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민 재테크'주 된다...대기업 주주가치 제고 도미노 기대
마법일까, 저주일까. 삼성전자가 주식 쪼개기(액면분할)에 나서면서 '액면분할'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시장 반응은 '마법'에 가깝다. 31일 삼성전자는 주식시장에서 0.2% 오른 249만5000원에 마감했다. 장 중 270만7000원(8.71%↑)을 찍기도 했다. 거래대금도 3조3249억원을 기록했다. 증시 상장 종목 중 하루 거래대금으로는 역대 최대다. 시장에서는 액분 보다 삼성전자라는 기업가치가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KB증권이 2000년 이후 667건의 액면분할 기업을 분석한 결과, 당일 10곳 중 6곳(64.4%)은 주가가 올랐지만, 이후 5일째 되는 날 57.9%, 20일째 59.6%, 60일 째 59.5%, 120일 이후에는 절반 이하(46.5%)로 떨어졌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액면분할로 인해 유동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바 있다"면서 "하지만 액면분할이 기업의 펀더멘탈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액면분할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들만의 잔치 '배당'→액면분할, 서민 '부의 증식' 기회 주주가치 제고.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이자 시장의 반응이다. 그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배당 확대로 주주 환원을 실행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그 수단으로 액면분할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너무 고액이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여기에 투자하기 힘들었다"며 "일반 투자자에게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의 액면분할은 주당 액면가격을 낮춰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액면가격이 1000원인 주식 1주를 500원짜리 2주로 나누는 식이다. 삼성전자처럼 주당 가격이 수백만 원으로 높게 형성돼 투자자들의 참여가 낮거나, 신주 발행이 어려울 때 쓴다. 납입자본금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시가총액은 그대로다. 기업가치는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액면분할을 한 종목의 가격이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50대1 '액면분할'이라는 깜짝 발표를 한 것도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것. 주가가 높아 쉽게 살 수 없었던 종목이 액면분할을 거치면 몸집이 가벼워지고 물량이 늘어난다. 주식분할 요건을 완화로 초고가주 배당시장이 개인투자자의 부의 증식 기회로 돌아가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에 열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에 답이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매출액 264조3000억원, 영업이익 66조56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어규진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중심의 실적 성장으로 영업이익 전년비 22.0% 증가한 66조9000억원 달성 전망"이라며 "올해 전세계 상장회사 중 영업이익 2위 전망에도 주가는 가장 싼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지배구조 개편이나 경영권 분쟁에서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삼성물산이 좋은 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표 대결을 할 때도 소액주주들이 '우리 기업'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면서 통과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삼성전자 처럼 다른 대기업들도 많은 개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면 기업에 대한 신뢰도도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기업 '주주가치 제고' 모범 사례될까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은 다른 대기업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삼성은 오너 부재 속에서도 주주친화정책,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주가 상승 등의 3박자를 선택해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면서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주주환원정책과 주주 대응으로 투자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그동안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국내 대표기업의 점진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적잖은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배당 정책의 전철을 밟은 바 있다. '액면분할'주에 대한 시장 관심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액면분할 종목들이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가 많다. KB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액면분할에 나선 기업들은 공시일 평균 3.78% 상승했다. 이후 5일 6.94%, 20일 10.14%, 60일 15.82%까지 오른다. 하지만 이를 정점으로 120일째 8.20%까지 곤두박질 쳤다. 미국 대표 우량주가 모여있는 다우지수 구성 종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액면 분할 1년 후 해당 기업이 다우존스 지수 수익률을 웃돌 확률은 44.6%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삼성화재(1999년)와 SK텔레콤(2000년)의 경험은 시장에 적잖은 교훈은 준다. 삼성화재는 99년 액면분할 이후 6개월 동안 주가가 -52.4% 급락했다. 비슷한 시기 액면분할에 나섰던 동부화재, LG 화재(현 LIG 손해보험)도 같은기간 부진한 수익률을 냈다. 액면분할을 하지 않았던 현대해상도 -64.2%라는 기록적인 낙폭을 보였다. SK텔레콤은 액면분할 이후 1개월 수익률, 3개월 수익률 모두 코스피 수익률을 웃돌았다. 그해 연말에도 코스피 실적을 상회했다. 당시 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돌파하며, 흔히 말하는 잘나가는 시기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워런버핏이 버크셔 헤서웨이가 액면분할을 거부했던 것처럼, 가치투자자나 (고가주의 경우) 기업입장에서는 뜨내기 투자자들에 기업가치가 추락하거나 경영 안정성이 위협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삼성과 같이 생각을 바꾸는 기업들이 더 많이 나와야 기업도 살고 국민의 부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