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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권의 영원한 목표 '국민 통합', 국민 상식에 부합해야

최근 '통합'으로 가장 유명세를 탄 건 이재명 대통령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였다.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본 후 국민 여론이 반전되지 않자 이 후보자를 '지명철회'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보수 정당 소속으로 5번 공천을 받은 이 후보자를 지명했으나, 오히려 '국민 통합'을 하려면 국민 상식에 맞게 '제대로' 해야 한다는 교훈만 남겼다. 이 후보자는 700조가 넘는 예산을 주무르는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직책에 맞는 인사라고 보기 힘들었다. '내란의 완전한 청산'을 기치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 반년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이 후보자를 지명한 자체가 넌센스였다. 더군다나 이 후보자는 지명 직전까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중·성동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지역의 주요 정치인이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면 이재명 정부에서 스카웃 제의가 온다고 하더라도 거절하는 게 맞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에게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무총리를 맡아달라고 하는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그 후 관련 연락을 일체 받지 않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 후보자는 수십년간 몸 담은 정당을 배신한 것이고 이는 이 대통령이 기대한 '통합' 효과보다 '갈등'의 소지를 키웠음이 다분해 보인다. 이 후보자의 인턴 폭언 의혹은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이 후보자의 장남은 친할아버지의 장관 이력으로 연세대 입시 자격이 주어진 것이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다. 또한 시가(추정) 100억원 상당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 '로또 청약' 의혹은 장남이 위장 미혼을 했다는 의심까지 터져 나오며 부적격 논란을 스스로 일으켰다. 혹자는 한국인이 가장 예민해 하는 '갑질·입시·부동산' 의혹이 한꺼번에 터졌으니 이 대통령으로서도 이 후보자를 계속 끌고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로써, 인선을 통한 국민 통합은 지도자의 결단만 갖고는 불가능하단 진리가 자명해졌다. 국민들은 인선으로 보여주는 통합보다 민생·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을 정책을 통해 해소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위한 효능감 있는 정치 리더십을 바라고 있다. 그 후에 '국민 통합'은 따라올 것이다.

2026-01-26 15:57:36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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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

"인공지능(AI)에 대한 관리자의 역량이 더욱 부각되고, 기본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10여 년 전 로봇저널리즘을 연구하며 인터뷰를 진행하던 당시, 한 지인이 했던 말이다. 그 무렵만 해도 많은 기자들은 AI가 언론 환경에 미칠 영향을 크지 않게 봤다. 현장에서는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인식이 우세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이 한마디는 당시에는 다소 과장처럼 들렸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기술 그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 그리고 그 판단과 책임을 누가 지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을 비교적 정확히 짚은 말이었다. 최근 금융업에서 강화되고 있는 내부통제 논의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AI 기반 심사와 자동화된 리스크 관리, 알고리즘 의사결정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이해하고 점검할 수 있는 관리자의 역량은 여전히 제도 안에서 추상적인 상태다. 통제의 필요성은 반복해서 강조되지만, 무엇을 어디까지 관리해야 하는 지에 대한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AI 활용 역량과 내부통제는 이제 분리해서 보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 알고리즘이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통제는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최종 책임자'라는 원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책임을 지기 위해 필요한 이해 수준과 판단 기준, 점검 절차가 함께 구체화돼야 한다. 현재 금융당국이 제시한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 역시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상당 부분은 금융사의 자율에 기대고 있다. 3중 내부통제 장치와 고위험 AI 승인 절차도 제도적으로는 촘촘해 보이지만, 윤리원칙이 선언에 머물거나 전담 조직이 자문기구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고경영자(CEO) 보고 체계 역시 책임 강화를 의도했지만, 현실에서는 '보고를 했다'는 사실이 면책 논리로 작동할 여지도 있다. 결국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AI 내부통제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점검하며 책임질 수 있는 관리 역량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의 문제다. 기술 도입 속도에 비해 통제의 기준과 역량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AI는 효율의 도구가 아니라 또 하나의 리스크로 남을 수밖에 없다.

