 구조가 덜 파괴되어 급격한 혈당 상승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최근에는 고압살균 기술을 활용한 제품들이 프리미엄 간편식 영역에서 눈에 띄고 있다. NFC 착즙 음료, 콜드브루 커피, 전골, 비빔밥, 볶음요리, 샌드위치, 도시락 등 활용도가 점차 넓어져 1~2인 가구에서 재구매율이 증가하고 있다. 가열의 한계를 넘어선 푸드테크 기술은 결국 사람의 삶을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열은 빼고 압력이 만든 변화가 식탁 위의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하는 시점이다. /연윤열 푸드테크 라이터, 식품기술사

2025-12-08 11:15:3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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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과일은 왜 스스로 '노화'를 선택하는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과일의 종류는 과연 몇 가지나 되는지 궁금해서 AI에게 물어 보았더니 "먹을 수 있거나 전통적으로 이용되는 과일은 2000~3000종 이상이고 식용 과일 중에서 상업화된 과일 종은 그보다 훨씬 적으며, 약 수백 종 수준으로 추정됩니다"라고 대답한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과일 통계자료에 따르면 딸기, 수박, 사과, 귤, 포도, 복숭아, 참외, 배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다만 '선호도(좋아하는 과일)'와 '1인당 소비량'은 약간 다를 수 있다. 생산량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요 6대 과일은 사과, 귤, 복숭아, 포도, 배, 감 순이다. 바나나, 망고, 아보카도 등을 냉장고에 보관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이들 과일이 수확 후에도 스스로 익어가면서 과일의 당도가 증가하기 때문으로, 이를 '후숙(Ripening)'이라고 부른다. 바나나, 토마토, 감, 키위 등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해 서서히 익어가는 후숙과일의 경우 에틸렌(Ethylene)이 과일을 빠르고 균일하게 숙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 과육을 무르게 하거나 엽록소를 분해해 누렇게 변색시키는 등 농산물의 유통과 보관 시 품질을 저하시킨다. 에틸렌은 과일이나 채소가 익으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식물의 숙성과 노화를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수확 후에도 식물의 기공에서 가스로 배출된다. 후숙이 필요한 과일은 대개 덜 익은 상태로 수확된다. 이때 과육에 함유된 전분은 복합 탄수화물인 다당류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전분은 분자 구조상 단맛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후숙이 진행되면서 과일 내의 효소들이 활발하게 작용하면서 저장되어 있던 전분을 분해하여 단당류인 포도당이나 과당과 같은 단순당으로 작게 잘라진다. 마치 긴 사슬이 끊어져 작은 알갱이들이 되는 과정이다. 이 단순당들이 바로 우리가 '달다'고 느끼는 성분으로 후숙과일의 당도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원인이다. 후숙의 마법을 지휘하는 핵심물질은 바로 에틸렌이라는 식물 호르몬이다. 에틸렌은 과실의 숙성을 촉진하는 물질로서 후숙과일이 스스로를 익도록 신호를 보낸다. 에틸렌은 전분 분해효소를 활성화하고 세포벽을 분해해서 과육을 부드럽게 만드는 연화 과정과 신유기산과 같은 신맛을 줄여준다. 또한 에틸렌은 과육을 무르게 하여 식감을 개선하고, 떫은 맛을 유발하는 가용성 타닌을 불용성 타닌으로 변환시켜 떫은 맛을 제거하는 데도 관여한다. 후숙과일은 숙성이 시작되면 스스로 에틸렌 가스를 발생시켜 숙성 속도를 촉진시킨다. 그래서 바나나처럼 에틸렌 발생량이 많은 과일을 다른 과일과 함께 두면 주변의 과일도 함께 빨리 익게 된다. 에틸렌은 당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모든 후숙 과정을 총괄하는 '숙성의 마스터키'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과일의 맛은 단순히 당도만으로 결정되는게 아니라 단맛(당)과 신맛(산)의 비율이 중요하다. 당산비라고 하는 이 비율이 높아 질수록 과일은 더 맛있고 달게 느껴진다. 에틸렌이 후숙과정의 당도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다른 호르몬들은 과일의 성장단계와 숙성신호를 조절하여 간접적으로 최종 당도에 기여한다. 에틸렌 외에도 과일의 성장과 당도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식물 호르몬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식물 호르몬은 옥신(Auxin), 지베렐린(Gibberellin), 사이토키닌(Cytokinin), 에틸렌(Ethylene), 앱시스산(Abscisic Acid)등 5가지 주요 그룹으로 분류되는데 그 중에서도 에틸렌은 기체상태에서 숙성 및 노화를 촉진한다. 사이토키닌은 세포 분열을 촉진하고 노화를 늦춰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과일·채소인 사과, 토마토, 바나나, 살구, 복숭아, 아보카도, 자두, 망고 등을 에틸렌에 민감한 과일이나 채소인 키위, 감, 배, 오이 등과 같이 보관하면 성숙과 노화를 촉진해 쉽게 부패할 수 있다. 수확 후 에틸렌 생성이 많은 사과, 자두, 살구 등은 스스로 숙성과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유통·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과일을 보관할 때 유의해야 할 점으로 사과, 복숭아 등 에틸렌 발생량이 많은 과일은 되도록 다른 과일과 따로 보관하도록 하고 상처가 있거나 병충해에 걸린 과일은 스트레스로 인해 에틸렌 발생이 증가하므로 보관 전에 분리하여야 한다. 