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면피용" 반발
국회가 지난 2일 대리점에 대한 원사업자의 부당한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보복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른바 '짜고치는 고스톱'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수방관만했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대리점 등이 원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거나 조정신청 등을 했다는 이유로 원사업자가 거래 중지나 물량 축소 등의 보복을 하는 부당행위를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사업주가 영업상 보복 조치를 할 경우 징역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른바 '갑을 관계' 논란을 불러 일으킨 남양유업 사태 이후 후속 대책으로 논의된 법안 가운데 하나의 성과로 정부와 국회는 반겼다. 하지만 참연연대 등 시민단체는 5일 공동 논평 자료를 통해 "이번 보복조치 금지 조항 신설이 대리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공정위와 국회는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 사업자가 을인 대리점 등 경제적 약자에게 보복조치를 가하는 것은 기본 상식과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행위이고 당연히 처벌받아 마땅한 것을, 마치 보복조치를 금지해 갑의 횡포를 근절하는 대안을 완성한 것인 냥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시민단체는 또 "이 조항은 현행 하도급법과 대규모유통업법에도 명시돼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난 5월 1일 국회 정무위는 대리점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대리점보호법/남양유업방지법)이 발의된 지 1년이 다 되도록 법안심사 소위에서 답보상태로 둔 채, 공정위 주장대로 신고인에 대한 보복조치만 금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처리했는데, 이 조항은 공정위 신고자를 보호하는 내용이지, 대리점 거래에 있어서 불공정과 횡포를 근절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들은 이번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대리점주들에게 '갑'의 대상에 '국회'와 '정부'가 새로 추가됐다고 못박았다. 시민단체는 정부와 여당에 대해서는 "전국 중소상공인의 열망을 짓밟고 심지어 지난 3월 대통령 직할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는 '영세 자영업자 퇴출전략'까지 발표한바 있는데, 경제민주화 포기를 넘어 '재벌·대기업 프랜들리' 기조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는 "여당과 공정위 의견을 그대로 수용해 보복조치 조항만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안위하고 있다면 이는 제1야당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 1년 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을'들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당사자들과 연대해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선 및 입법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실패한 측면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기력과 무원칙을 다시 한 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공정위 주장대로 공정거래법으로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제재와 예방이 가능하다면, 왜 남양유업 사태와 같은 ▲대리점주들에 대한 광포한 밀어내기 ▲주문조작 ▲영업권 미 보호 ▲대리점주들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사찰 행위 등 갑의 횡포가 만연했던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지난해 대리점에 집중된 갑을개혁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를 당시 공정위 스스로도 밝혔듯이 대리점거래를 관리감독하는 전담 부서과 인력이 없음을 시인했다"고 부연설명했다. 결국 공정위는 그동안 대리점 거래에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보다는 시장경쟁 강화 측면에서만 접근해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갑을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방치했고, 이로 인해 현재와 같은 폐해가 발생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다양한 대리점 거래의 불공정거래행위 제재가 어렵기 때문에 가맹사업·하도급·대규모유통업 등의 경우와 같이 대리점 보호 및 공정거래를 위한 독립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근본적으로 대리점 거래에서 불공정행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리점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단체를 구성해 본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협상할 수 있는 관련 장치와 통로를 보장해야 하고 이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아니라 대리점보호법 제정을 통해 온전하게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남양유업 본사가 불량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대리점주들의 원성과 재투쟁을 부르고 있고 ▲국순당 피해 대리점주 협의회 염유섭 회장은 국순당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회사로부터 고소 당해 경찰서에 불려다니는 신세이며 ▲아모레퍼시픽 대리점주들도 1년 가까이 농성을 전개하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민단체는 여야가 오는 6월 국회에서 ▲대리점보호법 제정안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상가권리금 문제 해결과 계약기간 연장 등) ▲전월세상한제 보호법 등 시급한 '을'살리기 입법 처리를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