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중소기업이 99%…정부는 '성장' 방점, 中企단체 '민간 협력' 극대화
【도쿄(일본)=김승호 기자】중소기업이 전체의 99%를 차지하는 한국과 일본이 이들 기업의 '성장'에 나라 경제의 명운을 걸고 있다.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성장과 부가가치 제고를 통해 고용 창출, 임금 인상, 소비 활성화, 투자 등 지속가능한 경제 선순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양국의 중소기업 최대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한국)와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일본)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사람, 기술, 자금 등의 교류와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당면 과제 공동 해결 등을 통해 이웃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2023년 기준)은 전체 기업수의 9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종사자수의 80.4%가 중소기업에 다닌다. 일본(2021년 기준)은 99.7%, 중소기업 종사자수는 69.7%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는 25일 오후 일본 도쿄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한일 중소기업 경제 포럼'을 열고 양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민간 분야에서 폭넓은 협력 모색에 나섰다. 모리 히로시 일본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장은 포럼 개회사에서 "현재 한일 양국의 중소기업은 지역 경제와 고용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에너지 가격 급등을 비롯한 원자재비 상승, 노동력 부족, 미국 관세 문제 등 불투명한 경영 환경의 큰 변화에 따라 중소기업이 직면한 과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국가적 틀을 넘어선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과제를 극복해 나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일 양국 정부는 전체 기업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성장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의 '100억엔 선언'과 한국의 '스케일업 정책'이 대표적이다. 일본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100억엔(한화 약 940억원) 선언은 매출액 10억엔 이상부터 100억엔 미만 기업이 정책 대상으로, 중소기업 스스로 '매출액 100억엔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위해 노력하는 경우 국가가 적극 지원하는 제도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1만개의 100억엔 기업을 만든다는 목표다. 일본 중기청 야마자키 타쿠야 경영지원부장은 이날 포럼 주제 발표에서 "현재 일본은 성장 지향형 중소기업 창출을 위해 3가지 핵심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스타트업 육성 및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견기업·성장지향형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고물가·일손 부족 등을 극복하기위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창출한 부가가치를 확실하게 돈이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거래 적정화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은 수입 물가 상승, 수출 단가 하락으로 교역 조건이 나빠지며 실질 임금이 정체돼 있어 성장투자를 통해 '물가 상승을 웃도는 임금인상'을 실현하는게 관건인 상황이다. 100억엔 선언 정책 추진후 현재까지 추가 투자, 임금인상 등 성장을 위한 행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중소기업은 약 2000개사에 이른다. 여기에는 지역 커뮤니티형, 지역자원형과 같이 지속적 성장을 지향하는 '파워업 유형'과 공급망형, 글로벌형처럼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스케일업 유형'이 두루 포함돼 있다. 한국도 이재명 정부 들어서 중소기업 성장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달 초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 회복을 넘어 성장으로'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Again 벤처붐'과 함께 '중소기업 스케일업'을 강조했다. 한국의 스케일업 정책에는 ▲돈이 되는 연구개발(R&D)에 집중 지원 ▲인공지능(AI) 중심 스마트공장 1만2000개 등 지역 기반 AX 대전환 ▲뷰티·패션등 'K-소프트파워' 전략품목 500개 집중육성 등 수출 다변화 ▲M&A형 기업승계 특별법 제정 추진등 성장 사다리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 등이 포함돼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전 세계는 미·중 무역갈등과 관세전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한편으로는 AI 패권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저성장의 늪과 저출산·고령화라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ICT와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은 '소부장'과 정밀제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때 양국이 경제협력을 확대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AI와 첨단산업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새롭게 도약하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경제 문제만큼은 양국의 정부와 국회, 기업인이 한마음이 돼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선 일본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스마트 머시닝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대성하이텍의 사례가 소개됐다. 최우각 대성하이텍 대표는 "회사는 일본 기업 200곳에 자필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그후 일본의 기술을 습득하며 기초를 다졌다. 특히 정밀해 진입장벽이 높은 스위스턴 자동선반은 일본의 퇴직기술자를 영입해 장인기술을 습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정밀 스마트 머시닝 기술력을 확보, 수출 국가가 7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 측에선 김기문 회장을 비롯한 업종별 중소기업 대표,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과 김원이·박성민 간사,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이혁 주일한국대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일본에선 모리 히로시 회장을 포함해 도도부현별 중기단체중앙회장, 오치 도시유키 경제산업성 정무관, 야마기와 다이시로 중의원, 야마시타 류이치 중소기업청장 등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노용석 차관은 축사에서 "한국과 일본은 기술력, 제조혁신 역량, 인적자원 등에서 각각 뚜렷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 강점들은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연결될 때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양국이 이러한 역량을 결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춘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럼과 별도로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사랑나눔과 함께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을 대상으로 재일동포들에게 필요한 쌀, 된장, 고추장, 라면, 김 등 총 1억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했다. 관련 후원은 매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김이중 단장은 "해당 물품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재일동포 밀집 지역의 1·2세 고령 동포 및 원폭 피해자, 독거 생활자 등 약 1000여 명에게 전달할 예정"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