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포니 송' 지휘자 함신익 "트럭 타고 전국 어디든 갈겁니다"
1년 100여 차례 공연 계획…"클래식 감동 국민 모두에게" 고향 노량진 미양초등학교 첫 무대 이어 20일 26사단 방문 트럭을 몰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클래식을 전파하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지휘자 함신익(57)이 이끄는 '심포니 송'이다. 이들은 19일 미양초등학교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100회가 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오케스트라 중 공연을 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무대를 가진 곳이 어디가 있냐"며 "우리는 트럭이라는 우리들 만의 무대가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오케스트라'라는 의미로 심포니 송(Symphony Orchestra for the Next Generation)이라 이름지었다"고 흐뭇해하는 지휘자 함신익을 만났다. 함신익은 서울 강북구 삼양동 달동네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배를 곯지 않는 게 우선인 그곳에서 클래식은 딴 세상 이야기였다. 하지만 교회에서 성가 반주를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이끌고 피아노 학원으로 향했다. 함신익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끼니를 걱정하던 그 시절 어머니가 어떻게 레슨비를 마련했는지 신기해요. 처음에는 치기 싫다며 도망도 다녔지만, 피아노는 제 유일한 삶의 돌파구였죠." 음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그는 건국대학교 음악과를 수석 입학했다. 지휘자가 되기로 마음 먹은 것은 교회 어린이 성가대를 이끌고 전국 합창대회에 나가 우승하면서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달동네 꼬마들의 아름다운 하모니에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을 지휘했던 함신익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감동을 느꼈다. "미국으로 가기로 결심하고 이곳저곳 원서를 보냈더니 텍사스 남부 주립대에서 장학금까지 주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손에 달랑 200달러를 쥐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죠." 그는 밤낮으로 억척스럽게 공부했다. 그의 재능과 잠재력을 알아본 도널드 뉴엔 교수의 눈에 들어 꿈에 그리던 이스트만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지휘 공부를 위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뜻을 같이하는 단원들을 모아 깁스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이후 깁스 오케스트라는 이스트만 지역의 명물이 됐고, 예일대학교 교수 함신익을 만드는 자양분이 됐다. "한국에 들어와 대전시립교향악단, KBS 교향악단 등을 거치며 한국적 색깔이 있는 우리만의 오케스트라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죠." 심포니 송은 "국민 모두에게 라이브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지휘자 함신익이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 정기 공연은 물론 'The Wing-날개'라고 이름 붙인 트럭과 함께 전국을 다니며 음악을 전하는 신개념 클래식 공연도 펼친다. 리모콘으로 조작되는 트럭 무대는 완벽한 앰프와 음향반사판, 스피커 등을 갖췄다. 단추 하나로 좌우 8.5m×6.5m, 높이 2.5m의 무대가 완성된다. 4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악기를 들고 무대에 서도 무게를 견딜 만큼 튼튼하다. 19일 첫 무대는 함신익이 나고 자란 고향 삼양동의 미양초등학교에서 진행됐다. "모교인 삼양초등학교에서 첫 무대를 하고 싶었지만, 삼양초는 진입로가 좁고 교문이 작아 트럭이 들어갈 수 없었죠. 그래서 이웃 학교인 미양초를 선택했어요." 20일 두 번째 무대는 함신익이 3년 동안 복무한 양주 26사단에서 펼쳐진다. 4월에는 진해 군항제를 비롯해 울산·여수·여의도 벚꽃축제 등을 찾아간다. 소록도, 교도소 등 심포니 송을 부르는 곳은 어디든 방문할 계획이다. 심포니 송은 기업, 재단, 개인의 기부금과 자원봉사자들의 재능 기부로 운영된다. 서울 도산공원 사거리 EG빌딩 지하에 사무실과 3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연습공간도 마련했다. "우리 단원들은 클래식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공연 준비도 다른 오케스트라의 몇 배 이상을 하죠. 지금은 공연 때마다 수당 형식으로 페이를 지급하지만 점차 월급을 지급하는 고정 단원들을 늘려갈 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IMG::20150319000146.jpg::C::480::'심포니 송'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지휘자 함신익이 'The Wing-날개'라고 이름 붙인 트럭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