2026-01-25 10:56:30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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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차보험료 인상과 ‘원가의 룰’

자동차보험료가 오른다는 소식은 늘 '서민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번 변곡점은 인상폭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원가 구조다. 지난해 12월 대형 4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6.1%로 치솟았다. 업계 집계가 있는 2020년 이후 월 손해율이 96%대를 찍은 건 처음이다. 2025년 연간 누적 손해율도 대형 5개사 단순 평균 86.9% 안팎으로 전년보다 약 3.7%포인트(p) 높아 최근 6년 중 가장 높았다. 손해율에 사업비까지 더하면 합산비율은 100%를 넘어 적자 압력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그런데 시장이 반영하는 보험료 인상은 1.3~1.4% 수준에 그친다. 2월 책임개시분부터 대형사들이 순차 적용하는 흐름이지만, '5년 만의 인상'이란 제목과 달리 소비자 체감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차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CPI) 바구니에 포함돼 당국이 민감하게 보는 품목이라는 점도 인상폭이 '조율'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이렇게 가격표를 눌러도 원가 상승이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동차보험 적자는 '사고가 늘어서'만 생기지 않는다. 4년 연속 보험료 인하가 누적되는 동안 부품비 등 물적담보 손해액은 꾸준히 늘었고, 정비 원가도 구조적으로 올라갔다. 여기에 2026년 시간당 정비공임이 2.7% 인상되고, 차종별 정비에 필요한 시간을 정하는 '표준작업시간'도 8년 만에 전면 개정이 예고돼 있다. 한 번의 사고가 '더 비싼 사고'가 되는 속도는 보험료보다 빠르다. 그래서 필요한 건 인상폭을 둘러싼 찬반이 아니라 '원가의 룰'이다. 부품·공임·작업시간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근거를 공개하고,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 책임을 붙여야 한다. 정비공임과 표준작업시간은 협상으로 끝내지 말고 제3자 검증과 사후평가를 제도화해야 한다. 과잉수리·대차료·사고 처리 누수를 데이터로 관리해 절감 효과가 보험료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까지 점검해야 한다. 보험료는 숫자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건 인상폭보다 '사고 한 번'에 불어나는 수리비·대차료다. 그러나 숫자를 누르는 방식으로는 원가의 상승을 막지 못한다. 차보험료 논쟁은 '얼마 올랐나'가 아니라 '왜 비싸졌나'로 옮겨가야 한다. 그 근거가 보일수록 불신도 줄어든다.

2026-01-22 13:33:41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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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제규모 15위로 처졌나

지난 19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이를 인용해,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4년 연속 성장세가 열세일 것이라며 염려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왔다. 언뜻 보면 '경제규모 헤비급 나라보다도 둔한가'라고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은 체급이 훨씬 가벼움에도 불구,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게 아닌가 하는 초조감마저 들 소지도 있다. 나라 경제가 돌연 엉망이 된 건지,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은 미흡해 보인다. 미국에 역전 당한 게 3년 전쯤부터라니 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IMF의 '1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미국과의 비교는 헛걱정이거나 모로 가도 깎아내리기 측면이 짙어 보인다. 보고서는 올해 미국 GDP(국내총생산)가 2.4%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반해 일본 GDP 증가는 0.7%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성장 전망치도 각각 1.3%, 1.0%, 1.1%, 0.7%로 우리나라에 비해 낮게 잡았다. 한국에 대해선 일본 및 서방 주요 4개국 수치를 모두 훌쩍 넘는 1.9%를 제시했다. 그뿐인가. 선진국으로 분류되지 않는 러시아(0.8%)와 브라질(1.6%), 멕시코(1.5%) 등도 한국보다 성장률이 낮을 것이란 전망이다. 단, 한국은 기저효과(작년 1.0% 추정)에 의해 올해 일정 수준 반등이 예견돼 있는 터라, 경기가 확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새 정부 두둔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12·3 사태로 수렁에 빠졌던 경제·사회 복구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누군가 애써 외면, 폄훼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진짜 걱정할 문제는 원·달러 추이다. 해외의 다른 자료를 보니, 환율이 주요국 GDP 순위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는 게 보인다. 한때 경제규모 10위권에 들던 한국이다. 이후 13위까지 밀리더니 최근 두 계단 더 내려간 15위로 처진 것으로 전해진다. 멕시코·호주에도 뒤지는 상황. 리서치FDI라는 곳에서 IMF 보유자료 참조해 만든 '2026년 기준 GDP 상위 25개국' 보고서에 이같이 나와 있다. 재화 생산을 많이 해 자국통화 기준으로 GDP가 많이 증가해도 미 달러화 환산 시 달라진다. 원화 초약세에 따라 15위권도 위태하다. 우리 바로 밑 16, 17위는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다.

