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차이니즈 월 대폭 완화…'업' 단위에서 '정보' 단위로
앞으로 금융투자회사의 정보교류 차단기준(차이니즈 월)이 '업 단위'에서 '정보 단위'로 전환된다. 위탁이 제한됐던 금융투자업 핵심업무도 필요 인가·등록을 받은 자에게 위탁할 수 있게 된다. 금융투자회사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IT기업 등 혁신기업에 대한 협업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차이니즈 월 규제는 기업 내 정보교류 차단장치로, 금융투자회사가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규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회사의 규모와 업무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법령에 따라 대상과 방식을 규정해 회사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 영업행위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김정각 자본시장정책관은 "형식적 규제가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어,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투자업 규제를 개편하게 됐다"며 "사전보고 원칙을 사후보고 원칙으로 전환해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먼저 차이니즈 월 규제의 '업 단위' 규제를 '정보 단위' 규제로 전환한다. 기존업무에서 발전된 새로운 업무 수행 시 허용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고유재산운용업, 투자매매업 등으로 나눠 정보를 차단하던 것을 '미공개 중요정보'와 '고객자산 운용정보'로 구분해 정보를 차단한다. 미공개 중요정보는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기 전의 정보를 말한다.
예컨대 현재 증권회사의 리서치센터의 경우 이해상충업무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정보교류 차단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리서치센터에서 미공개 중요정보가 발생하면 차이니즈 월 설치를 해야 한다.
김 자본시장정책관은 "정보교류 차단이 필요한 경우가 보다 포괄적으로 규정돼 차이니즈 월 적용대상 부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규제 형식에 대한 세부사항도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했다. 법령에서 정보교류를 차단해야 할 대상, 행위 규제, 예외사항을 규정하기보다 필수원칙만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또 외부와의 정보교류 차단을 위한 내부 통제기준은 의무화하되 구체적 운영방식은 자율규제 형식으로 전환한다. 임직원의 겸직제한은 금융회사 지배 구조법상 규제수준으로 완화한다.
아울러 금융위는 금융투자업자의 업무위탁 범위를 확대한다.
현재 금융투자업은 타 업권과 달리 인가와 등록업무와 같은 필수업무를 핵심업무와 비핵심 업무로 구분해 위탁이 제한됐다.
이에 따라 핵심업무와 비핵심 업무를 폐지하고, 기존에 핵심업무로 분류됐던 업무도 위탁을 허용한다.
또한 핀테크 등 IT업체와의 협업이 증가하고 있는 경영환경을 반영해 핵심업무의 경우 관련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가 등록을 받은 자에게 위탁도 가능토록 했다. 김 자본시장정책관은 "향후 업무 위탁 상황 등을 감안해 장기적으로는 핵심업무의 범위를 법령에서 나열하지 않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상반기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법안 통과 시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정비한다. 또 새로운 차이니즈 월 규제가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오는 6월 TF를 구성해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내부통제기준 표준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