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커버스토리] 이종기업 합병, 제약 산업에서는 성장 전략
최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오리온의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 인수 등이 잇따르면서 이종기업 간 결합으로 성공한 해외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25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독일 바이엘그룹, 일본 스미토모화학 같은 해외 기업들은 기업 인수 및 지분 투자를 통해 제약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독일 바이엘그룹은 지난 2023년 설립 160주년을 맞은 독일의 대표 화학·제약 기업이다. 19세기 화학염료회사에서 출발한 바이엘 그룹은 인류 최초 합성의약품인 아스피린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바이엘그룹은 지난 2018년에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미국 몬산토를 인수했다. 또 바이엘은 지난 2020년 유전자 치료제 생산 및 개발 기업 애스크바이오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바이엘그룹은 제약, 소비자건강, 작물과학 등 3개 부문을 보유한 생명과학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바이엘그룹의 매출은 지난 2022년 기준 507억3900만 유로로, 약 73조원이 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사업부서별 매출 비중은 작물사업부가 전체 매출의 49.84%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의약품을 포함한 제약사업부와 일반의약품 관련 소비자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각각 38.12%, 12.04%다. 화학업종으로 분류되는 작물 관련 매출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아우르는 매출의 비중이 각각 50%인 것이다. 일본의 대표 종합화학 및 제약기업인 스미토모화학그룹도 다양한 사업 부문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913년 비료 생산을 시작으로 1940년대에는 염료, 원료의약품, 알루미늄 등으로 사업을 넓혔으며, 1950년대에는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왔다. 스미토모화학그룹은 제약 사업의 경우 1980년대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에는 일본 중견 제약사인 다이니폰제약을 합병해 주목을 받았다. 스미토모제약과 다이니폰제약의 합병은 양사가 일본 대형 제약사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됐다. 이는 동종 업계 간의 결합이지만 '스미토모' 브랜드를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스미토모화학그룹의 경영 실적에서 지난 2022년 4월~ 2023년 3월 기준 석유화학 부문이 2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데 이어 건강·농업 부문이 20.7%, 제약 부문이 20.2%로 뒤를 이을 정도로 스미토모 내에서는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LG화학이 지난 2016년 9월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해 제약 업계로 진출한 사례가 있다. 뿐만 아니라 LG화학은 지난 2023년 미국 보스턴 소재 항암제 전문 제약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의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오는 2030년까지 혁신 신약을 2개 이상 보유한 글로벌 신약 회사로 도약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LG화학에 따르면 생명과학사업본부의 강점인 당뇨, 대사, 항암, 면역 등 4개 질환군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LG화학은 올해 시작부터 제약 업계에서 첫 기술수출 문을 열며 연구개발의 성과를 가시화했다. LG화학은 지난 5일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와 희귀비만증 치료제 후보 물질 'LB54640'의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희귀비만증은 포만감 신호 유전자 MC4R 작용경로 등 특정 유전자의 결함으로 인해 식욕 제어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현하는 질환이다. LG화학이 판매하게 되는 'LB54640'은 세계 최초 경구 제형 MC4R 작용제 후보물질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신약 개발이라는 것은 실패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음에도 꾸준히 투자가 들어가야 하는 산업"이라며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내다보면 이종산업 간의 시너지가 '신약 개발'이라는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LG화학의 경우에도 수익성을 내는 사업 분야를 석유화학에서 배터리 소재, 첨단 소재 등으로 다각화한 데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바이오 분야"라며 "LG화학이 현재 바이오에 투자하고 있는 분야들은 오는 2030년부터 결실을 맺으면 수익성과 신약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선순환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화그룹은 지난 2023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바이오 소부장 글로벌 연구개발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한 상호협력 간담회'에서 바이오 사업에 재도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인 '트리스버퍼'의 국산화를 내세우며 7년 만에 바이오 사업에 다시 나서는 것이다. 한화그룹의 한화케미칼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다빅트렐'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오리지널 개발사의 특허 연장, 미국 머크(MSD)와 기술수출 계약 해지 등으로 바이오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후 한화케미칼은 의약품 제조사업을 하는 자회사 드림파마는 알보젠에, 오송 바이오시밀러 공장은 바이넥스에 각각 매각하기까지 했다. 제약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트리스버퍼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고순도 화학물질 생산에 노하우가 있으므로 트리스버퍼 생산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 검토 단계이며 정해진 건 없다는 게 한화그룹의 공식 입장이다. /이청하기자 mlee236@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