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축 기조' 왜? 나라빚 내년 1134조…적자 GDP 3% 이내로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편성된 내년 예산안은 639조원,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총지출액(679조5000억원) 보다 대폭 삭감된 규모다. 정부가 내년 지출 예산안을 전년도 총지출보다 줄여 편성한 것은 13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판 뉴딜 등 5년 간 이어져온 예산 사업 24조원을 삭감하는 지출 구조조정도 단행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확장 재정 기조를 긴축 재정으로 전환, 허리띠를 졸라매 1000조 이상 불어난 나랏빚을 줄이고, 재정건정성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639조원 규모의 '2023년 예산안'을 심의, 확정했다. 예산안은 다음 달 2일 국회에 제출한다. ◆'확장재정'에서 '긴축재정'으로…전년 총지출보다 40조 줄여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은 639조원으로, 지난해 본예산 대비 5.2%(31조4000억원)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총지출 증가율이 본예산 기준 연 평균 8.7%였던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해인 2017년(3.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편성된 두 차례의 추경 예산을 포함한 총지출액(679조5000억원)과 비교해도 40조원 가량(6%) 줄었다. 정부 예산안이 전년도 총지출보다 줄어든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긴축 재정 기조로의 전환을 선언한 윤 정부는 올해 5.2%인 총지출 증가율을 단계적으로 4%대까지 낮춰 재정을 운용할 계획이다. 내년도 총수입은 625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13.1%(72조4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총수입 중 내년 국세수입은 올해 본예산 대비 16.6%(57조1000억원) 늘어난 400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내년에도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아져 적자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국가채무(나라빚)는 내년 1134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는 약 24조원 규모로 재정 지출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예산안 편성 시 통상 재량지출 중심으로 10조원 안팎을 구조조정하는데 이번에는 2배 이상으로 늘렸다. 이는 총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가용한 재원을 최대한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의 주력 사업이었던 한국판 뉴딜과 노인 공공 근로 등 직접 일자리 사업, 지역화폐 사업 등이 구조조정 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까지 관리재정수지 2%대, 국가채무비율 50% 이하 관리 이처럼 정부가 긴축 재정으로 돌아선 데는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등 확장 재정 기조 속에 나라빚이 1000조원 넘게 불어난데다 최근 고물가에 환율 급등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면 재정건전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물가 속에서 경기둔화 우려와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러한 불확실성 하에서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판인 재정의 건전성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5년간 본예산 기준으로 보면 2018년 7.1%(428조8000억원), 2019년 9.5%(469조6000억원), 2020년 9.1%(512조3000억원), 2021년 8.9%(558조원), 2022년 8.9%(607조7000억원) 등 연평균 8.7% 증가율을 유지해 왔다. 덩달아 국가채무와 국가채무비율도 급증했다. 2018년 680조5000억원(35.9%), 2019년 723조2000억원(37.6%), 2020년 846조6000억원(43.8%), 2021년 965조3000억원(47.3%), 그리고 올해 1068조8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면 적자폭을 2% 이내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법제화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4.4%에서 -2.6%(58조2000억원)로 개선한다. 이어, 재정준칙에 따라 오는 2026년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중반대, 국가채무비율은 50% 중반 이내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은 2023년 49.8%, 2024년 50.6%, 2025년 51.4%, 2026년 52.2%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건전 재정을 목표로 재정운용방침을 짠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속되는 고물가에 지출 여력을 더 줄일 수 있을지,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한 재정은 어떻게 마련할지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전 재정학회장)는 "그동안 방만 재정을 중단하고, 건전 재정이란 방향성을 들고 나온 것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고물가 속에 세입 확충 방안이 보이지 않고, 저출산, 연금개혁 등 장기적 과제에 대한 재정 대응책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