에틸렌은 낮은 온도(냉장)와 8%이하의 산소농도, 2%이상의 이산화탄소 농도에서 발생이 감소하므로 공기를 차단하는 식품용 랩 등으로 개별 포장해 저온에서 보관하기를 권장한다. 에틸렌은 작물의 성숙과 착색을 촉진시키므로 덜 익은 바나나, 떫은 감을 에틸렌 생성이 많은 과일·채소와 같이 보관하면 후숙에 도움이 된다. /연윤열 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2025-11-24 09:18:1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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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세상에서 가장 비싼 루왁 커피가 부드러운 이유

커피 한 잔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루왁 커피(Kopi Luwak)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라는 명성과 함께 사향고양이의 체내 소화기관을 통해 만들어진 커피라고 하는 흥미거리를 제공한다. 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아시아야자사향고양이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원두 수확기에 맞춰 아시아야자사향고양이에게 완전히 자란 빨간 커피 열매를 먹인 뒤 열매 과육은 소화되고 사향고양이가 미처 소화하지 못하고 배설한 원두만 세척해 살균을 한 뒤에 로스팅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이 커피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서 루왁 커피의 부드럽고 독특한 풍미의 원인이 단순히 희소하거나 흥미롭기 때문이 아니라 화학적 변화에 기인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루왁 커피가 일반 커피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사향고양이의 소화과정인 장내발효에서 발생한다. 연구에 따르면 소화기관을 거친 루왁 원두는 일반 원두에 비해 크게 두 가지 변화를 겪는다. 첫째, 쓴맛을 줄여준다. 커피의 쓴맛을 유발하는 주요 성분 중 하나는 단백질이다. 사향고양이의 위액과 소화 효소가 원두 표면의 단백질을 일부 분해하여 이로 인해 루왁 원두는 단백질 함량이 낮아져 일반 커피보다 훨씬 부드럽고 쓴맛이 덜한 특징을 갖게 된다. 둘째, 지방 함량과 독특한 향이 높아진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방 성분의 변화다. 커피 생두에 함유되어 있는 지방은 주로 트리글리세롤(Triglycerol) 형태로 존재하며 이는 여러 종류의 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방산 분자들은 로스팅 및 추출 과정에서 분해, 산화, 에스테르화 등의 화학 반응을 거쳐 커피의 최종적인 맛과 향을 결정하게 된다. 루왁 커피 원두는 일반 원두보다 총 지방산 함량이 유의미하게 높다. 또한 특정 지방산 메틸 에스테르(FAME)인 카프릴산 메틸 에스테르와 카프르산 메틸 에스테르의 함량이 일반 원두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 두 가지 지방산 메틸 에스테르는 우유 유제품과 유사한 풍미를 내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즉, 사향고양이의 소화과정과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효소가 원두에 부드러운 유제품의 풍미와 풍부한 지방을 매개로 한 특별한 향을 입혀주는 것이다. 루왁 커피에서 이 두 가지 지방산 메틸 에스테르(FAME)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사향고양이의 소화과정이 일반 커피의 지방성분을 분해하고 에스테르화로 결합시키는 특정 효소적, 미생물적 환경을 제공하여 일반적인 로스팅으로는 얻기 힘든 부드러운 유제품의 풍미를 분자 수준에 발현함을 의미한다. 지방산은 탄소사슬의 길이에 따라 휘발성과 반응성이 달라져 생성되는 향 분자가 완전히 달라진다. 탄소원자 수가 적은 단쇄 지방산은 휘발성이 매우 높고 특유의 강한 향을 유발한다. 이에 반해 탄소 사슬이 길고 이중결합이 있는 장쇄 불포화 지방산은 로스팅할 때 복합적인 아로마 분자를 생성한다. 리놀레산은 로스팅을 통해 산화와 열 분해되어 너티(Nutty), 그린(Grassy), 고소함을 형성하고 올레산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열에 의해 분해되어 버터리(Buttery)하거나 오일리한 질감으로 바디감과 견과류 풍미를 나타낸다. 루왁 커피의 독특한 풍미는 사향고양이의 장이 만들어낸 정교한 '생체내 바이오 발효공정'의 결과물인 셈이다.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 짖는 풍미 프로파일은 테루아(Terroir)라고 불리는 기후나 토양같은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생두 내부에 축적된 특정 화학성분의 농도 차이에서 직접적으로 기인한다. 특히 로스팅 과정에서 이 성분들이 분해되거나 반응하여 수많은 휘발성 화합물을 생성하는 것이 풍미 차이의 핵심이다. 커피의 풍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인 클로로겐산 (Chlorogenic Acids, CGAs)은 커피 생두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폴리페놀 화합물로 커피의 항산화 능력과 신맛, 쓴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분자 물질이다. 로부스타(Robusta) 종은 아라비카 종에 비해 클로로겐산 함량이 약 2배 정도 많이 들어있다. 클로로겐산은 로스팅 시 분해되어 퀴닉산과 카페산 같은 유기산을 생성하는데이는 커피의 강한 쓴맛과 거친 산미, 그리고 바디감에 기여한다. 