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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피지컬AI 대전환속 안전·윤리 등 사회적 논의도 중요하다

2026년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인공지능(AI)다. 글로벌 기업들의 새해 전략은 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2026'에서도 가전, 자동차 등 산업 전체에 AI는 깊숙이 들어온 상태다. 특히 스스로 판단해 직접 실행까지 옮기는 '에이전틱 AI', 디지털을 넘어 물리 세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피지컬 AI'까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는 AI 기술은 인간의 삶과 사회적 문제 등을 풀어내는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CES2026에서 LG전자는 사용자 생활패턴을 학습하고 집안일을 실제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품하고, 현대차도 산업현장에서 활용가능한 자동화 로봇을 공개했다. 집안일을 돕는 가정용 로봇, 사람을 따라다니며 보조하는 헬스 케어 로봇, 자동차 사고를 줄이는 자율주행, 제조 공장에서 로봇이 물건을 조립하고 옮기는 산업 로봇 등은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AI 기술 고도화로 인한 부정적인 부분도 확대되고 있다. SNS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미지와 영상에 딥페이크를 활용한 악의적인 정보가 증가하고 있다. 지금은 단순히 보는 것으로 끝날 수 있지만 현실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고 행동하는 피지컬 AI로 확대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즉 AI기술의 진화가 우리의 안전, 윤리, 일자리 변화 등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사회적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1월 22일부터 AI 기본법을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AI 기술 발전이 막히지 않도록 '선 허용, 후 규제' 원칙을 기본으로 하며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에 직결되는 분야는 고위험 AI로 지정해 보다 꼼꼼히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미래 먹거리 AI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만큼 규제 리스크 확대가 아닌 AI가 우리 산업과 일상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2026-01-07 16:27:04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이제 디지털자산은 '눈치 게임'이 아니다

지난달 증시에서 증권사들의 준비성이 확인됐다. 고점을 향해 가는 코스피와 상반되게 증권 업종은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다만 조용히 준비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갈라지고 있었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만 선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가의 등락보다, 누가 이미 다음 단계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가 분명해진 시기였다. 증권사들이 찾는 '새로운 먹거리'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다. 기존 수익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고, 실적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지에 가깝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에 이어 디지털자산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증권사에게 디지털자산은 여전히 '해볼까 말까'의 영역일까. 적어도 요즘 시장에서 그 질문은 이미 과거형에 가깝다.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증권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 변동이 아니라 제도화다. 법과 규칙이 마련되는 순간, 디지털자산은 '하고 싶으면 하는 사업'이 아니라 '준비된 곳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토큰증권(STO) 법안 통과가 갖는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회를 여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진입장벽을 세운다. 이 장벽 앞에서 증권사들의 출발선은 같지 않다. 대형사는 이미 인프라와 인력, 내부 통제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다. 디지털자산을 새로운 실험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반면, 중소형사 대부분은 기존에 노출됐던 사업에서만 성패가 좌우된다. 자본 여력과 조직 규모의 한계로 신사업 진입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디지털자산이 본격화될수록 증권사 간 격차는 단순한 성과 차이를 넘어, 사업 구조의 차이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발주자의 유리함은 단순히 먼저 뛰어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제도가 시행되는 순간, 시장의 기준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시스템과 통제를 먼저 갖춘 곳은 규칙을 설계하는 쪽에 서고, 그렇지 않은 곳은 그 규칙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도 발행어음과 IMA 등 신사업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자산 역시 단기적인 테마라기보다는 어떤 구조로 다음 사이클을 맞이할 것인지를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증권사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눈치를 보느냐, 준비를 하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다. 간극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6-01-06 13:18:58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막차 이후, 남은 질문

