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자업체 세계시장 출사표…찻잔속의 태풍일까
"1년 뒤 스마트폰 판매량을 1억대로 늘려 삼성과 애플을 압도하겠다."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월 행사장에서 세계 언론을 상대로 이처럼 선언했을 때만해도 중국인 특유의 과장과 허풍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확히 1년 뒤인 지난달 말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하기로 확정되면서 양위안칭의 발언은 적어도 '허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4.5%를 차지하던 레노버는 모토로라 인수로 점유율을 6%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화웨이(5.1%)와 LG전자(4.8%)를 제치고 단숨에 3위로 점프했다. 삼성전자(32.3%)와 애플(15.5%)이 군림했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레노버의 가세로 3파전 양상을 예고하는 순간이다. 레노버를 필두로 화웨이, ZTE, 텐센트와 같은 중국 IT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HP를 제치고 세계 1위 PC메이커로 부상한 레노버가 스마트폰 시장마저 접수하면서 미국과 함께 G2로 분류되는 중국 기업의 진면목이 새삼 화제다. 이미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에릭슨과 자리 싸움을 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온라인게임을 유통하는 텐센트는 중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인 페트로차이나, 차이나모바일과 동급으로 대우받는다. 이 회사의 시총은 페이스북과 비슷한 1000억달러 수준이며 이미 시스코, HP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시총을 추월했다. 이에 따라 이들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의 현 주소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 LG, 네이버, 카카오 등이 지닌 '박빙 우위'를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최근 LG전자 주가 추이를 보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 3일 LG전자 주가는 신저가를 찍었고 4일에도 장중 6만1700원(-3.48%)까지 떨어지면서 이틀 연속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는 13억명의 거대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한 막대한 자금력과 원조 제품에 버금가는 모방력을 자랑하는 중국 기업의 장점이 반영된 것이다. 레노버가 IBM의 PC브랜드 '씽크패드'로 시장을 평정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반면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현재의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우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지만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레노버만 해도 지난 3분기 스마트폰 점유율을 보면 중국을 제외하고는 0.8%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폰과 흡사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의 애플' 샤오미 등이 고만고만한 성능을 갖추고 디자인을 예쁘게 모방할 수 있지만 중국 밖으로 나오면 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이다. 2위 레노버가 추격하고 있지만 현지인들도 이젠 잘 베낀 상품보다는 브랜드 등 상품성을 따진다"며 "저가 시장을 배제하면 중국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