2026-01-21 16:00:38 김연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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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알맹이 빠진 '국대 AI', 누구를 위한 패자부활전인가

대한민국 AI 주권을 지키겠다며 야심 차게 출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가 공허한 울림만 남기고 있다. 정작 판을 키워야 할 대기업들은 줄줄이 보따리를 쌌고, 그 자리를 스타트업들이 채우고 있다. 겉보기엔 '스타트업의 반란'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관료주의적 경직성과 오락가락하는 행정이 만든 '흥행 참패'의 기록일 뿐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국대'급 후보들의 이탈이다.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NC AI 등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패자부활전 불참을 선언했다. 한 번의 탈락으로 낙인찍힌 '기술력 부족'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다시 도전하기엔, 정부가 제시한 '룰'이 너무나도 자의적이고 소모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와 학계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독파모의 가장 큰 결함은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바닥부터 개발)'에 대한 강박이다. AI 석학 조경현 교수의 비판처럼, 기술의 성능과 활용도보다 '어떻게 만들었느냐'는 형식에 집착하는 것은 지극히 관료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효율성과 속도전으로 넘어갔는데, 우리 정부만 '독자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매몰되어 기업들의 손발을 묶고 있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티프테크놀로지스와 트릴리온랩스 같은 실력파 스타트업들이 참전을 선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과는 별개로, 프로젝트 자체가 가진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 이미 4개월 이상 앞서나간 기존 3개 정예팀과의 격차를 후발주자가 압축적으로 따라잡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이번 패자부활전은 자칫 '들러리 세우기' 혹은 '행정적 면피용'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정부는 "똑같은 기간을 주겠다"며 공정성을 강조하지만, 기업들에 필요한 건 공정한 시험 시간이 아니라 유연한 지원과 명확한 로드맵이다. 툭하면 바뀌는 가이드라인과 '패자부활전'이라는 급조된 규칙은 기업들에 불확실성만 가중시켰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은 정부가 임명장을 준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살아남고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될 때 자연스럽게 붙는 칭호다. 지금처럼 관료적 잣대로 줄을 세우고, 기술의 본질보다 형식적 독자성에 매몰된 프로젝트가 계속된다면 '국대 AI'는 그저 정부 보고서 속의 박제된 성과로 남을 뿐이다. 알맹이가 빠진 패자부활전에 박수를 보낼 기업이 얼마나 될지, 정부는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6-01-20 14:03:53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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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식투쟁

투쟁 현장에서 '단식'은 최후의 방법으로 쓰인다. 약자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닿지 않을 때, 목소리가 들려도 강자들이 듣지 않을 때다. 단식은 제도와 권력, 발언권을 갖지 못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극단적인 의사표현'이다. 그래서 단식투쟁을 하는 이들 앞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래 전 단식투쟁을 하던 세월호 유족 앞에서 일명 '폭식'을 한 이들이 비판을 받은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모든 단식을 같은 공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국회, 그리고 상당수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이라는 제도적 공간을 점유하는 정치 세력이 단식을 선택한다면 말이다. 야당이 뭔가를 얻고 싶다면 여당에게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야당은 협상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대화를 거부하는 길을 선택했다.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당대표가 단식에 나섰다. 이번엔 이유가 '독재 타도'거나 '국정조사', '야당과의 대화 촉구'가 아니다. '통일교-공천헌금 특검법' 도입을 위한 것이다. 충분히 협상이 가능한 주제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대여(對與) 투쟁용'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흔히 보는 투쟁 현장에서의 단식은 '출구 전략'이 없다. 약자들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라서다. 약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단식은 멈출 수 없다. 하지만 '정치적 단식'은 출구 전략을 세워놓는다. 이번 단식도 마찬가지다. 여론의 부담을 느낀 여권이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상응하는 조건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의료진 권고'를 통해 단식을 멈출 수도 있다. 이것만 봐도 통상의 '단식투쟁'과는 다르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단식은, 충분히 대화를 할 수 있음에도 논의 자체를 중단시키는 부작용이 생긴다. 단식이 길어질수록, '통일교-공천헌금 특검법'의 필요성을 면밀히 따질 시간은 사라진다. 논리적인 협상은 사라지고, '누가 더 고통받고 있나'라는 문제만 부각된다. 단식은 약자의 수단일 때만 의미가 있다.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단식을 택한다면,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선택이 가능한 여러 카드 중 하나로 전락한다. 단식이라는 투쟁 행위가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은 정치권에서 '정치적 이유'를 내세운 단식 투쟁을 보고 싶지 않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6-01-18 17:08:00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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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뢰로 벼텨야 할 때

