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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무대 위 정쟁, 무대 뒤 교육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는 어느 날 이상한 장면들을 목격한다. 하늘에서 조명 장비가 떨어지고, 라디오에서는 자신의 이동 경로가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그제야 그는 깨닫는다. 자신이 살아온 세계가 거대한 세트장이었다는 사실을. 흥미로운 것은 트루먼이 속았다는 점이 아니다. 더 놀라운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 세트장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는 점이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세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저 구경거리로 소비했다. 교육감 선거를 앞둔 요즘, 문득 그 영화가 떠오른다. 어쩌면 지금 교육감 선거도 비슷한 모습인지 모른다. 유권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교육 정책이 아니라 단일화와 진영 대결이다. 정작 교육은 무대 뒤에 있는데 우리는 무대 위 장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는 학생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기초학력 지원, 학교폭력 예방, 디지털 교육, 교원 지원, 학생 복지 등 학생과 학부모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수많은 정책이 교육청을 통해 집행된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는 이상할 만큼 관심 밖에 있다. 교육감 선거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유권자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후보들 역시 책임이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작 학교 안의 문제는 뒤로 밀리고, 단일화와 진영 대결, 후보 간 공방이 전면에 놓였다. 하지만 그래서 더 유권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단일화 셈법이나 진영 구도에 가려진 후보의 교육 철학과 정책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교육감 선거의 무게는 결코 작지 않다. 교육감은 학생들이 매일 마주하는 학교의 모습을 바꾸는 자리다. 학생들이 어떤 지원을 받고 어떤 환경에서 배우게 될지는 교육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트루먼 쇼'의 마지막 장면에서 트루먼은 세트장 끝에 놓인 문을 연다.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가 열어야 할 문도 다르지 않다. 단일화와 진영 대결의 장면을 지나, 누가 학교와 교실, 학생의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 직접 들여다보는 일이다. 이번 선거만큼은 "누가 교육을 말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정치의 소음에 가려진 교육의 목소리를 찾는 일은 결국 투표장에서 시작된다.

2026-05-31 09:33:4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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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알뜰폰 시장,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반년에 한 번 더 싼 요금제를 찾아 통신사를 옮기는 일은 알뜰폰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번거로움에도 가입자가 몰려 '0원 요금제'까지 등장했다. 통신 3사 요금제에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선 이래서 남는 게 있냐는 말도 나온다. 특히 중소업체의 파격적 가격 정책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가능했다. 정부는 2010년 당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 의무적으로 통신망을 도매로 제공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도매 가격도 정부가 정해왔다. 이후 통신사가 정부에 지불하는 전파사용료를 알뜰폰 사업자에는 전액 면제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정책이 반전됐다. 올해부터 알뜰폰 사업자들도 전파사용료의 50%를 내고, 내년에는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통신망 도매 대가 산정에서 빠지기로 하면서 SK텔레콤이 주도권을 갖고 가격을 협상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사정은 복잡해졌다. 통신망을 재판매하는 중개 사업만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는데, 정책 변화로 비용 부담도 커졌다. 한때 치열하게 경쟁하던 사업자 일부는 재무 악화로 문을 닫았다. 렌탈 플랫폼 등으로 사업 확장에 성공한 몇몇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큰 벽은 통신 3사다. 이들은 알뜰폰 시장 초기에 이미 법인 인수와 자회사를 통해 저가 요금제 수요를 흡수했다. KT·LG유플러스가 2개, SK텔레콤이 1개를 운영하고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40여개 중소업체가 나머지 시장을 나눠 가져야 하는 셈이다.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금융 기업과도 사정은 다르다. KB국민은행은 5년간 600억원대 누적 적자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세종텔레콤은 2024년 영업손실 60억원을 내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통신 산업에서 과도한 가격 경쟁의 결과는 정부 개입이었다. 후발 주자를 키우기 위한 정책은 결국 보조금 경쟁으로 이어졌다. 보조금 상한선 마련이 골자인 단통법 시행 전에는 '갤럭시 S4'가 5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당시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던 통신3사와 6개월 무료를 내세운 알뜰폰 업체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알뜰폰을 육성하자던 본래의 취지는 흐려졌고, 더 싼 요금제 중심의 경쟁만 남았다. 결국 정부 정책은 알뜰폰 시장 생태계를 기업의 자생력에 맡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거대 자본력을 가진 대형 사업자들의 생존 방식은 지켜봐야 할 일이다.

