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기자수첩
기사사진
[기자수첩]대학만 바라보는 진로교육…직업교육부터 살려야

서울시교육청이 2일 발표한 '서울학생 진로·진학 지원 강화 계획'은 입시 불안과 사교육 의존이 커진 현실에 대응해 공교육의 진로·진학 지원 기능을 넓히겠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진로·진학 상담 인력을 늘리고, 고교학점제에 맞춘 진로 설계를 돕는 등 학교 안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번 계획의 배경에는 대학 진학에 편중된 진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정근식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핀란드의 직업계고교 진학 비중이 40%대인 반면 한국은 10%대에 머물러 있다고 짚었다. 이는 핀란드에서는 대학 외 진로가 실제 선택으로 작동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선택이 대학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진로교육이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교는 진로를 말하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끝내 묻는 것은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느냐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서울시교육청도 직업교육 경로를 넓히는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서울학생 직업교육 계획(가칭)'도 마련 중이다. 학생들이 직업계고를 찾아가 직업교육의 특성을 체험하는 방안이 담겼다는 게 시교육청 설명이다. 방향은 맞다. 다만 단순 홍보나 체험 확대에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다. 대학 진학에 편중된 구조를 바꾸려면 직업계고와 직업교육 경로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직업계고를 '차선책'이 아니라 하나의 경쟁력 있는 경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존의 직업 서열이 더는 절대적이지 않다.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직업도 기술 변화에 따라 재편되고, 유망 학과와 직종의 선호도도 빠르게 달라진다. 그래서 공교육은 학교나 학과 선택에 따른 특정 진로를 정답처럼 제시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변화 속에서 선택하고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한국 공교육 체계도 이런 방향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진로교육은 입시 상담의 부속물이 아니라 독립된 교육이어야 한다. 결국 진로교육을 살리는 일은 상담 인력을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대학 진학에 편중된 구조를 바꾸겠다는 문제의식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려면, 직업계고와 직업교육이 공교육 안에서 분명한 진로 경로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핀란드의 40%대와 한국의 10%대 격차가 보여주는 것도 결국 그 점이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6-04-02 15:15:20 이현진 기자
[기자수첩] 서학개미 유턴 '머뭇'…RIA에 붙은 '물음표'

"5월 안에 국내시장복귀계좌(RIA)로 미국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을 사면 세금이 없다는데 맞나요? 그런데 환율도 높고, 지금 팔면 손해 아닌가요." 최근 증권사 고객 상담에서 반복되는 질문이다. 환율 안정을 위해 도입된 RIA 계좌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자금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들며 고환율 고착화 우려가 커지자,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책임론도 제기됐다. 해외주식 매수를 위한 달러 수요가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는 시각이다. 이에 정부는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로 자금을 돌리면 세제 혜택을 주는 RIA를 내놨다. 개인 투자자의 달러 수요를 낮춰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친다. 출시 일주일 만에 계좌는 약 5만7000개로 늘었지만, 실제 유입 자금은 3300억원에 그쳤다. 해외주식 보관액이 200조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0.15% 수준에 불과하다. 계좌는 늘었지만 돈은 움직이지 않는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 주식 매도에 신중하다. 수익률과 환율, 재진입 시점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립식으로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에게 RIA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미국 증시 조정에도 낙폭이 제한적인 종목이 적지 않고,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도 변수다. 여기에 국내 증시 역시 변동성이 커 자금을 옮길 뚜렷한 대안이 부족하다. 결국 정책과 시장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 셈이다. 투자자는 세제 혜택보다 타이밍을 우선하고, 자금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 형국이다. 아쉬운 건 RIA의 설계다. 현행 제도는 특정 시점까지 매도와 1년 보유를 동시에 요구하는 '기한 집중형' 구조로, 투자자에게 한 번에 큰 결정을 강요한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오히려 자금 이동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된다. 보유 기간에 따라 공제 혜택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행처럼 1년 보유를 전제로 최대 혜택을 주는 단일 구조는 개인투자자로 하여금 진입 부담을 키운다. 최고 한도는 유지하되 일정 기간 이상의 중기 보유 구간(예를 들어 6개월 기준 2000만원 등)을 두고 혜택을 나누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실제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제 혜택은 마련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혜택의 크기가 아니라,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납득할 수 있는 구조다.

