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호]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K방역 2.0을 준비하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덮친 2020년은 힘겨운 한 해였다. 일상을 희생한 국민들과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인 의료진, 헌신적인 방역 당국의 노력으로 근근이 버텨온 1년이다. 메르스, 사스 때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의 바이러스를 겪으며 여러 차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경험했고, 위기는 해를 넘기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1년 새해는 코로나19 종식의 성패를 판가름할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바이러스는 여러 차례 변이를 거치며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진 상태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 위기를 끝내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아닌,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K방역 2.0'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방역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기 주목을 받던 K방역이 결국 실패로 끝난 가장 큰 이유를 '신뢰도의 추락'으로 꼽는다. 우리 국민의 마스크 착용률은 99%에 달한다. 전 세계 독보적인 수준이다. 입국 금지나, 락다운(봉쇄)과 같은 강력한 방역 조치 없이도 1년을 견딜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근거없는 핀셋 방역과 5인 이상 집합 금지와 같은 탁상 행정으로 K방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이제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방역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심증이나 기대와 희망으로 방역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초기부터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얘기하던 조언들을 귀담아 들었다면 지금 이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를 측정하듯 바이러스, 세균 오염 정도를 수치화해 제시해야 국민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에스디랩코리아 김창주 대표는 "어떤 장소에서건 세균 오염도 활성화를 나타내는 ATP, 세균수를 나타내는 CFU와 같은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 버스, 학교, 교회, 병원, 숙박시설 등이 안전하다고 말만할 것이 아니라 이 수치를 제시해야 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정부는 물론, 공공, 민간 기업들이 나서서 오염 수치를 측정하고 이를 실시간 제공해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후 추적 아닌 사전 방역이 필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며 확산세를 더욱 키우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는 국내에도 유입됐다. 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기존보다 최대 70%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전문가들은 국내에도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서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기존 방역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의 감염 속도가 빨라지고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무증상 감염자가 더욱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달 30일 기준,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일명 '깜깜이 환자'는 4000명을 넘어서며 전체 30%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추적'은 더이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이젠 전반적인 '스크리닝'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우선, 코로나19 초기부터 의존해 오던 유전자 증폭(RT-PCR) 진단 검사를 유연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 접촉 후에 검사소를 찾는 것이 아닌, 가정에서 스스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해 초기 감염, 무증상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내는 방식이다.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전 국민에 보급하자는 주장이 계속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 초기에는민감도를 따지기보다 자주 검사해서 코로나19 감염여부를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신속항원검사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유럽에서는 2회 연속 했을 경우 정확도가 96% 까지 오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외에도 계속될 바이러스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방역이 아닌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창주 대표는 "지하철에 일평균 3700회 방역을 실시했다고 정부가 선전했지만 그 방역은 30분이면 효과가 사라지는 일회성 방역에 그치는 것"이라며 "앞으로 또 찾아올 펜데믹을 조기에 막으려면, 일회성 소독이 아니라 꾸준히 바이러스 오염도를 측정해 관리하는 방안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경기자 sei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