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정책’ 만으로 사교육 해결 안 돼…저출산·경쟁 사회 대책 세워야”
교육부가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내놨지만 '사교육 경감 대책' 취지에 맞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교육을 부르는 정책으로 꼽히며 표집평가로 축소했던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평가로 확대하고,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도 존치키로 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열풍은 대학 서열에 따른 교육 경쟁, 저출산 문제 등의 사회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 변화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킬러 문항' 줄이고 학교 시험 늘린다고 공교육 강화하나?" 의문 교육당국이 내놓은 공교육 강화 대책은 '킬러문항 배제'를 시작으로 '초·중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재 확대''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존치'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를 통해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경기도 평촌학원가 수학전문학원 강사 A씨는 "상위 5% 이내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고득점 향방을 가르는 초고난도 킬러문항에 몰두하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위권 학생들은 중·고난도 수준의 응용 문제를 위해 학원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육부는 학업성취도를 다시 확대키로 하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엇박자' 정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중1 자녀를 키우는 B씨는 "시험이 늘어나면 대부분 아이들이 학원 '시험대비반'에 갈텐데, 우리 아이만 손놓고 있을 수 없지 않느냐"라고 토로했다. 학생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 교육을 제공해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는 존치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사교육 경감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입시 경쟁과 그에 따른 사교육 과열을 유발하는 대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실시한 '202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중학생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5000원인 반면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중학생은 월평균 69만원, 외고·국제고 진학 희망 중학생은 64만여원을 사교육비로 썼다. 초등학생도 마찬가지다. 일반고 진학 희망 초등생은 월평균 33만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지만, 자사고 희망시 57만원, 외고·국제고 진학 희망시 53만원을 지출했다. 강득구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은 "자사고 입시는 학부모가 갖고 있는 카르텔을 (사교육을 통해) 대물림하는 가장 좋은 툴"이라며 "전면적으로 혁신하지 않는 한 (존치가)바람직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오는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기로 확정하면서 고1 공통과목 성적에 상대평가에 따른 석차등급도 표기하기로 하면서 사교육 확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 '출산율↓→교육 경쟁↑→사교육비↑' 악순환…"본질적 대책 필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이고 종합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사교육비 증가는 교육경쟁 심화와 대학 서열 문제, 저출산 등이 맞물리며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고교체제라는 국가 교육의 큰 방향은 정권과 교육감 이념에 따라 좌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교육의 안정성과 일관성, 예측가능성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장도 "(킬러문항 배제는) 지엽적 대책일 뿐이고 단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입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소장은 "상대평가로 이뤄지는 수능의 영향력이 강고한 입시 경쟁 현실 속에서 사교육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대입제도 전반의 종합 개선을 위한 청사진이 필요하다"면서 "교육부가 발표를 앞둔 2028 대입제도 개선방안에서 정상적인 수능 출제를 비롯해 관련 대안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사교육 경감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사교육은 단순히 수능이 어려워서 활성화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근본적인 학벌 사회나 대학 서열주의 등의 문제로 불안감이 조성되며 늘어나는 것"이라며 "사교육을 때려서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게 아니라 공교육이 정상화돼야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