2026-04-01 15:21:07 허정윤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 AI반도체 호황 속 엇갈린 산업 온도

인공지능(AI)이 산업계의 표정을 바꾸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운 반도체 업계는 수년 만의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AI 메모리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과 투자 확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반도체로 쏠리는 이유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올해 9750억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업황 개선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되고 있는 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할 문제다. AI 서버 증설과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는 분명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같은 흐름이 산업 전반의 경기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PC와 모바일 등 전통 수요처는 여전히 약한 흐름을 이어가며 업종별 회복 속도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 소비자와 연결된 업종은 여전히 전방 수요 둔화와 원가 부담에 직면해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반도체 기업 실적에는 호재지만, 완제품 업체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역시 변수다. 여기에 애플과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원가 절감과 현지 조달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전자·부품업계는 수요 둔화와 공급망 변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수요 지표도 아직 완연한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부담이 소비 수요를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에도 교체 수요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 업계에서는 소비 위축과 제품 가격 부담이 맞물리며 수요가 보급형과 중고·리퍼비시 제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곧바로 전자 소비 시장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AI 반도체와 직접 연결된 일부 영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산업 생태계의 회복 속도에는 여전히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숫자의 개선과 현장의 체감 경기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론의 확산보다 냉정한 점검이다. HBM 호황이 산업 전반의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특정 분야에 국한된 국지적 호황에 머물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AI가 만든 봄기운 속에서도 산업 생태계 곳곳에는 여전히 온도차가 남아 있다. /구남영기자 koogija_tea@metroseoul.co.kr

2026-03-31 16:08:43 구남영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 정의선 회장의 '깊은 성찰' 의미…팰리세이드 리콜 반면교사 삼아야

'깊은 성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로 내놓은 키워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까지 판매량 기준으로 4년 연속 세계 3위 영업이익률은 2위를 기록했다. 이는 1986년 포니 엑셀로 세계 무대에 첫 발을 내 딛은지 40여년 만에 이룬 성과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은 '깊은 성찰'을 강조하며 성공에 안주했다가는 미래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임직원들에게 제품 기획과 개발 과정에서 타협은 없었는지, 품질은 당당한지 스스로 묻고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 현대차그룹의 모습을 보면 불안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브랜드 현대차그룹의 플래그십 모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저에 이어 이번에는 팰리세이드가 안전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차량의 문제를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리콜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리콜 대상 차량은 2026년형 팰리세이드 리미티드와 캘리그래피 트림 등 총 6만8500대 규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시트 구조 및 센서 오작동 문제가 사고로 이어지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문제는 팰리세이드에서 그치지 않았다. 북미 시장서 돌풍을 일으킨 기아 텔루라이드도 동일한 문제로 리콜을 실시한 것이다. 두 모델 모두 양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현대차그룹이 브랜드의 '자존심'인 최정상급 모델에 대한 열정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는 현대차, 기아가 판매하고 있는 라인업(60여종)이 10년여 만에 많이 증가한 부분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차는 과거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투싼, 싼타페에서 현재 아반떼N, 캐스퍼, 베뉴, 코나, 팰리세이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아이오닉 9, 캐스퍼 일렉트릭, 넥쏘 등이 추가되며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부분변경과 완전변경 출시 기간도 과거보다 단축됐다. 다양한 차종을 개발하고 신차 출시에 쫓기면서 품질까지 확보하는 건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대차와 기아 뿐만 아니라 부품을 개발하는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 등 핵심 부품 계열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브랜드 신뢰를 먼저 확보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다.

