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깊은 人터뷰]"실패를 원동력으로 더욱 강한 줄기세포 아토피치료제가 탄생합니다"
실패는 원동력이 됐다. 결과에 몰입해 무너지기보다, 과정을 되짚어 실패 원인을 꼼꼼히 분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오는 7월, 줄기세포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에이디(이하 퓨어스템)'의 임상3상에 재도전한다. 지난 2019년 10월, 임상3상 실패를 공개한 후 2년여 만이다. 긴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동안, 세계 첫 줄기세포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는 더욱 강해졌고 임상 설계는 더욱 탄탄해졌다. 퓨어스템의 재기를 이끈 배요한 강스템바이오텍 임상개발본부장(전무)을 만났다. 그는 베링거인겔하임, 비엠에스제약, 알콘 등 글로벌 제약사를 두루 거치며 임상 경험을 쌓은 '의약품 인허가 전문가'로, 지난 해 3월 강스템바이오텍에 합류했다. 배 본부장은 "지난 임상 실패의 경험은 전체 조직의 임상 이해도를 높였고, 많은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며 "임상시험용의약품(IP) 개선, 통제 강화 등 모든 부분의 변화를 통해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 회사 입장에서 임상 실패는 뼈 아픈 경험이었겠다. "강스템바이오텍은 2010년 처음 출범해 10년간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 달려온 바이오벤처다. 여러 고비가 있었겠지만, 10년간 기술 축정 과정을 거쳐, 제2의 도약을 해야하는 시기에 경험한 실패였다. 하지만 어려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임상팀에 인력 이탈은 전혀 없었고, 경험이 온전히 보존된 상태로 전문 인력이 보강됐다. 초격차 전략 기술인 셀랍(SALAF)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이전 임상의 가장 큰 문제점 뭐였나. "사실상 임상이 처음인 바이오벤처 입장에서 이 질환에 대한 임상 3상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특히 퓨어스템의 임상 2a상 결과가 획기적이었기 때문에 임상 2b를 건너뛰고 11개 기관이 참여하는 임상 3상을 바로 진행했다. 임상은 속도는 물론 품질도 중요한데, 경험을 충분히 축적할 기회도 없이 대규모 임상에 뛰어든 것이 문제였다." - 병용약물, 구제약물이 문제가 됐는데. "퓨어스템 임상3상은 아토피피부염 EASI 점수 16점 이상의 중증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2주, 4주, 8주, 12주 간격으로 유효성을 평가하는데 증상이 악화되는 시기에는 가려움증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구제약물, 병용약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위약(가짜약) 대비 퓨어스템의 유효성을 평가하려면 구제약물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미 시판된 치료제가 많고 환자들의 괴로움이 크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다. 임상에선 단계에 따라 허용할 수 있는 1, 2차 구제약물을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약군에 배정된 환자가 증상을 참지 못해 병용금지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임상에서 탈락하게 된다." 강스템바이오텍의 두번째 도전은 훨씬 강해진다. 임상 규모는 17개 기관 308명으로 지난 임상의 1.5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또 SALAF 시스템을 도입, 기존 냉장 보관했던 치료제에 최첨단 동결제조 기술을 적용했다. 치료제 사용기간이 기존 48시간에서 36개월로 획기적으로 늘어났고, 그 사이 세포 생존률도 최대 90%까지 높아져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임상 설계 차이점은. "지난 임상에서 시험군과 위약군 비율이 1대1이었다면, 이번 임상에선 시험군과 위약군 비율을 2대1로 구성했다. 임상 참여자 총 308명 가운데 205명은 퓨어스템을 103명은 위약을 투여받기 때문에 신약을 배정받을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다. 또 투약 12주가 되는 시점에 위약군과 시험군을 뒤바꿔 모든 환자가 퓨어스템을 투여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임상 참여를 촉진할 수 있고, 임상 참여자들이 구제약 규칙을 잘 지키며 시험에 임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변화다." - SALAF의 핵심은. "지난 임상 2a상 참여 기관은 서울 대형병원 1곳이었기 때문에 출하와 투약까지의 시간이 평균 6시간 이내에서 이루어졌다. 결과가 좋았던 이유다. 하지만 임상 3상은 참여 기관이 지방 3곳을 포함, 11개 기관으로 늘면서 출하와 투약까지의 평균 시간이 24시간 이상 지연됐고 효과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하 세포 활성을 80~90% 유지할 수 있는 동결 시스템, 운송 중 영하 70도를 유지할 수 있는 온도 트레킹 시스템, 업그레이드 된 해동기 등을 도입했다. 임상 3상 성공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상업화 후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강스템바이오텍은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선별해내고 대량 배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다. 연간 3만6000바이알의 세포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최대 규모 GMP 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동결제형으로 안정적인 공급과 수출이 가능한 운송 시스템도 갖췄다. 퓨어스템의 임상 2상에서 단회 투여만으로 3년간 약효가 유지되는 결과가 나왔다. 많은 아토피피부염 중증 환자들이 일상생활, 사회생활이 어려울 만큼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번 투여하는 것 만으로 장기간 일상 회복이 가능한 치료제가 나온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퓨어스템의 임상을 재설계하는 과정에는 시작부터 수십명의 전문가와 전문기관이 투입됐다. 배요한 전무는 국내 최고 수준의 교수들과 아토피 전문가들을 모아 임상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모든 임상 과정을 이들과 상의했다. 또 시네오스헬스, C&R 리서치와 같은 국내외 톱 클라스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GCCL과 같은 임상시험 검체분석 기관과도 협업하고 있다. 그가 글로벌 제약사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가 있기에 가능했다. -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잦은 임상 실패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임상은 경험의 축적이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다. 장밋빛 미래만을 생각해 질주하다보면 속도는 날 수 있지만 임상의 질은 놓치기 쉽다. 이 때문에 임상 실패율을 줄이려면 사전에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임상 개발본부 조직도 필요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외부 벤더와의 협업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자격을 제대로 검증해 협력 업체를 선정하는 것 부터, 원하는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이들과의 밀접한 협의를 통해 끝까지 관리할 수 있는 능력, 꼼꼼한 결과 분석 능력도 갖춰야 한다." 퓨어스템은 내년 4분기 임상 3상을 마치고, 2023년 상반기 품목허가를 신청해 이르면 2023년 말 승인을 받을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연구개발 목적 외에 줄기세포 치료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탓이다. 이 규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2023년 퓨어스템이 출시된다고 해도 환자들이 국내에서 투여를 받을 수는 없다. - 정부가 첨단재생의료 관련 임상 지원을 시작했는데. "재생의료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재생의료 발전을 위한 노선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기업과 병원, 연구기관들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서로의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고 역량있는 연구진들이 협력이 활성화되면서 치료제 개발 기회를 넓힐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지원하고, 첨단재생의료 지원으로 줄기세포나 유전자 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환자들을 흡수하면 국내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지난 해 강스템바이오텍에 합류하면서 제시한 목표가 있다. 2022년까지 국내 임상3상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연구팀을 만들고, 2025년에는 한단계 성장해, 글로벌 세포 치료제 임상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청사진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 퓨어스템 개발 이외에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퓨어스템RA주'의 임상 2a상, 골관절염치료제 '퓨어스템OA키트주'의 임상1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성공적인 임상, 전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 전략도 세우고 있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세포치료제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