따라서 클로로겐산 함량이 높은 로부스타가 주로 재배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의 커피는 대체로 진하고 쓴맛이 강한 특징을 보인다. 케냐와 에티오피아같이 고도가 높고 서늘한 기후에서 느리게 자란 아라비카는 커피 열매의 숙성을 늦춰 생두 내부에 설탕(Sucrose)과 같은 당류와 구연산(Citric Acid), 사과산(Malic Acid) 같은 유기산을 더 많이 축적하고 클로로겐산의 분해가 잘 제어되어 섬세하고 밝은 산미를 내는 경향이 있다. 로스팅 시 당류는 카라멜화(Caramelization)와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eaction)을 통해 단맛, 캐러멜 향, 초콜릿 향을 생성한다. 유기산은 과일처럼 밝고 깨끗한 산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케냐AA, 에티오피아 예가체프같은 고지대 아라비카 원두는 꽃향, 과일의 산미, 섬세한 단맛의 조화가 뛰어나다. 결국 커피의 원산지별 풍미 차이는 해당 지역의 기후(온도, 고도), 토양, 가공 방식이 생두의 유전적 특성과 결합하여 클로로겐산, 당류, 유기산과 같은 핵심 분자 성분의 비율을 결정하고 이 성분들이 로스팅할때 열을 만나 풍미를 결정짖는 수많은 휘발성 화합물로 변환되면서 최종적인 풍미 프로파일로 완성되는 것이다. /연윤열 푸드테크 칼럼니스트, 식품기술사

2025-11-17 15:58:0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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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김장철 붉은 고추가루의 배신

고추가루의 붉은색에는 캡산틴(Capsanthin)과 캡소루빈(Capsorubin)이라는 천연 항산화 물질이 들어있다. 이들 천연 색소는 세포의 노화를 늦추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매운맛은 캡사이신(capsaicin) 분자에서 발현한다. 매운맛을 느끼는 개인의 감각 차이는 캡사이신과 TRPV1 유전자와 분자결합 수용체의 기능적 변이, TRPV1 유전자의 신경전달계 반응성, 체내 대사, 장내 미생물군과 대사체의 상호작용, 고추의 품종, 메운맛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과 훈련, 조리법에 따른 성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혀 표면의 미세구조와 점막 보호인자 등도 감각의 차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장철이 가까워지면 매년 반복되는 가짜 고춧가루 사건이 골칫거리로 등장한다. 최근 춘천지방법원의 사건 판결문에서 한국인의 식탁을 위협하는 가짜 고추가루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업자가 중국산 고춧가루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무려 13억 원어치를 팔아넘긴 이야기다. 이 업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년 동안 닭갈비와 소스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아 왔는데, 포장지에는 당당하게 '국내산' 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사실은 중국산 고춧가루가 다량 섞여 있었다. 법정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천만 원이라는 비교적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 사건을 맡은 판사는 "원산지 허위 표시는 건전한 유통 질서를 저해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단순한 상술이 아니라, 우리 식탁에 대한 배신" 이라고 지적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우리 민족의 DNA에 새겨진 붉은 맛을 지켜야 할 때, 이러한 '가짜 고춧가루'의 배신은 우리의 식탁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가짜 고춧가루의 수법 또한 다양하고 지능화되고 있다. 중국산 건고추나 다대기 혼합 양념을 건조하여 국내산 고춧가루로 둔갑시킨 후 원산지 표시를 '국산'으로 허위 기재하거나, 다대기 형태의 혼합양념을 건조한 후 고춧가루 제품으로 둔갑시켜 학교급식이나 식자재 납품업체 등을 통해 유통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에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혼동을 초래하도록 표시를 한 경우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표시방법을 위반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이 적용되고 상습적으로 위반하거나 재범인 경우에는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과징금 제도가 도입되어, 허위표시 위반금액의 5배 이내의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 경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위반 억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원산지 인증제도 및 이력관리 시스템 도입이 바람직하다. 