2026-03-30 16:24:05 양성운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 소액대출 시장의 두 얼굴

"고작 몇십만원을 빌리기 위해 이 사람이 차를 담보 잡히고 내는 금리가 어느 정도인지 아십니까. 19%대에요." 한 업계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누군가는 당장 30만원이 없어 이를 빌리기 위해 차를 담보로 내놓는다. 다른 누군가 역시 100만원을 빌리기 위해 차담대를 시행한다. 그들이 내는 금리는 19%대다. 법정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자동차담보대출(차담대)은 '대출 중에서도 최후의 수단에 가까운 상품'이다. 집도, 신용도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차량을 담보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차담대 수요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차만 맡기면 다행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고금리다. 지난해 법정최고금리에 가까운 대부업을 중심으로, 저신용자 대출 공급액만 3000억원이 늘었다. 고금리 업권의 대출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대출의 질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아했다.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휴대폰 터치 몇 번으로 "몇십만원 벌었다", "몇십만원어치 주식을 샀다"는 말이 쉽게 오가는 시대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그 몇십만원이 없어 차량을 담보로 잡히고, 높은 대출 이자를 내고 있는 현실이 공존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고금리 소액 대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겉으로 이어진 듯하지만, 실상은 단절된 두 세계다. 차담대를 시행하는 취약차주 중에서 정말로 공과금을 낼 돈 조차, 생활 자금 조차 한 푼도 없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자산을 다 처분해도 빚을 갚지 못하는 고위험 가구가 49만가구를 넘어섰다. 양극화다. 금융 자산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두 세계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실제 최근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경제주체 간 이질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양극화의 폐단이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신호다. 단순 지원, 단순 금리 깎아주기 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더 근본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될 때다.

2026-03-29 14:16:13 안재선 기자
[기자수첩]디지털금융과 소비자 불신

디지털금융은 여느 때보다 활성화됐다. 개인 간 현금 거래는 모바일 환경이 주가 됐고, 명절 용돈도 간편 결제 앱의 송금 기능을 활용한다. 지난해 민생지원금은 간편결제 앱을 통해 지급됐으며, 일부 지자체는 지역상품권을 디지털 상품권으로만 유통하고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발급 받을 때면 상담원이 실물 카드가 필요한 지 되물어온다. 디지털금융은 활성화됐지만 사용자의 신뢰는 두텁지 않다. 아날로그 금융에서 디지털금융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금융사고가 수시로 발생해서다. 바로 지난 달에는 모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벤트 보상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오지급했고, 이번 달에는 모 간편송금 앱 내에서 환율이 절반 수준으로 잘못 적용돼 환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비자의 불신은 금융기관의 평판 저하로 이어진다. 지난 24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모 인터넷전문은행에 예치한 수천만원이 동의 없이 이체됐다는 허위 제보가 확산됐다. 해당 은행은 해당 제보 내용이 허위 사실임을 명시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해당 내용은 하루 만에 200만 명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예금을 해지한 '인증'도 다수 올라왔다. 게시물은 조회수를 통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 허위 게시글이었지만, 해당 내용에 동조한 누리꾼들은 해당 은행의 계열사에서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를 이유로 불신을 퍼뜨렸다. '아날로그금융'에서 '디지털금융'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금융은 신뢰를 전제로 한 산업이다. 소비자는 금융기관을 믿고 자산을 맡기고, 금융기관은 맡은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소비자가 금융산업에 요구하는 기준이 특히 높은 이유다. 금융기관에는 예측 가능하며, 예방 가능한 금융사고를 최소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디지털금융은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내부 업무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직원이 맡았던 업무가 AI에게 넘어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이미 단순 입·출금이나 상담 업무에 AI를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대출심사나 이상거래 감지 등 금융사고에 취약한 부분에도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금융사고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데 드는 비용은 신뢰를 지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비싸다. 최근 소비자들이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느 때보다 엄격하다. 새로운 '과도기'를 지나는 지금이야 말로, 금융기관들이 신뢰를 지키는데 힘써야 할 때다.