2026-05-28 14:37:12 조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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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모으기 나라는 왜 성과급에 매달리게 됐나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시민들은 금반지와 목걸이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나라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믿음이 있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고이 간직해오던 금붙이들을 내놓았다. 지금 돌아보면 낯설 정도로 집단적이다. 기업 현장도 다르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연구원들은 도면을 펼쳐놓고 밤새 회의를 했고, 1995년에는 불량 휴대폰 15만 대를 공장 마당에서 불태웠다. 회사가 무너지면 내 삶도 흔들린다고 믿던 시대였다. 그 편이 합리적이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임금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회사가 성장하면 월급이 올랐고, 월급이 오르면 집을 살 수 있었다. 함께 성장한다는 말은 구호가 아니라 경험이었다. 지금 세대는 그 경험을 갖지 못했다. 과거 세대는 가난을 두려워했지만 지금 세대는 탈락을 두려워한다. 이 차이는 세대 감수성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와 자산 환경의 변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46주 연속 올랐고, 2025년 누적 상승률은 8.25%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송파구는 20% 이상 뛰었다. 예전엔 월급이 집값을 따라갔지만 지금은 집값이 월급을 앞질러 달아난다. 1990년대 직장인은 야근 끝에 내 집 마련을 상상했지만 지금 직장인은 야근 끝에 전세 계약 연장을 걱정한다. 노동만으로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희미해지면서, 사람들은 회사를 공동체보다 현금 창출 수단으로 보기 시작했다. 부동산이 어려워지자 주식시장으로 향했지만, 주식 역시 시드머니가 있는 사람이 유리한 게임이었다. 자산이 자산을 낳는 구조 속에서 문이 하나씩 닫힐 때마다 사람들은 남은 문으로 몰렸다. 그 마지막 문 가운데 하나가 성과급이다. 예전의 성과급이 "잘했다"는 보상이었다면, 지금의 성과급은 자산시장 진입을 위한 종잣돈이다. 반도체 호황기 성과급 규모가 알려질 때마다 부동산 커뮤니티와 호가가 들썩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는 그 돈으로 서울 입성 계산기를 두드리고, 누군가는 같은 대기업에 다니면서도 평생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삼성이라서 특별한 것도 아니다.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드러났을 뿐이다. 주거·교육·노후 부담이 개인에게 집중되고 자산 격차를 노동소득으로 만회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한국의 노사 갈등이 해외보다 격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성장의 과실이 자산시장으로 먼저 흘러가는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성과급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고 기업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회사가 크면 함께 좋아진다"는 믿음이 사라진 자리에서, 노사는 공동체가 아니라 제한된 몫을 나눠 가져야 하는 상대가 됐다. 금모으기 운동 시절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애국심의 크기가 아니다. 함께 버티면 함께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의 존재 여부다. 그 믿음이 살아있던 시대에는 사람들도 회사를 믿었다. 지금은 그 믿음이 합리적이지 않은 사회가 됐다. /구남영기자 koogija_tea@metroseoul.co.kr

2026-05-26 16:13:41 구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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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노사 합의,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으려면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지난 20일 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100조 원대의 파국을 막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합의로 우리 사회는 큰 숙제를 마주하게 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단협 잠정 합의안 도출은 단순한 한 기업의 노사 협상 타결을 넘어 한국 산업계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특히 반도체처럼 국가 전략 산업으로 분류되는 분야에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본격화됐다는 점은 산업계에 새로운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기준이 미래 경쟁력보다 당장의 현금 보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기업의 수익에 대해 소속 구성원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건 정당하다. 문제는 반도체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점에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대응할 체력이 부족할 수 있다. 기업의 실적이 나올때마다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직원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회사의 투자 여력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제 흐름을 보면 안정적인 경영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불안과 중동 리스크 등 대외 변수 속에서 기업의 경영 안전성과 투자 여력이 흔들릴 경우 경쟁력 악화와 외국인 투자 이탈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의 몰락한 사례도 있다. 당시 일본은 NEC, 도시바, 히타치제작소, 후지쯔, 미쓰비시전기 등 대형 기업들이 세계 DRAM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막강했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상위 10에 이름을 올린 일본 기업은 찾아 볼 수 없다. 변화보다 기존 구조 유지에 안주했던 일본 기업의 자리에는 오랜기간 대규모 투자를 하며 경쟁력을 키운 한국과 대만 등의 기업이 들어왔다. 조용히 칼을 갈아온 미국의 인텔은 반등을 준비하고 있고 중국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또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실적을 단순히 그들만의 성과로 치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삼성전자 수십만 임직원이 수년간 흘린 땀으로 맺어진 결과물이다.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다른 부문에서 만든 수익금으로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고 연구 개발에 투자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존재할 수 있고, 노동자 협력이 전제돼야 기업도 경영환경을 누릴 수 있다.