직구로 수입하거나 배달음식 등 유통망이 복잡하거나 온라인 판매 상품은 원산지 허위 표시에대한 추적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우리 식탁에서 고춧가루를 빼고 나면 남아 있을 음식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춧가루는 김치, 떡볶이, 비빔밥, 찌개 등 한국 음식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고춧가루는 한국 음식의 맛과 색깔을 정의하는 핵심 요소이므로 원산지 속임수는 한국 식문화의 '혼'을 훼손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붉은 고춧가루 한 스푼에는 단순히 매운맛 이상의 우리 농부들의 땀과 한국 음식의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짜 고춧가루 유통은 농민들의 정직한 노력과 한국음식에 내재된 정신적 가치를 위협하는 악덕 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 한국 식문화의 '영혼'이 담긴 고춧가루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가짜 고춧가루로부터 진품을 가려 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가짜 고춧가루를 가려내는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색깔을 확인하자. 국내산 고춧가루는 선명한 주홍빛을 띤다. 반면 중국산은 탁하고 어두운 적갈색에 가깝다. 지능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식용색소를 첨가하면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자연광 아래에서 자세히 보면 차이를 알수 있다. 향을 맡아 보자. 국내산은 고추 특유의 구수하고 깊은 향이 난다. 중국산은 향이 약하거나 이질적인 냄새가 섞여 있을 수 있으니 코를 가까이 대고 깊이 들이마셔 보기 바란다. 후각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입자를 관찰하자. 국내산 고춧가루는 입자가 균일하고 곱다. 중국산은 굵기가 불균일하거나 이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면 질감의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가격을 의심하자. 만약 터무니 없이 싼 가격에 '국내산'이라 표기되어 있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싼게 비지떡'이란 우리 속담을 기억하자. /연윤열 푸드테크 칼럼니스트

2025-11-03 15:00:5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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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AI가 150년 된 화학반응에서 요리의 답을 찾다

영화 '아이언맨' 속 인공지능(AI) 비서 '자비스'는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최적의 해결책을 척척 내 놓는다. 만약 이런 AI 기술을 활용한 AI 셰프가 우리 집 주방에 들어 온다면 된장찌개를 가장 맛있고 건강하게 끓이는 법과, 스테이크를 완벽하게 구워서 최고의 풍미를 찾아내는 비법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 같았던 이 상상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국내 과학기술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한 편이 그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화학자들은 온도, 농도, 시간 등 수많은 변수들이 얽혀 있는 화학 반응의 최적 조건을 찾기 위해 제한된 실험에 의존 해야만 했다. 마치 유명 셰프가 오랜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로봇 자동화 기술을 이용하면 하루에 수천 가지가 넘는 다양한 조건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분자간 화학 반응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획기적인 플랫폼 개발이 가능하다. 이는 사람이 평생 실험을 해도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것을 단 며칠만에 끝내고,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최적의 황금 레시피를 찾아내는 것과 유사하다. 식품의 맛, 향, 식감은 아미노산, 당, 유기산 등 다양한 성분간의 복잡한 화학반응에 의해 결정된다. AI 로봇플랫폼은 온도, 시간, pH, 원료의 농도 비율 등 수많은 변수를 조합해서 탐색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특정 로스팅 조건에서 피라진과 같은 향기 성분이 최대로 생성되는지, 혹은 인돌과 같은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부산물을 최소화하는 조건을 체계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이 AI 로봇플랫폼은 지치지 않는 초정밀 셰프 군단과도 같다. 로봇 팔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온도, 시간, 재료의 농도를 미세하게 바꿔가며 수백, 수천 개의 요리를 동시에 진행한다. AI는 이 수많은 요리의 맛과 품질을 자외선-가시광선 분광법이라는 빛을 이용한 분석기술을 활용해 음식에 빛을 쏘아 흡수되거나 반사되는 패턴을 분석하면, 그 안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기존 정밀 분석기술이 한가지 샘플을 분석하는 데 몇 시간씩 걸리고 비용도 비쌌던 반면, 이 기술은 샘플 하나당 1분 이내에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분석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로봇은 망설임 없이 수천 가지 실험을 진행하며 맛과 영양의 비밀을 담은 거대한 지도를 그려 나갈 수 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최상의 레시피 하나를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150년 가까이 연구된 고전적인 화학반응을 이 로봇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9종류의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였고 이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전체적인 복잡계를 밝혀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재료의 비율을 조금 바꾸는 것 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전등 스위치를 켜고 끄듯, 원하는 맛의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것과 흡사하다. 