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노후대책 '비장의 카드'…"주택연금하셨나요?"
#. 경기도에 거주하는 박남정씨(68) 부부는 지난해 1남2녀의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켰다. 자식 교육과 결혼을 끝으로 박씨 부부에게 남은 재산은 3억6000만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뿐. 올 초 박씨의 부인이 허리 수술까지 받는 바람에 여윳돈마저 다 써버렸다. 노후 생활비 마련에 고심하던 박씨는 최근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는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주택연금제도에 가입, 매달 97만원씩 꼬박꼬박 연금을 받고 있다. 박 씨는 "매달 제 날짜에 입금되는 주택연금에 마치 믿음직한 자식을 한 명 더 얻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은퇴 이후 100세시대를 사는 시니어들의 노후대책으로 '주택연금'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 안정성과 매월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주택연금 가입은 은퇴자들의 노후 대책으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추천한다. 주택연금의 핵심은 생존 기간 동안 연금을 받고, 세상과 이별할 경우 집값에서 연금을 받은 금액의 차액을 배우자나 자녀가 돌려 받을 수 있다. 또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 집값 이상의 연금을 정부가 보증한다는 것이다. 20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5317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3065명 대비 73.5% 증가했음은 물론 지난해 전체 가입자(6486명)의 82%에 달하는 수치다. 주금공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 4월 25일 주택연금 가입 문턱을 낮추고 혜택을 늘린 '내집연금 3종세트'를 내놓고, 주금공의 홍보 효과로 올 상반기 가입자 수가 급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현재까지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 수는 3만4437명. 지난 2007년 출시된 주택연금은 출시 첫 해 515명 가입에 그치는 등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09년 1124명이 가입하면서 한해 가입자 1000명선을 돌파하더니 2012년 5012명을 기록, 5000명선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선 상반기에만 5000명이 넘는 인원이 가입하는 등 올 한해 가입자 수는 1만명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대상 "60세 이상 주택 보유자 누구나" 주택연금은 주택 보유자나 그 배우자가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집을 담보로 평생 그 집에 살면서 일정 기간 혹은 평생에 걸쳐 매달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지급 받는다. 예컨대 3억원짜리 집은 주택연금(60세·종신지급·정액형)에 가입하면 죽을 때까지 매월 68만1000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진 보유한 집값이 9억원이 넘는 사람을 가입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한 경우에는 그 총액이 9억원 이하일 때만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오는 하반기 중에는 9억원 이상 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 소유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택연금 가입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연금 가입자 급증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내집연금 3종세트'는 지난 4월 출시됐다. 주택 담보대출자(일시 인출금 확대)와 저가 주택(1억5000만원 이하) 소유자, 40~50대에게 주택연금 가입과 가입 약정 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가입 대상자가 늘고 혜택이 확대되면서 3종세트를 통한 지난 상반기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686명을 기록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3종세트 대상자 외에 주택연금 일반 가입 문의도 전년 대비 4배가량 늘었다"며 "저금리 시대 노후 대비 수단으로 퇴직자들이 주택연금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내집연금3종세트 "진화한 주택연금" 생애주기별 맞춤형 주택연금인 '내집연금 3종세트'는 주택연금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형태다. 먼저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은 60세 이상의 주택담보대출 이용자가 주택담보대출상환을 위해 주택연금가입 시 연금지급 한도의 70%까지 일시 인출할 수 있게 한다. 주택연금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매달 이자를 내는 대신 연금을 받는 구조다. 예컨대 만 60세의 3억원 가격의 주택을 보유한 이가 7500만원(금리 3.04%, 남은 기간 10년)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했을 때, 매달 19만원가량의 이자가 발생하는데 이를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면 이자 부담이 사라지고 26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총 45만원의 체감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또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은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40~50대가 사전에 주택연금에 가입할 것을 약속하면 향후 주택연금 전환 시 전환장려금으로 최대 0.3%포인트를 지급하고 인출한도도 70%로 확대하는 제도다. 보금자리론을 이용하고 있는 경우 주택연금에 가입할 것을 약속하면 대출 이자를 최대 0.15%포인트까지 낮춰준다. 일반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보금자리론으로 전환 후 대출 이자도 0.15%포인트 낮춰주는 등 이중 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금리 차액에 따른 수익은 약정자가 60세개 되어 주택연금에 정식 가입하는 시점에 일시금으로 제공한다. 주금공 관계자는 "45세에 보금자리론으로 1억원을 대출받은 경우 약정을 맺어 주택연금에 정식으로 가입하는 60세가 되는 시점에 우대금리 148만원을 일시금으로 돌려주는 식"이며 "일반 대출자가 45세에 약정한 경우에는 60세에 269만원을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우대형 주택연금'은 연소득과 상관없이 자산이 일정기준 이하(보유 주택가 1억5000만원 이하)인 시니어에게 연금을 최대 15%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다. 1억원 주택을 소유한 만 70세의 경우 일반형 주택연금으로 가입하면 매달 32만4000원(종신지급방식, 정액형)을 받지만 우대형으로 가입하면 35만5000원으로 약 9.6% 더 받을 수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저소득층과 고령자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