2026-03-26 14:33:52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시장을 움직인 리더십, 남은 과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하게 밀어붙인 증시 부양 드라이브는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줬다. 단기적인 지수 상승보다는 시장 체질 개선에 집중한 조치들이 빠른 속도로 추진됐고,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 공약은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현실화했다. 정책 의지가 투자심리를 자극하며 지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상승장의 배경에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 시장 스스로의 힘만이라기보다, 정책이 방향을 제시하고 리더십이 속도를 끌어올린 '리더십 장세'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은보 이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속도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자본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거래시간 연장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시행 일자가 조정됐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의 관심과 논의는 확대됐다. 다만 연기된 일정이 실제 현장에서 무리 없이 작동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제는 속도다. 강한 리더십은 방향을 제시하고 변화를 앞당기는 힘이 있지만, 그만큼 시장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 1979년 미국의 '볼커 쇼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기준 금리를 연 20%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초강력 긴축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경기 침체라는 큰 대가를 남겼다. 강한 정책은 언제나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강한 정책은 결과를 만들지만, 그 비용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에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재고착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볼커식 긴축' 재현 가능성이 언급된다. 이는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다시 빠르게 위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지금의 상승장이 리더십에 의해 촉발된 만큼, 지속 가능성 역시 리더십의 운용 방식에 달려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국면일수록 정책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된다. 속도에 가려진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리더십 장세'는 성과로 남을 수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증시는 이미 응답했다. 이제는 그 리더십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6-03-25 15:24:14 신하은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 생리대는 선택재 아닌 필수재…일회성 할인은 그만

생리대 가격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유통가는 대규모 할인과 초저가 PB 출시로 응답한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가격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제는 '이벤트성 인하'가 아니라 가격 투명성·품질 기준·세제 개편까지 포함한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리대 가격 언급 이후 유통업계의 대응은 두 축으로 나뉘었다.하나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중심의 할인 경쟁, 다른 하나는 PB 생리대 확대다. 이마트·롯데마트·GS25·CU 등은 최대 70%대 할인이나 1+1 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 유입을 늘리고 있고, 쿠팡·다이소·홈플러스 등은 100원 안팎의 초저가 PB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가격 기준선을 낮췄다. 특히 PB는 제조사 브랜드(NB)에 대한 가격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할인 행사는 본질적으로 기간이 정해진 마케팅 수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사 기간이 지나면 다시 높은 가격을 감내해야 한다. PB 역시 초기 화제성 이후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결국 지금과 같은 단편적 대응만으로는 가격 구조 자체를 낮추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대형 유통사가 PB 생리대와 탐폰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저가 기준 가격'을 형성해왔다. 여기에 정부의 세제 개편이 결합되면서 가격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췄다. 특히 일부 국가는 월경용품을 생활필수품으로 분류해 세금을 면제하거나, 나아가 공공 차원의 무상 제공까지 확대하고 있다. 즉 시장 경쟁과 정책 개입이 동시에 작동할 때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책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주요 생리대 제품의 원가 구조와 유통 마진, 가격 변동 이력 등을 일정 수준 공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 규제를 넘어 시장 신뢰를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또 저가 PB 제품이 확대될수록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 가격 경쟁이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면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아울러 월경용품을 명확한 필수재로 규정하고 세제를 개편하는 것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생리대는 선택재가 아니라 필수재인 데다, 소비자 체감 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는 수단이다. 일회성 할인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가격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논의가 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6-03-24 16:03:22 신원선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 연체를 막는 금융

