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메르스 확산에…고개 드는 '고소·고발'
정부·검·경, 유언비어 확산에 '엄정 대응' 방침…잇따르는 수사 의뢰 메르스가 확산된 사이 전방위적인 고소·고발이 고개를 들고 있다. 메르스 관련 정보 확산에 대해 정부는 엄정 대응을 천명하고 검찰과 경찰은 무차별적인 명예훼손 수사, 보수·이익단체들은 실리에 따라 수사의뢰 등의 입장을 밝히면서 각자 입장에서 법적 시비 및 대응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 발생 19일째를 맞은 7일, 검찰과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건은 각각 10여건, 25여건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법적 대응은 주로 병원이나 학원 등의 기관으로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는 식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산시킨 사람도 법적 대상이 됐다. 정부가 정보 공개에는 소극적인 반면 엄정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검경과 법무부 등이 이에 부응하면서 고소·고발 건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15명을 기록한 지난달 30일, 정부는 유언비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루 뒤 경찰은 "모니터링을 강화해 범죄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고, 법무부도 5일 "찌라시(정보지)를 사람들이 재미로 퍼뜨리는데 그 중에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지금이 유포자 엄단의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방역에 사활을 걸어야 할 범정부당국이 유언비어와의 전쟁을 시작하며 '불순한 의도'를 언급한 것이다. 유언비어로 인한 병원 등 기관의 피해를 줄이고 국민 불안을 잠재우는 대신 정치적 수사에 나선다는 비판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일부 이익단체와 보수단체 등도 이해관계에 따라 법적 대응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긴급 브리핑에서 "메르스 감염 A의사가 직·간접적으로 다수 시민과 접촉했다"는 취지 발언과 관련, 의료혁신투쟁위(최대집·정성균 공동대표)는 "메르스 사태에서 진료에 임하고 있는 의사들 전체의 명예와 자존을 심각하게 폄훼했다"며 허위사실에 근거한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5일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의혁투는 향후 A의사가 박 시장과 서울시에 대한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경우 적극적 지원 입장을 밝힌 상태다. A의사도 일부 언론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박 시장에 대한 형사고발과 민사 소송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어버이연합과 탈북어버이연합, 한겨레청년단 등 보수단체 7곳도 같은 날 서울시청을 급습,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시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박 시장이 "국민의 공포를 이용해 대권 정치쇼를 벌인다"는 이유였지만, 이들 단체 역시 사실관계에 근거한 정당한 비판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고발이 수차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고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피해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도 처벌 의사를 밝히는 가능한 법체계가 '묻지마식' 고소고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고소·고발을 줄이고 수사 낭비력을 줄이기 위해 명예훼손죄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가 가능한 '친고죄'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의 정보 비공개 방침이 무분별한 유언비어 유포 확산을 부추겨 고소·고발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당국은 이날 삼성서울병원 등 메르스 관련 병원 24곳의 정보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