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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주거용 ESS 시장 키우려면 진입규제 완화해야"

주거용·소규모 상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키우려면 전력 소매판매 시장에 민간기업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일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에서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 사례 및 제도 개선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는 전력 생산량이 많거나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전기를 배터리 등 저장장치에 저장했다가 사용량이 많은 시간 또는 비상시에 공급해 에너지 효율과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이는 설비를 말한다. 한경연은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대규모 ESS 활용에 있어서는 선두국에 속하지만 향후 유망 분야인 주거용·소규모 상업용 ESS 활용도는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독일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의 ESS의 누적 설치 용량(양수발전 제외)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다. 특히 지난 4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화학적 배터리 설치 용량을 기준으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58개 ESS 프로젝트 중 설치용량이 200㎾이하인 가정용·상업용은 8개로 13.8%에 불과했다. 우리와 달리 미국과 독일은 각각 49.9%, 40.4%에 달했다. 송용주 한경연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ESS 설치비용이 많이 들고 소규모 전력소비자의 경우 ESS를 활용한 수익 창출 방안도 마땅치 않아 주로 대규모 민간 사업장이나 전력공기업에서만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가정이나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ESS 활용도를 높이려면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태양광 발전 설비에 ESS를 연계해 설치하면 잉여 전력을 ESS에 저장해 비상시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어 장기간 사용하면 설치비 대비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력 판매시장을 한전이 독점해 민간 중개업자의 시장진입이 어렵다보니 개인이 전력 판매로 수익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통신·건설·금융 등과 융합한 신규 서비스 도입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송 연구원은 "시장 발전 가능성이 큰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을 활성화하는 측면에서도 주거용·소규모 사업장에서의 ESS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와 달리 독일은 전력 소매판매 시장에 민간 기업 진입이 가능해 소규모 전력 중개 사업자를 통한 전력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주거용 ESS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주거용 태양광 설비를 신규 설치할 때 ESS와 연계해 설치한 비중이 2014년 14%에서 2015년 41%로 3배가량 늘었다. 또 일조량이 많은 5월에서 9월까지는 전력의 대부분을 태양광과 ESS가 연계된 시스템으로 조달하는 등 ESS 활용을 통한 요금 절감효과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과 안전을 고려해 지난해 6월 에너지 프로슈머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정부에서 발의 됐으나 전력 소매판매 시장의 민간 진입을 금지하는 개정안과 충돌하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시작될 예정이었던 소규모 전력중개 시범사업은 사업자만 모집한 채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송 연구원은 "독일이 현재 민간 판매기업 1000여개를 통해 소규모 전력 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활발한 거래가 가능한 것은 1998년 전력 발전·판매 사업에 민간 기업 진입을 허용하는 등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 성장 기반이 갖춰졌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독일처럼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2017-04-20 17:00:00 정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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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정경유착의 책임은 결국 직원들의 몫?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해체 압박을 받아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고강도의 쇄신안에 이어 긴축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경유착에 책임이 있는 임원과 직원의 임금삭감 규모 등에서 차이가 크지 않고 구조조정까지 실시하면서 직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19일 전경련에 따르면 전경련은 임원은 40%를, 팀장급은 30%의 임금을 각각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또 2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전경련은 지난달 24일 혁신안 발표에서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원칙에 따라 기존 7본부 체제를 1본부 2실로, 조직 내 팀 수는 23개에서 6개로 축소했다. 또 전경련이 사용 중인 여의도 전경련회관 44~47층 중 44~45층을 외부에 임대하기로 했다. 이외에 자녀 교육비와 명절 상품권 지급 등 복리후생비 폐지, 직원 활동비 중단, 간부 활동비 삭감 등을 시행했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3일부터 전경련과 한국경제연구원 전 직원 18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진행중이다. 희망퇴직이라고는 하지만 위로금으로는 3개월치 기본 월봉에 근속연수 1년당 1개월치 기본 월급을 추가한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간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비판에 직원들도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임원과 직원의 임금 삭감폭에서 차이가 크지 않고 구조조정도 일방적인 통보랑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임금삭감이나 구조조정에 대해 조직이 어렵다는 말 외에는 이렇다 할 설명이 없었다"면서 "이승철 전 부회장 등 임원들이 잘못했는데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이런 상황에 내몰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경련은 직원들의 불만을 인식한 듯 이승철 전 부회장의 20억원으로 추정되는 퇴직금 지급은 일단 보류했다. 이 전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 모금을 주도해 전경련을 해체위기로 몰고 갔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 재정 형편으로서는 이 전 부회장에게 퇴직금을 줄 수도 없지만 전경련 해체위기를 불러온 사람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게 내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존속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력 대선 후보를 비롯해 정치권과 사회단체들은 여전히 전경련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경련의 예산 70%를 충당하던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재정 상황은 극도로 악화됐다.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등으로 버텨보겠다는 계산이지만 잔류 회원사들의 회비 납부도 미뤄지고 있다. 실제 동국제강의 장세욱 부회장은 최근 탈퇴는 안 했지만 연간 회비 납부(5억원)는 보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경련 건물에 입주해 있던 LG CNS도 사무실을 이전할 예정이어서 입대료 수입마저도 줄어들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이제 막 혁신안을 발표한 만큼 지켜보자는 게 중론"이라면서도 "새로운 정부 수립 후 전경련의 기존 이미지 때문에 재계나 산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2017-04-20 06:00:00 정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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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지수 도입 6년, 과제는?