이 원리를 돼지고기, 김치, 두부, 고추장 등 같은 재료로 김치찌개를 끓인다고 가정해 볼 때, 깊고 진한 맛을 원한다면 돼지고기 지방을 먼저 충분히 볶아 기름을 이끌어 낸 뒤 신김치를 넣고 특정 온도에서 오래 끓이면 마이야르 반응이 극대화되어 깊고 진한 감칠맛이 폭증하는 김치찌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원한다면 반대로 채수에 김치를 먼저 넣고 짧게 끓여 아삭함을 살린 뒤 돼지고기와 두부를 나중에 넣어 익히면, 같은 재료라도 완전히 다른 깔끔하고 시원한 맛의 김치찌개가 완성될 수 있다. AI 로봇은 이처럼 수천 가지 변수 조합을 탐색해서 각각의 '맛 스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덕분에 우리는 같은 재료로도 목적과 취향에 따라 자유 자재로 맛을 조절하는 '맞춤형 요리'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은 맛을 넘어 식품안전과 건강까지 책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온에서 감자를 튀기거나 빵을 구울 때 아크릴아마이드라는 유해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AI 로봇은 어떤 온도와 시간, 재료 조합에서 이 물질이 많이 생성되는지 유해물질 예측 지도를 정확히 그려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유해물질 생성은 최소화하면서도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는 최대로 살리는 최적의 튀김 및 베이킹 공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정 식물에서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을 추출할 때, 어떤 용매와 온도, 압력 조건에서 추출 효율이 가장 높은지 찾아내어 고부가가치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로봇 셰프가 당장 우리 집 주방에 들어 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우리가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혁신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요리의 세계가 정밀한 데이터와 AI를 만나서 누구나 최고의 맛과 최상의 영양을 누릴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스마트폰 앱으로 "오늘은 스테이크를 부드럽고 발암물질은 최소로 구워줘"라고 주문만 하면 AI가 찾아낸 황금 레시피가 우리 집 주방으로 전송되는 날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2025-10-20 14:31:5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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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송편의 역설

대한민국의 최대 명절은 추석이다.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송편이다. 쌀을 도정하고 분쇄한 후 쌀가루로 반죽하고 속을 채우고 찌는 그 과정 속에서 우리의 음식 문화와 가족의 따듯한 정을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 추석은 좀 달랐다. 송편 한 알 값이 지난해 대비 20% 이상 치솟았다는 소식에 주부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쌀값 폭등이 밥상 물가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창고에 쌀이 넘쳐 난다는 아이러니가 우리 식탁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이 '풍요의 역설'은 단순히 쌀값의 변동이 아니라,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이 초래한 시장의 왜곡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부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과도한 매입(총 62만톤)으로 재고를 정부 창고에 '잠그는' 비축 착시 효과를 낳아 시장 유통량을 줄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민간 재고가 부족해져 가격이 급등했다고 한다. 올해 8월, 정부가 비축 쌀 5만5000톤(추가 3만톤)을 '대출' 형태로 시장에 풀었으나 사업자들이 이를 '공급 부족 신호'로 해석해 기존 재고를 더 쌓아두었고 이는 유통 감소와 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쌀의 시장격리와 비축정책은 원래 농가소득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착한(?) 의도에서 출발했다. 매년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사들여 창고에 쌓아두는 방식으로 가격하락을 막는 것이다. 올해도 26만톤 이상의 쌀을 격리 매입하며 총 비축량이 80만 톤을 웃돌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시장 유통량을 인위적으로 줄여 가격을 끌어 올린다는 점이다. 