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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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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출규제와 2금융 '풍선효과'

풍선효과.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현상을 빗댄 표현으로,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억제하면 다른 현상이나 문제가 새롭게 불거져 나오는 현상을 뜻한다. 풍선의 튀어나오는 곳마다 모두 누르면 어떻게 될까. 풍선은 결국 터지고 만다. 2금융권의 가계대출 풍선효과 역시 마찬가지다. 1금융권의 대출을 규제하자 2금융권으로 가계대출이 쏠렸다. 지난달 한 달 새 2조 4000억원의 가계대출이 증가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풍선효과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상호금융권이 가계대출 증가세가 특히 화두다. 지난해 통틀어 상호금융권에서만 가계대출이 10조5000억원 증가했다. 27조6000억원 가계대출이 감소했던 지난 2023년과 4조 6000억원 감소 폭을 보였던 2024년과는 상반되는 흐름이다. 금융당국은 부푼 풍선을 또다시 누르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상호금융권을 소집해 대출 영업 자제를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영업을 한시 중단했다.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자제하고 있는 것. 문제는 상호금융은 대표적인 지역·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점이다. 무작정 대출을 조이면 지역 서민들이 대출 활동을 통해 자금을 융통할 길이 사라진다. 무주택 서민·청년·자영업자 등 대출이 절실한 실수요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무작정 눌러서만은 안 된다. 가계대출이라는 큰 틀을 다시 쪼개야 한다. 실제 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 중에서도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또 다시 세분화하면 아파트 구입을 위한 주담대와 과거 분양을 받았을 때 입주 잔금 대출 등이 있다"면서 "과거 분양 시 받았던 입주 잔금 대출이 가계대출을 견인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호금융권 별 가계대출의 세부적인 항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신용별로 차주를 세분화해 대출 규모를 조정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양적 규제로 풍선을 누르기만 하면 언젠가 터지고 만다. 질적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6-02-18 12:50:45 안재선 기자
[기자수첩]혁신과 혁명, K제약 딜레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가제도 개편안이 논란이다. 논란 중심에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대에서 40%대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놓여 있다. 정부의 논리는 명확하다. 약값을 낮춰 국민 부담을 줄이고 국내 제약 회사들이 복제약에 안주하지 않고 신약 개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구조 전환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도 존재한다. 방향만 놓고 보면 틀리지 않다. 다만 국내 제약 산업이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속도와 방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혁신'이라 부르지만 현장에선 '혁명'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국내 제약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5%에도 못 미친다. 그마저도 제네릭이라는 '캐시카우'가 버팀목이 돼왔다. 이 현금 흐름을 끊어내면서 동시에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라는 주문은 혁신이 될 수 없다. 혁신의 사전적 정의는 바꾸거나 고쳐 아주 새롭게 함이다. 파괴가 아니다. 국어사전에서 혁명을 찾아보면, 관습, 제도 등을 단번에 깨뜨리고 새로운 것을 세움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약가제도 개편안이 국내 산업을 밀어붙이는 '혁명'이 된다면 그 뒤에 남는 것은 경쟁력이 아니라 공백일 수 있다. 물론 같은 제약 업계 내부에서도 일각에선 "살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각오하며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산업 체질 개선은 선언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신약 하나가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당연히 필요하다. 어쩌면 국내 제약사에게 제네릭 의약품의 존재는 혁신 자체일 수 있다. 기존 방식을 개선해 새 가치를 만드는 힘은 오리지널 특허가 만료된 약을 복제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때 발휘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신약 개발은 혁명과 같을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고 실패를 감수하지 않으면 성공 또한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정부는 제약 산업에게 제네릭 의약품이라는 캐시카우 없이, 즉 혁신 없이, 신약 개발이라는 창조를 위한 혁명만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공적인 신약개발 그리고 국가 미래와 K제약 생존을 위해서는 절감 재원을 재투자하는 기업의 능동적인 방안과 개별 기업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뒷받침되길 기대한다.

