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업계, 독감약 개발경쟁…먹는 약부터 내성 극복까지 도전
독감 치료제 시장에서 제약업체들의 경쟁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11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서울대학교 화학부 이연 교수 연구팀과 함께 새로운 독감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수입약 '타미플루'로 알려진 항바이러스제 성분 '오셀타미비르'의 내성 문제를 해결하고, 복약 횟수를 기존 10회에서 1회로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오셀타미비르 유사체인 '구아니딘 오셀타미비르'라는 화합물에 주목하고 있는데, '구아니딘기'를 가진 구아니딘계 화합물은 전기적 인력을 통해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 효소에 결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웅제약은 '구아니딘 오셀타미비르'가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와 항바이러스제의 결합 친화도가 감소하는 한계점을 해결할 수 있고, H274Y, H275Y 등 광범위한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물질은 생체이용률이 4%대로 매우 낮아, 대웅제약과 서울대 연구팀은 '프로드럭' 기술을 적용해 생체이용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화학 구조를 새로 설계한 이 신규 화합물은 세계 최초이며, 서울대와 한국화학연구원의 동물 실험에서는 거의 100%에 가까운 생체이용률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은 '약물 전달 시스템' 기술도 적극 활용한다.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결과, 복용 횟수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기존 타미플루의 경우 5일 동안 10회를 복용해야 했으나, 대웅제약이 연구하는 약물은 단 1회 복용이 가능해진다. 지난 2008년 노르웨이에서 오셀타미비르에 내성을 가진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형 인플루엔자)가 출현했고 현재까지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의학적 미충적 수요는 지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다음으로 팬데믹을 가져올 유력 후보로 '신종 인플루엔자'를 지목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신종 플루'로 불리며 대유행을 겪었고, 매년 유전자 일부가 변형되어 주기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성 전염 질환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셀타미비르 성분의 독감 치료제 시장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국내 제약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타미플루의 시장 점유율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국산 오셀타미비르 제제는 제네릭 의약품으로 출시된 데 그쳤다. 국내 제약사 중에는 한미약품이 지난 2016년 '한미플루'를 발빠르게 내놓은 바 있다. 한미플루는 인플루엔자 A형과 B형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로, 한미약품은 기존 '타미플루'의 염을 변경해 개량신약에 준하는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아 타미플루 물질특허가 끝난 직후 해당 시장을 공략했다. 한미약품은 한미플루 용량과 제형을 다양하게 변경해 제품군을 확장하기도 했다. 이후 유한양행의 '유한엔플루', 종근당의 '타미비어' 등이 국내 오셀타미비르 시장에서 경쟁을 이어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GC녹십자는 수액제처럼 맞는 정맥주사 제형의 독감 치료제 '페라미플루'로 독감 치료제 시장의 흐름을 바꿔 왔다. 통상 5일에 거쳐 먹어야 하는 경구제와 달리 15~30분이 소요되는 1회 투여만으로 치료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 GC녹십자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투약 편의성을 갖춘 페라미비르수화물 성분의 주사제로는 종근당의 '페라원스프리믹스', JW중외제약의 '플루엔페라' 등이 잇따라 등장해 독감 주사제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하면서 한때 특정 수입약이 독점하는 듯한 구조에서 발생했던 품귀 현상, 환자들이 겪는 약제비 부담 등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독감 치료제 시장은 상대적으로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서로 다른 여러 바이러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전파되거나 집단 면역력 저하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이른바 '멀티데믹'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매년 발생하는 계절성 독감뿐 아니라 향후 신종 또는 변종에 의한 대유행이 초래될 것에 적극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둔 연구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