정부가 쌀을 '잠그면' 민간 유통업체들은 재고 부족을 우려해 확증 편향적 착시 현상으로 더 쌓아 두려 하고 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이 폭등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추석 송편처럼 쌀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이러한 왜곡현상이 더 뼈아프게 느껴진다. 송편 한 봉지(20㎏) 가격이 6만원을 넘어서며, 김밥집이나 떡집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 메커니즘을 망가뜨린 전형적인 사례다. 농업경제학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같은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지적해왔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쌀의 재배 면적을 감축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KREI의 연구에 따르면 벼의 재배면적 감축과 쌀 소비량의 확대가 식량정책의 기본 기조가 돼야 한다고 하였다. 인구 감소와 서구화된 식단이 대세인 만큼 단순하게 쌀의 소비를 장려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쌀의 소비패턴이 줄어드는 거대한 흐름앞에서 과잉 생산을 억제하지 않으면 '풍요 속 빈곤'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배면적을 8만 헥타르 이상 줄이고, 논타작물(콩, 밀 등) 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쌀 소비를 늘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대안이 바로 '가루쌀'의 확대 정책이다. 가루쌀은 쌀을 분쇄해서 밀가루처럼 사용하는 방법으로 빵, 면, 스낵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가 2022년부터 가루쌀 재배를 장려하며 면적을 1만 헥타르 이상으로 늘렸지만, 최근 소비 부진을 이유로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이는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가루쌀의 산업화를 통해 쌀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가루쌀을 이용한 송편 반죽이나 제과 제품을 개발하면 추석 같은 명절 음식도 현대적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홍보 확대, 제품화지원, R&D 투자로 가루쌀 수요를 끌어 올리면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가격 안정을 이룰 수 있다. 추석 송편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우리 농업과 식문화의 상징이다. 정부 정책이 시장을 왜곡해서 송편 값이 오르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대한민국 식량안보의 상징적인 사례로 농민의 소득 보호와 소비자 부담 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비축 쌀 정책은 식량안보를 위한 국가적 전략으로, 쌀의 과잉 생산을 관리하고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정부는 보다 정밀한 공급 정책 수립을 통해서 정부의 단기 개입을 피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재배 감축과 소비 촉진 정책을 전향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가루쌀 같은 대안이 쌀 산업을 살릴수 있는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올해 추석 비싸게 빚은 송편을 보며 우리 밥상의 미래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연윤열 미래식량안보산업전략연구원 식량안보연구센터장

2025-10-13 17:20:3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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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지난 여름의 유혹, 복숭아의 달콤하고도 아찔한 비밀

찌는 듯한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올 여름 우리의 입을 즐겁게 했던 달콤한 과일, 복숭아의 탐스러운 모양과 향긋한 과즙을 떠오르게 한다. 과일의 여왕이라 불리는 복숭아지만 알레르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식품 알레르기를 단순히 '특이 체질'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 본질은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인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이다. 알레르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무해하지만 특정 식품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항원)을 우리 몸이 위험한 침입자로 오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위장한 '가짜 적'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글로불린 E(IgE)이라는 특별한 항체를 대량 생산한다. 이 항체는 비만세포나 호염기구(basophil) 같은 특정 면역세포 표면에 결합하여 일종의 '대기 상태'에 들어간다. 그 후 동일한 식품 항원이 다시 체내로 들어오면, 이 항원들이 세포 표면의 IgE와 결합하면서 면역세포를 자극한다. 이러한 자극은 히스타민을 비롯한 여러 화학물질을 방출시켜서 두드러기, 호흡곤란, 복통 등 다양한 알레르기 증상을 촉발시킨다. 