2026-02-12 16:24:45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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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 아이의 은밀한 친구

최근 미국에서 이른바 '캐릭터 인공지능(AI)'으로 불리는 캐릭터 AI 챗봇을 이용한 뒤 청소년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AI 챗봇 서비스 '캐릭터.AI(Character.AI)'를 이용하던 10대 청소년 두 명이 약 3개월 간격으로 사망했는데, 이들은 모두 유서에 'I will shift'라는 문구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표현은 현실 세계를 떠나 캐릭터 AI가 존재하는 가상 세계로 이동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두 청소년은 캐릭터 AI와의 대화에서 "만나고 싶다",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등의 호소를 반복했으며, 이에 대해 캐릭터 AI는 "제발 와 줘"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이들의 비현실적 인식을 제지하기보다 오히려 부추기고 동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화 과정에서는 성적 착취에 가까운 부적절한 내용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캐릭터.AI 운영사와 두 청소년의 유족은 지난 1월, 회사 측의 일정 부분 책임을 전제로 한 비공개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일까. 불행히도 아닌 듯하다. 최근 계명대 조수현 교수 디지털상담연구실이 국내 한 언론과 전국 초·중 교사 및 상담교사에게 사례를 수집한 결과, AI 챗봇과의 대화로 인한 문제적 상황이 다수 발견됐다. 대부분 장시간 사용과 정서적 의존이 또래 관계를 단절시키고 현실 회피 성향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을 지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AI는 교육 보조 도구로써 사용이 장려되고 있고, 아동 청소년이 개인 휴대폰을 이용해 장시간 부적절한 대화를 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례에서 발견된 청소년들 중 상당수는 캐릭터 AI 챗봇이 아닌 챗GPT와 같은 범용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AI 챗봇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아동·청소년 보호 체계 전반의 공백을 드러내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기술 기업의 자율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연령별 접근 통제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교육·가정·플랫폼을 아우르는 다층적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AI가 일상 속 대화 상대로 깊숙이 들어온 지금,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대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6-02-11 14:25:58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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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장을 설득할 시간

스마트폰 시장의 승부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더 많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에서 얼마나 확실한 존재감을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처음으로 400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매출도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하량 증가율은 5%에 머물렀으나 소비자들의 고가 모델 선택 비중 확대에 따라 평균판매가격이 오르며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운 것이다. 기술 평가만 놓고 보면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 경쟁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 대비 앞섰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생성형 AI 도입 속도도 빨랐고 기기 내 기능 확장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소비자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을 보면 이야기는 다소 달라진다. 애플의 평균판매가격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00달러를 넘어섰고 매출 점유율 역시 크게 확대됐다. 기술 경쟁의 속도와 시장의 선택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삼성은 스마트폰 출하량을 늘렸으나 보급형 비중 확대 속에서 평균판매가격은 오히려 낮아졌다. 반면 애플은 고가 모델 중심 전략으로 단가를 끌어올렸다. 판매량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수익 구조는 확연히 달라졌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가격을 올려도 선택받는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올해는 또 다른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애플의 첫 폴더블폰 참전이다. 그동안 폴더블 시장은 삼성이 주도자였다. 그러나 애플이 가세하는 순간 폴더블폰은 프리미엄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재정의 될 것이다. 시장의 눈높이 역시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기술적 우위는 분명 중요하다. 시장을 여는 힘도 기술에서 나온다 .그러나 소비자를 얼마나 설득하느냐 또한 관문이다. AI도, 폴더블도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먼저 구현했느냐가 아니라 일상에서 얼마나 체감되는 가치로 이어지느냐다. 제품 가격이 높아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완성도와 경험을 보여줄 때 기술은 비로소 시장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6-02-10 15:23:39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ESS에 달린 K-배터리의 다음 행보