연체를 고민하던 시점, 금융회사에서 받은 것은 상환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이 아니라 납부를 안내하는 문자였다. 몇 차례 안내가 이어졌지만 실질적인 조정방안은 없었다. 그러나 연체가 발생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그제서야 채무조정 안내가 시작됐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무조정 제도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금융의 작동 방식은 여전히 연체 이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 상환 여력이 약화되는 초기 단계에서는 실질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고, 연체라는 경계선을 넘은 이후에야 제도적 지원이 시작되는 구조다. 최근 통계를 보면 채무조정 수요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40·50대가 전체 채무조정 금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청년층에서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고금리와 고물가 속에 생활비 부담과 이자 비용이 동시에 커지면서 상환 여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영향이다. 그럼에도 금융의 대응은 여전히 사후적이다. 연체 이전 단계에서는 상환을 독려하는 안내가 중심을 이루고,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실질적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반면 연체가 발생한 이후에는 이자 감면이나 상환 유예, 분할상환 등 다양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작동한다. 결과적으로 금융은 연체를 막기보다는 연체 이후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연체 이전 단계에서 채무를 조정할 경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고, 정상 대출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실제로 금융회사들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을 핵심 관리 지표로 삼고 있어 사전적 개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결과는 분명하다. 채무조정은 '예방'이 아니라 '사후 대응'으로 기능하고 있고, 채무자는 연체라는 경계선을 넘은 이후에야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적자가구 비중이 높아지고 생활비성 대출 의존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채무 취약성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접근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채무조정 제도를 확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상환 부담이 커지는 초기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채무조정이 늘어나는 것은 금융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더 많은 사람이 이미 늦은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융이 해야 할 일은 연체 이후의 정리가 아니라, 연체 이전의 방지다. 지금처럼 채무조정이 마지막 단계의 안전망에 머무르는 한, 가계의 재무 취약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2026-03-23 12:50:53 나유리 기자
기사사진
[기자수첩] 상생보험, '선의'보단 '기준'

상생보험은 반대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질병과 사고, 날씨 같은 생활위험 앞에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보장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다만 좋은 뜻으로 시작한 제도일수록, 어디까지가 보험이고 어디서부터가 복지인지 경계선은 더 또렷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권은 지난 16일 6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상생보험 사업을 추진하고, 향후 5년간 2조원 규모의 보험업권 포용금융 계획도 내놨다. 생명보험 기준 국민 전체 보험가입률은 84.0%지만 연소득 1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가입률은 24.5%에 그친다. 보장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방향은 분명 의미가 있다. 문제는 무상가입 자체가 아닌 무상가입이 반복될수록 보험의 성격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은 본래 위험을 가격에 반영해 나누는 장치다. 반면 복지는 재정으로 사각지대를 메우는 장치다. 둘 다 필요하지만, 이름이 비슷해지는 순간 책임의 선도 함께 흐려진다. 이번 상생보험은 더 그렇다. 6개 지자체는 생명보험 1개와 손해보험 1개씩 총 20억원 규모의 상품을 제공할 계획인데, 18억원은 보험업권 상생기금이, 2억원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생보 쪽은 신용생명보험이 공통으로 추진된다. 손보 쪽은 건설현장 기후보험, 사이버케어보험, 화재배상책임보험 등 지역별 필요에 맞춘 상품이 검토된다. 구체적인 가입대상과 보장사항은 지자체와 보험업권이 함께 꾸리는 실무작업반에서 정하고, 가입 개시는 올해 3분기가 목표다. 무료로 가입시키는 순간 정책은 쉬워 보인다. 하지만 왜 이 위험을 공공이 함께 떠안아야 하는지, 지원 대상은 어떻게 가르는지, 지원이 끝난 뒤 보장은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지면 상생보험은 제도라기보다 이벤트에 가까워진다. 구조는 그만큼 더 차갑고 분명해야 한다. 가입자는 이것이 지속 가능한 보장인지, 한시적 지원인지 헷갈리기 쉽고, 보험사는 상품과 사회공헌의 경계에서 역할이 모호해질 수 있다. 제도는 선해 보이는데 책임의 구조는 오히려 흐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상생보험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미사여구가 아니다. 왜 이 위험에 공공이 개입해야 하는지, 누가 얼마 동안 비용을 부담하는지, 지원 종료 뒤 보장은 어떤 원칙으로 이어질 것인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상생보험은 선의로 출발할 수 있다. 오래 가려면, 선의보다 기준이 먼저 서야 한다.

2026-03-22 12:50:54 김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