식품에서 기인하는 알레르기는 식품 불내증이나 식중독과는 전혀 다른 면역반응에 의한 현상이다. 예를 들어 우유만 마시면 배가 아픈 경우라면 반드시 우유 알레르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유당불내증'이라는 식품 불내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식품 알레르기는 앞서 설명한 면역 시스템의 반응으로, 아주 미량의 원인 물질만으로도 전신에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식품 불내증은 유당분해 효소(락타아제) 결핍처럼 특정 성분을 분해하지 못해 복통이나 설사 등 소화기관에 불편함을 일으키는 문제로 면역계와는 관련이 없으며,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드물다. 또한, 구토나 설사 같은 위장관 증상 때문에 세균성 식중독과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둘은 근본적으로 다른 현상이다. 식품 알레르기는 식품 자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에 대한 특정 개인의 면역 반응이므로 위생상태와 무관하며, 원인식품을 섭취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세균성 식중독은 식품의 생산, 유통과정에서 오염된 세균이나 그 독소가 원인으로 작용하며, 해당 식품을 섭취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첫걸음이 된다.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높은 18종의 식품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식품들은 우리식탁에 매우 흔하게 오르내리는 것들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달걀(난류)은 흰자(난백)와 노른자(난황) 모두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며, 빵, 과자, 마요네즈, 어묵 등 수많은 가공식품에 알부민과 오보글로불린 등의 이름으로 숨어있을 수 있다. 우유는 영유아기에 가장 흔한 알레르기 원인 중 하나로 치즈나 요구르트뿐만 아니라 초콜릿, 빵 등에도 카제인과 유청 등의 형태로 포함된다. 콩(대두)은 된장, 간장, 두부, 콩기름 등 한식의 기본 재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만, 간장이나 대두유는 발효 및 정제 과정에서 단백질이 대부분 분해되어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밀은 빵, 국수, 과자 등 주식과 간식에 함유되어 있고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이 주요 항원으로 작용한다. 땅콩 및 호두와 같은 견과류는 소량만으로도 '아나필락시스'라는 치명적인 전신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가장 위험한 알레르겐 중 하나로 꼽힌다. 한 종류의 견과류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다른 견과류에도 교차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게, 새우 등의 갑각류 및 고등어, 오징어, 조개류 등의 어패류는 '트로포미오신'이라는 근육 단백질이 주된 알레르겐이다. 성인이 되어 갑자기 발생하는 알레르기의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등의 육류는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특정 육류를 제한하면 철분 결핍이 올 수 있으므로 대체 식품을 통한 영양 균형이 중요하다. 복숭아나 토마토 같은 특정 과일에 함유된 단백질이 구강 점막에 닿아 입술 부종이나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복숭아 속에 함유된 특정 단백질의 구조가 꽃가루 단백질과 매우 유사하여,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복숭아 단백질을 꽃가루로 착각해 발생하는 교차 반응의 일종이다. 이 외에도 메밀과 식품의 변질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보존제, 갈변억제, 항산화제, 표백제등으로 사용하는 식품첨가물로서 아황산염 등이 주요 관리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황산염은 체내에서 불활성화되므로 일반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과다 섭취하거나 아황산에 민감한 사람은 천식 발작, 두통, 복통, 메스꺼움, 두드러기, 위점막 자극, 호흡곤란등 과민반응을 경계해야한다. 특히 아황산 성분은 와인을 장기간 숙성하는 과정에서 유해한 미생물과 잡균의 번식을 억제할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 뮈슬레(muselet)를 개봉하기 전에 표시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식품 알레르기는 단순히 음식을 가려서 섭취하는 불편함을 넘어 때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돌변할 수 있다. 본인의 알레르기 원인식품을 정확히 진단받아 회피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하고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다. 가공식품 구매 시에는 반드시 원재료명 및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달콤한 여름의 추억을 선사하는 복숭아, 그 이면에 숨겨진 면역학적 비밀을 이해함으로서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바란다. /연윤열 (사)식품기술사협회 이사

2025-09-29 16:00:56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