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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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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업계의 '수수료' 갈등

수수료는 누군가의 수익이자, 누군가의 비용이다. 수익을 지키려는 측과 비용을 낮추려는 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업계에서는 수수료 갈등이 업권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카드사와 주유업계다. 주유업계는 최근 카드사에 수수료율을 1.5%에서 1.0%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고유가로 결제액이 커지면서 주유업계 카드수수료 부담이 증가하면서다. 비용을 줄이겠다는 움직임이다. 카드사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주유의 경우 결제금액이 확대될 경우 카드사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 주유 결제액이 많아지면서 포인트·할인 비용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논리다. 수수료 갈등은 저축은행과 핀테크 업계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핀테크 업계의 대출 중개수수료 인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저축은행 쪽은 핀테크 업계의 대출 중개수수료 인하가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져 서민들의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역시 핀테크 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수수료 인하가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수수료 인하로 핀테크 업계가 위축되면 서민들의 자금 대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비용을 낮추려는 측과 수익을 지키려는 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최근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업계가 수익성 악화 속 비용 절감 압력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카드사의 수익은 2조3602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2300억원 가량 줄어 들었다. 저축은행 업권도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이 416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익 대부분이 상위 1~2개사에 집중됐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는 저축은행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때일수록 '상생'의 가치를 돌아봐야 한다. 각 업권이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며 갈등이 격화되면 사회 전체의 비용은 오히려 증가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역할도 불가피하다. 고통 분담을 업계에만 맡긴 채 갈등을 방치해선 안된다. 상생이 가져오는 효용은 생각보다 크다.

2026-04-22 16:01:50 안재선 기자
[기자수첩] 장애가 소음이 될 때, 인권은 죽어간다

새벽 1시 자폐 성향이 있는 21세 아들의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말에 외투를 챙겨 입고 아들과 식당으로 향한 김창민 영화감독은 그 날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생을 마감했다. 최근 세간을 분노케 한 '영화감독 김창민 씨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이 내는 소리에 "조용히 시키라"며 시작된 시비는 6대 1의 집단 폭행으로 번졌고, 아버지는 끝내 뇌사 판정을 받은 뒤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며 세상을 떠났다. 이날 현장의 공권력은 무능했다. 출동한 경찰은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를 앞에 두고도 가해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들을 지키려 나이프를 들었던 아버지의 절박한 방어기제만을 보고 사건을 '쌍방 폭행'으로 규정했다. 경찰의 초동 수사가 가해자의 폭행 횟수를 '20여 회'에서 '3회'로 축소 보고하는 동안, 가해자들은 거리를 활보하며 자신의 폭력을 미화하는 힙합 곡까지 발표했다. 뒤늦게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들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사과문을 읽으며 "유족의 연락처를 몰라 사과를 못 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면, 변호사를 통해서라도 얼마든지 연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의 밑바닥엔 장애를 향한 차가운 시선이 깔려 있다. 발달장애인의 돌발 행동을 배려의 대상이 아닌 '소음'으로 본 결과가 집단 폭행의 시작이었다. 비장애인의 소란에는 관대하면서 장애인의 행동에는 유독 엄격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권 감수성이 빚어낸 참사다. 사법 시스템도 가해자의 편이었다. 경찰이 초동 수사에서 '쌍방' 프레임을 짜버렸고, 오히려 유족이 직접 CCTV를 뒤지며 증거를 모아야 했다. 수사기관의 안일함과 법원의 기계적 영장 기각이 결합될 때 법은 약자의 방패가 아니라 가해자의 은신처가 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김 감독은 생전 경찰 인권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을 만큼 인권에 각별했던 영화인이었다. 그런 그가 정작 가장 인권이 무너진 현장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지독한 역설이다.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우리는 이 사건을 결코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처벌 결과는 단순히 한 범죄자의 단죄를 넘어 우리 사회가 장애인 가족의 삶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결정짓는 척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6-04-22 10:06:59 신원선 기자
[기자수첩]은행과 인공지능(AI)