대기업의 상생 노력과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해 계량화한 지표인 동반성장지수가 도입 6년을 맞았다. 기업들은 동반성장지수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반성장 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줄 세우기식 상대평가 방식에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가 동반성장지수 평가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반성장지수에 대한 주요 기업의 인식 및 보완과제 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반성장지수 시행 이후 성과에 대해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은 '대기업의 동반성장 시스템 구축 및 노력 제고'(52.9%)라고 꼽았다. 다음으로는 대·중소기업간 거래질서 개선(29.4%), 정부의 동반성장 지원시책 확대(11.8%) 등을 순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줄 세우기식 평가방식에 대해서는 보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행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가장 보완됐으면 하는 사항으로는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41.2%)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로 꼽혔다. 다음으로 '체감도조사 대상 및 가점 실적인정 협력사에 중견기업 포함'(29.4%), '4등급 발표방식에서 우수 등급 이상만 발표'(17.6%) 순이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대상 체감도 조사문항 중 현행대로 유지해도 무방하다는 문항으로는 '합리적인 협력사 선정·운영 여부', '부당한 대금감액 경험', '산업재해에 대한 부당한 처리요구 경험'에 대해 묻는 질문이 꼽혔다. 반면 협력사에 대한 '복리후생 시설 및 제도 이용가능 여부' '근로조건 및 작업환경 개선노력' '협력사 임직원에 대한 교육·연수·훈련제도 운영여부'를 묻는 질문은 체감도 조사문항으로 부적합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가점 항목 중 유지 응답이 높은 항목은 '성과공유제' '인력개발 및 교류지원' '생산성 향상'이었고, 부적합하다고 응답한 항목으로는 '창조적 동반성장 활동'이 가장 높았다. 배명한 협력센터장은 "동반성장지수 시행이후 지난 6년간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들의 체계 마련과 대-중소기업간 거래질서 개선의 성과가 있었다"며 "앞으로의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의 자발적인 동반성장을 유인하는 방향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1년 도입된 동반성장지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실적평가(100점)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체감도조사(설문조사 100점, 가점 12점)을 5대5로 합산해 매년 4등급(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의 평가결과로 발표된다. 올해는 대기업 102곳, 중견기업 52곳에 대한 평가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2017-04-20 05:50:00 정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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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정거래는 '문화'다.

다소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이긴 하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던 한 중소기업 사장님이 대기업에서 자기 회사를 담당하던 대리와 저녁을 먹은 후 2차로 룸살롱을 갔단다. 그런데 나오면서 계산을 하려고보니 자신의 법인카드가 한도에 걸려 계산이 되질 않더란다. 의아하게 생각한 중소기업 사장은 계산서를 받아들고 놀랐다. 그날 자신이 계산해야 할 돈이 무려 1000만원이 넘는 것을 알고나서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대리가 지금까지 지인들과 와서 먹고, 놀던 것까지 중소기업 사장이 뒤집어 써야 했던 것이다. 그 사장은 울며겨자먹기로 다른 카드까지 동원하고나서야 모면(?)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사업 확장하는 것을 두고 명쾌하게 이유를 내놨다. '자식이 많아서'라고 말이다. 자식과 일가친척이 많다보니 사업을 하나 둘씩 떼어주기 위해 본업뿐만 아니라 이 쪽 저 쪽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대선 레이스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공정한 세상'이 화두다. 거래처가 끊길까봐 터무니없는 술값을 계산해야 했던 사장님, 일감을 주는 기업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납품단가 인하 통보를 받은 하청업체 대표,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으로 장사를 접어야 하는 식당주인, 흑수저로 태어나 자식에게도 흑수저를 물려줄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아빠들이 모두 불공정의 희생자들이다. 대선 주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공정한 경쟁을 위한 다양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경제적인 공정 시장을 만들기 위한 공약만도 공정거래위원회 위상 강화, 일감몰아주기·부당내부거래·납품단가후려치기 등 '갑질' 방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 다양하다. 하지만 제도는 문화를 따라갈 수 없다. 특히 '부정적 문화'라면 제도로도 어쩌질 못한다. 불공정을 자연스럽게 용인하는 문화라면 더욱 그렇다. 기업이 성과만 부추기고, 하청 기업들을 쥐어짜 이익을 늘리고, 일감을 놓고 '갑질'을 하는 것이 문화가 되다보니 사장님에게 술값을 엎는 대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 공정 경쟁을 만드는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대기업 오너들이다.