가전업계가 수요 침체와 원자재·부품 비용 부담이 겹치며 어려운 업황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가전 기업들이 외형 성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수익성 방어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올해는 본격적인 수요 회복보다는 '버티기 싸움'이 시험대에 오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TV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조원의 영업익을 기록했으나 TV·가전 사업에서는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LG전자 역시 TV등 디스플레이 제품 수요 부진과 마케팅 비용 증가의 영향으로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 사업본부에서 상당한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문제는 단순한 수요 둔화에 그치지 않는다. 샤오미, 하이센스, TCL 등 중국 가전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경쟁 환경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더욱이 샤오미는 단독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대하며 브랜드 노출에 적극이다. 과거 '가성비 브랜드' 이미지에 머물던 중국 가전 기업들이 이제는 디자인과 기능 측면에서도 빠르게 개선된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에는 미묘한 경계심이 남아 있다. 품질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는 평가와 달리 보안·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스마트TV와 가전이 개인 정보와 생활 데이터를 다루는 제품인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가전 기업들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단순히 가격 경쟁으로 중국 업체들과 맞붙기보다는 신뢰·품질·사후 서비스·보안 역량 등에서 차별화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어려운 업황 속에서 살아남는 힘은 단순한 판매량이 아니라, 얼마나 탄탄한 브랜드 기반을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는 브랜드 신뢰를 지키면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누가 더 싸게 파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믿고 쓸 수 있는 브랜드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6-01-14 14:59:11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성장 멈춘 배터리 산업…남은 것은 체력 싸움

전기차(EV) 수요 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시간은 '성장'이 아닌 '버티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V 중심 사업 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대체 시장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어느 쪽도 단기간에 실적을 떠받칠 만큼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은 이 같은 국내 업체들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CATL, BYD 등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를 동시에 겪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 수정과 EV 생산 계획 조정이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대규모 공급 계약 취소와 집행 축소가 잇따르며 한때 성장 산업의 상징이던 이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올해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업계의 본격적인 실적 회복 시점을 2027년 전후로 보고 있다. EV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단기간 반등보다는 체력 유지가 우선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전략도 공격에서 방어로 바뀌고 있다. 대규모 증설 계획은 축소되거나 연기됐고, 일부 기업은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다. 설비 투자와 신규 사업보다는 현금 흐름 관리와 고정비 통제가 우선되는 분위기다. '언제 다시 성장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더 현실적인 질문으로 다가왔다. 대체 시장으로 거론되던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기대만큼 빠른 해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글로벌 설치 용량은 늘고 있지만 증가 속도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배터리 셀 수요 역시 급격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V 부진을 단번에 상쇄할 만큼의 규모와 속도를 갖추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의 배터리 산업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성장 스토리는 잠시 접어두고, 비용을 줄이고 투자를 늦추며 다음 사이클을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견디느냐가 중요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기차에 대한 보급 확대는 물론 재생 에너지 육성에 발빠른 행보가 요구된다. 특히 중국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을 손 놓고 방관자로 머물지 않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국내업체의 육성에 도움이 되도록 행정당국의 지혜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한 때다.

