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그룹, 오너 鄭씨 부자 회사간 일감몰아주기 '빈축'
父 회사 삼표산업, 子 회사 에스피네이처 제품 비싸게 구입…부당 지원 공정거래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16.2억 부과…삼표산업 고발 결정 에스피네이처, 그룹 승계 핵심 계열사 부상…정 부회장에 대규모 배당도 삼표그룹이 오너 부자간 일감몰아주기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그룹 회장이자 부친인 정도원 회장과 계열사 대표인 아들 정대현 부회장이 각각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부당지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과 고발을 당하면서다. 정 회장은 삼표 창업주인 정인욱 회장의 차남, 정 부회장은 3세다. 정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기아그룹 회장의 장인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인 삼표의 계열사 삼표산업이 에스피네이처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16억2000만원(잠정)을 부과하고 삼표산업을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삼표그룹은 올해 기준 자산 총액 약 5조2000억원, 총 33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레미콘을 제조하는 삼표산업은 레미콘 제조에 필요한 분체인 슬래그파우더(Slag Power), 플라이애쉬(Fly Ash)를 에스피네이처로부터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4년간 국내 거래 물량의 7~11%에 이르는 많은 양을 시세보다 4% 비싸게 구입, 결과적으로 부당하게 지원했다. 이를 통해 에스피네이처는 정상적인 공급단가로 거래했을 때와 비교해 74억9600만원의 추가 이윤을 얻은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에스피네이처는 삼표산업이 이들 분체를 고가에 구입해가면서 관련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25~27%)을 유지하는 등 사업기반을 인위적으로 유지·강화할 수 있었다. 에스피네이처는 3세인 정 부회장이 71.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분체 시장 거래규모는 약 1040만톤(t)으로 추산된다. 다만 2017년 이후 건설경기 악화로 레미콘 생산규모가 줄어듬에 따라 분체 거래물량도 감소 추세다. 삼표산업은 2022년 매출액 기준으로 유진기업(점유율 15%)에 이어 국내 2위(14.6%)의 레미콘 제조사이자 대규모 분체 수요기업이기도 하다. 삼표산업은 정 회장이 30.33%, 정 부회장이 5.2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자기주식 44.73%, 에스피네이처가 18.23%를 갖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2013년 에스피네이처를 설립한 후 다수의 계열사를 흡수합병했고, 이에 따라 에스피네이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에스피네이처를 삼표그룹의 모회사로 만들고 2세에서 3세로 이어지는 승계 과정에서 핵심 회사로 활용하는 게 목적이었다. 게다가 에스피네이처는 보유 자금을 바탕으로 삼표, 삼표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늘리고 매년 정 회장에게 배당금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피네이처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약 406억원으로, 이 가운데 76.6%인 311억원이 정 회장에게 돌아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부당지원이 없었더라면 형성됐을 정상가격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경제분석을 활용한 최초의 사례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연구센터와 협업해 정상가격과 부당지원금액을 산정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또한 민생과 밀접한 건설 원자재 분야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 분체시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게 이뤄진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해 제재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