2017-04-19 19:44:05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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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벤처·창업 활성화에 3년간 10.1조 쏜다.

정부가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해 3년 동안 10조1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창업에 2조원, 성장에 7조4000억원, 회수·재도전에 7000억원 등이다. 하지만 이는 5월9일 대선을 통해 출범할 차기 정부 정책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어서 변동 가능성이 크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벤처·중소기업에 대해 창업, 성장, 회수, 재도전의 성장단계별로 3년간 총 10조1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에 대해 기술력만 검증되면 창업 이전 단계부터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예비창업자에 대한 창업 보증을 확대하고 대학, 공공연구소, 숙련인력에 대해 총 8000억원 규모의 보증, 신용대출 등 특화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벤처·창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논의한 정부는 창업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도 강화키로 했다. 유 부총리는 "창업 7년 이내 기업에 대해 이자유예, 저금리, 신용대출 등 총 1000억원 규모의 창업금융 3종 세트를 도입하겠다"며 "자금 회수와 재도전 단계에서 기업의 어려움이 없도록 세컨더리 펀드를 추가 조성하고 다중채무자의 재기지원절차도 간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소·중견기업이 해외 우수인력을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임금, 능력 등이 일정수준 이상인 고급 전문 외국인력을 선별해 체류 기간 등을 우대 지원할 수 있도록 직종별 비자체계를 개편하겠다"며 "정부초청 장학생에게 발급하고 있는 일 학습 연계 유학비자의 대상을 이공계 우수 유학생까지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과 관련해선 "부당 특약, 대금 미지급 등 중소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하는 불공정 관행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며 "가맹점 필수물품의 가격, 이윤 등을 사전에 공개해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과도한 가격으로 물품구매를 강제하는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의 경기에 대해선 "봄기운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1분기 성장이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고용지표도 우려했던 것보다 나은 모습"이라며 "대우조선에 대한 자율적 채무재조정안이 진통 끝에 통과되는 등 4월 위기설의 진원지로 언급되던 대내외 리스크도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 부총리는 "어려운 결정을 해 준 사채권자와 시중은행, 대우조선 노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사업재편 가속화 등을 통해 대우조선을 근본적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2017-04-19 14:53:46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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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힌 삼성-롯데, 미래먹거리 누가 챙기나

반년에 걸친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발목이 잡힌 재계가 이번엔 재판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53개 기업 가운데 유독 삼성과 롯데에만 뇌물공여죄를 적용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불구속 기소되면서 뇌물죄 관련 재판을 받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오너 공백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는 삼성은 경영정상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장기적인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불구속 기소됐지만 3~4일을 재판 준비와 출석에 할애해야 할 것으로 보이면서 사실상 경영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 사실상의 경영공백 불가피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은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도 여전하다. 검찰은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출연한 것을 뇌물수수로 보고 신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각각 17억원, 28억원을 출연했으며 지난해 5월 말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돌려받은바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70억원 추가 출연이 정식 기부 절차로 진행됐으며, 국가적 관심 사안에 대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관계자는 "2015년 11월 잠실 면세점(월드타워점)이 특허 경쟁에서 탈락했으며 지난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추가 승인 가능성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3월 14일)보다 앞선 3월초부터 이미 언론 등에서 거론돼 온 만큼 독대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이 이번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되면서 경영 공백이 우려된다. 이미 신 회장은 피에스넷 증자 관련 그룹 계열사 동원 건,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한 급여 제공 건 등의 혐의로 매주 이틀 정도를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 이번에 뇌물공여 혐의까지 더해져 앞으로 1년간은 매주 3~4일을 재판 준비 및 법정 출석에 써야한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롯데에 따르면 사드 보복이 계속되면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 손실이 1조원에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중국의 롯데마트 99개 지점의 약 90%가 문을 닫았고 국내 면세점 매출 손실, 롯데 식품 계열사의 중국 수출액 감소 등으로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사드 보복으로 롯데 전체 매출 손실 규모는 2500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도 500억원이나 발생했다. 신 회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해 출국금지가 해제되면 직접 중국에 가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불구속 기소와 함께 출국금지 상태가 유지된다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지주사 전환 및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편도 불투명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재판으로 물리적 시간 제약이 있겠지만 지주사 전환, 투명경영, 사회적 책임 확대 등 개혁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1분기 깜짝 실적에도 '침울' 삼성전자는 1분기 깜짝 실적에도 침울한 분위기다. 