2026-05-25 11:08:55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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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신협회장, 민관보다 중요한 것은?

7개월 만에 가동된 여신금융협회 회장추천위원회의 공모 결과 차기 회장으로 민간 출신의 후보자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서류 심사는 시작되지도 않은, 원서 접수 단계에 불과한 시점이다. 접수된 서류를 심사조차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유력 후보자 평이 나오는 아이러니다. 청와대, 금융당국 등 윗선에서 관료는 지원조차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이번 협회장 선거에 현 정권의 관피아(관료+마피아), 모피아(재정·금융 관료+마피아) 배제 성격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여신협회장 선거에서는 관피아 논란이 꼬리처럼 따라 붙었다. 관료 출신이 요직을 맡는 관행이 되풀이된다는 비판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선거마다 후보자의 출신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것도, 이번 선거에서 관료는 지원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지시가 내려온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민·관 출신을 따지기 전에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피아·모피아에 대한 반감의 본질은 '외풍'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선거에 외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만으로 선거의 정당성은 흔들린다. 문제는 관료 출신 여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결과를 좌우하는 듯한 분위기, 선거 구조가 무력해졌다는 시선이 반발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회추위 역시 개과천선은 없었다. 윗선에서 "관료는 지원조차 말라"는 지시 사항이 내려왔다는 것 자체가 또다시 선거 시스템, 투표권을 무력하게 한다. 개입은 여전하다. 그저 관피아가 민피아(민간인 출신+마피아)로 변신했을 뿐이다. 실제 이번 선거의 민간 출신 후보군에서도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전라남도, 중앙대, 현 정부 정책보좌관 경력 등 이재명 대통령과 접점으로 읽힐 만한 요소들이 거론된다. 지금 카드업계는 다크호스가 아닌 구원투수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민'이냐 '관'이냐의 구분이 아니다. 어려운 업계 상황을 타개할 역량이 있는 인물인지의 여부다. 업계는 수익원 발굴 문제, 규제 완화, 조달 금리 상승 부담, 건전성 문제 등을 현명하게 해결할 회장을 원한다. 민간 출신이든 관료 출신이든, 연줄로만 뽑힌 회장을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2026-05-21 14:02:17 안재선 기자
[기자수첩]청년세대와 '빚투'

