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인터뷰]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 "혁신을 주도하려면 스타트업의 역동성을 주목해야 한다"
'빛나는 인터뷰'의 세 번째 주인공으로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를 만나봤다. 롯데벤처스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투자·육성하고 계열사와의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지원하는 롯데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다.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롯데벤처스로 사명 변경 "롯데벤처스는 초기 단계부터 프리IPO 단계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의 말이다. 전 대표는 초기 투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벤처스로 변화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롯데벤처스는 스타트업이 시드에서 시리즈 A나 B, C로 발전한 다음에도 지원을 이어간다. 롯데벤처스의 대표 사업에는 엘캠프, 미래식단 등이 있다. 특히 엘캠프를 통해 롯데벤처스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11개 기수, 총 135개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엘캠프 7기까지의 기업 가치는 입주시점 대비 약 3.3배 성장한 1조62억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전 대표는 "롯데벤처스가 초기 단계에서 발굴하지 못했지만 시리즈 B, C단계에 있는 훌륭한 스타트업을 만나면 초기 투자와 관계없이 지원한다"고 말한다. 투자 대상과 투자 범위를 보다 폭넓게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벤처스는 스타트업을 왜 지원할까 전 대표는 "대기업의 생존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아무리 창의적인 기업도 규모가 커지고 외형이 성장해 대기업이 되면 창의성은 떨어지게 돼 있다. 마치 중력의 법칙과 똑같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은 혁신에 있어서는 스타트업의 역동성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예를 들어 세계적 기업인 구글의 전략을 살펴보면, 구글은 구글 엑스라는 조직을 거쳐서 구글 벤처스를 출범시켰다. CVC를 만들어서 '혁신'을 외주를 주는 것이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에도 설립부터 지금까지 28년간 유지했던 사명을 롯데이노베이트로 바꿨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혁신'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의지다. 이런 기업 문화는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 주소 전영민 대표에 따르면 국내 창업 생태계는 점점 발전하고 있다. 그래프로 그리면 x축과 y축에서 양의 값만 가지는 우상향 그래프라는 것이다.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요한 요건들을 설명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우선 기반 기술의 등장이다. 19세기 중후반 토머스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했을 때 제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20세기 말 컴퓨터가 교수 연구실에서 산업으로 넘어오면서 디지털 시대가 열릴 때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창업했다. 이후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은 차세대 스타트업을 출현시켰다. 최근에는 로봇, 인공지능, 우주 기술 등이 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 대표는 "기반 기술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현 시점에서 국내 공대를 졸업한 경쟁력을 갖춘 우수 엔지니어들을 육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동시에 여러 대기업들이 CVC를 만들면서 소위 자금 투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더욱 활발하게 발전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다음으로는 지속가능성이다. 전 대표는 "회사가 번창할수록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통해 현금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외부 지원에 계속 의존하는 조직은 비영리 단체에 불과하며 투자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좋은 시도를 해서 실패를 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라는 안정망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스타트업이 다 성공하지는 않는 게 사실이지만 그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또다른 일자리와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면서 완충 작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환경이 조성되도록 롯데벤처스도 기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롯데벤처스만의 경쟁력 금산분리(金産分離)는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어 금융회사의 일종인 CVC 설립에도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벤처투자 활성화라는 목적을 위해 법을 개정해 일반지주회사도 제한적으로 CVC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CVC 관련 법이 개정된 지는 2년이지만 롯데벤처스는 일찍이 투자사로 발돋움해 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창업 보육 기업을 구상해달라고 지시하면서 2016년 설립된 것이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롯데미래전략연구소에 "롯데를 망하게 할 기업을 찾으라"며 자본금 150억원 중 50억원을 사재로 출연했다. 전 대표는 "조금 더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점이 롯데벤처스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CVC는 기본적으로 모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업종에 포커스를 맞추게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그룹에는 60여 개 가까운 계열사가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그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시설, 인프라, 전문가 등을 스타트업과 공유할 때 훨씬 더 빠르게 스타트업 성장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은 사회적 혁신을 일으키는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이어 전 대표는 "한편 국내 CVC들과의 관계는 경쟁보다는 보완적인 측면이 더 적합하다. 실제로 롯데벤처스 심사역들에게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만약 반도체를 설계하는 어떤 훌륭한 스타트업이 투자를 요청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삼성전자에 먼저 전화해 주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다른 CVC들과 서로 협력하고 있는 것이 국내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데 주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벤처스는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베트남,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 순서대로 해외 법인을 설립했는데, 이 또한 기존 롯데그룹이 해외에서 갖춘 역량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베트남 정부의 기업등록발급 승인을 받은 외국계 벤처투자법인은 롯데벤처스가 최초다. 롯데벤처스는 양국 스타트업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해 국내 스타트업만 놓고 보면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여러 국가들을 연결해 하나의 시장으로 구축하면 그 안에 있는 기술과 인재들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은 "성취감보다는 흐뭇함을 느낀다. 창업하겠다고 도전하는 사람들은 기존에 유지했던 자기 삶에 대한 결단력과 자기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과 소신이 있는 진취적인 사람들이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20년, 30년 뒤에 또 다른 롯데를 만들어낼 텐데 그런 사람들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기업에도 분명 생로병사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항상 스타트업이 변화시켜 왔다고 본다. 모든 기업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성장하고 성숙하고 노화하고 사회적 역할을 다 하면 퇴장한다. 그 빈자리를 새 꿈을 가진 젊은 기업이 다시 채운다. 지금처럼 스타트업이 태동하는 향후 10년은 대한민국 100년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