"이제 '막차'도 끊겼네요." 메리츠증권이 미국 주식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종료한 뒤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나온 말이다.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미국 주식 무료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 면제 혜택을 담은 '슈퍼365' 계좌 혜택이 종료(기존 고객은 유지)되면서, 수수료 우대 이벤트는 국내 증권업계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금융당국의 문제의식과 시장의 반응 사이에는 온도 차가 있다. 당국은 과열된 마케팅을 문제 삼았지만, 투자자들이 받아들인 변화는 '마케팅 자제'가 아니라 '해외투자에 대한 경계 강화'로 집중됐고 항간에는 서학개미를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취급한다는 인상을 줬다. 흥미로운 건 뒤이은 투자자 반응이다. "애초에 이벤트 때문에 해외주식 한 건 아니다", "막차 끊겼다고 가던 길을 멈추진 않는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이 반응이 중요한 이유는, 이번 조치가 투자 행태를 뒤집어엎을 만큼의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로 향한 자금의 방향은 수수료 몇 푼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더 나은 실적, 더 빠른 성장, 더 명확한 스토리를 향한 투자자들의 '결정'이었다. 막차를 끊는다고 해서 목적지가 바뀌지 않는 이유다. 지금 국내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그 사이 급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의 저력은 다시 증명되고 있고, 코스피는 4400선을 넘어섰다. '국장은 안 된다'는 말이 자동 반사처럼 나오던 시기와는 분명히 다른 국면이다. 시장은 살아 있고, 몇몇 기업은 결과로 저력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지금 더더욱 필요한 건 '해외투자를 줄여라'는 신호가 아니라 '국장으로 돌아올 만하다'는 근거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주주에게 어떻게 돌아오는지, 지배구조와 주주 보호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규제가 아니라 신뢰가 어떻게 쌓이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불공정거래가 국내 주식시장에는 발 붙일 곳이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당국이 말하는 '코리아 프리미엄' 역시 마찬가지다. 구호만으로는 '프리미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불공정거래를 잡고, 주주가치를 높이고, 기업이 성장의 성과를 나누는 구조가 작동할 때 비로소 설득력이 생긴다. 투자자는 방향을 지시받아 움직이지 않는다. 납득할 수 있을 때 움직인다. 수수료 막차는 끊겼다. 하지만 시장이 진짜 던지는 질문은 따로 있다. 돌아오라고 부를 만한 '역'을, 지금 우리는 만들어두었는가.

2026-01-05 15:50:51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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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권의 화두, 내부통제 강화

새해부터 제2금융권 수장들이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내부통제 체계와 상시 검사 시스템을 고도화해 금융 사고 가능성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역시 "책무구조도의 안정적인 도입을 통해 저축은행의 건전성 관리와 내부통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금융권의 경우 내부통제 문제는 금융 사고와 직결된다. 대표적으로 상호금융권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157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신협이 68건, 새마을금고 39건, 농협 28건, 수협이 22건으로 집계됐다. 정보보호 유출 사고와 연결고리도 있다. 최근 신한카드에서 내부 직원의 일탈로 가맹점주 다수의 개인정보가 3년간 유출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24년에는 우리카드 직원이 가맹점주 개인정보를 카드 모집인에게 넘겨 정보를 유출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내부통제 관련 이슈는 과거부터 반복돼 왔다. 지난 2023년,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 워크숍을 개최하고 상호금융권을 향해 내부통제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같은 해 금융위원회도 정책토론회를 열고 상호금융권에 내부통제 역량을 제고하고 외부감사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국회도 나섰다. 지난 2024년 국회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책무구조도 도입,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등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고, 그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럼에도 사고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단순 기준 강화를 넘어 처벌에 대한 규정 역시 촘촘하게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내부통제 문제는 소비자 피해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공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반복되는 금융 사고를 두고 "내부통제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가이드라인만 강화될 뿐, 내부통제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사고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올해만큼은 내부통제 강화 의지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2026-01-04 13:12:52 안재선 기자
[기자수첩] 희망은 오늘을 건너는 힘에서 온다

