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3高 파도 넘어라] 下. 더 크고 더 저렴하게…가성비 상품으로 지갑 연다
\ 경기 불황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0.2로 전월비 0.5포인트 하락했다. 생활 형편 전망 CSI가 0.5포인트, 가계수입 전망이 0.4포인트 떨어졌는데,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 지출 전망은 0.7포인트 올랐다. 본격적인 엔데믹(풍토화)을 맞이했지만,장기화 중인 3고 사태가 불황형 소비를 촉진시키는 중이다. 불황형 소비는 장기화 하는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이 스스로 설정한 특정 영역 외 모든 소비를 포기하거나 최저가로만 구입하는 현상을 뜻한다. 고액 소비를 이어가는 부문 또한 '스몰 럭셔리' 등으로 대안 소비를 지향한다. 유통가는 장기화 하는 불황에 맞서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으로 소비심리를 자극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대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G마켓이 올해(1월1일~2월19일) 상품 거래액을 작년 동기간과 비교 분석한 결과, 대용량 제품은 전체 12%, 신장했다. 연령별로 봤을 때, 20대의 구입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 세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알뜰소비 해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30대(13%), 40대(8%), 50대(11%),60대 이상(16%) 등 다른 연령층에서도 알뜰 소비가 늘었다. 대용량 제품의 경우, 장시간 보관이 용이한 가공식품이 63% 신장했다. 그 중 냉동식품이 3배 이상(228%) 큰 폭으로 증가했고, 라면 거래액도 2배 이상(161%) 올랐다. 이밖에 ▲생수/탄산수(126%) ▲우유/두유(125%) ▲탄산/청량음료(51%) 등 커피/음료군도 많이 찾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G마켓은 오는 26일까지 '월간 생필품' 프로모션을 열고, 120여개 브랜드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가에 판매한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소비 패턴도 변화하는 추세다. 특히 주류음료 업계가 대용량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가성비를 내세우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청정라거 테라' 1.9리터를 출시하며 페트 라인업을 확대해 기존 1리터, 1.6리터와 함께 3종 라인업을 완성했다. 오비맥주도 용량은 늘리고 용량 대비 가격은 줄인 2리터 '카스 2.0 메가 페트'를 판매하고 있다. 기존 1.6리터 용량의 제품에 비해 용량은 40ml늘어났으며 용량당 가격은 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용량당 가격이 저렴한 벌크형 제품이 인기다"라며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모든 상품군에 걸쳐 대용량, 1+1 수요가 급증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SSG닷컴은 '쓱배송'에서 덤 증정 상품을 별도로 모아 보여주고 판매하는 '1+1 카테고리'를 선보인 바 있다. 주기적으로 행사 상품을 변경해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대용량, 1+1 상품과 함께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과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리퍼브 상품도 인기다. 이커머스 티몬은 기능에는 이상이 없는 리퍼브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리퍼 임박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상품이나 이월상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11번가는 흠집이 나거나 모양, 색깔이 예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 농산물을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B급 농산물을 할인판매하면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살 기회를 제공하고, 농가에는 추가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런치플레이션(점심을 뜻하는 '런치'와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신조어)의 대항마로 떠오른 편의점 업계는 초저가 도시락 상품과 소포장 식재료를 계속 쏟아내고 있다. CU는 지난 16일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컬래버해 '백종원 트리플 간편식' 3종을 출시했다. 고기를 함께 구성하고도 6000원이 넘지않는 저렴한 가격으로 설정했다. 극강의 가성비를 추구해 3500원에서 3900원으로 가격을 책정한 도시락 '놀라운 가격' 덮밥 시리즈 4종도 이어 선보인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덮밥 2종을 라인업을 늘려 재출시하는 상품인데, '한 끼 3000원'이라는 가격 장점이 고객에 크게 어필해 출시 직후 단품 도시락 판매량 2,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GS25는 15일 '혜자롭다'는 신종어를 탄생시켰던 '김혜자 도시락'을 재출시했다. 가성비의 대명사로 통했던 상품이 재출시 된다는 소식에 출시 전날인 14일 신상품 도시락의 평균 발주 수량 보다 무려 350% 이상 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하면서 가격 대비 만족감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가성비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신원선·김서현 기자 tree6834@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