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과학 근거로 3兆 '기능성 시장' 공략
(왼쪽부터)국내 첫 기능성표시 일반식품 1호 신제품인 풀무원 'PGA플러스 칼슘연두부', 기능성표시 일반식품 2호 신제품인 풀무원 '발효홍국나또' 최근 식품업계가 '기능성 표시제'를 적용한 제품 출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기능성표시 식품으로 등록된 제품은 21개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를 시행했다. 기능성 표시제는 일반 식품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갖췄거나 건강식품기능에 쓰는 29종의 기능성 원료를 썼을 경우 이를 표시하는 제도다. 29종 기능성 원료에는 인삼, 홍삼, 마늘, 크로렐라부터 매실추출물, 식이섬유, 프로폴리스, 프로바이오틱스 등이 포함됐다. 제품에 들어간 원재료 함량은 1일 섭취 기준량의 30%를 충족해야 한다. 이 외에 새로운 원료의 기능성을 표시하고자 하려면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능성 식품 인증을 받게 되면 식품에 '기능성'이라고 표시가 된다.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는 국내 기능성 원료 개발을 유도해 식품산업의 활력을 도모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년여간 소비자단체와 업계, 학계,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논의해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존 건강기능식품과의 구분을 위해 알리지 못했던 제품 효능을 홍보할 기회가 식품업계에게 열렸다. 식품업계는 과학적 근거를 갖춘 기능성 식품을 잇달아 등록, 홍보하며 새로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첫 기능성 표시 1호 제품은 풀무원이 선점했다. 풀무원은 지난달 29일 'PGA플러스 칼슘연두부'와 '발효홍국나또(2호)'에 이어 음료 4종을 나란히 등록했다. 풀무원은 'PGA플러스 칼슘연두부' 제품 패키지 앞면에 '본 제품에는 체내 칼슘 흡수 촉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폴리감마글루탐산(PGA)이 들어 있습니다'라고 표기했다. 풀무원기술원 이상윤 원장은 "다양한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을 지속해서 개발해 소비자들의 건강 증진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도 밸러스밀 프로틴 화이버 플러스 쿠키 등 6개 제품을 등록했다. 롯데푸드 파스퇴르 쾌변 사과 등 농후발효유 4종에 대해 기능성 표시 허가를 받았다. 닥터유 브랜드 제품/오리온 오리온은 아예 브랜드를 기능성표시 식품으로 라인업을 정비하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 닥터유 브랜드 테마를 '맛있는 건강'으로 설정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있다. 기능성 표시제 시행에 따라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기능성 원료를 넣은 닥터유 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기존 뉴트리션바, 음료 외에 젤리, 초콜릿 등으로 제형을 다변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존 과자 브랜드에서 벗어나 건강 브랜드로 재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식품 트렌드가 건강, 프리미엄인 만큼 기능성표시 식품 시장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2015년 해당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일본 기능성 식품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1895억엔(2조30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000억엔(3조2147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일반식품에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 식품업계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식약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이 소요된다. 동물실험, 인체적용 실험 등 과학적 근거를 제출하고 수개월의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기능성표시 식품의 경우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까다로운 인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식약처는 영업자가 새로 개발한 원료의 기능성에 대해 과학적인 자료를 제출하면 검토한 뒤 시판토록 하는 '사전신고제'를 도입했다. 다만 기능성 표시를 한 식품이라도 제품 주표시면에 '본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주의 문구를 명시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과 혼동하는 사례를 막기 위함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강관련 식품에 대한 수요가 커진 만큼, 국내 기능성 표시 식품 시장은 일본만큼이나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업계에서는 제품 다양화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효정기자 princes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