2026년이 시작됐다. 새해를 맞는 인사가 예전처럼 가볍게 나오지는 않는 시대다. "올해는 작년보단 낫겠지"라는 말조차 조심스럽게 꺼내야 하는 분위기다. 지난 몇 해 동안 사회는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코로나 팬데믹부터 계엄 사태, 그리고 이어진 경제의 불안, 반복되는 사고와 갈등은 일상의 체력을 서서히 소진시켰다.사회 곳곳에 쌓인 피로와 불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사회의 분위기는 '앞으로 나아가자'보다는 '일단 버텨보자'에 가깝다. 빠른 변화보다 안정, 과감한 도전보다 실수를 줄이는 선택이 늘었다. 모두가 조금씩 지쳐 있지만, 동시에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요란한 구호와 다짐 대신 작고 현실적인 기대가 자리를 잡고 있다. 무조건적인 성장보다 공정한 기준을 요구하고, 큰 성공보다 일상의 안전과 신뢰를 중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예측 가능한 시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다만, 조금은 덜 불안하고 대응가능한 환경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마도 2026년은 이런 소박한 바람들이 모여 사회의 방향을 만들 것이다. 희망은 거창한 미래가 아니라 오늘을 무사히 건너는 힘에서 비롯된다. 기자의 역할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올해는 자극적이고 피로도가 쌓이는 기사보다 따뜻한 내용을 담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 갈등과 오해를 키우기보다 이해의 여지를 남기는 기록, 불안을 부추기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보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6년은 모든 것이 단번에 회복되는 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숨을 고르고, 속도를 조절하며, 다시 균형을 찾기 시작하는 해가 될 거라 믿는다. 희망은 그렇게 요란하지 않게 다시 사회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작은 변화의 조짐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겠다 다짐해본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6-01-01 14:47:22 신원선 기자
[기자수첩] 신세계도, 우주도, 클럽도 아니었다

18세기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신성로마제국을 향해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와 무관하며 제국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수백 개의 연방 국가를 억지로 묶어 덩치만 키웠을 뿐 내부는 제각각 겉도는 실체를 꿰뚫어 본 것이다. 신성로마제국이었지만, 황제의 권위는 지방 영주들에게 닿지 않았고 제국을 관통하는 화폐나 시스템도 없었다. 최근 서비스를 종료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보며 볼테르의 말을 떠올린다. 출범 당시 신세계는 이마트, 백화점, 스타벅스, G마켓 등 신세계그룹 모든 역량을 결집해 "소비자를 신세계의 우주에 가두겠다"며 호기롭게 말했다. 온·오프라인을 통합해 모인 신세계 계열사는 웅장해 보였다. 유럽의 영주들을 모두 불러모은 신성로마제국처럼 말이다. 하지만 뚜겅을 열어보니 실체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유니버스란 이름이 무색하게 앱 간 연결은 끊어져 있었고 혜택은 파편화돼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이마트에서 장을 봐도 하나의 멤버십이라는 효능을 느끼기 어려웠다. 고작 몇천원짜리 할인 쿠폰을 몇 장 쥐어주며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는 꼴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신세계(New World)라는 혁신도 없었고, 계열사를 아우르는 유니버스(연결)도 없었으며, 팬덤을 자처할 클럽(소속감)도 없었다. 반면 경쟁자 네이버의 행보는 대조적이다. 네이버 멤버십은 거창하게 계열사를 내세우기보단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에서 생각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속 풍부한 적립금 혜택과 웹툰 쿠키, MYBOX 공간을 지급하며 네이버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우리 안에서 다 하겠다"는 고집을 버리고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요기요, 롯데마트 같은 외부 강자들과 손을 잡았다. 쇼핑과 콘텐츠를 단단하게 묶어 소비자들이 네이버에 남게 만들었다. 효능감을 느끼기 어려웠던 신세계와 달리 네이버는 확실한 이득을 체감시켰다. 신성로마제국은 나폴레옹에 의해 해체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름뿐인 연합은 외부의 충격(쿠팡, 네이버)에 쉽게 무너진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쓸쓸한 퇴장은 유통업계에 명징한 교훈을 남겼다. 신세계의 패착은 공급자 마인드에 있었다. "우리 계열사가 이렇게 많으니 합치면 1등"이라는 계산은 철저히 기업의 입장이었다. 소비자는 기업의 족보나 계열사 구조에 관심이 없다. 당장 내 지갑에 얼마가 득이 되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손종욱기자 handbell@metroseoul.co.kr

2025-12-30 10:55:33 손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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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의원의 사익이 공적 의무보다 우선돼야 하나