은행들이 인공지능(AI) 활용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챗봇, ARS 등 고객 상담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던 AI는 대출 심사나 상품 추천까지 그 영역을 확대했다. 은행원이 맡았던 각종 업무들이 AI에게 넘어가면서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AI를 마주할 일이 많아졌다. 은행권은 모든 산업을 통틀어 AI 도입이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국내 은행들이 AI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비용 효율화 때문이다. 디지털금융의 보급으로 점포 운영의 효율성은 낮아졌고, 금리 인하나 대출 규제 등을 이유로 기존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서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수익성 개선 전략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AI를 소비자 업무에 도입하면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 챗봇, ARS 등에 활용하는 AI는 챗GPT, 제미나이 등 상용 생성형 AI와 비교해 성능이 뒤쳐진다. 망분리 규제에 따라 기존 상용 모델 도입이 제한적인 만큼 자체 개발 모델을 활용하고 있어서다. 해당 AI 모델들은 앱 기능 연결, 상품 설명 이외의 기능 정도만 제공할 수 있으며, 답변의 정확도도 떨어진다. 고객의 체험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업을 전문적인 서비스업으로 인식한다. 은행원은 고객에게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고객이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한다. 고객은 마주앉은 은행원이 복잡한 절차와 상품에 대한 책임을 공유한다고 믿는다. 고객 요청에 대한 '피드백'이 불충분하며, 때때로 부적절한 답변을 내놓는 AI에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다. AI는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성능이 향상된다. 그러나 불편을 겪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불편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미완성 AI'의 도입이 늘어날 수록 은행을 향한 신뢰도 저해될 수밖에 없다. '신뢰의 산업'인 은행업에는 치명적이다. AI의 도입은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다. 은행의 수익성 개선과 비용 효율화는 소비자의 금융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은행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윈-윈(Win-Win)'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불편함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은행들은 미완성의 인공지능을 각종 업무에 경쟁적으로 도입하기보다, 소비자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더 힘써야 할 시기다.

2026-04-21 15:42:55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삼천당제약, 시장이 원하는 건 해명이 아닌 신뢰

118만4000원과 48만5500원. 최근 한 달 기준 삼천당제약의 고점과 저점이다. 지난달 30일 장중 120만원을 돌파한 뒤 2거래일 연속 급락하면서 이틀 동안에만 시가총액 약 10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1월까지 20만원대였던 삼천당제약의 주가는 3월 들어 120만원까지 널뛰기를 했다. 단숨에 주가가 불어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8거래일 만에 시가총액 4위로 다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삼천당제약이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를 유지했던 기간은 단 4거래일에 불과하다. 삼천당제약의 주가가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인 이유는 '기술' 때문이다. 앞서 삼천당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와 15조원 수준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해지면서 기대감이 확대됐다. 하지만 삼천당제약이 내놓은 호재성 공시에는 경구용 비만·당뇨치료제와 관련해 약 1억달러(약 147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향후 판매 수익의 90%를 받는 독점계약을 미국 파트너사와 체결했다고만 적히면서 시장의 불신이 발생했다. 파트너사의 정보에 대해서도 완전 비공개 태도를 보이면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천당제약 최대주주인 전인석 대표는 2500억원 수준의 주식 매각 계획을 밝혔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규모 지분 매각(블록딜) 계획 철회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의 신뢰는 한풀 꺾였다. 더불어 한국거래소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내리면서 힘이 더 실린 모양새다. 주목되는 점은 일부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삼천당제약의 경구용 비만·당뇨 제네릭 의약품과 관련한 추가 임상 필요성을 제기하자 삼천당제약은 허위 사실에 대한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거론했다. 사실상 부정적인 의견을 막으려는 과잉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바이오 기업들의 보수적인 대응은 불가피한 숙제다. 특허가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고, 기술이 등록되기 전까지는 철저히 벽을 세울 수밖에 없다. 다만 그들의 기술력을 믿고, 당장 실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해야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비공개의 정도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무리 중요한 사안이라고 해도 시장의 신뢰까지 비공개할 수는 없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막연한 기술 기대감이 아니라 그 기대를 정당화할 수 있는 설명과 근거다. 기대를 키운 만큼 의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혁신은 곧 불신으로 바뀐다. 삼천당제약이 지금 증명해야 할 것은 기술의 가능성이 아니라 시장이 믿을 수 있는 신뢰의 근거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6-04-20 14:31:02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생리대는 선택재 아닌 필수재…일회성 할인은 그만

