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th 창간기획]3% 경제성장률 이젠 남의 일?…저성장 고착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잇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한국 경제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내려잡았다. 이는 정부가 목표한 잠재성장률(2.6~2.7%)이나 한국은행(2.5%), IMF(2.6%)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세계경제 둔화, 교역 감소 등의 영향으로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됐고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노동생산성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3%로 OECD 22개 회원국 중 최하위였다.
주요 기관들은 재정정책 확대와 금리인하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정책당국은 경제성장률이 2분기 들어 개선될 것이라며 여전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 줄 잇는 韓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OECD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0.2%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11월 2.8%에서 지난 3월 2.6%로 내린 후 두 달 만에 또다시 내려잡은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주요 국제기구, 신용평가사 등도 마찬가지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3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낮췄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도 2.5%에서 2.4%로 하향했다. 또 일본 노무라증권(1.8%),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1.8%), 네덜란드 ING그룹(1.5%) 등 IB들은 아예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대폭 낮췄다. 국제사회가 한국경제 상황을 얼마나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OECD는 한국을 제외한 상당수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거나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월 전망치(2.6%)보다 상향된 2.8%로 제시했고, 유로존 전망치도 1.0%에서 1.2%로 올렸다. 독일(0.7%)과 프랑스(1.3%)는 3월 전망치가 유지됐다. 영국은 0.8%에서 1.2%로 올라갔다.
아시아권 국가들은 성장률 전망치가 유지 또는 하향됐다. 중국은 지난해 3월 제시된 6.2%가 유지됐다. 인도도 3월 전망치(7.2%)가 유지됐다. 일본은 3월 전망치(0.8%)에 비해 0.1%포인트 낮은 0.7%로 조정됐다.
국내기관의 전망도 OECD와 다르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인 KDI에 이어 한국금융연구원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내려잡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7%에서 2.5%로 전망을 낮췄다.
◆ 왜 한국만 낮아질까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등 세계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는 분위기지만 한국만 유독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 한국의 올해 1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0.34%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3%) 이후 41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22개국 중 '꼴찌'다.
OECD는 글로벌 교역 둔화 등에 따른 수출 감소, 제조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투자 및 고용위축 등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 중반 정점을 찍은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현저히 낮은 노동생산성도 문제였다.
OECD는 올해 연간 수출이 4.5% 증가할 것으로 봤으나 이번 전망에서는 0.5% 감소할 것으로 수정했다. 투자를 보여주는 총고정자본형성은 -2.4%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투자부진 여파로 수입 증가율 전망치도 3.1%에서 -1.4%로 하향 조정됐다.
OECD는 "한국 경제는 2018년 중반 정점을 찍은 반도체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글로벌 교역 둔화 등에 따른 수출 감소, 제조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KDI도 최근 우리 경제가 투자 위축을 중심으로 내수의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반도체 경기 호황이 지난해 이후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올해 들어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의 가장 큰 요인은 당시 예상한 것보다 대외경제 상황이 빠르게 둔화하면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진 데 있다"면서 "우리 경제의 전반적 경기가 수출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 낙관하는 정부…"재정정책 확대, 금리인하 필요"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경기 회복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은은 추경 집행 등 재정지출 확대와 하반기 세계경기 회복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2분기 들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대외 여건이 부진하고 지방재정 등 재정 집행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2분기에는 거시적으로 확장적인 기조를 가지고 있고 기획재정부도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도 "민간부문 성장기여도, 추경효과를 비롯한 정부 기여도, 하반기 글로벌 경기개선 전망 등을 감안하면 연간 2.5%의 성장경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술적으로 보면 2분기에는 1.2% 이상, 3분기와 4분기 0.8~0.9% 성장률을 유지해야 연 2.5%가 가능하다. 그러나 세계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Brexit), 국제유가 등 대외 환경이 녹록치 않다.
주요 경제기관들은 빠른 추경편성은 물론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정책공조로 경기를 부양할 것을 주문했다. 재정정책 확대에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정책공조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욱 실장은 "최근 경제상황을 판단했을 때 여러 위험요인이 산재한 상황이기에 2분기 성장률이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금리인하를 포함한 적극적 툴(수단)을 시행하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2019년 1분기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재정집행 속도를 높이고 추경 역시 신속히 처리해 그 효과가 연내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인 성장 지원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