요즘 '빚투(빚내서 투자하기)'가 화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빚을 내서 투자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인증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이달 들어는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코스피의 상승세가 꺾였는데도,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뜨겁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대출) 사용 잔액은 이달 들어 40조원을 돌파했다. 월말 잔액을 기준으로 지난 2023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주요 증권사가 판매하는 마진대출의 수익금도 지난해 같은 기관과 비교해 50% 넘게 늘었다. 신용이나 주식 등 현물을 담보로 자본금을 확보해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최근 국내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반도체 산업의 장밋빛 전망에도 시장 곳곳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이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나 미래의 기업가치가 아닌, 나 혼자 뒤쳐질 수 있다는 'FOMO(포모·Fear Of Missing Out·기회상실우려)' 심리가 가격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는 우려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가격 변동성이 확대하고, 잘못된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이처럼 위험한 빚투가 만연한 가운데, 가장 위태로운 세대는 20대와 30대의 청년세대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비교해 금융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만큼 은행권 대출 대신 카드론과 같은 고금리 상품에 노출되기 쉽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비교해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만큼, 고금리 상품을 활용한 빚투는 장기간의 부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위험을 무릅쓰고 빚투에 나서는 것을 고스란히 청년세대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경제성장률 하락, 인구구조 변화 등 사회구조의 변화가 청년세대에 "위험부담 없이는 타고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저축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는 환경에서 위험자산 투자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 됐다. 하지만 빚투는 부채로 이어지기 쉽고, 부채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청년 세대의 미래가 위태로워지면 기성 세대의 미래도 불안해진다. 청년 세대가 단기간의 매매 차익에 매몰되기보다 자신의 수입이나 자산 상황을 고려해 자산을 분배하는 중·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도 청년 세대의 투자문화 개선을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2026-05-20 16:25:11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국민 성장’의 과제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기조가 유지되면서 자본시장에 돈이 쌓이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침체된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 자체는 분명 의미가 있다. 다만 시장의 온기가 얼마나 넓게 퍼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증시는 오르지만 실물경제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낮고,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실제로 누구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정부가 발표한 국민성장펀드의 연간 모집 규모는 6000억원으로, 정부가 손실의 20%까지 원금을 보전해 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당 투자 한도가 최대 2억원으로 설정된 만큼 실질적으로는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가 더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약 20%를 서민에게 우선 배정하는 장치가 있지만, 억 단위 목돈을 가진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자금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이 접근하기 쉽다는 점에서 실제 수혜 범위가 기대만큼 넓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를 붙잡기 위한 국내시장복귀계좌(RIA)의 효과도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 주고 있다. 누적 가입 계좌 수는 첫날 1만7965좌에서 지난 15일 기준 약 23만5000까지 개설되며 관심이 몰리는 듯했지만, 실질적인 잔고는 1조9600억원으로 아직까지 실수요는 제한적이다. 매도 금액 한도가 5000만원으로 제한돼 있는 점과 국내 주식 보유의무 기간이 약 1년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15일 기준 RIA 계좌당 평균 잔고는 약 834만원으로 납입한도 5000만원의 16.7%선이다. RIA는 원·달러 환율 안정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계좌지만, 사실상 대내외 환경으로 인해 환율도 잡지 못하고 있다. 19일에도 환율은 1490원대에 머물러 있고,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도 계속 불어나면서 이달 15일에는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물론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정부가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투자 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 자체를 폄훼할 이유도 없다. 다만 공공 재원이 일부 투입되거나 정책적 유인이 제공되는 만큼, 실효성과 형평성에 대한 점검은 보다 촘촘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성장'이라는 이름을 내건 정책이라면 시장의 숫자뿐 아니라 국민의 체감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증시 활성화의 과실이 일부에 그치지 않고 보다 넓게 확산될 때 정책의 설득력도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6-05-19 10:16:31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6월 원유 협상이 던진 생존 과제

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이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22.9㎏)로 추락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주 소비층 감소, 지속되는 고물가, 그리고 무관세 공세를 앞세운 가성비 수입 멸균우유의 습격까지 그야말로 국내 유업계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우유를 덜 마시는 수준을 넘어 전통적인 '음용유 중심'의 낙농 산업 구조 자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경고음이 도처에서 울린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오는 6월로 예정된 원유 가격 및 물량 협상은 유업계의 손익 계산을 넘어, 한국 낙농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명확하다.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원유 배분 구조, 즉 '88.5%의 굴레'를 어떻게 깨뜨리느냐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무려 88.5%는 흰 우유나 가공우유 등 직접 마시는 '음용유'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묶여 있다. 치즈, 분유,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의 원료로 쓸 수 있는 비중은 단 5% 남짓에 불과하다. 마시는 우유 소비는 매년 가파르게 줄어드는데, 정작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가공용 원유는 공급받기 어려운 기형적인 구조다. 결국 유업체들은 남는 원유를 분유로 만들어 창고에 쌓아두면서도 정작 가동률이 25%대에 불과한 설비를 바라보며 막대한 보관 비용과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이다. 역설적이게도 낙농 산업과 유업계를 모두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흰 우유의 비중을 줄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 우유가 남아돌아 비명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기존의 음용유 쿼터를 고집하는 것은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6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낙농가와 유업계, 그리고 방관할 수 없는 정부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철 지난 '음용유 중심 쿼터'를 과감히 재설계하고, 시장 수요에 맞춰 가공용 원유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6월 협상은 단순한 가격 밀당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 낙농 생태계가 지속 가능한 미래로 전환할 수 있는지, 그 자생력을 증명할 마지막 시험대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6-05-18 16:31:31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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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약속과 보험금 지급