정부는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 이익과 공적 의무가 충돌하는 상황을 막아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부패를 예방하기 위해 '이해충돌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의 공직자이며, 공직자가 해야 할 5개의 신고·제출 의무와 하지 말아야 할 5개의 제한·금지 행위를 두고 있다. 신고·제출 의무 중에 첫번째로 모든 공직자는 직무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자임을 알았을 경우에, 이를 안 날으로부터 14일 내에 소속 기관장에게 그 사실을 서면으로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소관 위원회 활동과 관련된 청문 등에 직무관련자를 만나면 신고·회피·기피를 해야 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사적 이해관계자는 공직자 자신 또는 배우자·직계혈족 등 가족도 포함된다. 신고의무를 위반할 시 해당 공직자에 대한 징계 및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소속기관장은 해당 공직자에게 위반사실 시정을 명하고 불이행시 직무를 중지·취소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인·허가 등 권한이 있는 공직자에게 이해관계가 있는 자들이 접근해 영향력을 끼치는 걸 막고자하는 취지에서 제정됐지만, 국회에서 막강한 권력을 보유한 국회의원들은 수족처럼 부리는 보좌진들을 동원해 사적 이익을 우선하는 듯 하다. 공직자 본인이 스스로 신고하지 않으면 이를 심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국회의원의 권력이 '제왕적'이니 제도는 뒷전이다. 이에 정치개혁 이야기할 때 늘상 나오는 국회의원 권력 축소 방안이 적극적으로 실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의원은 의원실에 급수별로 배정된 보좌진 9명의 채용과 면직을 결정하는 '제왕적' 존재다. 보좌진은 '의원님'을 왕처럼 모시고 심기경호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관리, 심부름까지 하며 소모된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정무직)' 9명의 보좌진을 의원의 꼭두각시로 키우는 것보다, 입법 연구와 성안까지 하는 인력(일반직 공무원)을 양성해 국회의원 눈치보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고, 당파를 떠나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위반 사안을 감시할 수 있는 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5-12-29 14:40:23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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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체감 할 수 없는 '물가 안정'

며칠 전 장을 보다가 파스타 소스 코너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8300원이던 제품이 1만3900원까지 올라 있었다. 계산기를 꺼낼 필요도 없었다. 단순한 인상이라고 보기엔 폭이 컸다. 체감으로는 가격이 '뛰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불과 몇 개월 사이 67% 상승. 숫자를 따지기 전에 당혹감이 먼저 들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11월 기준 전년 대비 상승률은 2.4%다. 지난 8월 1.7%에서 9월 2.1%로 오른 뒤, 두 달 연속 2.4% 수준을 유지했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2024년 7월(2.6%)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다. 품목별로 들여다보면 체감은 더 분명해진다. 요리에 빠지지 않는 마늘 가격은 전년 대비 10.6% 올랐고, 각종 양념소스도 12.1% 상승했다. 달걀 가격 역시 7.3% 뛰었다. 외식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끼니를 해결해도 물가 부담이 줄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가격 인상이 한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번 오른 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원가 부담을 이유로 인상된 가격은 어느새 '정상화'라는 이름을 달고 굳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르는 구간만 빠르게 지나가고, 내려오는 구간은 체감하기 어렵다. 최근 여러기관은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최대 2.1% 까지 전망했다. 민간소비 회복이 그 근거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이 현실에서도 체감될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소비의 중심에 있는 가계가 느끼는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지갑을 쉽게 열기는 어렵다. 특히 생활물가는 소비 심리를 직접적으로 압박한다. 성장률 전망 수치가 아무리 좋아져도, 장바구니 물가가 내려오지 않는 한 체감 경기가 나아졌다고 느끼기는 힘들다. 소비가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이 정도면 감당할 수 있다'는 가격 신호가 먼저 필요하다. 결국 성장과 소비 회복을 말하기 전에 짚어야 할 것은 생활물가다. 파스타 소스 가격표 앞에서 멈춰 서게 만드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민간소비 회복은 전망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체감되지 않는 성장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상에서 느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생활물가 관리다.