북미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생존여부는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의 성공적인 전환에 달려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로 변화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ESS를 중심으로 생산 구조를 이미 상당 부분 전환중이다. 북미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등 현지 공장을 기반으로 ESS 배터리 생산과 수주 경험을 쌓고 있고, 삼성SDI는 각형 NCA 기반 ESS 전용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며 프로젝트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SK온 역시 조지아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 LFP로 전환하며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이같이 국내 기업들이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ESS 중심의 제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ESS 시장의 경쟁 강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쟁의 무대만 전기차에서 ESS로 옮겨졌을 뿐, 여전히 핵심 경쟁 상대는 중국이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배터리와 시스템의 직접 진입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ESS의 주력으로 자리 잡은 LFP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과 공급 경험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정책 장벽 속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공급망 내 역할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며 영향력을 놓지 않는 이유다. 이런 구도에서 무리한 외형 확대는 오히려 경영상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의 경쟁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인 만큼, ESS용 LFP에 투입되는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용 구조와 투자 효율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생산과 투자 전반에서 효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ESS 경쟁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고체 배터리 등 고에너지 밀도를 요구하는 차세대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들 시장이 2~3년 이후에야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분야에서는 하이니켈 NCM 기반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ESS는 그 자체가 목표라기보다 다음 산업 전환을 준비하는 현실적인 무대에 가깝다. ESS 경쟁력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시장을 유지해야만 전고체 배터리와 휴머노이드 로봇용 배터리라는 다음 무대에 설 수 있다. 지금 ESS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2026-02-09 16:17:42 원관희 기자
[기자수첩]가상자산거래소의 신뢰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은 세계적인 제도화의 문턱에 있다. 주요국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의 자체적 가치를 인정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제도화를 통해 자본시장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관련한 규제도 확대했다. 기업 가치를 담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도 내재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흐름이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서는 디지털자산의 법제화는 물론 후속 법령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뼈대가 될 '기초법'도 마련되지 않았다. 감독기관 간에 견해차가 지속되며 관련 입법이 늦어지는 가운데 이해관계자인 디지털자산거래소의 입장도 정부와 달라서다. 정부는 최근 향후 디지털자산 규제의 뼈대가 될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논의하면서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와 은행 지주사의 지분 한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디지털자산이 자본시장으로 편입되는 만큼, 거래소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해 지배구조를 분산하겠다는 의도다. 국내 5대 원화거래소는 모두 이같은 대주주 지분 제한 요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거래소들이 인수·합병 등을 활용해 차세대 경쟁력을 제고할때 대주주의 지분을 제한하는 법령은 혁신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5대 거래소는 모두 비상장사인데, 대주주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지분을 처분한다면 기업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 다만 거래소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디지털자산이 자본시장에 편입할 때 현행 거래소의 규제나 안전장치로 불충분하다고 느껴서다. 빈번한 거래사고, 암호화폐 탈취 등은 투자자들이 국내 디지털자산거래소를 불신하는 원인이다. 최근에는 거래소 직원의 실수로 이벤트 보상 2000원이 '2000BTC'로 지급되는 사고가 있었다. 디지털자산은 '블록체인'이라는 위조방지 기술 위에 세워졌다. 개별 디지털자산에 고유한 값이 부여되며, 거래 이력과 변조 가능성을 검토한다. 물질적인 가치가 없는 디지털자산이 가치를 인정받은 배경이다. '존재하지 않는 코인'을 지급한 만큼 거래소 시스템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해당 거래소는 고객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한 순간의 착오로 2000원이 1900억원으로 둔갑했다. 실제 출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1900억원에 달하는 '매도 인증샷'을 목격한 투자자의 신뢰는 후퇴했다. 경영 권리를 요구하기에 앞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2026-02-08 10:57:42 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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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근식의 ‘교육 우선론’, 정치 이념과 선 긋기