보험은 약속이다. 보험료를 내는 순간의 약속이 아니라, 위험이 닥쳤을 때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약속이다. 생명보험업계가 최근 '생명보험 약속의 날'을 열고 소비자와의 다섯 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전 생보사 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든 의사결정을 소비자 기준으로 바꾸고,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불이익 우려가 있는 상품은 팔지 않으며, 보험금 지급을 지연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필요한 선언이다. 보험산업이 신뢰를 잃은 이유는 상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가입할 때 들은 설명과 보험금을 청구할 때 마주한 현실이 달랐기 때문이다. 보험은 가입 순간보다 청구 순간에 평가받는다. 소비자에게 보험사의 이름이 가장 선명하게 각인되는 때도 설계사가 상품을 설명할 때가 아니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될 때다. 문제는 숫자가 선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 민원은 488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4.6% 늘었다. 보험업권 전체로 봐도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소비자보호를 말하기 가장 좋은 시점에, 소비자 불만도 함께 커진 셈이다. 물론 보험금 민원이 모두 보험사의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약관상 지급 대상이 아닌 청구도 있고, 의료비·진단비·간병보험 처럼 판단이 복잡한 영역도 있다. 보험금 누수와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도 보험사의 책임이다. 보험금은 무조건 빨리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정확하게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느끼는 불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가 "약관상 어렵다"고 설명하는 순간에도 소비자는 "가입할 때는 보장된다고 들었다"고 기억한다. 이 간극이 반복되면 보험은 약속이 아니라 분쟁이 된다. 생보업계의 약속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험금 지급 기준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시 설명해야 한다. 약관 조항을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불신을 줄일 수 없다. 왜 지급되는지, 왜 지급되지 않는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를 청구 단계에서 분명히 알려야 한다. 또한 민원을 사후 처리로만 보지 말고 상품 개발과 판매 교육으로 되돌려야 한다. 보험금 지급 민원이 반복되는 상품과 설명 방식이 있다면, 그건 보상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품을 만든 곳, 판매한 채널, 심사한 조직이 함께 고쳐야 할 구조의 문제다.

2026-05-14 13:15:30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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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들린' GDP와 KOSPI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3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예측치를 종전 대비 0.6%포인트(p)나 올렸다.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국제투자은행(IB)들도 한국 성장률 전망 상향에 가세하고 있다. 4월 말 기준 수치만 봐도, 8개 주요 IB가 제시한 평균치가 2.4%에 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에만 1.7%(직전분기 대비) 성장했다. 이날 기준 주요국 중간비교에서 1위가 바로 한국이다. 경제대국 미국·중국, 인구대국 인도네시아까지 제쳤다. 비록 연간 집계는 아닐지언정 상당히 이례적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0개국 중 선두에 올라 있다. 주요 20개국(G20) 협의체에서도 중간집계 1위다. 이날까지 수치를 공개한 OECD 20곳 가운데 한국만 유독 1% 선을 넘겼다. 다만 아직 안 나온 18개국 수치를 지켜봐야 한다. 어쨌든 유럽연합(EU) 국가들 평균은 0.1%에 머물고 있다. OECD에선 한국뿐이지만 G20에선 1%대가 보고됐다. 중국이 1.3%, 인도네시아가 1.4%였다. 반면,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직간접으로 휘말린 사우디아라비아의 1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1.5% 줄었다. 경기가 후퇴한 것. 미국 경제는 0.5% 성장했다. OECD 내 개도국 회원국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의 1.7%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코스타리카 0.3%, 체코 0.2%, 리투아니아 -0.4%(역성장), 멕시코 -0.8%(역성장) 등이다. 또 유럽 주요국 중 아일랜드의 경우, 일시적이지만 -2.0%의 경기 침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도 1분기 속엔 중동 사태의 타격이 일부 자리 잡았다. 2월 말 터진 전쟁은 3월에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호황기의 덕을 톡톡히 본 듯하다. 중동전이 없었다면 2%를 넘었을 수도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더욱 놀랍다. 지수 8000포인트에 근접해 있다. 마치 마이클 펠프스나 우사인 볼트가 신기(神技) 부리는 것 같다. 자기가 보유한 세계 기록을 자기가 갈아 치우는 모습이다. 성장률도 주가도 뭔가 정상(正常)은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환율 1400원대 후반, 국제유가 100불·휘발유 2000원이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데 GDP와 코스피의 직진이 맞는지, 어울리는 옷인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2026-05-13 15:16:55 김연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