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業)을 업(UP)하다]외국인 근로자 정책, 지속 가능 경제위해 대전환 '절실'
단기·중장기 대책 마련해야…파견국서 백신 우선 접종 필요 접종 전제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門 추가 열어 수요 충족해야 생산성, 내국인 대비 최소 80% 위해 3개월 수습기간 더 늘려야 현지서 기술·언어 교육 강화해야 국내 적응기간 단축 효과 커 최저임금은 같더라도, 산입범위 조정통해 기업 비용 낮춰야 *자료 : 통계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 현장만을 생각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들여오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 인력 입국이 방역에 우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내에서라도 운용의 묘를 살려 코로나19로 침체된 제조업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더욱 긴 안목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정책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가깝게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폭발적 소비로 제조업도 활기를 뛸 시기에 사람이 없어 공장을 제때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엄습하고 있다. 14일 현장 목소리와 전문가들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 문제에 대한 단기적, 중장기적인 해법을 살펴봤다. ◆개별 나라, 파견 근로자에 백신 우선 접종해야 우선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용허가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용허가제란 인력난이 심각한 중소기업 등이 매년 도입인원 한도내에서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기업에 고용허가서를 내주는 것을 말한다. E-9 외국인 근로자들은 주로 중소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것 외에도 농축산업, 건설업, 어업 등에 종사할 수도 있다. E-9 비자를 받아 들어오는 외국 인력은 기본 3년을 포함해 통상 4년10개월간 한국에서 일한 뒤 본국으로 돌아간다. 성실근로자는 일정 기간이 지난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일을 할 수도 있다. 정부는 매년 외국인 근로자 도입 쿼터를 정한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진 연간 쿼터가 5만6000명이었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4000명 적은 5만2000명으로 줄었다. 제조업 등 중소기업 현장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늘 외국인 근로자만 바라고 있다. 수요는 많지만 쿼터를 정해 공급을 제한하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게 문제다. 게다가 실제 입국하는 인원은 이 쿼터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특히 지난해, 올해와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선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인력 공급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비전문취업(E-9) 쿼터가 5만6000명이었던 2019년엔 실제론 5만1365명이 입국했다. 지난해 입국 입원은 당초 도입 쿼터의 11.9%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4월 중순께 외국인 근로자들의 체류 및 취업활동 기간을 1년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해외로부터 신규 인력 공급이 힘든 만큼 기존에 들어왔던 인력을 좀더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E-9 비자 발급 외국인 근로자 뿐만 아니라 방문취업(H-2) 비자까지 포함한 것으로 정부는 대상 인원이 약 7만명에서 1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치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1년 연장 혜택을 받은 이들과 유예없이 4년10개월이 끝나는 인원이 향후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도 큰일이다. 코로나19가 끝나 왕래가 정상적으로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노동자 쿼터는 기존대로 묶어놓고, 유예 인력과 만기 인력이 같은 시기에 본국으로 돌아가면 현장에선 두 배의 인력 공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막힌 외국인 근로자 입국문을 최소한이라도 열어 제조 현장의 인력 숨통을 조금이라도 트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고용노동부 e-고용노동지표에 따르면 2019년 당시 22만3000명에 육박했던 외국인 근로자(E-9) 근무인원은 지난해 5월엔 20만3208명으로 줄어들더니 이후 꾸준히 감소해 올해 5월에는 16만3516만명까지 감소했다. 입국길이 막혀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줄고, 코로나19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은 늘어나면서다. 지난 5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국가별로 네팔,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등의 순으로 많다. 중기중앙회 손성원 외국인력지원부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캄보디아 입국을 시작으로 올해에도 태국, 베트남 등 5개국 근로자들 입국이 추가로 허용됐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많은 네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면서 "각 나라별로 백신 접종 여건이 다를 수 있겠지만 해당 국가에서 백신을 접종한 근로자에 한해 우선적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국가간에 협의를 한다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백신을 접종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격리 해제 여부는 방역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생산성 위해 수습 기간 늘리고, 기술·언어교육 집중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오는 2027년 375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급격히 감소해 2047년엔 2562만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결국 제조업 뿐만 아니라 농업, 어업 등 생산 현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내국인 외에 더 많은 외국인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과 기업의 비용이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5월 중소기업 589곳을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와 같은 업무를 하는 내국인 근로자와의 생산성 수준을 비교, 조사한 결과 3개월 미만은 64.4%, 3~6개월은 75.7%, 6개월~1년은 86.3%, 1~2년은 92.6%로 각각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가 최소 6개월 이상은 돼야 내국인 생산성의 80% 이상을 따라온다는 것이다. 현행 3개월인 외국인 근로자 수습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려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 기간 임금도 10~15% 삭감해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춰야한다는 것이다. 영남대 경영학과 윤정현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 장벽"이라면서 "현행 3개월인 수습기간을 최소한의 언어 소통이 되고, 일정 정도 수준의 생산성 확보도 가능한 시기까지 늘리되 이 기간 동안 기업, 중소기업단체, 직업훈련기관 등이 힘을 모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직무역량이나 언어교육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책을 펴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내·외국인에게 똑같이 적용하고 있는 최저임금 문제도 생산성과 비용 문제를 감안하면 외국인 근로자에 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성과수당, 휴가비, 숙식비, 현물급여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는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고, 두바이를 포함한 아랍에미리트(UAE)는 근로자 국적의 경제 상황에 맞게 임금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외국인을 고용하면서 산재보험이나 의료보험, 퇴직금을 주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나라의 근로자에 대해선 국민연금(근로자 월급의 4.5%를 회사가 부담)까지 내줘야한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이들은 한국을 떠날때 그동안 낸 연금까지 타간다. 이건 바뀌어야한다. 또 기업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필요한 숙소 마련 등 추가로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거래처 눈치 때문에 납품가격은 제대로 올릴 수 없다. 이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