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금융' 꽃 피우나?…은행권, '지식재산 활용 상품' 확대
# 한 맥주전문점의 간판이 106억원의 가치를 인증받았다.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상표권을 통해서다. 가치를 인증받은 맥주전문점은 산업은행으로부터 55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특허권과 상표권 등 독립적 권리가 인정되는 IP 역시 자산이 된 셈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지식과 브랜드, 아이디어 등 미래 가치를 담보로 한 IP금융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우선하는 '창조금융'이 확산됨에 따라 기존의 국책은행 중심으로 지원되던 IP금융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 시작부터 성장까지…"전방위 지원" IBK기업은행은 기술보증기금과 손잡고 지식재산 가치평가금액의 100%까지 투자하는 'IBK IP우수기업 보증부투자' 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특허청 등록 특허나 출원 중인 특허권, 실용신안권, 저작권 등을 대상으로 한다. 투자를 받고자 하는 기업은 은행 영업점 추천을 받아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IP에 대한 기술가치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기업은행은 평가금액의 100%까지 중소기업 발행 전환사채(CB)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기술가치 평가수수료(건당 500만원)는 기업은행이 전액 부담한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은 특허권에 대한 기술가치 평가금액의 100%까지 대출해주는 '지식재산 1+1 협약보증대출'도 선보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에 대한 지원을 기존 '대출' 중심에서 '대출과 투자의 병행'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기술력있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KB금융그룹의 '지식재산 인큐베이팅 플랜'이 바로 그것. 기술기반 투자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지식재산 인큐베이팅 플랜'은 IP펀드뿐 아니라 지식재산 관련 담보대출, 우수기업 코스닥 상장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타트업부터 성장과 기업공개에 이르기까지 지식재산 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한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KB인베스트먼트는 총 500억원 규모의 KB지식재산투자조합을 결성했다. KB국민은행은 특허청과 협약해 최대 연 2.04%포인트 금리 우대 혜택을 주는 'KB 지식재산(IP) 담보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KB 지식재산(IP) 담보대출'출시를 통해 그룹내 관련 계열사가 참여하는 기술금융지원 위원회와 연계해 지식재산 기업에 대해서도 창업부터 성장, 기업공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지식재산 생태계 구축 돌입…"부실화 대처 방안 필요" 우리은행은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1500억원 규모의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조성된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는 외부 기술평가기관(TCB) 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았지만 재원과 경험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지분형태로 자금을 지원한다. 김홍구 우리은행 IB사업단 상무는 "그간 여신에만 편중된 기술금융 지원을 투자 분야까지 다변화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중견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기술개발 활성화와 기술기업의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특허청 또한 올해 투·융자와 연계된 IP금융을 지난해보다 350여억원 증가한 2000억원 규모, 400개 업체로 확대키로 했다. 이를 통해 우수한 지식재산을 보유한 기업이 성장을 도모할 방침이다. 김영민 특허청장은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지식재산, 창업 및 일자리창출 연결될 수 있는 지식재산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브랜드 가치만을 믿고 자금을 지원했다 기업 파산 등 부실화에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의류 브랜드 '코데즈컴바인'의 경우 지난 2013년 세일즈&라이선스 백 형태로 산은으로부터 100억원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의류시장 침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최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투자에는 어쩔 수 없는 외생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위험성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독자적인 가치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등 기술조사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이달 초 'KDB IP가치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범 운영 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이는 IP를 활용한 담보대출이나 펀드 운용시 객관적인 가치평가를 지원하는 전산시스템으로 담보요소와 로열티 등을 추산해 최종 IP가치를 산출한다"며 "테크노뱅킹과 더불어 기술과 IP금융 지원 체계를 더욱 탄력있게 구축해 IP금융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