생리대 가격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유통가는 대규모 할인과 초저가 PB 출시로 응답한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가격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제는 '이벤트성 인하'가 아니라 가격 투명성·품질 기준·세제 개편까지 포함한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리대 가격 언급 이후 유통업계의 대응은 두 축으로 나뉘었다.하나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중심의 할인 경쟁, 다른 하나는 PB 생리대 확대다. 이마트·롯데마트·GS25·CU 등은 최대 70%대 할인이나 1+1 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 유입을 늘리고 있고, 쿠팡·다이소·홈플러스 등은 100원 안팎의 초저가 PB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가격 기준선을 낮췄다. 특히 PB는 제조사 브랜드(NB)에 대한 가격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할인 행사는 본질적으로 기간이 정해진 마케팅 수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사 기간이 지나면 다시 높은 가격을 감내해야 한다. PB 역시 초기 화제성 이후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결국 지금과 같은 단편적 대응만으로는 가격 구조 자체를 낮추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대형 유통사가 PB 생리대와 탐폰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저가 기준 가격'을 형성해왔다. 여기에 정부의 세제 개편이 결합되면서 가격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췄다. 특히 일부 국가는 월경용품을 생활필수품으로 분류해 세금을 면제하거나, 나아가 공공 차원의 무상 제공까지 확대하고 있다. 즉 시장 경쟁과 정책 개입이 동시에 작동할 때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책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주요 생리대 제품의 원가 구조와 유통 마진, 가격 변동 이력 등을 일정 수준 공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 규제를 넘어 시장 신뢰를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또 저가 PB 제품이 확대될수록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 가격 경쟁이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면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아울러 월경용품을 명확한 필수재로 규정하고 세제를 개편하는 것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생리대는 선택재가 아니라 필수재인 데다, 소비자 체감 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는 수단이다. 일회성 할인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가격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논의가 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2026-04-16 16:19:53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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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토스가 던진 경고

금융권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상담 챗봇부터 이상거래탐지(FDS), 대출심사, 내부 업무 자동화까지 AI는 금융의 효율을 높이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 AI기업 엔트로픽이 공개한 차세대 모델 미토스는 금융권 AI 양면성을 다시 일깨웠다. 미토스는 복잡한 소프트웨어 구조를 스스로 분석해 숨어 있는 보안 취약점을 찾고, 침투 가능 경로까지 설계할 수 있다. 과거 해커가 수주에서 수개월 걸려 찾던 시스템의 약점을 AI가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토스는 보안 취약점을 찾아주는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악의적 공격 주체가 이를 활용할 경우 금융사의 시스템 구조를 빠르게 분석하고, 기존보다 훨씬 정교한 해킹 시나리오를 짤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리스크로 꼽힌다. 특히 금융권은 계좌이체망, 카드 승인 시스템, 인터넷뱅킹 등 복잡한 레거시 시스템 비중이 높아 작은 허점 하나도 대규모 정보 유출이나 전산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해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시도해야 했던 공격이 AI를 통해 훨씬 빠르고 정밀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이제 AI를 얼마나 빨리 도입할지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생성형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데이터 접근 권한 관리, 내부망 분리, 외부 AI 활용 기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 기본적인 통제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은 오히려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산업이다. 한 번의 보안 사고는 단순한 전산 장애를 넘어 고객 불안과 시장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속도에만 매몰돼 안전장치 마련을 뒤로 미뤄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앞서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느냐다. 금융권이 지켜야 할 것은 기술 경쟁의 우위가 아니라 고객의 신뢰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다.

2026-04-16 13:37:25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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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짐승도 사람도 '응징 본능'