사이클 전환이 빠른 IT 산업 특성상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에 힘써야 할 시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부재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공시한 1분기 영업이익(잠정실적)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9조9000억원이었다. 1분기 실적에서 9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8'의 가세로 2분기 흑자 규모는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특히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전자의 M&A(인수합병)와 투자가 멈췄다는 점에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등기이사에 취임하면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차세대 먹거리 사업 발굴에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하만 인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전장사업 후발주자에 불과했던 삼성은 단숨에 전장사업분야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외에도 삼성은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2014년 이후 15개의 해외기업을 사들였다.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기업인 스마트싱스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클라우드 관련 업체 조이언트,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랩스 등을 인수했다. 2015년 인수한 루프페이는 글로벌 IT기업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했던 핀테크 분야에서 삼성페이가 안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울러 지난해 8월 인수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업체 데이코는 북미 프리미엄 가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의 이 같은 M&A와 신사업 추진 등이 모두 올스톱 됐다. 당장 올해 투자 계획도 확정하지 못했다. 삼성이 추춤한 틈을 타 중국·일본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고 이는 곧 삼성의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자칫 낙오될 가능성에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나 M&A 등의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중국과 미국 등의 업체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우리가 지금처럼 주춤한다면 경쟁력을 잃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53개 기업 가운데 유독 삼성과 롯데에만 뇌물죄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계속된 국내 대표 기업 총수에 대한 수사로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훼손뿐 아니라 경제적 파장도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2017-04-19 06:00:00 정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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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관련, 한국 노동법과 시스템 점검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일자리 변화에 맞춰 우리나라의 노동법제도와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 김기선 연구위원 18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독일의 Arbeit 4.0 논의와 시사점' 연구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화에 따른 노동의 변화를 '노동 4.0(Arbeiten 4.0)'이라 칭하고, 디지털 세상에서 노동의 미래상을 재정립하는 동시에 이를 위한 새로운 규율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노동 1.0(Arbeiten 1.0)'은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초기의 노동체계를, '노동 2.0(Arbeiten 2.0)'은 대량생산체계가 시작되는 시기의 노동형태를 의미한다. '노동 3.0(Arbeiten 3.0)'은 1970년대 이후 사회적 시장경제가 공고하던 시기의 노동형태를 뜻한다. '노동 4.0(Arbeiten 4.0)'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디지털화·유연화를 특징으로 하는 노동체계를 지칭한다. 그는 "우리나라도 현재의 노동 관련 법제도 및 시스템이 '노동세계의 디지털화'에 무난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것인지에 관해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 시급히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디지털화에 따른 노동의 변화와 과제를 '일자리, 일하는 방식, 안전보건, 고용형태'의 4가지 측면으로 제시했다. 첫째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업훈련·직업능력향상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며, 둘째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시간법체계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셋째 원격근로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방안과 정신건강 관련 안전보건 이슈가 부각되며, 넷째 플랫폼 이코노미의 확산으로 고용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라 종래 특수형태종사자 보호 논의가 재현될 것이라고 보았다. 김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시대로의 진입은 노동에 있어 큰 변화를 줄 것"이라며 "우리는 디지털화에 따른 변화에 적절히 대처함으로써 세계적인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디지털화로 인해 노동에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오로지 일하는 사람의 부담이나 희생을 바탕으로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준 경총 노동법제연구실장은 "디지털화는 디지털 홈 워킹 등 원격근로의 확산을 더욱 촉진할 것이고, 노동이 이런 변화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연동되어 변화해나가려면 무엇보다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 노동법제연구실장은 "노동 4.0과 관련해 '근로자 보호'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요구와 '일하는 방식의 유연화'에 중점을 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화 시대에 기업들이 도태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직업훈련 효율화, 인사관리 유연화를 위한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2017-04-19 05:29:14 정은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