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차기 회장, 학맥 인맥 순혈 고집하다간 공멸"
능력으로 뽑아야 할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 선임 작업이 한국경제의 고질병인 '이분법'으로 흐르고 있다. 내부냐 외부냐, 경북고 대 비경북고 등 편가르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DGB금융지주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DGB금융지주 회장 선임작업이 외압과 파벌주의로 오랜 공백사태를 빚은 BNK금융지주의 전철을 밟을까 하는 걱정이다. 현재 DGB금융지주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삼국지의 유비가 보여준 '서번트(섬기는) 리더십'이라는 지적이다. 조조의 추격군에 덜미를 잡힐 뻔하자 참모들은 백성들을 떼어 놓자고 했다. 하지만 유비는 "나를 따르는 백성들을 어찌 버린단 말인가. 내가 비록 조조에게 잡혀 불리한 신세가 된다 해도 백성들과 같이 가겠다"는 말로 불평을 잠재웠다. 유비 처럼 고객에게 머리를 숙일 때와 시장과의 신의를 지킬 때 그리고 강인한 리더십을 표출할 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 경영능력은 이경섭 전 행장 'AAA+' 1일 DGB금융지주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 김태오 전 하나HSBC생명 사장, 박병탁 전 씨티은행 부행장 등 3파전이 예상된다. DGB금융과 지역 시민단체들은 "경영능력이 검증된 최고경영자(CEO)가 수렁에 빠진 DGB금융지주를 건져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3인의 경영 능력을 들여다 보자.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2016년 3대 은행장에 취임해 2년 동안 NH농협은행의 살림을 맡았다. "행장이 아닌 모든 행원들이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강한 은행을 만들 겁니다." 그가 2016년 농협은행장에 취임할 시기에 한말이다. 그는 "농협은행은 일류로 비상하느냐, 삼류로 추락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협은행은 2012년 3월 출범 이후 단 한번도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그 배경으로 조직의 '적당주의' '온정주의'를 지목했다. 실제 2015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난 1763억원이었다. 이 행장이 취임한 2016년에도 신통이 않았다. 겨우 1111억원. 숫치만 보면 "농협이 그렇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조선과 해운에 물린 여수신과 선박 선수보증 부실화에 따른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빼면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이들 충당금도 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벌여놓은 뒷 수습 차원이었다. 시장에서는 연간 기준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예상하던 터라 '흑자'자체가 기적이라고 까지 했다. 실제 내용을 보면 이자이익은 4조3821억원으로 3.7%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6%, 연체율은 0.59%로 전년 말보다 각각 0.91%포인트, 0.1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2012년 지주사 설립 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당기순이익은 6521억원(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8715억원)에 달했다. 전년대비 무려 486.9%나 늘었다. 농협금융에서도 은행이 모처럼 큰 형님 노릇을 했다. 농협금융의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66.5%로 끌어 올린 것. 전년만 해도 농협은행의 순익 비중은 자산규모와 맞지 않게 24.2%에 불과했다. 이 전 행장은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인사팀과 수신부, 농협금융 경영지원부·서울지역본부장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농협금융 부사장 때는 금융권 최초로 은행·보험·증권점포를 한곳에 모은 복합금융점포를 개설하기도 했다. 알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3501억원(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3637억원)으로 은행과 농협금융의 양대 축으로 성장했다. 이경섭 전 행장을 두고 농협금융 안팎에서 추진력을 갖춘 전략가형 리더로 불리는 배경이다. 지방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DGB금융지주를 이끌 검증된 CEO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고 하다. 특히 인사에서도 그에게 온정주의나 적당주의는 없다. 그는 평소 삼성 문화를 좋아한다. 과거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매년 저성과자 20%를 해고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반대로 삼성그룹은 조직 내에서 상위 5%의 스타그룹을 키우며 인재 양성에 공을 들였다. 김태오 전 하나HSBC생명 사장. 큰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그의 주 재임 시절인 2012년과 2013년 회계연도 하나생명의 자산총계는 각각 2조 8734억원, 2조9904억원으로 삼성생명(2013년 자산총계 193조원)의 본부 수준도 않된다. 