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호황을 기다리며, 반도체 투자는 이어진다
반도체 업계가 시장 침체 속에서도 미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만은 멈추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글로벌 정부도 반도체 생산 기지 유치 작전에 나선 가운데, 한국만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최근 일본에 또다른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투자 금액을 10% 이상 줄이겠다고 했지만, 생산 시설 증설에는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찌감치 TSMC는 일본 소니 등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구마모토현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다. 2024년 완공 예정, 지난해 말부터 도쿄 인근 연구개발 센터도 운영을 시작했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새로운 공장 투자 전제 조건으로 현지 정부 지원을 들었다. 일본 정부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서며 TSMC 투자에 긍정적인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대만은 미국과도 동맹 관계를 확고히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 최선단 공정을 도입하는 등 이미 여러개 공장을 새로 짓기로 한 상태다. 현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받은 상태. 앞으로도 추가 증설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TSMC는 유럽과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에 차량용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예고했고, 독일과 이탈리아 등 국가와 지원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TSMC가 적지 않은 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 시설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반도체 산업이 일시적인 침체 속에서도 '우상향' 가능성이 높은 상황, 호황기가 다시 찾아왔을 때 더 높은 생산성을 앞세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글로벌 정부도 TSMC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코로나19로 반도체 중요성을 확인하고 생산 기지를 국내로 들여오려는 노력이다.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짓는 공장도 투자액 약 10조원 중 40%를 지원했으며, 다음 공장도 대규모 지원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도 반도체 동맹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미국 인텔의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했고, 반도체 장비 시장 주도권을 토대로 미국으로부터 중국 견제 부탁도 받고 있다. 특히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합병 논의를 재개하면서 새로운 반도체 공룡도 태어날 분위기다. 각사는 낸드플래시 점유율 2위와 4위, 단순 합산으로는 현재 1위인 삼성전자도 넘어서게 된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를 필두로 미국과 반도체 동맹을 굳건히 하고는 있다. 올해 삼성전자 테일러시 신공장 증설이 유력시되며, 현지 정부로부터 삼성 고속도로도 선물로 받았다. TSMC보다 한발 앞서 3나노 공정을 양산하는 등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추격을 본격화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주요 소재 및 장비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확대하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동맹에서는 다소 소외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과는 지난 수출규제로 표면화된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 미국도 반도체 '탈아시아' 구상을 본격화하면서 한국 의존도를 줄이는데 더 힘을 쏟고 있다. 한국 정부 대응도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미 반도체 특별법을 '누더기'로 통과시키면서 추가 투자를 사실상 가로막은 상태다. 일단 추가 개정안이 나오긴 했지만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