교육감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화두가 있다. '단일화'다. 진보와 보수로 나뉜 후보군이 세를 모아야 한다는 논리도, 표가 분산되면 진다는 계산도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서울교육의 수장인 정근식 교육감이 이번 진보 진영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논쟁이 붙었다. 일부 후보들은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는 정말 당연한 전제인가. 정 교육감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교육은 정치 논리의 연장이 아니라, 교육 자체의 가치로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영 구도에 자신을 가두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단일화 불참은 돌출 행동이라기보다 그간의 행보와 궤를 같이하는 선택이다. 교육감 선거가 정당 공천 없이 치러지는 이유 역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물론 현실 정치의 셈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표가 나뉘면 상대 진영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합리적이다. 그래서 단일화는 늘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현장의 흐름은 더 복잡하다. 서울 지역 진보 진영 단일화 추진위원회는 4일을 후보 등록 마감 시한으로 제시했지만, 정근식 교육감은 "신학기 학교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등록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예비후보들은 "민주적 절차 훼손"이라며 반발했고, 일정 연기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하지만 그 책임이 시민의 선택권을 좁히는 방식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엇갈린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장기전이다. 그래서 교육을 일러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정권은 5년을 보지만 학교는 10년, 20년 뒤를 바라본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은 교육감만큼은 정치적 거래가 아닌 정책과 비전으로 평가받길 원한다. 정 교육감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다. 과거 서울교육감 선거에서도 완전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적은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결과를 단순히 '단일화 실패 탓'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었다. 유권자는 진영보다 인물과 정책을 보고 움직였다. 교육감 선거의 성격이 일반 정치 선거와 다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단일화 불참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그 선택을 두고 곧바로 배신이나 분열로 몰아붙이는 것도 옳지 않다. 교육을 정치의 전장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태도, 그 자체는 민주사회에서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결국 판단의 몫은 유권자에게 있다. 교육을 정치로 볼 것인지, 교육 그 자체로 볼 것인지 말이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6-02-05 14:40:33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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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술의 혁신이 불러온 갈등…피지컬 AI 변화 안정적 흐름 이어가길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최근 배포한 소식지에는 이같은 문장이 담겨 있다. 전 세계적으로 피지컬 AI 관심이 급격히 커지며 현대차, 테슬라 등 테크 기업들이 로봇 사업을 확장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로봇을 개발하고 도입하려는 회사의 경영에 대한 반대 의견을 넘어 선전포고에 가깝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 2026에서 현대차가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전환을 언급하자 이를 둘러싼 불안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노조가 이처럼 불안감을 드러낸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도입에 따른 단순한 자동화의 문제는 아니다. 현대차가 미래형 스마트 팩토리, 생산성 혁신을 강조하지만 결국 노동자는 자신의 일자리도 로봇에게 한순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는 과거 현대차가 걸어온 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 울산 공장의 생산 라인 자동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신형 i30를 출시하면서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산 라인 자동화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 인력 74명을 타 공장으로 전환 배치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약 한 달간 생산을 중단하는 등 갈등을 겪었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현대차가 해외 공장에 로봇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자 국내 노조는 일찌감치 변화에 대한 협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사측은 고령화된 생산 인력 구조, 숙련 인력 부족, 안전사고 예방 등을 고려하면 로봇 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제조 현장의 로봇화는 세계적인 변화이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실제 테슬라는 고급 모델인 모델S와 모델X의 생산을 올해 2분기 중단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도 향후 아틀라스를 생산해 올 연말 완성차 생산라인에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본격적인 로봇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국가 차원의 큰 틀에서 전환 설계가 필요하다. 로봇 시대의 고용 안전망과 전환 노동에 대한 보상 등 미래 인간 중심의 로보틱스로의 안정적인 확장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2026-02-03 16:00:20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먼저 온 미래'의 과제