무력 사용은 보복을 부른다. 보복은 다시 피의 보복 등으로 반복된다. 이 공식은 세렝게티나 아마존에 서식하는 맹수들 간에도 작동한다. 10년 전쯤이다. 사자 두 녀석이 점박이하이에나 단 한 마리와 대적하는 장면이 한 SNS 영상에 담겼다. 이례적이다. 보통 하이에나 대여섯 이상이 암사자 한둘을 에워싸고 공격하는 장면을 봐 왔기 때문. 우선 두 수사자의 상대진영 급습에 하이에나 떼는 혼비백산했다. 그러나 줄행랑에 실패한 한 마리. 처절하게 버텼지만 끝내 죽임 당하고 만다. 동영상 해설에 따르면 형제의 복수극이었다. 사건에 앞서 사자 무리 암컷과 새끼들이 공격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로의 숨통을 끊고 영역을 넓히려는 사자와 하이에나 간 대립은 인간계와 닮아 있다. 돌연 벌집을 쑤셔 놓은 미국과 이스라엘. 상대는 중동의 맹주 이란이다. 휴전이라 하지만 사태가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판국에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지는 대목이 있다. 이란에 당한 서아시아 주변국들이 잘 참아 내고 있는 것. 아랍에미리트·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반격을 감행했다면 파국의 한복판 중 꼭대기로 치달을 뻔했다. 물론 그럴 개연성이 싹 사라진 건 아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를 신뢰할 리 없다. 뒤통수를 이미 세게 얻어맞은 상황. 백악관은 전쟁발발 이후에도 표리부동의 행태를 보여 왔다. 하메네이 제거로 임무는 끝났다던 미국. 이후 호르무즈 봉쇄에 전 세계가 유가 폭등 직격탄을 맞고 다시 전쟁을 한 달이나 넘겨, 꺼내 든 협상카드는 농축 우라늄. 그간 이란 및 레바논 전역에 미사일을 난사한 까닭이 온전히 핵개발 억제 때문이었나. 트럼프는 이미 전쟁에서 이겼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그도 역시 공군력만으로 이란 제압하기란 불가능하단 걸 잘 알 터. 이스라엘 역시 인구가 자국의 열 배나 되는 이란을 포격·공습만으로 상대하기엔 역부족.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미군을 등에 업은 이때야말로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직간접의 중동전쟁 당사국 중 지상군 투입작전을 가장 바라는 쪽일지도 모른다. 백악관은 자화자찬을 지속할 자유가 있다. 단, 지상전 계획만큼은 접은 뒤에. 미·이스라엘 육군의 이란 영토 진입은 대갚음을 부르고 테러 등의 불씨를 키운다. 걸프국가들이 괜스레 두들겨 맞고도 참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2026-04-14 15:56:24 김연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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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본통신권 보장? 데이터 무제한의 함정

2026년 봄, 정부가 내놓은 통신 정책의 수사(修辭)는 화려했다. '데이터 안심옵션(QoS) 전면 도입'과 '모든 국민의 기본 통신권 보장'. 기본 데이터를 다 써도 추가 요금 없이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하겠다는 발표는 언뜻 파격적이다. 연간 3221억 원의 통신비 절감이라는 장밋빛 통계치도 덧붙여졌다. 하지만 발표장의 열기와 달리, 스마트폰 화면 너머 이용자들의 반응은 서늘하다.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그 '기본'의 해상도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의 핵심인 속도 제한값 '400Kbps'를 들여다보면 실소가 나온다. 이는 20여 년 전, 3G 서비스가 갓 태동하던 시절의 속도다. 텍스트 위주의 메신저 대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이미지와 영상이 흐르듯 소비되는 현대 웹 환경에서 400Kbps는 사실상 '불통'에 가깝다. 포털 사이트 첫 화면을 띄우는 데 수십 초를 기다려야 하고, 실시간 길 찾기 서비스는 멈춰 서기 일쑤다. 고속도로 위에 자전거를 올려두고 이동권을 보장했다고 말하는 격이다. 정부는 "데이터가 끊겨도 최소한의 검색과 네비게이션은 가능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고화질 콘텐츠가 공기처럼 존재하는 2026년에 이 기준은 너무나 빈약하다. 특히 이번 정책에서 정작 가격에 민감한 알뜰폰(MVNO) 이용자들이 초기 논의에서 배제된 점은 뼈아프다.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통신권을 누려야 할 이들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에서 '보편적 권리'를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이번 QoS 전면 도입은 실질적인 이용자 편익보다는 '통계상의 성과'를 내기 위한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통신사들은 이미 고가 요금제에서 QoS를 제공해왔고, 저가 요금제로의 이탈 가능성이 낮은 것을 알기에 정부의 요구를 흔쾌히 수용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심은 되지만 쓸모는 없는, 이른바 '계륵' 같은 옵션을 하나 더 얻었을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기본 통신권은 단순히 '연결'되는 것을 넘어, 최소한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가능한 '품질'이 담보될 때 완성된다. 정부가 진심으로 통신비 부담을 덜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싶다면, 20년 전 속도를 시혜적으로 베풀 것이 아니라 현대적 기준에 맞는 실효성 있는 속도 상향과 알뜰폰 이용자에 대한 평등한 혜택을 고민해야 한다. '무제한'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빈약한 속도가 국민의 권리를 오히려 좁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2026-04-13 17:21:49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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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는 사람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우리 정치권은 40년 가까이 단 한 차례도 개헌을 이뤄내지 못했다. 39년간 개헌안을 발의한 건 총 3차례(2018·2020·2026년) 뿐이다. 2018년 개헌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20년 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현행 헌법의 개정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정치적 합의가 아주 어렵다는 뜻이다. 올해 발의된 개헌안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찬성 하고 있다. 이번 개헌안은 권력구조 개편을 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헌 논의는 항상 권력구조 개편을 두고 진영 간 이견이 생기면서 무산돼 왔으니, 이번에는 개헌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를 하자는 입장을 냈다. 게다가 갑자기 장동혁 대표는 7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제적으로 선언하면 개헌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개헌저지선(107석)을 쥐고 있고, 현재 발의된 헌법 개정안을 수정할 수도 없으니 우려하지 말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9일 "이 대통령은 어물쩍 딴 얘기만 하고 대답을 회피했다"면서 "결국 연임 빌드업 개헌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임기 연장 시나리오'를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럼 장 대표의 주장대로 이 대통령이 정말 연임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현행 헌법 제128조2항에는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대다수 헌법학자는 현직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이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고 나서, 연임 조항을 추가하는 식으로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고 본다. 이 조항 자체가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고, 이를 삭제하려는 시도를 할 경우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장 대표의 주장은 전형적인 본질 흐리기이자, 야권 지지자들을 향한 공포 마케팅이다. 이쯤되면 국민의힘도 솔직해져야 한다. '졸속 개헌'이라서 반대하는지, 아니면 한 중진 의원의 "이재명에게 시대의 영웅 날개를 달아주자는데 어찌 찬성하느냐"는 발언이 솔직한 마음인지…. 국민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6-04-09 16:22:15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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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흔들려도, 결국 '신작'이다