하나은행 대구지역본부장을 잠시 거쳤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한 터라 지역 경제에도 어둡다는 평가다. 박병탁 전 씨티은행 전 부행장은 유일하게 외국계 은행 출신이다. CEO경험은 없다. 경영성과도 자랑할 만한게 없다. 한국씨티은행의 최근 3년 간 자산총액은 연결기준으로 2015년 말 50조 5576억원, 2016년 말 45조8162억원, 2017년 42조9302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당기 순이익도 2015년 3896억원에서 2016년 2935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그는 무엇보다 국부유출로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한국씨티은행은 2017년 거둔 순이익 2437억 원의 38.5%에 이르는 939억 원 정도가 미국 종합금융회사 씨티그룹에 배당했다. 부행장이란 책임있는 자리에서 국부유출의 한 역할을 담당한 것. 한국씨티은행은 3월30일 발표한 2017년 사업보고서에도 앞으로 '신규사업의 내용과 전망'에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적었다. 씨티은행의 눈치만 살피며 보신주의로 일해온 한국씨티은행 조직의 무능과 무책임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체 점포의 80%(101개)를 폐쇄키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부자 동네에만 점포를 남겨서 고객을 차별하고 주거래은행으로서 씨티은행과 거래하며 쌓아온 신용자산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불공정 영업행위 등을 규율하는 은행법 위배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관 DGB유페이 사장, 진병용 DGB생명 상임감사위원은 박인규 전 회장 사람이란 점에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유화 파벌이 만든 DGB, 기본으로 돌아가라 "한국 금융산업의 시계가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금융인의 윤리와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게 개탄스럽다. 낙하산 경영진이 권력 투쟁이나 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윤리·책임의식을 가질 리가 있겠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A은행장을 지낸 금융계 원로가 DGB금융 사태를 지켜보며 내놓은 탄식이다. 이는 또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지적하는 발언이다. 금융권에서 DGB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금융의 기본윤리'가 붕괴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과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융윤리의 붕괴 원인'으로 은행과 금융지주의 사유화, 순혈주의 인사, 경영진의 권력 다툼에서 비롯된 조직문화 붕괴를 꼽기도 한다. 과거 KB금융지주, BNK 사태도 그랬다. 또 이런 도덕적 해이가 수 년 간 지속됐는데도 발각되지 않은 것은 내부통제시스템에도 심각한 허점이 있었음을 방증한다. B은행 출신 한 은행장은 "낙하산 관치금융도 문제지만, 학연 지연 등이 기대 금융의 사유화를 노리는 잘못된 파벌주의가 더 큰 문제다"면서 "이번 기회를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할 능력있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DGB금융지주가 살아남는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같은 지방 금융지주인 BNK융지주가 그 가능성을 말해 준다. 굴러온 돌인 김지완 회장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031억원(지배지분, -19.36%↓)을 냈다. 그룹 차원의 건전성 관리 방침에 따른 대손충당금 확대 등 전직 CEO가 남긴 '빅 배스'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그룹 게열사간 시너지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상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거액 충당금 적립과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해소돼 정상적인 이익 체력을 회복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1분기 순이익은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실적 추정치 평균) 1723억원을 상회하는 1791억원(전년 동기 대비 6.4%↑)이다. DGB금융지주 회장은 5월 3일 6명의 압추후보군을 대상을 면접이 진행되고,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한편 대구은행은 박인규 라인과 반 세력간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DGB대구은행은 지난 4월 26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추린 1차 후보군에는 김경룡 DGB금융지주 부사장(회장 직무대행), 박명흠 대구은행 부행장(행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노성석 전 DGB금융지주 부사장, 임환오 전 부행장, 최민호 대경 TMS 대표, 문홍수 DGB데이터시스템 부사장 등 총 6명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