"'오천피'가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퇴근길 대중교통 안, 옆 자리에서 들려온 말이다. 코스피 4000을 넘어선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5000이 현실이 됐고, 먼 미래로 여겨졌던 숫자가 일상이 됐다. 이른바 '먼저 온 미래'다. 다만 섣불리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른 것 아닐까.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1%에 그쳤고, 4분기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자본시장은 질주하고 있지만, 실물경제의 체력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증시의 쏠림도 분명하다. 코스피 상승의 절반 이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성장의 90%를 반도체 수출이 떠받친 한 해였다. 덕분에 지수는 올랐지만, 이것이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고 보긴 어렵다. 이 간극은 시장의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차기 미 연준 의장 후보 지명이라는 변수 하나에 오천피는 하루 만에 크게 흔들렸다. 지난주 5300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며 2일 장중 5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시총 상위 기업들의 실적이나 이익 전망이 급변한 것도 아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컨센서스와 증권사의 중기 전망도 유지됐다. 결국 지수 상승 속도에 비해, 시장의 구조적 완성도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방증이다. 반면 투자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1억개를 넘었지만, 문제는 이 대중화가 기업의 펀더멘털과 거버넌스·실물경제 개선과 보폭을 맞추고 있느냐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상승은 일부 대형주의 주가 급등 결과일 뿐, 중소형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ROE 개선 없이 이어지는 주가 상승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코스피 5000은 결과일 뿐, 개혁의 완성이나 펀더멘털의 확산을 보장하지 않는다. 지금 시장 전반에 퍼진 '불안'은 개인의 판단력 문제가 아니다. 참여는 집단화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학습·정보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학교 금융교육 경험률은 초·중·고 모두 30%대, 금융이해력은 100점 만점에 60점대에 머문다. '꿈의 오천피'는 이제 현실이 됐다. 높은 지수만큼이나 이제는 지수의 높낮음에 환호하거나 비관하기보다, 그 숫자를 떠받치는 기업의 수익성·거버넌스·실물경제가 얼마나 넓게 개선되고 있는지를 차분히 점검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이는 투자자의 태도 문제를 넘어, 기업의 체질 개선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신뢰가 함께 따라와야 가능한 일이다. 건강한 기업과 성숙한 투자 문화가 동반되지 않은 상승은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26-02-02 14:13:56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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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해찬의 민주당, 민주당의 이해찬

1월의 마지막 날,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가 직접 설계한 세종에 묻혔다. '대통령 빼고는 다 해 본' 이 인물은 생의 마지막까지 해외에서 공무를 수행하려 했다. 그가 늘 강조하던 '퍼블릭 마인드(public mind)'의 현신(現身)인 셈이다. 정치인 이해찬의 궤적은 '이해찬의 민주당'과 '민주당의 이해찬'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민주화'라는 첫 번째 꿈이 실현되자, 그는 '민주적 국민정당'이라는 꿈을 설계했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평화민주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회고록에서 그는 당시의 평민당을 이렇게 말한다. "기본적인 사무역량이 없었다. 서류를 꾸밀 줄 아는 사람도, 변변한 타이프 한 대도 없었다." 이 전 대표는 그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이라는 정당을 국가를 경영할 역량을 가진 유기체로 만들고자 했다. 1988년 책상 하나 제대로 없던 야당을 2026년 현재 원내 최대 의석을 보유한 여당으로 키워낸 힘은 그의 치밀한 기획과 시스템 정착에서 나왔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정부 탄생 뒤엔 늘 '설계자 이해찬'이 있었다. '민주당의 이해찬'은 '민주적 국민정당'이라는 꿈을 위해 기꺼이 한 몸을 갈아 넣은 헌신을 말한다. 2016년 이 전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컷오프를 당했다. 당시 그는 배우자 김정옥 여사 앞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평생을 바친 단심(丹心)을 부정당한 서러움이었을 테다. 결국 그가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민주당의 모두가 귀환을 예상할 정도로, 그는 '민주당의 이해찬'이었다. 그가 대표를 역임할 때 민주당은 '기율이 잘 잡힌' 정당의 느낌이 났다.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다가도, 중요한 국면에서 그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뭉치는 모습을 보였다. 악역이 필요할 때는 기꺼이 그 역할을 자처했다. '민주당의 이해찬'이라 가능했다. 기자 개인으로서 '정치인 이해찬'의 두 궤적을 모두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그렇기에 시대의 거인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시리도록 헛헛하다. 그가 설계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이제 그 없이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해찬 없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민주당은 그가 만든 설계도를 들고, 대답할 이가 없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가 꿈꾼 '민주적 국민정당'이라는 목표는 아직 진행 중이니까.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6-02-01 10:58:01 서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