올해 국내 게임업계는 분명한 역설 위에 서 있다. 실적은 흔들리는데, 신작은 오히려 늘어난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을 비롯해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NHN의 '디시디아 듀엘룸 파이널 판타지' 등 주요 게임사들이 잇따라 신작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공격적인 라인업이다. 그러나 실적 흐름은 다르다.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은 늘었고,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일부 기업은 영업이익 감소를 넘어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작 확대는 분명 부담이다. 개발비는 수천억 원 단위로 커졌고, 실패할 경우 손실은 고스란히 기업에 남는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성과 없는 투자"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일부 신작은 이미 성과를 통해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출시 이후 스팀 매출 상위 20위권을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3월 무료게임 차트에서도 주요 지역 1위를 기록했다. NHN의 '디시디아 듀엘룸 파이널 판타지' 역시 일본 앱스토어 매출 순위 17위를 기록하며 초반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게임사들이 신작을 줄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임 산업에서 반등은 언제나 신작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기존 서비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결국 새로운 IP와 콘텐츠가 시장을 다시 움직인다. 선택이 아니라 구조에 가깝다. 문제는 시장의 시선이다.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수익모델과 반복된 유사 장르 논란은 국내 게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신작이 공개될 때마다 기대보다 의심이 먼저 나오는 이유다. 그 사이 글로벌 경쟁은 더 빠르게 변했다. 한때 뒤처져 있던 중국 게임 산업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콘솔과 PC 시장까지 확장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지점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선택을 단순한 리스크로만 볼 수는 없다. 실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줄이지 않고 신작 개발을 이어가는 것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 비용을 줄여 버티는 대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 게임 산업은 대표적인 수출 콘텐츠 산업이다. 하나의 성공작은 매출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된다. 반대로 실패는 비용으로 남는다. 그만큼 위험하지만, 동시에 기회도 크다. 과거의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의 움직임까지 같은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부족하다. 지금은 결과를 단정할 때가 아니라, 선택의 의미를 짚어볼 때다. 실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신작 개발을 멈추지 않는 흐름은 분명 산업의 의지다. 적어도 이 방향성만큼은, 한 번쯤은 지켜보고 응원할 이유가 있다.

2026-04-08 14:42:28 최빛나 기자