2026-01-13 14:36:34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 쌓인 힘의 K-뷰티, 기회와 과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전국 2208개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직전 분기 전망치인 74보다 3p 상승한 77로 집계돼 2021년 3분기 이후 18분기 연속 기준치(100)에 못 미쳤다. 관세 충격으로 급락했던 수출 기업의 전망지수가 90으로 16p 상승했지만 내수 기업의 전망지수는 74에 그쳤다. 고환율과 고비용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해 초 체감 경기는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화장품'이 반도체와 함께 업황 호조를 기록했다. 화장품은 '언제부터 수출 효자 품목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K뷰티는 결코 낯설지 않은 산업이다. 과거 1960년대 경공업 수출을 이끌었고 이후에도 중공업 중심의 성장 전략 뒤편에서 자리를 지켰다. 위기 국면마다 산업의 변두리에서 완충 역할을 한 셈이다. 최근 K뷰티의 발전하는 모습은 또 확연하다.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브랜드 기업은 세계 곳곳으로 입지를 넓혀 'K' 위상을 높이고, 제조개발생산(ODM) 기업은 국산 기술력으로 'K'의 가치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가치사슬은 유통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CJ올리브영 등 단일 허브 체제가 사실상 표준이 되고, 방한 외국인을 사로잡으며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이어지는 역직구 소비 흐름까지 아우른다. 화장품 산업 전반에 걸쳐서 가시화되고 있는 수출 성과 이면에는 내수 부진이라는 그림자도 공존한다. 원팀처럼 보이는 생태계는 효율적이지만 일각에선 성공 공식의 획일화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소 및 인디 뷰티 브랜드는 특정 플랫폼과 검증된 인기 코드에 의존하게 되고 K를 대표하는 요소들은 점차 비슷한 얼굴을 띤다. 단기 성과에는 유리하지만 다양성과 실험성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 있다. 화장품은 위기의 수출 국면에서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잘 팔리는 공식을 내수 생태계로 이식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열풍으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K뷰티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혁신과 경험 축적에서 나온다. 수출 성과 뒤에서 내수를 다시 묻지 않는다면, 오늘의 효율은 내일의 제약이 될 수 있다.

2026-01-12 16:42:12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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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시 ‘지방대 반등’인가…관건은 ‘지역인재 채용 실적’

올해 대학 정시모집 원서접수 결과에서 '서울=정답'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2026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권과 지방권의 경쟁률 격차는 0.40대 1까지 좁혀지며 최근 5년 새 가장 작은 수준을 기록했다. 충청권과 대구·경북권은 평균 경쟁률이 서울권을 앞질렀다. 지방권 경쟁률은 5년 새 최고치다. 숫자만 놓고 보면 '지방대 반등'처럼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변화를 단순히 지방대 선호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르다. 경쟁률 격차 축소는 "지방대가 좋아져서"라기보다 서울 진학에 따른 거주비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숙사 자리를 놓치면 월세로, 월세가 버거우면 통학으로 이어지는 생활의 비용이 선택의 기준을 바꿈 것이다. 등록금에 더해 거주비와 생활비까지 고려하는 '총비용 경쟁'이 수험생 선택을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수험생 선택의 언어가 '간판'에서 '생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지방권 경쟁률 상승은 '지방대 반등'이 아니라 '수도권 비용폭탄'의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지방권 선택도 '하향'이 아니라 '선별'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종로학원 자료를 보면 지방권 지원은 일부 대학으로 집중됐다. 지거국 가운데 지원자 수 상위 대학은 △부산대 7551명 △경북대 6494명 △전북대 6292명 △충북대 5759명 △경상국립대 5568명으로 집계됐고, 지방 사립대 역시 △단국대(천안) 6212명 △계명대 5864명 △순천향대 5522명 △고려대(세종) 4350명 등 특정 대학으로 지원이 집중됐다. 지방권 경쟁률 상승은 '지방대 전반의 반등'이라기보다, 수험생들이 지역 내에서도 취업·전공 경쟁력, 정주 여건을 감안해 실리적으로 선택지를 좁혔다는 신호로 읽힌다. 취업이 서울과 지방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비명문 서울 진학이 주는 비용 대비 효용은 과거만큼 선명하지 않다. 결국 일부 수험생들은 서울 하위권보다 지역 내 경쟁력 있는 대학을 선택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학업을 이어갈 경로를 택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지,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경쟁률이 아니라 취업 데이터가 결정한다. 글로컬대학, RISE 등 지방대 육성 정책도 결국 '지원율'이 아니라 지역에서 실제로 만들어지는 채용 성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역인재 채용의무가 실제 성과로 축적돼 취업률로 확인될 때, 지방대에 대한 인식은 비로소 재평가될 수 있다. 결국 수험생이 보는 것은 계획이 아니라 결과다. 취업 데이터가 쌓일 때 인식도 바뀐다.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lhj@metroseoul.co.kr

2026-01-11 15:25:28 이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