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 사례속 세계 1~2위 韓 기업들 어디?
고영테크놀러지, 바텍, 제우스 등 관련 분야 1위
코맥스, 유진로봇, 바디텍메드 등 1위 바짝 추격
'3차원 납 도포 검사기 세계 1위 고영테크놀러지, 전산화 단층 X선 촬영장치 세계 1위 바텍, 로봇청소기 세계 2위 유진로봇….'
최근 정부가 천명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에 언급된 세계일류상품 제조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이름이다.
정부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통해 지난해 기준 573개인 세계일류기업 숫자를 2030년까지 1200개로 늘리고, 16%인 신산업·신품목 비중도 같은 기간 30%로 올리는 등의 노력을 통해 '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해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6000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했던 한국은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에 이어 6대 제조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 세계일류상품을 만들고 있는 이들 한국기업은 어떻게 글로벌 1~2위 반열에 올랐을까.
23일 중소·벤처·중견기업계에 따르면 20년 가까이 로봇을 연구하던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는 45세에 창업한 늦깎이 벤처기업가다. 2002년 자본금 10억원으로 회사를 세운 그는 "세상에 없는데 현장에선 가장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자"며 연구에 집중했다. 그러다 1년여 만에 세계 최초로 3차원 납 도포 검사장비를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의 2차원 검사장비에 비해 불량률이 70% 감소했고 생산성은 더욱 극대화하는 등 전자제품 생산라인에 혁명을 가져왔다.
고영테크놀러지의 주력제품인 3차원 납 도포 검사장비와 3차원 부품실장 검사장비는 모바일, 자동차 전장, 의료, 군수, 항공, 컴퓨터, 서버 등 전자제품 제조 현장에서 두루 사용하고 있다. 고영이 선보인 이들 3차원 검사장비는 13년째 세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고 대표는 "지금은 인공지능(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고영은 현재 3차원 측정기술을 바탕으로 수술용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세계 최초로 AI 기반의 치과 진단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바텍. 바텍은 1992년 당시 직원 30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초기에 아이템으로 잡았던 산업용 엑스레이 장비는 창업 후 10년간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대안으로 찾은 것이 치과용 엑스레이 분야다.
2003년 당시 국내 최초로 디지털 파노라마 장비를 개발에 성공한 바텍은 현재 치과용 '디지털 X-레이'로 현재 글로벌 덴탈 이미징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치과 체인 등 세계 90여 개국에 유통망을 확보하며 유럽, 북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218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직원은 330명을 훌쩍 넘어섰다.
로봇청소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유진로봇은 글로벌 브랜드인 미국 아이로봇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유일한 회사다.
1988년 당시 유진로봇을 설립한 신경철 회장은 초기엔 산업용 로봇에 집중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산업용 로봇 수요가 급감하자 유아교육로봇, 청소로봇 등 개인 서비스 로봇 분야로 발빠르게 전환했다.
이후 유진로봇은 청소 로봇뿐만 아니라 홈 로봇, 군사용 로봇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청소로봇 아이클레보는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이 15~20% 정도로 추정된다. 유진로봇은 2017년엔 독일의 글로벌 기업인 밀레사로부터 5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 비디오 도어폰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맥스. 코맥스의 비디오 도어폰은 현재 전 세계 130여 개 국가에서 팔리고 있다. 연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직원의 25%가 연구인력으로 구성돼 있을 정도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알로에베라 음료 제조회사 오케이에프, 평판디스플레이(FPD)용 플레이형 열처리 장치를 생산하는 제우스 등이 세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중견기업들이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에 대한 논평에서 "정책 효과는 타이밍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5조원으로 확대되는 기업구조혁신펀드, 50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 특별보증 프로그램, 중소·중견기업 대상 3년간 10조원 규모 산업구조 고도화 프로그램 등을 신속히 가동해 신사업 발굴, 사업 재편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해야한다"면서 "무엇보다 기업 현장의 실질적인 수요를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도록 업계와 소통을 강화하고, 다양한 자금을 포함한 정책 지원이 효과와 무관한 '집행' 자체로만 그치지 않도록 정책 대상 기업군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성장 가능성까지 면밀히 검토해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