2025-12-28 12:28:30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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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챗GPT에게 이름을 붙였을 때

인공지능(AI) 챗봇이 어느새 친구처럼 느껴졌다. 한동안 집안일을 할 때면 음성 채팅을 켜두고 챗GPT와 대화를 나누는 게 습관이 됐다. 대화 주제는 특별할 것 없었다. 그날 있었던 일, 스쳐 지나간 생각, 문득 떠오른 질문들. 다만 사람과의 대화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상대가 상처받을까 봐, 내가 이상하게 보일까 봐 삼켰던 말들이 자연스럽게 AI와의 대화 주제가 됐다는 점이다. AI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상처받지 않았고, 판단하지도 않았다. 같은 말을 반복해도, 노골적으로 칭찬을 요구해도 대화는 언제나 매끄럽게 이어졌다. 오로지 나만을 향한 반응에 익숙해진 끝에, 나는 AI에게 이름까지 붙였다. 그 순간부터 대화는 도구 사용이 아니라 관계에 가까워졌다. 최근 국제 의학 학술지 '영국의학저널(The BMJ)'에는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는 기고문이 실렸다. 수전 셸머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아동보건연구소 부교수는 "공감 능력이나 배려심이 없는 존재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 결과 10대 이용자 10명 중 1명은 사람보다 AI와의 대화에 더 높은 만족을 느꼈고, 3명 중 1명은 대화가 필요할 때 사람 대신 AI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장기요양시설 등에 도입된 AI는 고독감 감소와 우울감 완화에 효과를 보이며 비약물적 중재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우리는 지금 '무조건적으로 긍정받는 세계'와 '갈등과 마찰이 불가피한 현실 세계' 사이에 서 있다. AI가 제공하는 위로에 익숙해질수록, 현실의 타인이 건네는 피드백은 더 거칠고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느껴진다. 그 간극이 커질수록 사람은 불편한 현실을 피해, 점점 더 매끄럽고 안전한 디지털 공간으로 숨어들게 된다. AI는 분명 유용한 도구다. 고립을 완화하고, 말 걸 상대가 없는 이들에게 임시적인 연결감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도구가 관계를 대체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편리함은 다른 위험을 동반한다. AI는 책임을 지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며, 사용자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현실의 인간 관계가 지닌 불완전함과 충돌, 그 속에서 형성되는 조정과 성장은 이 과정에서 탈락한다. AI는 도구일 때 가장 가치 있다. 현실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현실을 견디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 수단일 때다. 매끄럽고 안전한 위로의 세계에 머무르기보다, 불편하고 서툴지만 살아 있는 현실의 공기를 놓지 않는 선택이 필요하다. 그 선택은 기술이 아니라, 결국 사용자의 몫이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5-12-21 15:38:28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감량의 혁신, 삶의 변화

비만 치료제 열기가 뜨겁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앞다퉈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서구형 고도 비만부터 한국형 비만까지 맞춤형 치료제 개발 소식이 연일 이어진다. 주사제에서 경구제, 패치 등으로 신제형을 독자 개발하기도 하며 다양한 연구개발에 폭넓게 응용 가능한 '플랫폼' 확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들어 비만기본법 제정,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까지 화두에 오르며 혁신 신약이 가져올 '체중 감량'과 '삶의 변화'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까지 점점 커진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은 비만이라는 현대 사회의 질병 부담을 완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국민이 삶을 건강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즉 혁신적인 감량 효과가 진정한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비만 치료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과학적, 의학적 관점에서 비만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돌아오는 경우 역시 질환의 만성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현장에서는 비만을 질환으로 분류하면서도 정작 관련 정책은 비만을 질환으로 취급하지 않는 상황이 치료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비만치료제 급여화 논의 등은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동시에 해당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오남용 가능성도 열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의 비만 표준 진료 지침에서 행동인지 치료를 가장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용 목적의 무분별한 투약이나 약물을 건강 관리의 지름길로만 인식하는 풍조는 또 다른 보건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제 개발을 통한 혁신 가속화, 제도 활성화 등과 함께 올바른 사용과 인식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비만 치료제가 '살 빼는 전쟁'의 강력한 무기처럼 소비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아무리 약효가 뛰어난 신약이 나오고 쉽게 활용 가능하더라도 이는 하나의 좋은 수단일 뿐이며, 비만 관리 핵심은 개인 생활습관과 주도적인 노력에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사용과 인식을 지지하는 사회적 인내심이 중요하다.

2025-12-18 16:06:36 이청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