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제약시장 판도를 뒤집다
#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바이오의약품 '휴미라'는 지난 한해에만 홀로 20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휴미라의 제조사인 애브비 한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류머티즘 관절염과 크론병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이는 휴미라의 특허가 지난 15일 만료되면서, 이제 글로벌 시장에선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 시장의 1%만 차지해도 연간 200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 바이오의약품이 제약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나 생물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의약품으로 화학물질 합성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높은 장점이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물론, 암과 당뇨병 같은 질환을 중심으로 바이오의약품이 대세를 이루면서, 제약산업의 중심 축은 화학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옮겨간 상태다. ■바이오의약품이 시장을 이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현재 2400억 달러 규모인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3년 후인 2021년 344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2016년 부터 연평균 성장률은 9.4%에 이른다. 전체 의약품 시장 연평균 성장률(5.9%)를 2배 가까이 웃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매출 상위 10개 의약품의 매출액은 671억달러였다. 이중 바이오의약품인 휴미라, 엔브렐, 리툭산, 레미케이드, 레블리미드, 아바스틴, 허셉틴, 란투스 등 8개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다. 또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321) 중 바이오의약품이 전체 71건으로 40%를 차지했다. 2008년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은 전체 14%에 그쳤지만 2017년 25.5% 까지 급증했다. 특히, 복제의약품인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뜨겁다. 휴미라에 이어, 오는 2020년 까지 연간 매출이 1조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들의 특허가 줄줄이 끝나면서 바이오시밀러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현재 160억 달러 규모인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3년 후 36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31.5%에 달한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현재 6.1%에서 2025년 13.5%로 두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업계 한 임원은 "바이오의약품은 표적치료제이기 때문에 화학 합성 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높다"며 "이미 자가면역질환, 암, 당뇨와 같은 정복이 어려운 질환의 약들은 바이오의약품이 대세를 이루면서 바이오의약품 개발이 앞으로 더욱 높은 수익을 올릴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진단했다. ■바이오시밀러에 올라타라 바이오의약품은 국내 제약시장도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국내 대형 제약사를 제치고 의약품 생산실적 1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셀트리온 생산실적은 902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0%나 성장했다. 순위도 8위에서 1위로 7계단을 단숨에 뛰어올랐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 의약품수출품목 1, 2위를 모두 석권하며 수출 실적 역시 견인했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원액'은 지난해 6382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리며 전체 1위를 차지했고, 혈액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역시 3936억원의 실적을 내며 2위에 올랐다. 두 제품의 수출실적은 전체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의 66%를 차지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바이오의약품 생산실적은 2조6015억원으로 전년보다 30% 가량 급성장했다. 전체 의약품의 10% 가량을 차지한다. 수출실적도 가파른 성장세다. 올해 상반기(1~6월) 의약품 수출액은 22억4000만 달러(2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33% 급증한 규모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수출액은 전체 37%인 8억2000만 달러를 차지하며 수출 성장을 견인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통 화학 합성의약품을 고집하던 전통 제약사들도 바이오시밀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종근당, CJ헬스케어, 대웅제약 등 대형 제약사들이 바이오신약과 바이오시밀러의 연구개발에 나섰고, 중소형 바이오 벤처기업들과의 협업과 제휴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는 상황이고,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만큼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다"며 "우선 안전성과 수익성이 입증된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경험을 쌓아 점차 기반을 넓혀가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